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범선, 제국 - 1400~1700년, 유럽은 어떻게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게 되었는가?
카를로 M. 치폴라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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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잡이들을 돛으로, 병사들을 대포로 대체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력을 기계적 동력으로 대체하는 것을 뜻했다." 93)


13세기 내내 세계를 주름잡은 몽골 기마병의 기마술이 인력의 확장을 표상한다면, 15세기 이후를 장악한 유럽의 '대포'와 '범선'은 인력과의 고별을 의미한다. 정신에서 태어났지만 그와 결별한 정신의 산물들은 자체의 생명력을 발산하면서 대양으로 나아갔다.

물질–객관화된 정신–은 한계가 보이지 않는 세계 앞에서 신의 이름을 되뇌였다. 종교적 명분은 황금으로 덧칠한 십자가였으며, 반성적 행위를 결여한 십자군의 복종과 같았으니, 이 정신의 지체는 20세기의 파국이 자신들을 덮칠 때까지 잊혀진 미래에 불과했다.

영국이나 네덜란드, 스웨덴의 발전과 대조적으로 에스파냐는 민간 기업이 부진한 것이 두드러지며 이 같은 부진은 군수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에스파냐는 거의 모든 생필품, 노동력이 많이 드는 거의 모든 상품을 외국으로부터 공급 받는다."라고 당대의 정통한 소식통은 말했다. 베네치아 대사 벤드라민은 이 같은 상황이 에스파냐의 국제 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언급하면서 "서인도 제도에서 오는 금이 에스파냐에 하는 일은 비가 지붕에 하는 일과 같다. 둘 다 한바탕 쏟아진 후 흘러가버린다." 38)

레판토 해전은 시대에 뒤쳐진 전투였다. 전투는 새로운 유형의 선박과 무기가 해전의 새 장을 열고 새로운 해상 전략의 길을 가리키던 시기에 갤리선을 가지고 주로 충각으로 들이받거나 적선에 올라타 싸우는 옛날 방식으로 싸운 마지막 전투이다. 119-120)

천문 역법 분야에서 서양 과학의 우수한 성과와 이것이 중국의 달력과 행정 체계에 미치는 함의는 많은 사대부들에게 너무도 큰 충격이라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배워온 세련된 시가와 엄격한 형식을 갖춘 문장을 짓는 법이 서양의 기술과 지식의 시각에서 볼 때 아무 쓸모도 없다는 생각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143)


일부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혁신 기술이 처음 도입될 때 기존 관행과 비교하여 그 이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 사실도 덧붙여야 할 것이다.
...
혁신 기술은 처음 선을 보일 때, 실질적 이점보다는 미래의 발전 잠재력 때문에 가치가 있으며 후자의 요소를 평가하기란 언제나 어려운 노릇이다.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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