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넥세노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5
플라톤 지음, 이정호 옮김 / 이제이북스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크라테스 : 음, 메넥세노스, 정말 여러 가지 점에서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치는 것은 훌륭한 일인 듯하이. 왜냐하면 설령 가난한 자가 전사했을지라도 훌륭하고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지고, 또 설령 모자란 사람일지라도 지혜로운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기 때문이지. 더욱이 그들은 대충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연설을 준비해서 칭송하니까 말이야. 그들은 이런 식으로 근사하게 칭송하거든. 즉 전사자 각각에 대해 그가 세운 무공이건 아니건 다 들먹이며, 그것들을 가능한 한 온갖 미사여구로 최대한 수식해 우리들의 넋을 빼놓지. 그들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나라를 찬양하고 또 전쟁에서 죽은 자를 찬양하고 그리고 또 그 옛날 우리들의 선조 모두와 아직 살아 있는 우리들 자신들도 칭송하는데, 메넥세노스여, 그 결과 나도 그들로부터 칭송을 받아 아주 고귀해지는 것 같다네. 그래서 그럴 때마다 귀 기울여 듣다가 매료돼 딴 사람이 돼 버리곤 하네.

내가 갑자기 더 커지고 더 고귀해지고 훌륭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야. 그리고 대개의 경우 외국인 몇 사람과 같이 가 함께 연설을 듣는데 나는 그때마다 그들 앞에서 갑자기 한층 위엄이 서는 기분이 들더군. 왜냐하면 내 생각에, 그들도 나와 그 밖의 다른 시민들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는 느낌과 똑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네. 즉 그들은 연설자에게 설복되어 이 나라가 자기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놀랄 만한 나라가 되었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거든. 그리고 위엄이 서는 이런 기분이 나에게는 사흘 이상 계속되네. 그 정도로 연설자의 말과 소리가 쟁쟁하게 내 귓속에 울려 들어와 나흘이나 닷새째가 되어서야 겨우 나 자신으로 돌아와 내가 어떤 세상에 있는지 알게 되는데, 그러기까지는 나는 그저 내가 축복 받은 사람들의 섬에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젖어 있네. 그 정도로 우리의 연설가들은 수완이 대단한 사람들이야. 234c-235c,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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