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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윌리엄 D. 하텅.벤 프리먼 지음, 백우진 옮김 / 부키 / 2026년 2월
평점 :
프롤로그 : 군비합중국의 탄생
"미국 대외 정책을 둘러싼 싸움에서는 전쟁으로 이익을 누리는 집단이 거의 언제나 승리해왔다. 오늘날의 전쟁 기계는 아이젠하워 시대보다 훨씬 더 많은 사회 영역을 지배하고 있다. 더 많은 세금을 먹어치우고, 아이젠하워가 상상도 못 했을 규모의 초대형 기업들을 떠받치고, 싱크탱크와 대학, 스포츠, 할리우드, 게임산업, 주류 언론을 통해 광범위한 정치적·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전쟁 기계의 정치 권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반면에 이 전쟁 기계가 효과적인 국방력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제공할 역량을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해마다 미군에 더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왜 얻는 성과는 갈수록 줄어드는 걸까? 물가 상승을 고려해도 현재 미국은 냉전 시절 기록한 최고액보다 1000억 달러를 더 쓰고 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하면 현역 병력도 절반, 해군 함정도 절반, 공군 전투기도 절반 수준이다. 미국은 거의 1조 달러짜리 전쟁 기계를 만들었지만, 이 기계는 고장 나 있다."(23-4)
1부 고장 난 전쟁 기계
1장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무기 딜러가 되었나
"미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무기 시장의 43% 이상을 장악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3배, 중국의 6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은 전 세계 107개국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상 국가의 절반이 넘는 숫자다. 왜 미국은 그렇게 많은 무기를 판매할까? 국방부나 국무부 관리에게 묻는다면, 미국산 무기가 안정을 강화하고 동맹국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미국산 무기는 불안정을 줄이기보다는 오히려 증폭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뚜렷이 드러내는 증거가 미국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 등에서 벌이는 전쟁과 미국의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강력한 지원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예멘부터 수단, 리비아까지 중동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극단주의 세력과 억압적인 반군 조직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미국산 무기는 세계 대부분의 분쟁에 불을 지필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병기창”이라는 주장과 달리 비민주적 정권에 너무나 자주 공급된다."(40-1)
"이 치명적인 무기 거래에서 명확한 승자는 무기회사들뿐이다. 전쟁과 전쟁 준비는 미국의 초대형 방위산업 기업들의 생명줄이다. 9·11 이후 지난 20년 동안 상위 5개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보잉, 제너럴 다이내믹스, 노스럽 그러먼은 국방부와 해외 바이어에 대한 판매 계약으로 2조 달러를 나누어 가졌다. 전체로 보면 이 기간에 미국 국방부가 지출한 14조 달러 중 절반이 민간 군수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이익 하나만으로도 미국이 전 세계에 무기를 보내는 관행을 재고하도록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방위산업계가 전쟁을 핑계로 오랫동안 원해왔던 특혜를 압박해 얻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방위산업계는 가격 부풀리기에 대한 규제 완화와 해외 판매 승인 절차의 신속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대량 생산에 들어가기 전 주요 무기 체계에 대한 시험 같은 핵심 절차를 축소함으로써 국방부의 무기 조달 과정을 더 빠르게 만들 것을 주장하고 있다."(42-3)
2장 ‘민주주의의 병기창’에서 ‘끝없는 전쟁 공장’으로
"이미 1961년 아이젠하워가 유명한 연설을 했을 때조차 미국은 세계의 자유 수호자에서 세계의 전쟁을 생산하는 병영 국가garrison state로 변모할 위험에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 최악은 이런 배신의 결과 세상이 미국인 자신들에게 더 위험한 곳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 위험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영역은 다름 아닌 핵무기 경쟁이었다. 이는 아이젠하워 집권기에 본격 시작되었는데, 합리적인 방위 개념만큼이나 자금 추구 욕구에 따라 추동된 것이었다. 핵무기 예산의 더 큰 몫을 차지하려고 해군과 공군이 벌인 세력 다툼은 명확한 승자를 가린 뒤 끝나는 대신 값비싼 타협으로 마무리되었다. 바로 ‘3대 핵전력nuclear triad’(핵 3축, 핵 3원) 체계였다. 이는 미국이 육상, 공중, 해상 세 축을 기반으로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런 3축 접근법이 군사적으로 꼭 필요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에 앞서 펼쳐진 온갖 전략적 수사 아래 감추어진 실상은 단지 홍보 경쟁에 불과했다."(63-5)
"3대 핵전력 체계의 공식 근거는 적이 선제공격으로 미국의 전체 핵무기 보유고를 한꺼번에 파괴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근거는 해당 프로그램들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야 마련되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3대 핵전력 체계 개념은 미국 핵 정책 논의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어서 워싱턴의 국가 안보 기구 내에서는 사실상 비판이 통하지 않는다. 미국의 무기회사들은 해군과 공군이 다투는 내내 바짝 달라붙어 관여했다. 이들이 핵무기 예산 확대를 위해 가장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은, 소련과 미국 사이에 위험한 ‘미사일 격차missile gap’가 존재한다는 점을 대중에게 납득시키려는 캠페인이었다. 그들의 주장은 미국이 선제공격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이 '격차'라는 개념은 주로 군복을 입은 군 고위층과 미국 정보 기관, 군수산업 관계자들의 압력으로 언론과 의회를 통해 널리 퍼졌다. 핵무장 신형 폭격기 제조 캠페인과 더불어 미사일 격차 논란은 군산복합체가 작동한 초기 사례였다."(67-8)
