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한 사랑 노래 문학과지성 시인선 300
박혜경.이광호 엮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말을 다듬는 일이 눈을 가린 채 생선의 살을 깎아내는 맹인 요리사처럼, 결국엔 뼈만 남기는 앙상함이 아니라면,

이 땅엔 시인이 너무 많으니, 시만 읽는(쓰는) 시인은 좋은 시인이 될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5
제임스 미치너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스파르타는 기대했었던 것보다는 실망스러웠다. 전투가 벌어졌던 평원 위에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쓸쓸한 잔해에 불과했다. 데블린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자, 보게. 한 사회가 군사 독재에 굴복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잘 보여 주는 곳일세. 스파르타의 어린아이들은 일곱 살 때부터 군사 훈련을 받았다네. 모든 결정을 군사 평의회에서 내렸지. 모든 것을 정복한 세계 최고의 군대, 그러나 결국엔 독재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꼴이 되고 말았지. 왜 그런지 아나? 자유인들은 항상 전제를 이겨내기 때문일세. 그렇지, 전제를 패퇴시키지는 못하지만 그것보다는 오래 살아남기 때문이지."
..."미국에 있을 때 나는 슬픈 느낌이었다네. 만일 스파르타 독재 같은 것이 자네 나라의 학교를 개선해 주고, 소수 인종을 통제해 주고, 여성들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려 보내고, 종교적 지상권을 회복시켜 주고, 또 권리선언의 어리석음을 다 끝장내 준다면 자네 국민의 80퍼센트가 그런 독재를 환영하리라는 것을 읽었기 때문일세..."-32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나 너나 종신형이다."
편지를 다 읽고 난 난고는 중얼거렸다.
"가석방은 없다."

진지한 인문학서를 무색케할 정도로 사형제 논의에 바치는 속깊은 질문서이자 사회파 추리소설의 명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치신학 - 주권론에 관한 네 개의 장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2
칼 슈미트 지음, 김항 옮김 / 그린비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은 신적 질서를 모방하여 정상국가를 실현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가의 정상성을 독점적으로 '결정'하는 자가 바로 주권자이다. 하지만 정상성은 홀로 증명될 수 없고 오직 예외의 틈입 아래서 확보된다.

1장
합리주의적 태도에 따르면 법은 정상성을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법은 질서의 수호자이며 정상 상태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다. '신이 만든 불변의 계명을 본받는 일'이 바로 법의 존재이유이다. 이로써 신학적 질서는 세속적 법규범 안에 자리하며, 자연법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법을 정하는 자가 바로 정통성을 가진 입법자로 군림한다. 법은 지면 위에 쓰여진 조문이 아니라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자연법칙이 된다.

2장
혼란을 진압하고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정상성을 수립하는 자가 바로 주권자이다. 그는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정상 상태를 외부에서 내부로 끌고 들어오는 견인력의 상징이 아니라 정상 상태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실존적 의지의 표상이다. 그는 그 '결정'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자이며 독점하는 자이다. 따라서 국가의 지배는 강제적인 규범의 적용으로 수립되는 것이 아니라 그 규범을 결정하는 과정에 있다.

3장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의 밝음을 빛이 증명할 수 없듯이 정상성의 근거는 자신의 존재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다. 그 자리에 합리주의에서 배제됐던 예외가 침입하고 구체성을 획득함으로써 정상성의 외연이 확정된다. 그러므로 예외는 모든 것을 증명한다. 예외는 규칙을 보증하며, 규칙은 예외에 의해서 존속한다. 예외를 직시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것 또한 설명할 수 없다. 예외는 규범을 무화시키며 주권자를 호명한다.

슈미트는 예외의 역할을 긍정했지만 예외의 독립성은 부정했다. 예외가 생명력을 갖는 지점은 오직 주권자의 '결정' 아래에서이다. 그러므로 주권자는 '예외 없음'의 선포를 통해 비독재적 독재자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플라나리아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창해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한국의 성장소설이 극단에서 바라본 삶의 풍경을 주로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주변에서 건너다 본 삶의 헛헛함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견 긍정도 섞여 있고, 희망도 담겨 있어 보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극단마저 뚫고 나간, 그래서 아마도 되돌아 올 수 없으리란 체념의 한 표현이기도 하다(요새 언론에 언급되는 산토리 세대의 일면을 보여준다).

모든 걸 잃어버렸다 하여도,
우리, 공감이란, 맞잡은 손의 체온으로 전하는 언어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