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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스트적 논박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8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김재홍 옮김 / 한길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서론
1) 참된 추론과 궤변적인 논박을 대조하여 분명하게 금긋는 일은 지혜로운 사람의 책무인데,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단속하고, 다른 사람의 오류를 지적하여 올바른 논의로 이끄는 작업이다.
2) 교수적 논의는 학문의 고유 원리로부터 추론하고, 변증술적 논의는 통념에서 출발해 명제를 검증하고, 검토적 논의는 주제에 대한 사전 지식을 전제로 추론하고, 쟁론적 논의는 통념과 추론을 가장하는 것이다.
오류의 발생
1) 말의 애매함의 오류는 두 의미를 함께 사용하는 오류이다.('병들어 있으면서 동시에 건강하다.'는 명제에서 '병든 사람'은 '현재 병들어 있는 사람'과 '이전에 병들었던 사람'이라는 두 가지 뜻을 지니고 있다.)
2) 모호한 문장의 오류는 문장구조의 모호성에서 발생하는 오류이다.('누군가가 아는 것, 그것은 아는 것인가?'라는 명제에서 앎이란 '알고 있는 사람'과 '알려진[인식된] 것'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3) 결합의 오류는 두 말을 잘못 결합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이다.('사람은 쓰고 있지 않으면서도 쓸 수 있다.'는 명제는 '쓸 수 있는 능력'과 '쓰고 있지 않은 상황'을 결합하여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표현한다.)
4) 분리의 오류는 말을 잘못 분리해서 발생하는 오류이다.('내가 노예로서 너를 자유롭게 했다.'는 명제는 '노예 상태로서의 자유를 주었다'는 의미와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켜 주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5) 강조 혹은 억양의 오류는 주로 글에서 악센트나 억양 변화로 발생한다.('우리[신]들이 아가멤논에게 기원의 성취를 허락한다.'는 문장의 억양을 바꾸어 '꿈에게' 기원을 들어주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해석한다.)
6) 표현형식의 오류는 언어의 문법적 형식에 대한 잘못된 추론에서 발생한다.('건강한 것'이라는 말과 '자르는 것' 혹은 '건축하는 것'은 표현 형식이 같지만, 전자는 질[상태]를 말하고 후자는 행위를 말한다.)
7) 부대하는 것(우연)의 오류는 어떤 속성이 그 사물과 그 사물에 부대하는 것에 함께 속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만일 코리스코스가 소크라테스와 다르고, 소크라테스가 인간이라면, 코리스코스는 인간과 다르다.)
8) 한정된 표현을 단적인 표현으로 사용하는 오류는 부분적인 표현을 단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한다.('인간이 아니라면 있는 것이 아니다.'의 명제에서 '특정한 것이 아닌 것'과 '단적으로 있지 않는 것'은 다르다.)
9) 논박의 무지의 오류는 추론과 논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이고,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는 증명되어야 하는 애초의 논점을 전제함으로써, 논의되어야 하는 논점의 승인을 요구하는 오류이다.
10) 결론에 의한 오류는 A가 있을 때 B가 필연적인 경우에 B가 있으면 A도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이다.(비가 내렸을 때에는 언제나 땅이 젖어 있기 때문에, 만일 땅이 젖어 있다면 비가 내렸다고 생각한다.)
11) 원인이 아닌 것을 원인으로 삼는 오류는 논의가 마치 그것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처럼 원인이 아닌 것을 붙이는 것이고 복합 질문의 오류는 두 질문을 하나로 만들어 물음으로써 답변이 전제를 인정하게 만든다.
12) 논박은 상대방의 주장의 모순을 보여주고 부정하려는 것이지, 어떤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에 대한 상세한 논변을 펼칠 필요가 없으며, 결론을 질문의 형식으로 내놓아서는 안 된다.
오류의 해소
1) 궤변적 논의에 대한 탐구는 언어를 사용하는 명제의 특성상 각각의 낱말과 이름들간의 관계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의 추론을 올바로 교정하는 수단이 되는데 그 바탕에는 꾸준한 연습이 있다.
2) 질문에 내포된 의미의 불명확성은 반드시 설명되어야 하며, 답변자는 이러한 전제를 단적으로 승인해서는 안 되고, 의미가 불분명한 전제가 계속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말의 의미를 하나로 고정시켜야 한다.
3) 답변자는 질문의 전제에 내포된 여러 의미를 미리 부정할 필요가 없이 그것을 수단으로 이용하면 된다.('침묵하면서 말함'이라는 명제를 '침묵하는 자의 말함'과 '침묵하는 자는 말할 수 있음'으로 수정한다.)
4) 논증의 참과 거짓은 불변하는 실체가 아니라 그 실체의 변화하는 질에 달려있고, 질은 실체에서 분리될 수 없으므로 개별자로서의 인간과 보편자로서의 인간을 포괄하는 '제3의 인간' 명제는 성립할 수 없다.
5) 어떤 사물에 부대하는 속성이 참이라고 해서 그 사물 자체도 참이라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이 사람을 아는가? 모른다. (두건을 벗고) 그를 아는가? 예. 그렇다면 당신은 그를 알면서 동시에 알지 못하는가?)
6) 단적인 언어와 한정적인 언어를 구분해야 한다.('같은 사람이 동시에 자신의 서약을 지키고 또 깨는 것이 가능한가?'에서 '특정한 서약을 지킨다'가 '무조건적으로 서약을 지킨다'를 이끌어내지는 않는다.)
결론
변증술은 우리에게 제기된 어떠한 주제에 관해서도 가장 일반적인 전제에서 출발하여 추론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며, 나는 그저 성과와 결과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지식(테크네)을 교육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