"다음에 이어진 것은 베트남전쟁이었다. 케네디가 깊게 개입한 이 전쟁을 후임인 린든 존슨과 리처드 닉슨이 관장했다. 케네디는 매파로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고, 당시 부통령으로 출마한 닉슨을 능숙하게 제치며 승리했다. 집권 후 케네디는 국방부 지출 확대를 추진했는데, 여기에는 다수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예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케네디가 베트남에서 미국 개입 확대의 씨앗을 뿌렸다는 점이다. 그는 베트남 주둔 미군 군사 고문단을 700명에서 1만 6000명 이상으로 늘렸다. 미군의 개입은 1960년대 내내 꾸준히 확대되었고, 그 결과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을 물리치는 데는 거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 곧 미국은 이 전쟁터에서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50년 뒤 바이든이 그랬듯이 닉슨은 미군 사망을 줄이고 미국 이익을 저비용으로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기 판매라고 결론 내렸다."(70-1)
"닉슨은 앞으로 미국은 대규모 병력을 해외에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미국은 이란의 샤 같은 ‘대리인’에게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대리인에게 해당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켜주는 대가로 미국산 무기에 대한 사실상 무제한 접근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닉슨은 예컨대 앞으로 아시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목표는 “아시아 병사들이 아시아 병사들과 싸우게 하는 것”이지 미군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닉슨의 새로운 정책은 훗날 ‘닉슨 독트린Nixon Doctrine’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지미 카터는 1976년 대선 후보로서 인권을 지지하고 무기 판매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후 카터 역시 결국 대외 정책에서 군사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다. 마지막 국정 연설에서 카터는 미국이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해 페르시아만에서 미국 이익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이 입장은 ‘카터 독트린Carter Doctrine’으로 알려지게 되었다."(71-2)
"베를린 장벽 붕괴와 소련 해체 이후 ‘지상군 투입’ 방식의 분쟁 개입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던 빌 클린턴은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 정권을 상대로 대규모 폭격 작전을 벌였고, 냉전 종식 후 몇 년 동안 감소했던 국방부 예산을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을 시작했다. 그는 1995년 국정 연설에서 국방부 예산은 건드리지 않은 채 다른 모든 연방 재량 지출 프로그램을 20% 삭감하자고 제안했다. 클린턴은 1994년 말 국방부 예산을 수년에 걸쳐 250억 달러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임기 말에는 6년 동안 1120억 달러 증액을 제안했는데,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더 큰 예산 증액을 위한 발판이 되었다. 클린턴의 국방 정책 가운데 가장 오래 지속된 것은 방위산업에서 합병을 장려하고 보조하는 정책이었다. 덕분에 록히드 마틴과 레이시온(현 RTX) 같은 거대 기업이 탄생하는 길이 열렸다. 방위산업의 통합은 결과적으로 군수업체들에 더 큰 협상력을 안겨주었다. 주요 방산업체의 수는 51개에서 단 5개로 줄어들었다."(74-5)
"군사주의적인 성향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널리 알려진 대로 클린턴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끝없는 전쟁을 시작해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부시는 이 분쟁들을 주도한 유일한 인물은 아니었다. 오바마는 이라크 개입 같은 〈어리석은 전쟁〉에 반대하며 선거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집권 후 그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을 증강했고, 드론 공격을 확대했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가장 높은 국방부 예산을 기록했다. 그 결과 수천 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고 수만 명이 부상당했지만 그 전쟁들을 끝내지도 못했고,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도 못했다. 대선 유세에서 했던 공약과 반대로 국방부 예산을 증액하는 행태는 도널드 트럼프 시기에도 이어졌다. 2016년 대선 기간과 당선 후 취임하기까지 기간에, 트럼프는 무기 계약업체들이 납세자들을 등쳐먹고 있다며 그들을 단속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취임 몇 달 만에 그는 바로 그 업체들을 따스하게 감싸안았다."(75)
3장 아마겟돈 속 폭리 취득자들
"핵 시대 초기부터 미국 핵무기 보유량의 규모는 최선의 방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에 관한 고려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크게 예산 영역 다툼과 계약 확보 경쟁에 의해 좌우되었다. 잠재적으로 세계를 끝장낼 수 있는 무기들을 만드는 데 얽힌 예산과 이윤, 일자리는 거대한 사업이다. 핵무기 생산에 관여하는 업체들을 비롯한 군수기업들은 2024년 한 해 동안 로비 활동에 1억 48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이들 덕분에 군수기업들은 미국인이 필요로 하지도 않고 가격도 감당할 수 없는 자신들의 무기 체계에 들이는 세금을 쓸어 담기가 대단히 유리해진다.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를 보유한 지역 사회의 지도자들은 기지의 존재와 향후 대륙간탄도미사일 예산 및 배치가 지역 수입과 고용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노스럽 그러먼 같은 기업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지가 위치한 주의 기업들 및 지역 사회 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다. 이런 관계는 무기회사들이 워싱턴 내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기반이 된다."(86-90)
