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 공부의 기초 -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간단한 틀
앨런 존슨 지음, 이솔 옮김 / 유유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은 세상을 오로지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로 설명한다. 개인주의가 정착된 사회에서 나고 자랐다면 "사회란 곧 사람이라는 개념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문제는 이 접근법이 사회에 참여하는 개인의 차이, 개인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 사회와 연결되는 관계를 무시한다는 점이다."(35) 사회학은 사회구성원들이 맺고 있는 특정한 '관계들'에 주목한다. 사회에 관한 "사회학의 단 한 가지 가르침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우리보다 커다란 것의 일부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속해 있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그것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36-7)


가령, 사회가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때 특권계층이 그것을 개인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시스템을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40) 남성 우위의 사회에서 남성은 가사를 '도와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남자가 집안일을 동등하게 나누어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지 않는다. 개인적인 층위에서 여자는 남자가 재수 없게 행동한다고 생각할 테고, 남자는 여자가 잔소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른 형태의 사회였다면 이런 언쟁을 시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회였다면 두 사람 모두 집안일과 자녀 양육에 책임을 느꼈을 수도 있다."(49-50) 


개인주의 모형은 "충분한 수의 개인들이 변화하면 시스템 역시 변화할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그러나 사회적 삶은 "개인적 성품이나 행동의 산물이 아니며 사람들이 사회 시스템에 참여함으로써(즉, 특정한 사회적 맥락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 그 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시스템도 변하지 않는다. "개인주의 모형이 효과가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개인적인 해결책은 대체로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생겨나며, 개인적인 필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최소 저항의 길이라는 데 있다. 일단 개인적인 해결책을 찾고 나면 목표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상황을 개선하려 애쓰기보단 문제를 방치할 가능성이 커진다."(64-5)


이런 상황을 "더 복잡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는 우리가 모두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각각의 시스템에서 다양한 사회적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상황을 다르게 경험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다르게 형성되고, 여러 부분에서 한계를 가진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스템에 참여한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보다 큰 어떤 것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할 때 이 "우리는 단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사회적 삶에는 복수의 '우리'가 존재하며,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다양한 '우리'의 존재가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73-4)


언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한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현실은 '실제' 현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발전시켜 온 개념들로 구성돼 있다. 이런 모든 개념이 결국 문화가 된다. 문화는 우리가 자신을 포함한 다른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도구이다."(84) 문화적 믿음을 가지면 우리는 "지금 이 세상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지각하고, 우리의 존재가 자명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자명한' 것이 꼭 진실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특정한 문화권에서만 의심의 여지없는 진실로 간주될 뿐이다."(97)


많은 문화적 개념들은 "복잡한 사회 현실을 구축하는 데 사용되는 기본적인 현실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는데, 그 중 하나가 가치이다." 가치는 "사회적 삶의 다양한 측면을 수직적 차원으로 재편해 대략적인 위계를 구축한다. 즉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경우 단지 우리가 그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의해서만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99-100) 나의 선택이 내가 속한 문화가 제공하는 '제한된 제안'의 경계 안에 머무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자유로운' 선택 같은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말했듯이 가치에 관해서라면 "우리는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원한다."(105)


가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제안에 머무르는데, 여기에 '반드시'를 더하면 규범이 된다. 에밀 뒤르켐은 문화적 규범을 공유하는 "이 '우리'라는 집단의식을 사회적 삶에 필요한 토대이자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보았다. 이 집단의식이야말로 도덕성의 진정한 의미와 관련된다. 도덕성이란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한 규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그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의 본질을 이루는 것을 공유하는 의식이다."(115-6) 소속감과 관련된 도덕성은 규범을 위반한 자들을 일탈자로 취급하는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낙인stigma이다." 낙인 현상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의 문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117)


갈등 관점conflict perspective은" 주로 사회적 불평등의 양식을 둘러싼 갈등의 장으로서의 시스템에 집중한다. 우리는 현실을 정의하고, '열등함'과 '우월함'을 구분하고, 게임의 규칙을 정의하는 데 사용할 개념을 대부분 문화에서 찾는다. 따라서 특권 집단이 힘을 사용해 특권의 영속화를 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보존할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119) 여기에는 사회적 맥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 상태뿐만 아니라, 특정 문화의 틀 안에서 매체나 도구로 쓰이는 물질을 사용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미디어 권력의 가장 정교한 쓰임이란 인쇄되고, 영화화되고, 방송되는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방식으로 말해지지 않는 내용에 있다."(138)


사회구조란 "사회적 삶의 모든 층위에서 사회관계가 구성되는 방식"이자, "시스템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배 방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시스템은 어떤 방식으로든 가치 있는 자원과 보상을 분배한다."(154) 막스 베버는 힘을 "대항 세력에 맞서 사건, 자원,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협동과 나눔이나 소속감과 삶의 의미를 확인하는 체험 같은 이타적 힘도 존재하지만, 세계는 베버의 정의에 충실한 "특권과 차별의 형태를 띤 힘"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체계화되어 있다.(183-4) 따라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의 분배와 그것을 얻기 위한 기회의 분배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일탈 행동의 발생 확률 또한 높아진다."(172) 


"사회적 삶의 핵심은 사람과 사회 시스템, 그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중요한 관계는 이것만이 아니다. 사람과 사회 시스템은 모두 물리적인 환경과 관계를 맺음으로써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학생들과 교사가 마주보게 배치되어 있는 교실이나, 판사와 성직자가 높은 단 위에 올라선 법정과 교회의 구조는 "힘과 지위의 차이를 강조하고 강화한다."(215-6)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문화의 가치 시스템이 중요하게 여기는 자연의 어떤 상태가 위기에 처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치는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화에 존재하는 것이다. 생태계는 어떤 상태를 다른 상태보다 더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223)


"자아가 강력한 개념인 까닭은 우리가 그것을 개념이라 여기며 살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고 만질 수 있는 다른 것들처럼 자아가 실재하기라도 하는 양 행동한다." 자아 개념은 "다른 사람과 사회 시스템과의 관계 속에 우리를 위치시킨다."(247) '특정한 타자'는 "거울처럼 행동하며 우리에게 이미지를 반사한다." 우리는 '특정한 타자'와 관계 맺는 복잡한 사회화 과정을 거쳐 '일반적 타자' 개념을 이해한다. "일반적 타자는 구체적인 사람도 아니고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도 아니다. 일반적 타자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회적 상황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다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254-5)


"사회적 삶을 극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애초에 진정한 사회적 자아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최고의 인상을 만들고 공연을 보호하고 누군가의 관객을 연기하려고 애쓰는 모든 것이 한낱 냉소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 모순되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해도 그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은 여전히 나 자신이며, '진정한 나'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역할을 거부하는 '나'보다 진정성이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다."(264-5) 문제는 우리가 인상을 연기하거나 관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엄청나게 복잡한 우리의 자아와 우리가 참여하는 사회적 삶을 계속 인지하면서도 그 역할들을 통합하지 못할 때"이다.(266)


"사회학 실천의 어려운 점은 사회적 삶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최소 저항의 길을 따름으로써 예측 가능한 결과를 초래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체계화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고 나면 우리는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게 된다. 차이를 만들어 낼 가능성을 지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 삶을 만들어 가는 주체이므로 사회학 실천을 통해 우리의 참여와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차별과 억압을 '큰' 문젯거리로 생각하는 것과 그 문젯거리가 우리의 정체성 그리고 삶의 방식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다."(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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