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예수 -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도마복음'풀이
오강남 지음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그함마디 문서 중에 가장 유명한 '도마복음'은 예수의 어록으로 이루어져 있고 공관복음과 많은 비유를 공유하고 있지만, 내면의 깨달음에 강조점을 두고 있어서 정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흔히 영지주의라 하면 비교秘敎적 신비주의나 은밀한 입교의식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게 된다. 영지주의가 워낙 다양한 분파를 하나로 뭉뚱그린 명칭이기 때문에 그런 경향의 종파도 있지만, '도마복음'은 예수의 비유 속에 감추인 뜻에 도달하여 우리들도 각자覺者의 경지에 이를 것을 촉구하는 말씀이다.

저자도 각 절마다 주석을 달면서 도가나 불가의 가르침을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양자의 친연성이 단지 비슷한 비유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명상과 자아 성찰을 통한 깨달음(득도, 성불)을 중시한다는 본질적인 유사성 때문이다. 피조물과 완전히 절연된 유일신의 그늘 아래서 살아온 서양인들이 이런 사고법에 낯선 경외심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화두와 같은 가르침을 통해 해탈에 이르려는 선불교나 호흡법과 단약을 이용하여 인간도 신선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도교사상을 오랜 세월동안 체화한 동양인에게 '도마복음'은 '노자'나 '장자' 같은 고전속의 중층된 어록과 별다르지 않다.

신자 각각의 소우주를 중시한 이런 가르침이 주교 아래 통일된 교단을 세우려는 문자중심주의자들에게는 심히 거슬렸을 게다. 동양도 분서갱유와 같은 사상 통일의 참사를 겪었지만 그 기간이 짧았고 무엇보다 이 백가쟁명이 정치사상으로 그쳤기에 후대까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지면, 영지주의는 종교의 틀 아래서 믿음의 영역을 다투어야 했기에 로마제국을 점령한 가톨릭의 박멸 시도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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