"그러나 1950년대에는 중요했을지라도 오늘날의 경제 환경에서는 군사 지출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군사 지출이 지역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 혜택이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집중되었거나, 오히려 건전하고 다변화된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방해물이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사업이 이루어진다고 주장되는 32개 주 중 대부분은 극히 적은 일자리만 얻게 될 것이다. 노스럽 그러먼이 주장하는 일자리 1만개가 고르게 분배된다면 주당 약 310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주가 그보다 적을 텐데, 이는 해당 프로젝트 관련 고용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할 새로운 생산 시설이 유타주에 있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투입되는 수십억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일자리만 만들어낼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같은 돈을 다른 어느 곳에 쓰더라도 훨씬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93-6)
4장 죽음을 파는 상인들
"‘통합 타격 전투기Joint Strike Fighter, JSF’ 프로젝트는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는데, 이 프로젝트에서 개발하기로 한 F-35 전투기는 초기에 군수 조달의 미래로 떠받들어졌다. 그러나 초기부터 F-35는 예산 초과와 성능 문제에 시달렸다. 복잡하고 상충하는 요구 사항들이 애초에 이 프로그램에 욱여넣어졌기 때문이다. F-35는 모든 이들에게 모든 것이 되기를 요구받았다. 즉 공군에는 전투기/폭격기, 해군에는 항공모함 이착륙 전투기, 해병대에는 단거리 이륙 및 수직 착륙기가 되어야 했다. 배경이 된 발상은 공통 기종 하나를 각 군의 필요에 맞게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F-35는 요구된 임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상군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에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많은 폭탄을 탑재하기에는 기체가 너무 가볍다. 공중전에서는 이전 세대 전투기들보다 열세이다. 게다가 유지·보수가 너무 어려워 거의 절반의 시간을 격납고에서 정비받으며 보낸다."(110-1)
"지금까지 록히드 마틴은 자사의 실패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록히드 마틴과 동업자들은 정부의 감시와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펜타곤 자금을 더 빨리 받아내려고 한다. 이는 업계의 숙원이었는데, 이들은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상황을 빌미로 이를 되살리고 있다. 방산업계의 요구 목록은 펜타곤 핵심 관리들의 목표와 대체로 일치한다. 여기에는 펜타곤 보조금을 받아 더 많은 무기 공장 짓기, 복잡한 무기 구매 규정을 단순화해 서류 절차를 줄이고 군에 납품되는 무기 체계가 광고한 대로 작동하는지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과정 축소하기, 성과와 무관하게 특정 공급업체를 이용하도록 펜타곤을 묶어두는 다년 계약 시행하기, 기업이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가격 정보의 양을 줄여 기본 품목에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기 쉽게 만들기, 그리고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국가들의 인권 기록 심사 기간 단축 등 해외 고객에게 무기를 신속히 공급하는 데서 걸림돌 제거하기 등이 포함된다."(112-3)
2부 전쟁 기계의 비용
5장 해외에서는 끝없는 전쟁, 국내에서는 끝없는 비용
"미국의 군사 예산은 2024년에 거의 9000억 달러에 달했고, 이는 사회보장제도나 메디케이드Medicaid 같은 권리성 지출을 제외한, 연방 정부가 집행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는 재량 예산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비중을 차지했다. 즉 연방 세금 중 교육, 환경 보호, 직업 훈련, 과학 연구, 법 집행 등 다른 주요 정부 활동 전체보다 더 많은 금액이 펜타곤으로 흘러들어간다는 뜻이다. 게다가 9000억 달러는 전쟁 기계의 총예산 비용을 보수적으로 잡은 금액이다. 이 수치에는 펜타곤 예산과 더불어 에너지부의 핵탄두 관련 사업 예산이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많은 예산 항목들도 존재한다. 여기에는 국토안보부와 보훈부의 예산, 국무부 예산에 포함된 군사 원조와 과거 군사 지출로 인한 국가 부채 이자 부담분이 포함된다. 이렇게 군사 지출을 더 빠짐없이 집계한 연간 총액은 거의 1조 5000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처럼 폭주하는 지출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2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140-1)
"단지 재정 비용만 걸린 사안이 아니다. 21세기 내내 이어진 미국의 끊임없는 분쟁 개입이 초래한 가장 충격적인 결과 중 하나는 바로 이 전쟁들을 수행한 군인이 입은 피해였다. 최소 190만 명의 참전 용사가 9·11 이후 미국이 치른 전쟁을 겪었고, 7000명이 넘는 미군 병사가 목숨을 잃었으며, 수십만 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성 뇌손상, 심각한 신체 부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정된 자원을 전쟁 기계에 쏟아붓는 선택은 공중 보건과 영양, 의료, 환경 보호 등 다른 우선 과제들을 고사시킨다. 이러한 분야에 대한 지출 부족은 또 다른 팬데믹 발생 위험, 수천만 미국인의 굶주림, 치료받지 못하는 질병, 더 오염된 공기와 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히 예산 편성의 불균형 문제가 아니다.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의 위태로운 목숨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제다. 이 모든 결과로 1억 4000만 명의 미국인이 빈곤 속에서 살거나 작은 위기 하나만으로도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다."(142-3, 146)
6장 해외 군사기지와 군사 과잉 확장의 비용
