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문화사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돌베개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중세 후기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 유럽인들의 밤은,

고혹적인 요정과 유령이 뛰놀고,
술에 취한 음란과 향락이 넘쳐나며,
재물을 노린 도둑질과 방화가 벌어지고,
불만과 혈기를 해소하려는 폭력이 난무하는,

해방과 일탈의 공간이었다.

어둠은 모든 신분을 가려주는 가면이었고, 이 가장 무도회는 흥겨움과 도취로 시작되어 약탈과 무법으로 얼룩지곤 하였다.

신분과 가난에 억압당한 자들은 조용한 꿈속에서 도피처를 찾지 않고, 밤의 세계를 점령하고 낮의 질서에 도발을 함으로써 현실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곤 했다.

근대 국민국가의 형성과 함께 총칼이 난무하는 밤의 지형도 점차 제도 안으로 편입되어 순화의 과정을 거쳤지만, 지금도 여전히 어둠이 내려앉으면 도시의 어느 구석에서는 고담의 그림자가 배회를 시작한다.

소소한 에피소드를 엮어서 근대 이전의 유럽 사회의 유쾌한 야만성을 잘 복원한 막장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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