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읽는 법 - 신자와 비신자 모두를 위한 짧고 쉬운 성경 안내서
오누키 다카시 지음, 최연희 옮김 / 따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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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성경이 읽기 어려운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정전(正典)의 권위에서 오는 해석의 제한성
2. 일관된 기준이 없는 이야기들의 배열 순서
3. 이질적인 고대의 세계상
4. 이해할 수 없는 신의 행동

저자의 해법을 추상적으로 재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믿음(Glauben)과 지식(Wissen)의 구별
성경은 1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다윗의 시기만 하더라도 기원전 1천 년 경이다-많은 필자들이 참여하여 써낸 집단 기록물이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받은 십계명은 신이 일필휘지로 새긴 것이지만, 성경은 내용 자체에서 읽어낼 수 없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과 작품마다 결이 다른 주제의식 및 구조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믿음과 다른 영역에 기록된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잴 수 있는 잣대가 바로 지식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신약의 4대 복음서는 예수의 생애를 저마다의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마태복음서는 시작과 끝을 맞추는 원환 구조(Ring Composition) 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을 임마누엘-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뜻-이라 하라...(1장 23절)
죽음에서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나타나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니라." (28장 20절)

마태는 예수의 생애가 '신이 인간과 언제나 함께 있다는 사실을 실현하는 증거'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2. 믿음(Glauben)과 지식(Wissen)의 통일
그렇다면 이 지식은 우리의 내면을 어디로 이끌어가는가? 신의 아들이라 굳게 믿었던 예수의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절망 앞에서 마태는 어떻게 좌절을 극복하고 있는가? 그가 복음서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세지는 단편적인 지식들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회심(metanoia)의 경험과 기쁨을 우리와 나누고자 하는 간청의 목소리인 것이다. 여기서 지식은 믿음으로 위상전환(phase shift)을 이룬다.

우리는 믿음과 지식을 구별해야 한다. 믿음은 영생을 바라보지만 지식은 그것이 유한한 삶임을 안다. 그렇지만 믿음과 지식이 화해할 수 없는 절벽에 가로막혀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삶을 이해할 수 없다. 지식은 기나긴 터널 속을 달리는 자동차와 같다. 막막한 운전자에게 이 어둠에도 끝이 있다는 위안을 주는 것이 믿음이다. 믿음은, 밖에 있는 줄로만 알고 찾아헤매던 절대자가 내 안에 있음을 '뒤늦게' 깨닫는 일이다.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누가복음 17장 20~2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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