"수천 명의 병력이 주둔하는 완전한 요새든, 무장 드론의 발진 기지 역할을 하는 소규모 시설이든, 위기 상황에서 미군이 접근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비축해두는 ‘전진 배치 거점’이든, 해외 군사기지는 미국의 대외 정책이 실행되는 가장 눈에 띄는 상징이다. 미국의 군사기지는 전 세계 80개국에 걸쳐 750곳이 존재한다. 이 방대한 해외 주둔망을 기반으로 미국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78개국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했다. 게다가 17만 명이 넘는 미군이 상시 해외에 주둔하고 있다. 이 해외 기지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은 무려 550억 달러에 달한다. 천문학적인 국방부 예산을 밀어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이처럼 ‘전 세계를 포괄하는’ 미국의 군사 전략이다. 이 전략의 목표는 언제, 어디서든, 짧은 준비 기간만으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은 전 세계에 걸쳐 있는 기지 네트워크에 단단히 뿌리를 두고 있다."(157-8)
"미국이 전투 병력 파병에는 점점 더 주저하게 되었음에도 군사기지에는 더욱 집착해왔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무기인 드론을 운용하려면 여러 주요 기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직접 개입한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그 결과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핵심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의 대외 정책과 군사 정책을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쟁politically sustainable warfare’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이는 전투 지역에 투입되는 미군 병력을 줄이고 미군의 사상자를 최소화함으로써 본국 내에서 본격적인 반대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낮은 형태의 군사 개입을 뜻한다. 바이든 임기 동안 미국의 가장 눈에 띄는 군사 행위는 동맹국에 대한 무기 지원 확대였는데, 특히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의 결과는 참혹했다. 무차별 폭격을 부추겨 지금까지 4만 6000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그중 많은 수가 여성과 아동이었다."(172-5)
3부 전쟁 기계의 판매
7장 전쟁 기계의 로비스트들은 어떻게 워싱턴을 설득하는가
"로비스트의 연봉이 아무리 화려하다 해도 그 돈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계약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군수업체들에는 한 푼도 아깝지 않은 투자다. 군산복합체가 가진 영향력의 무기는 실로 다양하지만, 다른 어떤 것도 로비만큼 직접 미국 정책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국방부 계약업체들은 영향력 게임에서 거의 비용을 아끼지 않으며, 미국 정책을 자기들 뜻대로 비틀기 위해 소규모 ‘로비스트 군대’를 구축해왔다. 2024년 한 해에만 국방부 계약업체들은 로비에 1억 4800만 달러 이상을 썼고, 로비스트 945명을 고용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오늘날의 전쟁 기계는 의원 1명당 거의 2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있으며, 의원 1명당 27만 5000달러 이상을 로비 자금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하원 의원과 상원 의원 대부분 연봉이 20만 달러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방부 계약업체들이 의회 의원들이 버는 돈보다 더 많은 자금을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쓰고 있다는 뜻이다."(196-7)
"개별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진은, 의회 위원회 소속이 아닌 경우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폭넓은 분야를 맡고 있기 때문에 매일 모든 업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기란 불가능하다. 보좌진은 이렇게 경험이 부족하고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업무가 많은 가운데, 방대한 법안을 제한된 시간 안에 분석하고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에게 권고안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처한다. 예를 들어 2024년 국방수권법NDAA(일명 국방정책법안)은 거의 1000쪽에 달했다. 이 수많은 페이지 중 어느 한 문구의 뉘앙스 차이가 상관의 지역구에서 일자리를 늘리거나 잃게 만드는 차이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재선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다. 바로 여기서 국방부 계약업체의 로비스트들이 등장한다. 우리가 인터뷰한 모든 로비스트들은 자신들의 일이 개별 의원실, 심지어는 개별 직원에게 맞게 모든 것을 맞춤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 현직 로비스트는 말했다."(199)
"이러한 정보는 대단히 귀중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공정하지는 않다. 로비스트들은 국가에, 심지어 미군에 최선이 무엇인지를 위해 활동하는 객관적 정보 중개인이 아니다. 그들의 1차 목표는 고객의 이익 증진이다. 어떤 로비스트가 고객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옹호한다면, 그는 곧 업무 경비 계정을 잃게 될 것이다. 만약 국방부 계약업체를 대신해 이루어지는 로비 활동이 미국 국가 안보에 이득을 주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다만 운 좋은 우연일 뿐이다. 이것이 전쟁 기계가 실제로 우리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 못하는 핵심 이유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납세자의 돈이 국방 부문으로 더 많이 흘러 들어가게 하고, 이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면 록히드 마틴의 CEO든 워싱턴 K스트리트(로비회사들이 줄지어 있는 거리)의 로비스트든 누구나 부유해지게끔 고안되었다. 이 시스템은 군에 가장 훌륭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회사를 보상하는 능력주의 체제가 아니다."(200-1)
