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횡단갑자기 앞차가 급정거했다. 박을 뻔했다.뒷좌석에서 자던 아이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습관화된 적개심이 욕이 되어 튀어나왔다.앞차 바로 앞에서 한 할머니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복판이었다.멈춰 선 차도 행인도 놀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좁고 구불구불하고 한적한 시골길이었다.걷다 보니 갑자기 도로와 차들이 생긴 걸음이었다.아무리 급해도 도저히 빨라지지 않는 걸음이었다.죽음이 여러 번 과속으로 비껴간 걸음이었다.그보다 더한 죽음도 숱하게 비껴간 걸음이었다.속으로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본 걸음이었다.이제는 죽음도 어쩌지 못하는 걸음이었다.느린 걸음이 인도에 닿기도 전에 앞차가 튀어나갔다.동시에 뒤에 늘어선 차들이 사납게 빵빵거렸다.----------------------바싹 마른 나무 껍질 같은 시어를 끈질기게 씹어보니 누런 속살에서 생기가 배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