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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쏘다, 활 - 일상을 넘어 비범함에 이르는 길
오이겐 헤리겔 지음, 정창호 옮김 / 걷는책 / 2012년 3월
평점 :
언젠가 한번 특별히 훌륭한 발사를 했을 때, 선생님은 이렇게 물었다.
"이제 '그것'이 쏜다는 말, '그것'이 명중시킨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시겠습니까?"
나는 대답했다.
"아니요. 도대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단순 명료한 것조차 혼란스럽게 느껴지는군요. 제가 활을 당기는 것인지, 아니면 활이 저를 최대의 긴장으로 당기는 것인지. 제가 표적을 명중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표적이 저를 맞추는 것인지. '그것'은 육신의 눈으로 보면 정신적이고, 정신의 눈으로 보면 육체적인지, 또는 둘 다인지. 그도 아니면 둘 중 아무 것도 아닌지. 활, 화살, 표적, 그리고 저 자신, 이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어서 더 이상 분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분리하려는 욕구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활을 잡고 쏘는 순간 모든 것이 너무도 맑고 명료하여, 그저 우습게 느껴지기..."
이 때 나의 말을 끊으며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방금 마침내 활시위가 당신의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갔습니다." 102)
선(禪)은 앎을 통과한 삶이다. 알려고만 하면 살아지지 않고, 살기만 하면 알 수가 없다. 끝까지 가서 처음으로 돌아오는 앎이며, 첫째 마음을 끝내 마음까지 간직한 삶이다.
제 마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찌 마음을 쏘겠는가.
아니 제 마음만 바라보는데 어찌 마음을 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