"국방부 계약업체의 로비스트들은 왜 선거 자금 기부가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중요한지, 그리고 더 일반적으로는 의회 의원들과 행정부 관료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안다. 왜일까? 대체로 이 로비스트들 자신이 과거에는 의원이었거나 최소한 의회나 행정부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거기서 얻은 지식은 이 전직 관료들을 국방부 계약업체가 탐내는 인재로 만들었고, 업체들은 그들의 정부 시절 급여를 단번에 2~3배로 올려줄 의향이 있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국방부 계약업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 가장 값진 일자리들은 의원 지역구의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대신 바로 의원들 자신에게 돌아간다. 의원들은 공직 경력을 내려놓고 이러한 특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군산복합체에 내재된 완전히 합법적인 부패 시스템으로, 민간인과 현역 군인에게 국방부 계약업체와 잘 지내도록 하는 강력한 유인을 만들어낸다. 바로 ‘회전문’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이다."(203-5)
8장 조작된 합의 : 매수될 준비가 되어 있는 싱크탱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 뒤인 2024년 2월.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신형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처음으로 전선에 배치했고, 이 탱크는 러시아 진지를 향해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이 신형 탱크를 투입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철수시켰다. 왜 그랬을까? 거대한 과녁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 탱크는 러시아 드론의 자폭 공격에 무참히 파괴되고 있었다. 이런 탱크를 또 다른 미국의 ‘탱크’가 열렬히 선전했는데, 바로 싱크탱크였다. 이 비영리 단체들은 미국의 공공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하며, 우리가 TV, 라디오, 신문에서 보고, 듣고, 읽는 많은 전문가를 고용하고 있다. 그리고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전문가 가운데 상당수는 탱크 제조사인 제너럴 다이내믹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싱크탱크에 소속되어 있었다. 이는 전쟁 기계가 단지 무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인위적인 합의까지 만들어내는 또 다른 사례다."(219-20)
"싱크탱크는 흔히 ‘저장 탱크holding tank’ 역할을 하며, 전현직 정부 관리들에게 일종의 경력 보관소 같은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행정부가 교체되면, 특히 백악관을 장악한 정당이 달라지면 정치적으로 임명된 관료들 대부분은 기존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 이런 전직 관료들은 새로운 생계를 찾아야 하고, 그중 대부분은 싱크탱크 부문(또는 앞서 논의했듯 로비 부문)에서 자리를 얻는다. 회전문 반대편에서는 집권한 새로운 행정부가 임명직 자리 수천 개를 채워야 한다. 외교 정책 관련 직위의 경우, 새 행정부는 흔히 국방부 계약업체의 자금을 받는 싱크탱크를 찾게 되며, 이곳에는 공직에 들어가거나 재진입하려는 지식인이 다수 대기하고 있다. 싱크탱크 인사들은 행정부의 요직을 채울 뿐 아니라, 앞 장의 로비스트들처럼 입법부도 채운다. 다만 여기서는 사람 대신 정보로 채운다. 국방부 계약업체의 자금을 받는 싱크탱크 소속 학자들은 외교 정책을 다루는 의회 청문회에 단골 증인으로 불려 간다."(239-40)
9장 미국 과학의 군사화 : 상아탑 매수하기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군사 연구가 주요 공공 쟁점으로 떠올랐던 마지막 시기는 베트남전쟁 때였다. 당시 진보 성향 학생들은 캠퍼스가 국방부 자금 수주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일부 대학들은 국방부와의 관계를 바꾸었다. 어떤 경우에는 MIT의 일부였던 드레이퍼연구소Draper Labs처럼 독립 기관으로 분리되기도 했다. 다만 독립한 기관은 여전히 모교와 비공식 연계를 유지했다. 가장 중요한 움직임 중 하나는 국방부가 베트남에서 대량으로 사용하던 네이팜을 단독으로 공급한 다우 케미컬에 맞선 학생들의 항의였다. 컬럼비아대학교는 1968년 건물 점거와 학생 700명이 부상당한 경찰 진압, 한 학기 전체 수업 중단 끝에 기밀 군사 연구와 캠퍼스 내 군대 모집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반전 시위는 미국 전역의 캠퍼스로 확산되었다. 학생들과 경찰, 주 방위군 간 충돌은 비극적 결과를 낳았는데, 1970년 5월 켄트주립대학교와 잭슨주립대학교에서 시위 학생들이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250-1)
"그 이후 오랫동안 군사 연구에서 대학이 맡는 역할은 대다수 미국 캠퍼스에서 별로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파괴적 공격에 대한 반발로 대학과 군 사이 유대 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잔혹한 학살 작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동안, MIT에서는 ‘집단 학살 반대 과학자들SAGE’ 같은 단체들이 이스라엘로부터 군사 연구 자금을 더 이상 받지 말 것을 요구했다. MIT 지도부는 이를 거부했는데, 그러한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학문의 자유에 민간인 집단 학살에 사용될 수 있는 도구를 만들 자유까지 포함된다고 가정하지 않는 한, 이 논리는 학문의 자유라는 개념을 새롭게 해석한 셈이었다. 완전한 수치가 공개된 가장 최근 회계 연도인 2022년에만 국방부는 미국 대학들에 80억 달러 이상을 군사 연구개발 자금으로 투입했으며, 그중 13개 대학은 각각 1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251-2)
"대학에 대한 국방부의 영향력은 흔히 무기 관련 연구와 연결되지만,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자금 지원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방부가 지원하는 사회과학 연구는 특히 잠재적 적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 의제에는 원래 해외 적대 세력을 상대로 쓰이던 기법을 국내 대중에게 적용하도록 정교화하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또 다른 논쟁적인 방식으로 동원되었는데, 바로 쿠바 관타나모만수용소, 이라크 아부그라이브교도소 등지에서 CIA의 고문 프로그램에 조언자로 참여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사회과학 프로그램 가운데 심리학자들을 동원해 CIA의 고문 체제를 개발, 실행하게 한 것만큼 파렴치한 사례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방부가 AI로 구동되는 자동화 전쟁을 현재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개선책이라고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새로운 국방부 지원 연구는 장차 심각한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269, 273-4)
