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유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3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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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의 긴장을 해소하는 방편으로서의 헤겔의 도입





일단 소명을 받아들이면 그로써 그 사람은 선물이나 명령만 받는 것이 아니라 죄의식 같은 것까지도 떠맡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동료들 가운데서 뽑혀 장교로 승진한 병사가 자기 동료들에 대해 죄의식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것이 클수록 그만큼 더 승진할 자격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76)

자네가 정열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신력이 아니라 영혼과 외부 세계의 마찰일 뿐이야. 격정이 우세해지면 욕구하고 추구하는 힘에 플러스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뿔뿔이 흩어진 잘못된 목표를 향해 있기 때문에 긴장과 숨막히는 분위기가 형성될 뿐이지. 욕망의 추진력을 극도로 집중시켜 중심으로, 참된 존재로, 완전으로 향하도록 해놓은 사람은 격정적인 사람보다 평온해 보이기 마련인데, 그것은 그에게서 좀처럼 열정의 불꽃을 보기 힘들기 때문이네. 106)

"내 생각에 역사를 고찰하는 사람은 질서를 가져오는 정신과 방법의 힘을 철썩같이 믿어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 역사적 사건의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이나 현실, 일회성을 존중할 줄도 알아야 해요.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장난도 무책임한 유희도 아니오. 그러므로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어떤 불가능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을 얻고자 애쓰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 전제가 되지. 역사 연구는 이를테면 혼돈에 몸을 내맡기면서도 질서와 의미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일이라오. 참으로 진지하면서도 어쩌면 비극적이기도 한 과제지." 221)

`각성`에서는 진리와 인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실과 그 현실의 체험, 그것을 살아내는 일이 문제였다. 각성했을 때 사람들은 사안의 핵심이나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상태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처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실현하거나 감수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때 어떤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을 하게 되며,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2권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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