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초대교회 형성사
루돌프 불트만 지음, 허혁 옮김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199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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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저작은 정신사적 의미에서 초대 그리스도교에 영향을 끼친 구약의 율법, 그리스적 사유, 성신론, 밀의종교, 그리고 영지주의에 이르는 각종 사상들을 분석하고 그것들과 초대 교회의 사상적 영향관계(특히 바울과 요한복음)를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은 고도로 상징화되고 함축적인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표면적 해석을 통한 일차적인 접근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역자 후기에 보면 저자가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방법론에 많은 공감을 표하고 이를 응용했다고 하니, 충분히 수긍이 간다.(한마디로 졸라 어렵다)

짧은 이해 중에 흥미로운 지점은 서양의 직선적인 역사발전론에서 다소 벗어나 동양의 순환론적 숙명론과 조응하는 지점들이다. 물론 이때의 숙명은 동양의 物極必反처럼 인간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어떤 비정형의 힘이나 순리와 같은 운행질서 안에서 우연적으로 벌어지는 상황과는 다르다.

거기엔 자유의지를 발산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징계하는 신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므로 철저히 신적 질서를 전제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개체의 직선 운동이 실제로는 거대한 원의 표면을 달리는 섭리의 일부분이라는 필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이성을 발현하여 신에게서 끝없이 고개를 돌리려 하지만, 신은 그 오만함을 구원의 배제라는 절대적 운명으로 징치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물극필반의 반전은 회개와 돌아옴의 수단이 되며 이것은 수시로 벌어지는 반전과 후퇴를 포함한 운동이다.

결국 기독교적 소망은 천국을 예비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그 미래를 끝없이 현재화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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