10장 미디어 포섭 : 프로파간다로 전쟁 기계에 힘 실어주기
"1991년 1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베트남전쟁 이후 미국이 수행한 첫 번째 대규모 해외 전쟁이었다. 잔혹하고 파괴적인 베트남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대중은 해외 개입에 염증을 갖게 되었고, 이 현상은 ‘베트남증후군’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국방부와 군 수뇌부, 동맹은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몰아내는 군사 목표 외에 선전 목표 또한 이루고자 했다. 바로 베트남증후군을 종식시키고 군사 개입에 다시금 긍정적인 이미지를 씌우는 일이었다. 화려한 언변과 강경한 발언이 미국중부사령부 사령관인 노먼 슈워츠코프와 합참의장 콜린 파월의 브리핑을 가득 채웠다. 여기에 더해 미군의 폭탄이 항상 목표를 정확히 명중하는 장면만 보여주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참혹한 현실은 결코 비추지 않는 영상 클립들이 능숙하게 활용되었다. 전쟁을 피 한 방울 보이지 않게 전하는 이런 세련된 첨단 영상은 군사 개입과 정부의 무력 사용 명분 모두에 깊은 회의를 품었던 대중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280-1)
"그러나 군사 분석가 앤드루 바세비치가 지적했듯이 1991년 걸프전쟁은 30년 넘게 이어진 분쟁의 서막에 불과했다. 1990년대에는 군사 개입에서 제재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그리고 2003년 이후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개입과 사담 후세인 축출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의 중동 장기전 단계에서 미국 정부 관리들이 예측했던 ‘손쉬운 승리’(전직 국방부 관리 케네스 애덜먼의 표현대로라면 〈식은 죽 먹기〉)는 실현되지 않았다. 또한 전쟁이 장기화되자 2003년 침공 이전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값싸게〉 끝나지도 않았다. 브라운대학교 ‘전쟁 비용 프로젝트’의 분석에 따르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20년 넘게 지속된 전쟁의 비용은 무려 2조 90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이라크 개입 직전 부시 행정부의 수석 경제 고문 로런스 린지가 당시 추산한 1000억~2000억 달러를 거의 15배나 초과한 규모였다. 1991년 걸프전쟁(페르시아만전쟁)은 뒤따른 장기전을 무시했을 때만 〈빠른 승리〉였다."(282-3)
"주류 언론이 더 잘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든, 독립 언론의 청중을 키우고 확산시키는 것이든, 군산복합체를 통제하거나 미국이 직면한 시급한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노력에서 필요한 변화는 군산복합체의 영향력 축소를 넘어선다. 근본 문제는 미국 예외주의라는 개념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중독이다. 즉 미국의 의도는 언제나 선하고, 미국은 거의 항상 옳으며, 미국은 전 세계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특별한 사명을 지녔다는 발상이다. 전쟁과 전쟁 준비보다 외교, 경제, 문화 교류를 중시하는 균형 잡힌 대외 정책이 가져올 다면적인 이점을 대중에게 교육함으로써 그런 환상적 세계관을 상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은 언론 보도는 덜 군사화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성공적 노력 중 하나일 뿐이지만 또한 필수 요소다. 거대한 전쟁 기계와 군사 우선 대외 정책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결과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전쟁 기계를 통제하는 데 필요한 민주적 대항 세력을 결집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298-9)
11장 마음과 정신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 할리우드와 전쟁 세탁
"만약 당신이 어떤 스포츠 경기든 관람해봤다면, 가장 오래된 군사 오락 중 하나인 공중 분열식flyover(행사용 편대 비행, 저공 비행)을 바로 눈앞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2024년 슈퍼볼 경기장 상공에서 F-16 전투기 6대가 정렬 대형을 이루며 하늘을 가르듯 날아 내려오면서 창문을 흔들자 관중석에서는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대중의 시선은 하늘을 나는 6대의 전투기에 쏠려 있지만, 실제로 선더버즈는 130명 규모의 대규모 비행대이며, 그들 중 상당수의 임무는 명확히 홍보다. 그리고 그들의 일정은 떠돌이 세일즈맨조차 지칠 정도로 빡빡하다. 이 프로그램에 연관된 모든 이들(선더버즈 조종사, 항공기 정비사, 홍보 전문가, 사진가 등)은 시간 중 대부분을 한 공연에서 다음 공연으로 이동하며 보낸다. 2024년 한 해만 해도 슈퍼볼과 자동차 경주 데이토나 500, 인디애나폴리스 500에서 선보인 공중 분열식 등 전국 각지에서 34차례 공개 행사에 참여했고, 그중에는 20번이 넘는 에어쇼 공연도 포함되어 있었다."(300-1)
"냉전 시기, 아니 그 이후까지도 군의 위상 선전에 영화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작품은 단연 〈탑건Top Gun〉이었다. 이 영화는 미군에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등장했다. 극심한 반발을 일으킨 베트남전쟁 후유증에서 벗어나려고 여전히 애쓰는 한편, 소련을 군비 경쟁에 지치게 해 항복시키려는 레이건 행정부의 군비 확장 정책이 한창일 때였다. 실제로 〈탑건〉이 개봉하기 1년 전인 1985년 미국 정부의 국방비 지출은 냉전 기간 전체를 통틀어(물가를 고려하더라도) 최고 수준이었다. 레이건은 소련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펜타곤에는 〈탑건〉이야말로 그 엄청난 군비 지출을 정당화해주는 최고의 선전물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탑건〉은 모병률을 8%나 끌어올렸다. 이는 놀라운 수치였다. 제작진이 사용한 모든 군 장비의 총가치는 수십억 달러에 달했지만, 전체 제작 예산은 약 1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해군은 장비 사용료보다 훨씬 더 값진 대가를 원했다. 바로 시나리오 통제권이었다."(314-6)
