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
로버트 달 지음, 배관표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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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더 이상 비민주적 절차의 남용을 걱정하지 않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민주적 절차에 숙달되어 있음을 확인한 민주주의의 공식적 승인기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권위주의가 민주적 절차 아래에서도 충분히 권력의 상층부에 이를 수 있음을 확인한 시기이기도 하다. 국가의 외부 구조가 민주주의로 장식되어 가는 동안, 내부 체제들은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한 비민주적 성향을 가파르게 확장시키고 있었다.

우리는 민주적 절차에 익숙한 만큼 기업 문화의 비민주적 관행에도 익숙하다. 경제적 권리가 사유재산을 무제한으로 축적할 수 있는 권리까지 정당화하면서, 경제적 자원의 획득이 다른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로크의 신중함은 잊혀진 지 오래다. 민주주의가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풍요롭게 하려는 일련의 시도라고 한다면, 기업 문화의 반민주성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직면한 주요 과제인 셈이다.

통상적으로 경제 민주주의에 관한 논의가 부의 재분배나 복지 체계의 손질을 통해 불평등을 사후적으로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반해, 저자는 "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치하는 기업 체계"인 자치 기업(self-governing enterprise)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현실 정치가 대의제에 기반한 불완전한 민주주의인 것처럼, 자치 기업도 불완전한 집단적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해가는 체제라고 강조한다.

자치 기업의 의의는 혁명의 성취가 아니라 경험의 축적을 통해 기업 내부의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데 있다. 자치 기업은 공정하게 경제적 자원을 배분하려는 선제적 시도를 상징한다. 비록 자치 기업의 유효성에 불가피하게 의문 부호가 뒤따르더라도, 몬드라곤과 같은 이상의 진행형은 이론을 현실에 반영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의 견인력을 보여준다. 이 길은 기업의 최우선 목표가 '이윤 추구'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장하성 칼럼] 재분배보다 분배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7385938&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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