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낡은 감방에서 나는 기다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기다렸던가?
마지막 전단이 인쇄되기를,
마지막 수류탄이 던져지기를•••••• p.66


우리가 더 이상 닻을 올리지 않을 마지막 항구는 어디에 있는가? <모비딕>, p.585
Where lies the final harbor, whence we unmoor no more?


시퍼런 전장에 내던져진 이들 모두가 고통스런 현실을 끝장내고 싶어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꿈꾸고, 누군가는 오래된 세계의 파멸을 꿈꾼다. 뒤바뀐 세상은 마지막 수류탄의 폭음이 불꽃놀이의 환호로 교체된 지상이거나, 마지막 항구로 들어서는 배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침몰의 바다이다.

우리는 모두 시대의 자식이다. 같은 모습과 같은 생활방식에 도취되어 살아간다. 우리의 세계는 깊은 침묵이 내려앉은 들판이다. 세계와 불화하는 자들은 안개 속에서 자아를 두드려 깨운다. 그들은 황혼녘이 되면 산과 바다로 나가 제 손으로 시대를 넘어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우리는 그 뒷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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