"《밀리테인먼트 주식회사》(2009)의 저자인 로저 스탈의 연구는 미군이 할리우드에 얼마나 깊이 개입해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요컨대 영화 제작자가 군사 장비나 군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싶다면 군의 규칙에 따라야 한다. 보통 이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연락실이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사를 수정하며, 심지어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줄거리 자체를 바꾼다. 제작자가 이런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군의 지원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연락실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들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그들의 ‘장난감(군 장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여러 엔터테인먼트업계 인사들에 따르면, 오늘날 군과 협력해 영화를 제작할 때 ‘무엇을 해도 되고, 무엇은 절대 해선 안 되는지’는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아예 처음부터 엔터테인먼트연락실이나 각 군의 할리우드 담당 부서가 불쾌해할 만한 내용은 제안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319-20)
12장 군대를 더 ‘디즈니스럽게’ 만들기 : 펜타곤과 게임산업
"2000년대가 시작될 무렵 많은 사람들은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그에 따라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현상을 위기로 보았다. 그러나 미군은 이를 자동화된 전쟁 수행에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2001년 미국 육군과학위원회는 〈현대 청소년들의 기술과 태도는 그들의 윗세대와 다르고, 이는 미국의 새로운 ‘무국가형 적stateless enemies’과 싸우는 전쟁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특히 청소년들이 여러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예컨대 음악을 들으면서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능력이다. 이에 따라 미군은 2001년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군은 더 이상 포신砲身의 물리학을 가르치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근접 시가전에서 매우 빠르게 상황을 식별하고 판단하는 인지적 의사결정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훈련의 상당 부분은 신병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상업용 비디오게임을 본뜬 시뮬레이터를 통해 이루어질 참이었다."(329-30)
"게임 기술은 냉전 이후 규모가 축소된 군 조직에 잘 맞았다. 군이 예비군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가운데, 예비군은 시뮬레이션 덕분에 어디에서든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비용이 절감되었고 예비군 훈련의 부담이 줄었다. 또한 군사 훈련에서 시뮬레이션의 활용이 늘어난 시점에 실제 군사 작전 자체도 점점 게임과 닮아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론 조종사들인데, 이들은 외국의 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원격 조종으로 공격을 수행했다. 오늘날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로보틱스 및 무인 시스템 통합 과정RUSIC’이다. 이 과정은 6주간의 드론 전쟁 훈련 프로그램으로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리버티에 위치한 미국 육군 존F.케네디특수전학교에서 진행된다. 이 과정과 다른 훈련 부대를 총괄하는 스티브 슈어맨 소령은 〈처음에 드론을 한 번도 조종해보지 않았던 수련생들은 6주 과정을 거치면 1인칭 시점 공격을 지능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다〉라고 말한다."(333-4)
4부 전쟁 기계의 미래
13장 멋지고 새로운 전쟁 기계 : 빅테크와 군수산업의 미래
"전쟁 기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이 변화를 주도하는 벤처캐피털 펀드들과 방위기술기업들은 조종사 없는 무기 체계와 극초음속 무기, AI가 통합된 통신·통제 시스템 등 많은 기술 변화를 이끌 차세대 첨단 무기를 공급하고자 한다. ‘기적의 무기’ 개발을 통해 군사력 중심의 대외 정책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낯설지 않은 접근 방식이다. 그것은 베트남,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국이 치른 주요 전쟁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산업계와 금융권, 국방부 내의 신세대 전쟁론자들은 지난 60년간 전쟁이 남긴 핵심 교훈을 무시하고 있다. 기술만으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으며, 특히 사회적·정치적·민족주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전쟁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교훈을 말이다. 신기술 전사들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국방부가 록히드 마틴과 RTX, 보잉 같은 거대 방산기업들을 제쳐두고 자신들을 무기 개발의 최전선에 세우기만 하면 된다고 본다."(340, 343)
"팔머 러키는 서른두 살의 억만장자이자 군수산업의 새로운 핵심 주자인 안두릴의 창립자다. 그는 2012년 처음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끈 가상현실 헤드셋 개발사 오큘러스 VROculus VR을 매각하면서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스물두 살 때인 2014년 오큘러스를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Meta에 20억 달러 이상을 받고 팔았다. 차세대 살상 무기를 생산하는 회사를 이끌고 있으면서도 러키는 여전히 게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게임이라는 환상의 세계를 넘어 현실로 돌아와, 러키는 군사 기술기업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유명한 검 ‘안두릴’을 회사 명칭으로 정했다. 러키는 실리콘밸리의 논란 많은 군사 계약업자 피터 틸로부터 재정적·도덕적 지원을 받아 안두릴을 설립했다. 틸 역시 공동 창업한 회사 이름 ‘팔란티어’를 《반지의 제왕》에서 가져왔다. 이 소설에서 팔란티어는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파괴 불가능한 돌이다."(349-52)
