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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과정 1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9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1996년 12월
평점 :
새로운 형태로 타인들과 함께 살아갈 것을 강요받은 사람들은 타인들의 행동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행동규율이 점차적으로 엄격해지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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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의 개혁과 함께, 인간관계의 새로운 토대 위에서 천천히 변화가 시작된다. 즉 자기통제의 압박이 증가하는 것이다. 214-5)
서구의 중세와 근대의 경계선에 놓인 '문명화'의 한 가지 측면은, 타인의 존재를 인식함으로써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이제 개인은 사회적 태도를 스스로 규율해야 하는 책임을 떠맡게 되었으며, 타인과 대면하는 자신을 재규정–본성을 억누르고 예절의 가면을 쓴–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사교 공간뿐만 아니라 사적 공간에서의 자기 통제는 당연시되던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적극적인 절제의 의미로 사용된다. 인간 고유의 성취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자신도 '미개'와 결별한 '문명화'를 요구받게 된 것이다. '문명화'는 호의의 교제만이 아니라 공격성의 표출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사회의 안정성에 기여한다.
이것은 단순히 습속의 개선만이 아니라 중앙 집권 국가와 과학 기술의 발전이 조성한 개인들의 이념적 일체감이라는 사회 체제의 변화를 동반한다. 즉, 개인의 발견은 개성을 존중하는 체제의 출현이 아니라 분업화된 상업의 발달을 뒷받침하는, 그렇지만 집단 규율을 스스로 내면화한 순응하는 개인을 요구한 시대의 반영이었다.
프랑스의 궁정적 개혁지식인들은 오랫동안 궁정의 전통 속에 묶여 있었다. 그들은 좀더 나아지기를, 변화를, 개혁을 원했다. 루소와 같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그들이 내세운 이상과 모델은 지배적 이상, 모델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단지 그것들을 개량한 것이었다. `잘못된 문명`이란 표현 속에 이미 독일운동과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 독일의 시민계급 지식인이 주창하는 `교양인`과 `인격`의 이념과는 달리, 그들은 `문명인`에 전적으로 다른 인간형을 대립시키지 않고, 궁정적 모델을 받아들여 그것을 변형시키려고 한다. 155-6)
프랑스에서 시민계층은 이 당시 벌써 정치적 역할을 담당하였지만, 독일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독일 지식인층이 정신과 이념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었던 반면, 프랑스에서는 모든 인간적 문제들과 더불어 사회적•경제적•행정적, 그리고 정치적 문제들도 궁정귀족 지식인층의 사상적 대상이 될 수 있었다. 독일의 사고체계는 프랑스와 달리 순수한 연구였으며, 그들의 사회적인 활동장소는 대학이었다. 159)
에라스무스의 견해는 그 시대의 몇몇 소수의 저자들과 함께 예법서 전통 가운데서도 예외에 속한다. 왜냐하면 일부 매우 오래된 규정과 규칙들의 설명 속에 개인적인 열정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시대의 징표`이며, 사회적 변동의 표현인 동시에 비록 맞지 않는 개념이긴 하지만 우리가 보통 `개인화`라고 부르는 것의 징후이다. 203)
이제 이 자연스러움에 인간관찰이 덧붙여지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타인에 대한 고려가 첨가된다. 218)
이 시대(중세)의 문헌들을 펼쳐보기만 하면 언제나 비슷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즉 우리와는 다른 감정구조를 가진 삶, 안정도 없고 미래를 위한 장기적 예측도 불가능한 존재들이 눈에 띈다. 이 사회에서 온 힘을 다하여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못했던 사람, 열정의 유희에서 사나이답게 행동하지 못한 사람은 수도원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세속적인 삶에서 그는 패배자였다. 이와는 반대로 후대의 사회에서는, 특히 궁정에서는 자신의 열정을 억제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여 `문명화`될 수 없었던 사람이 패배자였다. 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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