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물리로 세상을 읽는다 - 소소한 일상에서 우주의 원리가 보이는 난생처음 물리책 나는 세상을 읽는다
크리스 우드포드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1. 고층빌딩이 안전한 이유 - #중력 #운동법칙


우리 삶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힘, 우리 중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지구(질량이 무려 6×10의 24승kg)와 질량이 있는 모든 것 사이의 끌어당기는 힘이 증력이다. 도시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마천루를 생각해보자. 빌딩이 꼼짝도 하지 않으므로 뉴턴의 운동 제1법칙과 제2법칙에 따라, 빌딩에 아무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제1법칙에 따르면 움직이지 않는 것은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계속 멈춰 있고, 제2법칙에 따르면 운동은 힘에 의해 시작된다. 종합하면 일반적으로 건물은 외견상 힘을 받지 않고, 따라서 정지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건물에 매순간 중력이 작용한다는 걸 안다. 간단히 말해서 뉴턴의 말이 맞는다면 건물은 가루가 돼 지구 내부로 쓸려 들어가서 영원히 또는 지구 핵의 용광로에서 녹아 없어질 때까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중력이 건물을 땅속으로 잡아당길 때 땅이 정확히 같은 힘으로 건물을 위로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11, 14)


# 뉴턴의 제3법칙 : 힘이 물체에 작용하면 정확히 같은 크기의 다른 힘(반동)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작용・반작용의 법칙


건물 기반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힘들의 균형이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다면, 그 힘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리를 포함한 세상 모든 것은 약 100가지 유형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생명의 ‘레고블록들’을 화학원소라고 부른다. 원자가 여럿 뭉쳐서 분자라는 더 큰 구조를 만든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대부분의 힘은 원자 내부와 원자 사이, 분자 내부와 분자 사이에서 비롯된다. 원자 내부는 대부분 빈 공간이다. 원자의 가장자리에는 (배터리의 음극처럼) 음전하를 띤 전자들이 일종의 성긴 ‘전자구름’을 형성한다. 한편 원자의 중심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뭉쳐서 원자핵이라고 하는 단단한 내핵을 형성한다. 원자핵은 (배터리 양극처럼) 양전하를 띤다. 원자의 음전하 부분과 양전하 부분은 원자끼리 너무 들러붙는 것을 막는다. 철근은 쥐어짜도 눌리지 않는다. 철 원자 각각을 둘러싼 음전하 전자구름들이 서로를 밀어내기 때문이다. 두 자석의 같은 극처럼 음전하끼리는 서로 배척한다. 14-5)


미술관과 도서관 같은 공공건물의 명칭은 흔히 그 기관에 기부한 부자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다. 미터법의 측정단위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해당 단위 뒤의 과학을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붙는다. 힘의 과학에 대한 뉴턴의 지대한 공헌도 거기 딱 맞는 방식으로 인정받았다. 현대 물리학에서 힘의 단위는 바로 N(뉴턴)이다. 1N에 얻어맞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세평에 의하면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에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에 머리를 맞고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사실이 아닌 건 누구나 안다). 무게가 약 100g인 사과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약 1N이다. 이제 앞서 말한 힘의 균형을 떠올려보자. 사과가 떨어지지는 것을 막으려면 1N의 힘으로 사과를 떠받쳐야 한다. 여기에 10을 곱해보자. 1kg의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약 10N이다. 즉 지구 중력은 1kg당 10N의 힘으로 물체를 잡아당긴다. 내 몸무게가 왜 75kg인지 궁금한가? 지구가 나를 750N의 힘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18)


2. 살이 찔수록 왜 계단이 싫어질까? - #에너지 #전력


과학자들이 쓰는 에너지의 단위는 ‘줄joule’이다. 최초로 에너지 측정 실험을 행한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제임스 프레스콧 줄James Prescott Joule, 1818~89의 이름을 땄다. 커피 한 잔 분량의 물을 끓이는 데 약 120kJ(12만 J)이 든다. 물 한 잔을 끓이는 일(12만 J)은 오렌지 12만 개(12톤)를 1m 들어올리거나 오렌지 하나를 120km 상공(에베레스트산 높이의 14배)으로 던져 올리는 일과 같다. 일상의 각종 일을 수행하는 데 몇 줄의 에너지가 드는지 이론적으로 추산하는 것은 비교적 쉽다. 이는 회계장부로 치면 ‘차변debit’, 즉 에너지의 수요(소비) 측면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초콜릿칩 쿠키, 자동차 배터리, 석탄 한 덩어리에 얼마만큼의 에너지가 숨어 있는지, 그걸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도 꽤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이는 차변에 대한 ‘대변credit’, 즉 에너지의 공급 측면이다. 줄의 업적 덕분에 우리는 이 에너지 장부가 항상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에너지 ‘대변’과 ‘차변’은 정확히 일치한다. 25)


