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2 - 기원과 원인 나남신서 478
박명림 / 나남출판 / 199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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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해방과 분단

1 해방과 최초 질서 : '광기의 순간'
1) 도둑처럼 찾아든 해방은 '대안국가'를 형성하지 못했던 독립운동 세력들의 우려를 자아냈고 미소의 점령이라는 외부계기의 규정력이 독립국가의 염원을 짓눌렀다.
2) 소련군의 진주는 건준을 인민위원회로 개편하고, 좌파 인원을 우파와 동등하거나 우세하게 조정하는 계기가 됐으며, 미군 역시 점령군의 자세로 행정권을 인수하였다.

2 초기 분단질서의 등장
1) 소련은 일본의 세력권에 재편입되거나 미국의 극동 기지화된 한반도를 원치 않았기 때문에 소련에 우호적인 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종전 이전부터 한반도를 주시했다.
2) 미소의 점령 초기 정책은 매우 유사하여 각종 정당과 단체의 등록을 의무화하고, 사설 무장대를 해산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세력만 남기는 수용과 배제를 시행하였다.
3) 분할통치가 결정된 후 소련은 군정 아래에 소비에트 민정을 세워 행정, 사법, 군사조직을 이양했고, 북조선공산당을 출범시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단독정부를 세웠다.
4) 소련은 민공간의 연립정책을 구사하고, 연안 조선의용군의 입북을 연기시켜 김일성리더십의 정착을 지원했고, 미국은 자생조직을 거부하고 식민관료를 부활시켰다.

3 분단의 내화(內化)
1) 신탁통치 논란은 사실의 오류와 세력들의 내적 동기(도덕적, 실권추구적, 이념적)를 넘어, 식민통치의 연장이라는 외형만으로도 한반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2) 탁치균열은 경쟁적 공존시기를 급속도로 소멸시켰고, 남한에서 친일파의 소생과 반공주의의 확산을, 북한에서 민족주의자의 탈락과 단독정권 수립을 가속화하였다.


2부 북한혁명과 48년 질서의 등장

4 북한혁명 : 반(半)정복과 반(半)혁명
1) 토지개혁은 식민지 시절부터 반봉건의 제일요소로 정비되었고, 초기에 민족주의자들과의 협력을 중점에 두었지만 탁치균열을 기점으로 독자적 급진성이 강화되었다.
2) 농민의 자발적 결사와 북한리더십의 신속한 결정은 토지개혁을 기점으로 혁명적 동원체제를 이루었고, 저항세력을 철저히 탄압하여 38선 이남으로 이주를 유도하였다.
3) 북한혁명은 소련군의 점령과 농민의 자발적 혁명이 혼합된 반(semi)정복-반혁명이었으며, 관할지역의 통합성이 높아질수록 반대지역과의 반(anti)통합은 더욱 커졌다.

5 혁명적 동원체제의 구축
1) 소련군 대위와 KGB의 요원이던 김일성의 부상은 급진주의보다 좌우합작에 비중을 두었지만, 탁치균열과 좌파 우세 주장으로 결렬된 미소공위가 빚어낸 차선책이었다.
2) 46년 1월 민주당 배제로 민족주의와 결별하고, 7월에는 온건좌파의 신민당을 해체하고 북조선로동당의 일당 독재를 수립하면서 김일성 체제의 전통을 '창조'하였다.

6 선거와 이행의 완료
1) 선거는 인민들을 정치적으로 교육하고 국가 공식이념과 정책을 하향식으로 침투시키는 통치 과정이었으며, 국가 수립을 승인하는 '긴 과정의 마지막 의식'에 불과했다.
2) 정부 수립의 전단계인 인민위원회 구성은 김일성의 헤게모니 장악 과정으로서 이후로 그에 대한 찬양과 권력집중은 경찰국가의 뒷받침 아래 변함없이 유지•강화되었다.
3) 구체제를 일소한 북한리더십은 고등 및 실무 교육기관을 집중 설립하여 국가운영 인력을 양성했고, 국정교과서와 역사 교육 강화, 사상 혁신으로 사회 개조를 꿈꾸었다.

7 분단과 48년 질서의 등장
1) 2차 미소공위가 분단체제의 확인으로 결렬되자 남북한 정권은 서로 단정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단독선거를 진행했고, 통일에 매달린 정치적 패자들의 자리는 없었다.
2) 초기 북한체제의 균열로서 소련 진주군의 패악질에 분노한 민중들과의 대립과 민족주의 세력의 자생적 저항에 대한 가차없는 탄압은 남한의 균질적인 반공을 형성했다.
3) 소련군의 방임으로 월남은 북한 인구의 10%에 달했고, 5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며, 지주와 친일파뿐 아니라 다양한 직업군이 생활난과 구직을 이유로 내려왔다.
4) 남한은 47년 7월 여운형의 암살을 기점으로 좌우합작이 무산되자 강력한 국가 권력에 매진하다가 북한 혁명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공의 틀 내에서 민주 개혁을 실시했다.


