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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2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장 큰 기여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구분 그리고 시장과 공동체의 관계 역전에 대한 고심과 대응방안이다. 그는 시장이 들어서고 화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사용가치와 무관한 화폐 축적에의 욕망을 접하게 되었고, 이러한 욕망의 폭주가 호혜성에 기반한 사회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태를 우려했다.
그의 해결책은 공정한 분배를 구현하는 이성적 제도의 수립과 행복의 진정한 의미에 관한 시민 교육이었다. 19세기 고전 경제학의 기여(?)로 경제의 위상이 사회 활동의 일부가 아니라 사회를 창출하는 원인으로 격상된 현재의 우리들이 보기에는 망상에 불과한 주장이지만, 그는 병의 근본 원인을 조기에 치료하고자 애쓴 사상의 의사였다.
물론 역사적 변천을 겪으면서 복잡성이 심화되고 적자생존이라는 생물학의 지적 대격변을 수용한 현재의 경제적 관계를 아리스토텔레스의 통찰 하나로 재단하거나 회귀시키려는 시도는 지적 게으름과 시대착오적 오류anachronism에 불과하다. 저자가 아리스토텔레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저작권의 회복이 아니라 공동체의 복원을 위해서이다.
그것은 공동체가 경제적 욕구 충족의 수단이 아니라 그 반대라는 사실, 곧 경제적 재화의 생산과 분배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민 모두의 '행복'을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의 재생이다. 이 사유는 자본을 탄생시킬 만큼 놀라운 인간 정신의 위력을 긍정하면서도 확고한 신념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은 방식을 지향하는 합의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