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라이징 캐피털 - 국제 통화 체제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강명세 옮김 / 미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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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안심했으며 위기는 극복되었다."

금융 세계의 '낮'은 숫자가 지배하는 매트릭스의 대지이고, 금융 세계의 '밤'은 수학적으로 계량화되지 않는 카오스의 바다이다. 증권 거래소 시세판의 붉은 숫자들은 이윤을 발굴하는 불변의 공식처럼 보이지만, 막상 손을 뻗어 움켜쥐려 하면 모니터 너머에서 깜빡이는 비상등으로 화(火)한다. 숫자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에 기생하고 번성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는 안심과 불안의 모래시계이다. 대항해 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의 성취가 세계적으로 안착하는 시기에 이르면 대양은 범선이 아니라 자본의 무대로 뒤바뀐다. 국제 통화 체제는 대양을 넘어 항구에 정박한 자본이 최초로 마주치는 관문이다. 자본은 느닷없이 출몰하는 흑선보다 위력적이어서 관문의 규칙을 자신이 정한다.

제국은 국가의 무역수지와 재정 건전성을 주무르는 국제 통화 체제의 주인이고자 했지만, 결과는 언제나 실패였다. 절대 반지는 대지를 품에 안은 대양에서 제련되고, 한시도 쉬지 않고 흘러다닌다. 국제 통화의 역사는 유혹적인 고정 환율을 선택한 프로도가 반지의 힘에 압도되어 미심쩍은 변동 환율로 넘어가야 했던 서글픈 서사의 반복이다.

역사는 튤립을 과대망상의 표본으로 기록하고, 폰지를 사기범의 전형으로 낙인 찍지만, 기초 공사와 바벨탑의 간극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인간은 이성이 아니라 정념의 노예이다. 절제는 아름답지만 자기충족적 예언은 언제든지 안심과 불안 양쪽을 결정짓는 판관으로 군림한다. 위기는 오지 않거나 지나간 것이 아니라 잊고 지내는 것뿐이다.

http://m.news.naver.com/read.nhn?sid1=101&oid=308&aid=000001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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