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 서양철학의 기원과 토대, 개정판
남경희 지음 / 아카넷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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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플라톤은 이성적 사유에 의한 진리 탐구를 대중 속으로 넓혔으며, 최상급이자 추상적인 실재의 세계를 상정하고 인간의 정신이 접근할 수 있는 토대를 세워 언어와 사유의 통약 가능성을 부단히 고찰하도록 이끈다. 
 
1 플라톤의 생애와 철학의 개관
1) 자연철학자들이 계시나 비의의 형식으로 진리의 독점권을 주장한 반면, 소크라테스는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대중들과의 문답을 통해 이성적 사유의 보편 가능성을 긍정하고, 플라톤은 이를 더욱 확장하였다.
2) 대화편은 철학적 문제들을 이성을 활용하여 진리에 이르려는 해답 추구 과정이며, 지혜에 대한 에로스적인 사랑의 표현인 바, 현실의 구체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여 이론적 탐구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3) 진리의 세계로 영혼을 180도 전향시키려면 철학자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가난하고 결여된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지혜와 아름다움을 실현하고자 하는 피교육자의 주체적인 노력이 절대적이다.
4) 형상은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실재 세계이자 철학적 인식의 선험적 조건으로서 사회 일반이 시공간적으로 공유하는 추상적이고 가치있는 공통의 의미들이 언어를 통해 전파/누적되면서 학문의 기반이 된다. 
 
2 윤리적 삶에서 인식과 이익
1) 윤리학의 핵심은 주지주의적 인식과 정의 및 도덕적인 행위의 근거가 공동체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며, 현재와 미래의 좋음의 가치를 정확하게 비교, 판단하는 측정의 기술(앎)이 필요하다.
2) 현대의 앎이 명제적, 정의적 지식이라면 플라톤이 강조하는 앎은 정신이나 영혼의 변화를 수반하는 윤리적인 앎이며, 이러한 존재론적 인식이 추상적 보편자에 대한 물음으로 발전하면서 이데아론을 예비했다.
3) 강자와 탁월한 자가 더 많이 가져야 할 것은 재화가 아니라 절제와 정의를 갖춘 통치력이며, 정치가의 절제된 정신은 시민들의 정신에도 질서를 부여하여 기하학적 형평성이 달성된 공동체의 이익을 가져온다. 
 
3 정신의 지향성
1) 에로스는 진선미를 지향하는 자연과 인간의 동일한 목적을 위해 학문과 기예를 연마하는 힘이며, 완전성에 대한 갈망이자 불완전한 상기와 간접적인 체험의 활동으로서 결여를 의식하고 반성하기에 아름답다.
2) 에로스는 모순을 품은 중간자로서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이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원동력이고, 에로스의 사다리를올라간 인간이 아름다움 자체를 닮은 영혼의 산물을 출산하고자 욕망하는 힘이다.
3) 우리는 현상계의 동일한 사물들을 보고 '동일함'을 인식할 수 있는데, 감각으로 경험한 사물들은 완전히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함'을 인식했던 영혼의 선험적 경험이 있으며 이것을 상기해내는 것이다.
4) 상기설은 이데아의 실재성이 선행되어야 하고, 사물들의 속성과 불완전성을 인지하기 위해서 형상과의 비교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형상의 인식이 필요하더라도 비교하는 순간에 있으면 된다는 약점이 있다.
5) 좋음의 이데아는 존재 자체가 지향하는 목표이고, 사물의 인식근거이며, 모든 것들의 존재 근거로서, 우리의 욕망이나 가치를 정의하고 행동으로 연결시킬 때 지침이나 기준으로 삼는 개념이자 실재하는 것이다.
6) 칸트는 플라톤의 형상 개념을 계승하여 자체적 선과 선의지 개념을 상정하면서, 이것들이 플라톤의 견해와 달리 인식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지만 믿음의 대상으로서 우리의 실천의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4 형상의 존재론
1) 형상론은 어휘들의 의미 근거이고 사물의 존재론적 원인이자 규정성의 근거이며, 윤리적 절대 규범을 제시하고, 객관적 인식의 기초를 제공하면서 언어와 정신을 확립하여 사유와 대화의 근원적 토대를 이룬다.
2) 형상들은 언어의 의미 근거를 마련하여 대화의 가능성을 설명하려는 전제인데, 고유한 형상들끼리 서로 특성을 공유할 수 없다는 특징은 어휘를 배열하여 명제(logos)를 만들지 못한다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3) 형상은 자기동일성에 갇혀 홀로 있는 존재가 아니라 본질에 더하여 타자와 결합할 수 있는 존재론적 기반을 갖고 있는데, 이를 잠재력(dynamis)이라 하며, 논리적 사고의 세계와 경험적 행위의 세계를 잇는다.
4) 중세의 보편자 문제는 보편성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신의 존재 문제와 개별 교회는 신국의 일부인 보편 교회의 현상적 외현이라는 관점, 그리고 아담이라는 보편자로부터 분유된 원죄를 해명하는 근거가 되었다.
5) 특수자는 시공간 내에서 연장성을 가지므로 이것을 지칭할 때 두는 일정한 거리와 대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식론적 의미들, 그리고 지칭하는 대상의 사념이 주체의 내면에 근거한다는 점이 모호성을 야기한다.
6) 보편자는 개체의 특정 행위의 활동을 야기하거나 집단 전체의 심성을 조직하여 역사적 사건을 이끌어내는 실재성을 띄지만 개체 간에 보편자의 합치를 확인할 방법이 없으므로 신의 계시와 같은 사밀성이 있다.
7) 언어적 규정성은 경험적 지칭의 불투명성이나 내적 지시의 주관성이라는 딜레마를 벗어나게 해주며, 어휘 의미의 공유성과 일정한 한정성을 통해 공동체 일반이 객관적인 의미를 갖고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 
 
