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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ㅣ 나남신서 201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강명구 옮김 / 나남출판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잉여가 발생하는 인간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느슨함(slack)'이라는 엔트로피가 생겨난다. '느슨함'은 시장 혹은 조직의 지속적이고 임의적인 쇠퇴를 유발하는데 여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이탈'과 '항의'이다.
'이탈(exit)'은 대체제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시장에서 주로 구사되는 전략이다. 소비자는 상품의 질이 저하되거나 서비스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다른 상품으로 '이탈'한다. '이탈'의 실행은 곧장 상대방과의 교류 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급격하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쇠퇴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가속화하기도 한다.
'항의(voice)'는 대안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선택에 많은 절차가 소요되어 결단이 요구되는 조직에서 구사되는 전략이다. 가족이나 국가, 종교처럼 상당한 수준의 불편도 감수해야 하는 집단이 여기에 해당한다. 회원들은 쉽사리 '이탈'을 감행하지 못하는 대신 조직의 쇠락을 방지하고자 다양한 '항의' 전략을 동원한다.
두 전략의 실행을 늦추고 구성원의 자기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가 바로 '충성심(loyalty)'이다. 충성파들은 조직의 '느슨함'이 한계점에 도달하여 도덕적, 물질적 고통을 받아도 자신들의 '이탈'과 '항의'가 조직에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충성심'은 감성에 기반하지만 비합리적이지만은 않은 유용한 반대전략이다.
'항의'는 '이탈'의 보완재이고, '충성심'은 예방약이다. 충성과 저항 모두 회원이 조직에 참여한 시간의 총량에 비례하여 강화된다. 순교는 최후의 수단이지만, 발생횟수와 주기에 따라 그저 지나가는 일상의 하나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