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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사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6월
평점 :
<아 침>
양쪽 모두가 원대한 포부를 품고 전쟁에 전력을 쏟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할 때는 누구나 열성을 다하는 법인데다, 당시에는 펠로폰네소스에도 아테나이에도 전쟁이 뭔지 몰라 전쟁이 싫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147p
<점 심>
사람들은 행위를 평가하는 데 통상적으로 쓰던 말의 뜻을 임의로 바꾸었다. 그래서 만용은 충성심으로 간주되고, 신중함은 비겁한 자의 핑계가 되었다. 절제는 남자답지 못함의 다른 말이 되고, 문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엇 하나 실행할 능력이 없음을 뜻하게 되었다. 충동적인 열의는 남자다움의 징표가 되고, 등 뒤에서 적에게 음모를 꾸미는 것은 정당방위가 되었다. 287p
<저 녁>
아테나이인들은 모든 전선에서 완패했고, 그들의 고통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들은 보병이며 함대며 모든 것을 다 잃었다. 그 많던 자들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온 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이상이 시켈리아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650p
무려 2500년 전에 그리스의 두 제국이 전쟁을 벌였다(중국은 춘추시대 말기였고, 한반도에 철기가 들어오기 전이었다). 스파르타는 날로 강대해지는 아테나이에게 두려움을 품었고, 아테나이는 지배자로 올라선 자신의 지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일념에 모든 것을 걸었다. 스파르타는 극강의 군국주의 국가였고, 아테나이는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였다.
전쟁은 시작하기 전에는 희망과 열정의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일단 시작하고 난 뒤에는 피로와 후회의 연속이었으며, 마침내 끝났을 때에는 침묵과 폐허만을 남겼다. 20세기의 초입에서 인류는 제국주의의 기치 아래 본 과정을 무서우리만큼 정확하게 반복 경험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다시금 정념의 에로스에 도취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