"안두릴은 공중용과 수중용 드론뿐 아니라 첨단 통신 시스템과 감시 시스템도 제작한다. 그중 가장 야심 찬 제품은 래티스Lattice로, 모든 사용 가능한 정보원을 통합해 군 지휘관의 손에 신속하게 전달하는 정보 수집 시스템이다. 또는 회사 웹사이트에서 말하는 것처럼 〈래티스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규모와 속도로 기계 간 작업을 조율해 복잡한 킬 체인kill chain을 가속화한다.〉 우리가 신중하게 다루지 않을 경우 신세대 군사 기술기업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인간의 통제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로봇 전쟁을 현실로 만들고, 이는 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 러키는 기술군사주의techno-militarism를 홍보하는 데 거침이 없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회는 언제나 선한 목표를 위해 다른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에 열정과 흥분을 느끼는 전사 계층이 필요합니다. …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폭력의 도구를 만드는 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나 같은 사람들이 필요합니다.〉"(352-3)
"다음은 팔란티어의 창립자 피터 틸이다. 그는 실리콘밸리 군사 기술 혁명의 사실상 대부로 불릴 만하다. 팔머 러키, 피터 틸, 일론 머스크와 이들의 동료들은 반정부 정서가 강하고 현실 인식이 왜곡되어 있다. 그렇기에 세계정세가 불확실하고 위험한 이 순간에 미국의 군사 정책을 설계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인물들이다. 주요 무기 제조업체들이 선호하는 접근법과 달리, 실리콘밸리의 많은 군사 신기술 옹호자들은 당파성이 철저하고, 도널드 트럼프나 J. D. 밴스 같은 주요 공화당 후보들에게 돈과 영향력을 쏟아붓는다. 이에 비해 록히드 마틴이나 RTX와 같은 기업들은 양쪽 정당의 관계자들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이는 정치적 우위가 언제 바뀌더라도 여전히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틸과 같은 극단적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들은 탐탁지 않게 여긴다. 이들은 기술기업이 사실상 어떤 업무에서든 정부를 능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355-6)
14장 전쟁 기계에서 평화 기계로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평화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는 군사주의를 직간접으로 다루는 다양한 단체와 운동이 결집한 형태여야 한다. 다시 말해 새로운 평화 네트워크는 국경의 군사화와 경찰의 군사화, 예산 우선순위의 군사화, 할리우드의 군사화, 대학의 군사화,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자 석유 국가들의 수호자로 기능하는 펜타곤으로 인해 악화된 기후위기의 군사화까지 망라하는 군사주의의 모든 형태를 변혁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처럼 더 큰 규모의 평화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은, 미국 사회의 군사화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막대한 국민적 압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워싱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고 있으며 중국과 관계에서 점점 더 군사화된 접근을 하고 있는데, 이는 국방부 예산에서 민생을 위한 지출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전쟁 기계는 사실상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 있으며, 이를 되돌리려면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375, 378)
"중국의 경우 미국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군사 분야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 분야다. 핵무장을 한 대국과 그 나라 앞마당에서 벌이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장을 강화하는 것은 위험하며, 심각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미중 간 충돌은 핵 대결로 비화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모든 당사자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더 나은 길은 대만의 지위, 핵무기 정책과 배치, AI가 통제하는 로봇 무기 같은 신기술의 규제 방안 등에 대해 두 나라가 진지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기후변화 억제와 미래 팬데믹 방지, 세계 경제 안정이라는 과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미중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래를 위한 구상과 그것을 정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지금 가장 결여된 핵심 요소가 힘이다. 군산복합체가 지닌 막대한 권력과 영향력을 상쇄할 만큼의 정치적 힘 말이다. 이 힘은 놀랍게도 우리 각자에게서 시작된다. 이웃인 우리, 노동자인 우리, 안전하고 번영하는 국가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의 동반자인 우리에게서 나온다."(380-2)
에필로그 : 머스크 · 트럼프 시대의 전쟁 기계
"트럼프의 과거 행적(예컨대 북한과 핵 감축 대화를 하다가도 〈화염과 분노〉로 위협하던 행태)을 보면,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한 복잡한 핵 협상에서 일관된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2기 취임 한 달도 안 되어 국제무대에서 핵 평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것은 그런 이미지를 취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핵심 질문은 이렇다. 트럼프 지지층 중 반전 성향의 인사들이 전통적인 군축 단체나 진보 진영과 연대해 국방비 지출과 핵 정책 문제에서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까? 미국 사회의 깊은 분열을 고려하면 이런 좌우 연대는 실현 가능성이 낮을지 모른다. 하지만 서로 다른 정치 진영의 여러 단체가 독립적으로라도 군산복합체의 확장을 제한하라고 요구한다면 실제로 변화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바로 ‘지금 당장의 긴박함’이다. 앞으로 몇 년 사이에 우리가 이 과업을 이루어낼 수 있을지 없을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3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