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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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
살아 있는 것을 인식하고 서술하겠다는 사람들은,
우선 정신을 몰아내려고 애를 쓴단 말이야.
그렇게 하면 부분적인 것들은 손에 쥐게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정신적인 연관성은 결여되게 마련이지!
화학에서는 이를 자연의 조작(操作)이라 말하지만,
스스로를 조롱하는 것일 뿐, 그 근본 이치는 모르고 있어. p.121


메피스토펠레스,
그는 알 만큼 아는 자, 볼장 다 본 자, 듣지 않은 말이 없는 자,
그는 악기가 스스로 음률을 맞추도록, 건반의 잠을 깨우는 자,
그는 저녁 노을의 입을 열고 어둠을 삼켜 자신을 불태우는 자,
그는 가장 아름다운 별을 가장 질긴 흙에 이겨 한몸에 품은 자,
오, 그는 인간이 넘을 수 없는 진리의 산등성이 너머에 서 있는 자!

파우스트가 태초의 존재를 '말씀'이 아니라 '행위'로 규정할 때, 그는 자신이 찾는 언어를 결코 찾지 못할 것임을, 그저 긴긴 방황의 몸짓을 통해 간신히 살아낼 수 있음을 어렴풋이 예감했을 것이다. 자신의 언어를 가진 자, 자신이 아는 것을 확신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자, 신은 말하지 않고, 인간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자, 파우스트는 그에게 영혼을 내주었지만 입술은 내주지 않았다. 자신의 말을 빼앗긴 자는 더 이상 자신이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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