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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단상(短想)
누군가는 들려주고 싶어하고, 누군가는 보여주고 싶어한다. 들려주는 사람은 "이야기가 이러저러하다"고 하고, 보여주는 사람은 "여기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는'는 갖가지 생각의 가지를 뻗어내고, '여기 있는 이야기'는 제각기의 나무가 되어 자란다. 들려주는 이는 더 들려줌으로써 듣는 이가 더 깊이 듣길 원하고, 보여주는 이는 덜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가 더 많이 보길 원한다.
소설은 입 안에서 태어날때부터 이미 자신이 원하는 만큼 자랄 수 없는 양철북 소년이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혀끝과 펜촉의 감촉, 손끝과 자판의 접점은 결코 열리지 않는 방문 하나를 두고 마주 선 그리움과 같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많은 이야기 꾸러미를 찾아 헤매고, 수집해도, 단 한 명의 삶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대설(大說)이 아니라 소설(小說)로 그치고 마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