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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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의 한심함을 인식한다고 해서 나와 비슷한 이들의 한심함과 내가 화해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타인에게서 자기 자신의 비천함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서로 형제처럼 결속된다든가 하는 일만큼 내게 역겨운 것은 없다. 그런 메스꺼운 형제애는 사양한다.-115쪽

나는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벌써 천국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있다고 믿었던 그 시절을 떠올린다. 그들은 얼마나 긍지에 차 있었던가. 그것은 그들의 천국이었고, 저 하늘 높이에서 아무도 그들을 도와주지도 않는데 그들 스스로 거기에 도달한 것이 아니었던가! 다만, 그후, 그 천국은 그들의 눈밑에서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298쪽

내가 이 세계를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오늘 아침, (뜻밖에도) 이 세계를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쓸쓸한 모습으로. 이 세계는 화려한 치장과 광고로부터 버림받았고, 정치적 선전으로부터, 사회적 유토피아들로부터, 문화 담당 공무원 집단으로부터 버림받았다. 이 세계는 내 세대 사람들의 열정에 찬 지지로부터 버림받았고 (또한) 제마넥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 이런 고독 속에서 이 세계는 정화되었다.-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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