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1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4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여러 상황을 맞이하는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위기에 노출될 때면 더러 삶에 대해 무기력함을 느끼면서 방황을 일삼거나 감정의 기운을 이기지 못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트리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 않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읽을 만한 문학작품을 하나 골라서 탐독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문학 속에 펼쳐져 있는 감동적인 스토리의 흐름에 동화되거나 혹은 닮고 싶은 개성 있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통해 때로 삶의 의미를 잃고 흔들리고 번민하는 우리 자신에게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가치관을 부여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시각에서 문학은 지치고 메마른 영혼에 흡족할 만큼의 위안을 제공하여 재도약할 수 있는 동기부여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해에도 수많은 문학작품이 등장하고 있기에 그와 같이 만족할만한 가치가 내포된 하나의 작품을 찾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바로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이 작품을 읽게 된 것은 처음 접하는 작가여서 이에 대한 기대치를 갖기 보다는 이 소설이 일본의 대표적인 대중문학상으로 알려진 나오키상의 수상작이라는 점과, 작품의 표지제목인 사라바라는 단어가 주는 궁금증이 크게 작용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난 이후 들었던 생각은, 작품 내용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살아온 자기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만들면서도 혹시 잊고 지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자기애에 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그래서 문학에 관심이 있는 그 누구라도 한번쯤 정독했으면 하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작품 속 주인공 아유무는 대기업의 해외근무를 하는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가족과 함께 이란과 이집트라는 낯선 타국에 머물면서도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유하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된다. 그런 그에게는 다카코라는 누나가 있었는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사소한 일에도 엄마와 부딪치며 문제를 일으키고, 또한 학교에서도 급우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이상한 행동을 일삼으며 등교를 거부하는 등의 비교적 원활하지 못한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신은 누나처럼 되기 싫어하는 까닭으로 가급적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내성적이며 수동적인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일본에서 아버지 앞으로 날아온 편지 한 통이 문제가 되어 그로 인해 결국 부모가 이혼하는 뜻밖의 사건을 겪는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돌아온 아유무는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했음에도 타고난 미남형의 외모와 어떤 상황에도 적응을 잘하는 스타일을 고수하며 친구와 주위사람들에게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만이 행복만을 갈구하는 어머니의 일탈된 행동과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누나의 기이한 모습에 실망을 넘어 증오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흘러 그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만 아무런 목표의식도 없이 여러 여자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게 되고, 향후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는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면서 점차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어둠의 끝자락으로 내달리던 그는 한때 멸시의 대상이었던 누나가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에 알고 뒤늦게 해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조언을 듣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작년 한해 일본의 서점가에서 상당한 돌풍을 일으키며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고수할 정도로 많은 독자들에게 적잖은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사실 작품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반의 흐름까지의 줄거리 전개는 별다른 인상을 찾을 수 없는 주인공이 마치 지나온 인생의 에피소드를 회고하는 평범한 에세이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결말부분의 들어서면 어떻게 이 소설이 일본의 많은 독자들에 아낌없는 관심과 주목을 받았는지를 체감하게 한다. 이 작품은 물과 기름처럼 결코 섞이지 못하는 어머니와 누나가 불편한 관계, 다시 말해 기행과 말썽을 일삼는 누나와, 생각지 못했던 급작스런 이혼 이후로 자신의 행복만을 찾는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어머니의 모습에 실망한 나머지 경직되고 이중적인 감정의 소유자가 되어 자신의 삶에 애착을 잃어버리는 한 인간이 자기애의 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사연을 담아 독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우리는 때로 타인의 눈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심지어 자기 현실을 부정하는 정체성에 빠지고는 한다. 더불어 오늘 우리가 마주한 사회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짐에 따라 각박해지는 세태로 변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자존감의 형성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독자들 스스로에게 진정한 행복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인간관계의 회복에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을 통해 여러 독자들이 나름대로의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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