위대한 공존 - 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생태계를 가리켜 우리는 흔히 약육강식의 세계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돌이켜보면 고귀한 하나의 생명체가 또 다른 생명체를 포식해야 하는 일종의 먹이사슬의 관계를 이루어 가야만 한다는 일종의 잔인함과 냉혹함이 깊게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생존의 본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는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몇몇 동물이 가축으로 인식되기 이전의 초기의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인간에게 있어 육식의 필요성은 식량문제와 관련하여서도 그렇고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필수불가결한 부분으로 간주되어왔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미국 농무성의 축산 육류시장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인 육류소비량은 향후 10년 동안 대략 2%가량의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아 1인당 평균 육류소비량을 살펴보면 지난 30년 사이에 4배가량 증가했다고 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좀처럼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육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축산기업들은 효율성과 생산성확대라는 명목으로 밀실사육과 같은 집약적 축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한 가축의 질병발생과 폐사율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항생제를 과다투여 하는 등의 동물학대나 다름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을 두고 사회의 일각에서는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해결책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인간의 문명 발전과 함께 공존의 관계를 구축하며 동반자 역할을 해왔던 여러 동물들의 지나온 발자취를 추적해보고, 이들을 향한 우리 인식 변화의 전환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책 속에는 지금까지 유사 이래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며 공존의 삶을 펼쳐온 소와 말을 포함한 기타 여덟 동물에 관하여 이를 심도 있게 고찰함과 동시에 상세한 설명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먼저 이 책 저자의 분석내용에 따르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은 인간에 비해 하등하며 그리하여 복속되어야 하는 존재의 인식론이 대두되었던 계기는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널리 퍼지면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는 행위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이후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학대의 대상이 되었고 일부 개체의 경우에는 미신이나 오해 혹은 편협한 인식으로 말미암아 멸종의 위기에까지 처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고대사회의 역사사료나 유적지의 흔적을 살펴보면 대개 이들 동물들은 인간에 의한 복속이나 학대가 아닌 필요에 의해 밀접한 유대관계를 맺어왔으며 일상의 동반자로서 함께해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농경시대의 소는 밭의 경작을 돕는 것 외에도 우유나 치즈를 제공해주는 식량의 수급과 또한 사유재산으로써 부의 지표가 되었을 만큼 소중하게 보호되어왔다. 개나 늑대의 경우에는 인간의 사냥을 도와주는 유용한 동물이었으며 특히 사막지역 유목민에게서 당나귀나 낙타는 단순히 짐을 운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륙과 대륙을 이어주는 문명의 가교역할에 중요한 축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인간과 가축의 관계는 중세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비교적 상생의 원만한 상태로 유지되어갔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진행된 산업혁명에 들어서면서 식량증대의 일환으로 일반가축들의 도살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후 여타의 동물들도 각기 다른 목적에 따라 오늘날까지 임의대로 취급되는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의 내용에 관하여 역사를 규정하고 변화시켜온 동물과 인간 사이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관계에 관한 것임을 밝히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독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과 동물의 유기적인 협력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변모시켜왔는지에 대한 그 실질적인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인류의 오랜 선조들은 생존을 위한 포식자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다른 동물에 포식을 당하는 하나의 개체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동물들의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엄청난 양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으로 생활의 모든 것이 바뀌게 되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점차 사회적 동물이 되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동물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강한 욕구가 발휘되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초점을 두어 이 책은 인간이 동물을 향한 단순한 적대적 관계에서 탈피하여 공존의 방향으로 이행되던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복잡 미묘하게 진행되어왔던 여러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덟 동물들은 인간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인류 문명의 발전에 한 몫을 담당해왔음을 살펴볼 수 있는데, 독자들은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아왔던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파생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덧붙여 요즘 우리 사회 저변에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는듯하다. 같은 시각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볼 것은, 그동안 우리가 동물들을 향해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양심에 어긋나는 위배된 행위를 해왔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되돌아보았으면 싶고, 인간의 도덕적 의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오늘날 동물에게 처해진 비극적 환경을 다시금 재고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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