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3분 - 우주의 기원에 관한 현대적 견해
스티븐 와인버그 지음, 신상진 옮김 / 양문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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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문학과 달리 과학의 세계에는 고전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 그의 100년 전 논문을 굳이 뒤져 볼 필요는 없다.

'최초의 3분'은 그런 점에서 환경운동의 고전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비슷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낡은 상황과 논리의 전개를 지켜보는 일은 때때로 지루한 일이다(물론 그의 주요 논점은 지금도 살아 숨쉰다. 단지 몇 가지 수정 또는 검증이 이루어졌을 뿐이다).

그러나 이 당혹감은 또한 그만큼의 경이로움을 수반한다. 그렇게 열정적이고 확신을 불러일으켰던 최신이론이 불과 20~30년 만에 낡은 축음기처럼 덜거덕거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놀라운 지적 진보의 속도를 반증해주기 때문이다.

아마 20~30년이 다시 지나고 나면 우리가 지금 최선이라 믿는 수많은 이론들도 유물의 창고 앞에 줄서서 대기하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고정된 완벽함이란 없으며, 이 우주의 넓이만큼 지식의 세계 또한 무한하다는 사실, 그 사실 아래서 지적 겸손함을 갖는 것이 무뎌진 세월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현재화된 감동으로 다가오는 본 저작의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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