5 국가에서 정의와 이성
1) 국가와 개인의 정의는 영혼의 각 부분들이 각자의 탁월함을 발휘할 수 있는 직분을 행하고 세 요소(이성, 기개, 욕구)를 조화시켜 다(多)에서 일자로 나아감이며, 각 부분이 서로의 기능에 간섭하는 것은 불의이다.
2) 정의의 근거를 대자적 인식에 두고 내면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주관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간의 괴리가 문제 되는데, 이는 통치자의 정의와 법과 제도의 올바름,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합리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3) 각 집단이 자신의 본분에만 충실하지 않고 국가 안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해하고 상호 조정할 때 국가 전체의 정의가 실현되며, 개인 홀로서는 충족할 수 없는 영혼의 결여를 타자와의 사회적 관계에서 채운다.
4) 폴리스의 개인들은 서로의 기능을 분유하여 존재론적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으며, 동시대뿐 아니라 시간적 타인들과도 교육과정과 제도를 통해 만남으로써, 철학적 지혜와 윤리적인 삶을 영혼에 심을 수 있다.
5) 인간의 영혼(혹은 시민들)은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어서 항상 갈등과 분열의 가능성을 내포하는 다(多)의 세계이며, 정의의 원리를 통해 다(多)의 현존을 수용하고 조화시키는 일자적 통합을 모색한다.
6) 서구의 이상국론은 1.고대 그리스의 존재론적, 윤리적 이상국론 2.중세의 기독교적 신국론 3.근대의 자연법적 국가론 4.현대의 자유주의적 메타 유토피아론이 있으며, 국가란 인간에게 무엇인가의 물음이다.
7) 서구 이상국론은 1.국가와 자연을 대립관계로 파악하고 2.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중시하며 3.이상국의 실현을 이성의 실현과 동일시하고 4.인간은 추구해야 할 이상을 실현할 잠재력을 지닌 존재라고 본다.
8) 이상은 완성된 미래를 향한 활동을 자극하고 개체의 내재적 목적과 집단의 외재적 목적 모두를 구현하려는 반성과 시도들의 총체적 구성물이기 때문에 실현된 상태가 아니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의 최적화이다.


6 세계 구성의 원리
1) 플라톤은 세계가 우연적으로 생성됐다고 가정하면 인간 사회도 우연의 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질서와 규정성의 근원인 비물질적인 힘을 주관하는 세계 지성(데미우르고스)을 상정하여 세계 구성론을 펼친다.
2) 사유란 개념적 활동이며 사유 대상을 전체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으로 파악하면서 보편타당성을 지향하므로 특수자들간의 국지적 인과관계로 구성된 현상계 너머의 차원에 설 수 있으며 언어로 이를 표현한다.
3) 세계 질서를 자신 안에 거울처럼 반영하는 인간의 지성(인식)은 세계 지성의 불완전한 모사물에 불과하지만 가치(선의지) 지향적이므로 윤리적 선택을 지향하며, 악덕은 이상적 질서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한다.
4) 플라톤의 법칙은 보편자들 사이의 관계로 표현되는 특성이기 때문에, 시공적인 단독성과 시간적인 비자기동일성이 특징인, 특수자들이 흘러다니는 자연세계의 필연은 인과율에 따르더라도 인과법칙이 아니다.
5) 플라톤에게 필연은 우연과 같은 것으로서, 기독교의 신처럼 무로부터의 생성을 의미하는, 원인의 부재가 아니라 당위와 가치의 반대, 규칙성의 반대를 말하며 법칙이나 의도가 반영되지 않는 무법칙적 사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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