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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스마일리의 죽음은 내가 쉽게 용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마일리는 용감하고 재능 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글래스고 대학의 자리를 내팽개쳤다. 또한 내가 목격한 대로, 그는 흠 잡을 데 없는 용기와 흔쾌함으로 전선에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저들이 그에게 해준 일이라고는 그를 감옥에 집어넣고 방치된 동물처럼 죽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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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죽음에 화가 나는 것은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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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사건에 역사적 사실을 중첩하면 보이지 않던 진실의 일면이 드러난다는 말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다만, 거기에는
1. 해석의 여지가 있는 사건인가?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풀이는 따분하다)
2. 현재를 미화하기 위한 인용이 아닌가?
(꽃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 새싹의 싱그러움을 상기할 필요는 없다)
3. 선악의 구도를 벗어나 있는가?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산 자는 굶주려도 입만은 살아 있다)
4. 역사적 결과를 확정된 미래로 착각하고 있는가?
(역사는 이정표이지 단선 철로가 아니다)
를 검토하는 관조의 자세가 필요하다.
즉, 역사의 물길을 잇대어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예언자적 통찰을 과시하는 태도가 아니라, 유사한 상황과 인물구도의 결합이 전혀 다른 결과를 빚어내는 것이 인간 행위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앎은 삶을 되짚어볼 뿐,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인간은 지식과 실천, 용기와 겸손, 사려와 결단 사이에서 고뇌하는 시지프스이지, 정상과 지상에 동시에 거하는 신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