3부 48년 질서의 성격-남한

8 분단국가의 등장과 초기 균열
1) 초기 해방정치의 주도권을 쥔 좌파에 맞서 미군정의 하위동맹자로 활약한 이승만-한민당 반공연합은 좌파가 몰락하자 김구-임정계열을 배제하고 내부 권력투쟁을 벌였다.
2) 제주 민중항쟁과 여수반란은 좌파의 암약과 친일경찰의 만행, 피폐한 생활고의 화학적 결합으로, 극심한 국가 토벌을 야기하였고 반공국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여수반란은 국가보안법의 제정과 주한미군철수를 연기시켰고, 숙군작업, 대한청년단 결성, 학도호국단 조직 등 일사분란한 하부조직을 결성하여 체제완비에 기여했다.

9 48년 질서의 변환 : 6월공세와 토지개혁
1) 도덕적 명분보다 정치권력을 택한 이승만 정권의 6월공세는 반민특위 습격과 국회의원 대량 체포, 김구 암살로 이어졌고, 용인된 정치공간에서 반대파를 배제하였다.
2) 토지개혁은 혁명을 주장하는 급진파와 지주 일변도의 수구파를 누르고, 절대 다수의 농민들에게 반공주의 체제를 내면화하여, 정치적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0 '미국의 범위'와 한미관계
1) 미국은 중국에서의 실패를 거울 삼아 사회, 경제적 체제 우위를 지향했지만, 공산주의의 차단이라는 원칙은 남한의 호전적인 북진통일론과 맞물려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2) 극동방위선을 언급한 애치슨의 연설은 기존의 NSC 48 시리즈에 내용을 반복한 것으로, 남침의 도화선이 되거나 유도 기제로 작용했다는 주장은 사후의 정당화 해석이다.
3) 전쟁은 예상된 침공에 대비하다가 오열의 적전 호응으로 흐트러진 남측의 허술함과 승리의 확신 속에 방아쇠를 당긴 북측 리더십의 결단이 맞물린 기습 아닌 기습이었다.

11 48년 질서와 대쌍관계 동학
1) 이승만은 대내적인 체제 안정을 꾀하고 국부와 다른 전투의지를 내세워 미국의 실질적인 국방 원조를 구하며, 소련의 남침 기도를 차단하기 위해 북진통일론을 내세웠다.
2) 49년 6월~10월에 집중된 게릴라 활동은 북한과 연계된 무력 시위였으며, 남한은 강력한 토벌 작전과 보도연맹 결성을 통한 자수와 밀고의 양동 작전으로 분란을 정리했다.
3) 전쟁 직전 남한은 좌파의 몰락과 전향으로 내부 교란이 완화되어 이승만의 입지가 확고해졌고, 개헌 시도를 통한 지배연합내 헤게모니 투쟁은 50년 총선거에서 외면받았다.


4부 48년 질서의 성격-북한

12 혁명적 동원체제의 구조
1) 인민군은 급진 군사주의로 대변되는 북한 사회의 축소판으로, 인민과의 일체성과 항일 운동 정신의 계승을 내세웠으며, 창군부터 등장까지 김일성 계열이 철저히 장악했다.
2) 의열단을 모태로 하는 조선의용군은 무정 휘하의 대규모 항일 부대로서, 소련군의 집단 입국 거부로 세력이 분산되어 지휘부에서 밀려났지만 중간간부의 주력을 구성했다.

13 혁명적 동원체제의 변환 : 군사주의의 등장과 확산
1) 인민군의 목적은 국가의 보위이고, 국가의 보위는 인민의 보위라는 진술은 가족의 국가화와 국가의 가족화라는 이중고리로 엮여서 인민, 국가, 군대의 일체화를 꾀한다.
2) 계획경제로 일궈낸 경제적 하부구조의 조기구축은 군사분야의 자신감과 실현의지를 높여 조국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남반부 인민구원론'을 뒷받침했다.
3) 북한은 대중의 이념 무장과 통일을 위한 체계적인 이론을 수립하고, 대중동원의 방대한 조직과 인민군과의 연계 및 동원을 위한 구체적인 규정을 갖춘 혁명적 동원체제였다.

14 대쌍관계 동학과 급진 군사주의
1) 49년 6월 인민군 공개 모집을 기점으로 38선 충돌에 근거한 군사적 자신감, 식민 부역을 정리한 도덕적 우월감, 남한 인민들의 과장된 투쟁 의식 등이 급진주의와 결합했다.
2) 극단적인 언사를 동원한 대남 선동과 빨치산 활동에 대한 과장된 칭송은 급진주의에 탐닉하여 이성적 판단을 폐기하고 군사적 낙관주의와 결합한 북한리더십을 보여준다.

15 결 론
한국전쟁은 본래 내것이던, 잃어버린 땅을 되찾으려는 열망에 사로잡힌 쌍생아들의 급진성과 오만함, 신의 반열을 탐낸 인간의 역설적인 무지몽매가 빚은 제전(祭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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