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 - 전 지구적 상생을 위한 이주 경제학
폴 콜리어 지음, 김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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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는 국가간의 소득격차가 유발하는 인구의 대이동이며, 이주자의 소득 증대라는 기대감과 유입국의 저비용 고효율의 노동력 확보라는 기대감이 맞물리는 현장이다. 이주는 유입국과 유출국 모두에 다양한 사회적 여파를 발생시킨다.

유입국의 원주민들은 공동체 의식의 약화에 직면한다. 공감과 선의에 기초한 동료애는 소득의 재분배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인데,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대의가 이주 공동체의 확대를 불러오면 이는 역설적으로 사회적 연대감을 훼손한다.

이주자는 유입국의 효율적 경제에 편입되어 현저한 소득 증가를 보이지만, 사회적 자본의 상실이라는 반대급부에 시달린다. 아울러 고국의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를 지며, 유입국의 문화와 관습에 직면하여 동화와 자율의 기로에 선다.

유출국은 이주자의 송금이라는 보험에 가입하여 단기원조의 효과를 누리지만, 숙련 노동의 상실이 불평등 격차를 확대시켜 장기 성장성이 훼손된다. 남은 자들의 소속감이 약화되어 외부자 심리 같은 비도덕성의 증가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주자들은 사회적 다양성을 확대한다. 다양성은 사회의 탄력성을 높여 경제적 부를 증가시키고 다채로움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지만, 상호 배려에서 오는 협력과 관용의 미덕을 약화시키는 부식 효과(腐蝕 效果)의 역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것은 이주 공동체가 유입국의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도 고유의 생활양식을 고수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확대되었을 때 가시화된다. 이주의 가속화가 '한계점'을 넘기 전에 예방과 동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하는 대목이다.

'현명한 이기심'은 이주의 부작용을 염려하고, '빈곤층에 대한 연민'은 이주의 자유를 역설한다. 두 입장은 다양성과 연대성을 대립항으로 놓지만 문제의 본질은 내적 만족감이 금전적 보상으로 대체되면 소속감이 약화된다는 사실이다.

공존이라는 말에는 공공성이 함축되어 있다. 소규모 공동체들은 이익단체의 성격만이 아니라 상호 연결망 속에서 서로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어야 공동체의 의미를 갖는다. 국가라는 상위 정체성은 여기에 공공성을 부여하는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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