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시간 속에서 소멸되어가고 있다. 치즈 그릇의 유리덮개 아래, 에리카와 그의 훌륭한 보호막인 어머니가 함께 갇혀 있는 것이다. 이 그릇은 누군가 밖에서 유리그릇을 들어올려야만 열릴 수 있다.
에리카는 시간과 연령을 초월한 곤충이다. 그녀는 이야깃거리도 없고, 이야깃거리를 만들지도 않는다. 이 곤충은 움찔거리고 기어다니는 능력을 오래전에 상실했다. 에리카는 ‘무한‘이라는 빵틀로 구워내졌다. 이 무한성을 에리카는 기꺼이 자기가 아끼는 작곡가들과 나누지만, 사랑을 받는 일에서만은 절대로 그들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에리카는 위대한 음악적 창조자의 반열에서 조그만 자리 하나를 얻으려고 투쟁한다. 그건 아주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왜냐하면 빈 전체가 여기에 주말농장 오두막 하나라도 짓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에리카는탁월한 음악가라는 자기 자리를 금그어놓고 기초공사 구덩이를 파내기 시작한다. 그녀는 작품을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이 자리를 정직하게 얻은 것이다. 결국 재창조자인 연주자도 어떤 창조자의 형식은 취하게 된다. 연주자는 연주라는 수프를 항상 자신에게서 나온 어떤 것으로 가미하는 법이다. 이를테면 자기 심장의 피를 연주에 떨어뜨려 넣은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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