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풍자와 유머 속에 담긴 삶의 지혜

"아무리 작은 선행도 낭비되는 법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짜에 환호하고 진짜를 욕한다."

"모든 진리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한 쪽을 택하기 전에 둘 다 두루 살펴보는 것이 좋다."
(Aeso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녀는 현악기와 관악기 그리고 무거운 악보들을 다른 승객들의 등이나 앞가슴에 밀어붙인다. 고무판 같은 비겟덩어리를 그녀에게 씰룩씰룩 들이대는 그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가끔 기분 내키는 대로, 악기와 가방을 한 손에 모아쥐고 다른 손의 주먹으로 교활하게 타인의 코트나 숄더백, 모직 재킷을 거칠게 밀어버린다. 사슴뼈 단추들이 유혹하듯 능글맞게 웃음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민속의상도 망쳐놓는다.
그녀는 가미가제식으로 자기 자신을 무기로 택한다. 그리고 다시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같은 악기의 뾰족한 끝으로, 온종일 더러워진 한무더기 사람들 속을 쑤셔댄다. 여섯시경, 지하철이 만원일 때 악기를위두르면 더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시간 속에서 소멸되어가고 있다. 치즈 그릇의 유리덮개 아래, 에리카와 그의 훌륭한 보호막인 어머니가 함께 갇혀 있는 것이다. 이 그릇은 누군가 밖에서 유리그릇을 들어올려야만 열릴 수 있다.
에리카는 시간과 연령을 초월한 곤충이다. 그녀는 이야깃거리도 없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지도 않는다. 이 곤충은 움찔거리고 기어다니는 능력을 오래전에 상실했다. 에리카는 ‘무한‘이라는 빵틀로 구워내졌다. 이 무한성을 에리카는 기꺼이 자기가 아끼는 작곡가들과 나누지만, 사랑을 받는 일에서만은 절대로 그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에리카는 위대한 음악적 창조자의 반열에서 조그만 자리 하나를 얻으려고 투쟁한다. 그건 아주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왜냐하면 빈 전체가 여기에 주말농장 오두막 하나라도 짓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에리카는탁월한 음악가라는 자기 자리를 금그어놓고 기초공사 구덩이를 파내기 시작한다. 그녀는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이 자리를 정직하게 얻은 것이다. 결국 재창조자인 연주자도 어떤 창조자의 형식은 취하게 된다. 연주자는 연주라는 수프를 항상 자신에게서 나온 어떤 것으로 가미하는 법이다. 이를테면 자기 심장의 피를 연주에 떨어뜨려 넣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리카가 많은 사람들 가운데 평범한 한 사람이 아닌 유일하고하나뿐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어머니는 역설한다. 이 계획은 언제나 어머니 머릿속에 들어 있다. 에리카도 요즘에는 스스로 자신이 개성 있는 인간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은 아무것에도 또 어느 누구에게도 종속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녀는 어디에든 소속되기가 어려운 존재다. 에리카 같은 사람은 오직 한 번만 존재하고 또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상에 무언가 도저히 대체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에리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를 질색하게 하는 것은 온갖 형태의 획일화, 이를테면 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학제 개편 따위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에리카와 똑같은생각을 가졌다고 주장한다 하더라도 에리카는 다른 사람들과 동일시 될 수는 없다. 그녀는 즉시 눈에 뛸 것이다. 에리카는 바로 에리카 자체이며 지금 그대로의 모습이고 더이상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어머니는 안 보이는 곳에서 딸이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무엇보다도 한 남자가 에리카를 지금과는 다른 인간으로 변형시킬까봐 노심초사한다. 에리카는 모순덩어리이긴 하지만 개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녀 내부에 있는 모순들도 그녀를 대중화에 단호히 저항하도록 만든다. 에리카는 강한 성격을 가진 인물로 자신의 학생들인 대중에 정말 혼자서 맞서고 있는 것이다. 대중에 홀로 맞서 그녀는 예술이라는 기선의 핸들을 움직이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한데 묶는 일은 에게 결코 정당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 없는 나라에서 온 스케치 - 도착 The Arrival의 세계
숀 탠 지음, 엄혜숙 옮김 / 사계절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숀 탠의 그림은 한 번 보면 다시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