그런데 에너지양만 알아서는 크게 의미가 없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든다. 하지만 관건은 그 일을 얼마의 시간 내에 해내느냐다. 예를 들어 틈틈이 쉬면서 전망을 감상해가며 8시간에 걸쳐 슬렁슬렁 한가롭게 올라간다 치자. 그렇게 분당 네 계단씩 올라간다면 지루하긴 하겠지만 딱히 몸이 힘들지는 않다. 이번에는 꼭대기까지 30분 만에 주파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보자. 목표를 달성하려면 1초에 한 계단씩 헉헉대며 올라야 하고, 이건 비교할 수 없이 힘들다. 이렇게 에너지에 시간을 더한 개념이 일률power이다. 일률은 에너지 소비율이나 생산율(에너지양을 그것을 사용하거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에너지처럼 일률도 측정 방법을 알면 개념이 잡힌다. 일률을 측정하는 단위를 와트watt, W라고 한다. 1초에 1J의 일을 할 때의 일률이 1W다. 100W 전등은 1초에 100J의 에너지를 쓰는 전등이다. 26-7)


무슨 일이든 거기 드는 에너지양은 항상 같지만, 더 높은 전력을 사용하면 더 쉽고 빠르게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까지 어떤 방법으로 올라가든 내 체질량body mass을 같은 거리만큼 끌어올려야 하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항상 같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기모터가 내가 내 몸을 옮기는 것보다 훨씬 빨리 내 몸을 위로 옮겨준다. 전기포트, 가스레인지, 모닥불, 또는 숟가락으로 열심히 젓기(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이것들 모두 결국에는 물을 끓게 하겠지만, 각기 다른 일률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각기 다른 전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은 각기 다르다. 3kW급 고성능 전기포트를 쓰면 1kW급 여행용 포트를 쓸 때보다 세 배 빠르게 물을 끓일 수 있다. 정확히 같은 양의 에너지를 세 배 빠르게, 즉 세 배의 전력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전력의 전기포트를 쓰든 에너지 소비량, 즉 킬로와트시는 같다. 29-30)


돈은 뜬금없이 내 은행계좌에 나타나거나 이유 없이 내 지갑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남들과 끝없이 거래하면서 돈을 벌고 또 소비한다. 에너지도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에너지를 원하면 (음식을 먹거나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식으로) 어디선가 에너지를 ‘벌어야’ 한다. 뭔가 원하는 걸 하려면 가진 에너지를 어느 정도 ‘소비해야’ 한다. 돈을 찍어내거나 위조하는 등 없던 돈을 난데없이 만들어내 금융시스템을 교란하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별짓을 다해도 에너지에는 이 수법이 통하지 않는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정해져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으로 제로섬 방식의 거래를 하는 것뿐이다. 즉 어딘가의 에너지 획득은 다른 어딘가의 에너지 손실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이 절대적이고 근본적인 물리법칙이다. 이것을 에너지 보존의 법칙Law of Conservation of Energy이라고 한다. 흔히 에너지 절약의 의미로 쓰이는 에너지 보존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30)


3. 슈퍼히어로 되는 법 - #지레 #빗면


지레는 모든 기계의 아버지다. 도구 대부분이 지레의 원리에 기반한다. 지레는 막대의 한 지점을 받치고 그 받침점에 작용하는 회전력torque을 이용해 물체를 움직이는 도구다. 지레가 길수록 거기에 가하는 힘을 더 많이 늘려준다. 이 원리를 터무니없이 극단화한 것이 아르키메데스의 지구 행성 들어올리기 비유다. 렌치, 스패너, 크로바가 지레의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손잡이, 스위치, 심지어 두루마리 화장지를 포함한 다양한 물건 또한 지레의 원리에 기반한다. 지레는 두 가지 상반된 방식으로 내가 가하는 힘이나 속도를 증강한다. 지레의 끝을 돌리는 것은 뻑뻑한 너트를 스패너로 돌리는 것과 같다. 지레의 끝을 밀어서 원을 그리며 돌리면 원 중심부에는 더 느리지만 더 강한 회전력이 발생한다. 반대로 지레의 반대쪽 끝(원 중심부)을 돌릴 수도 있다. 그런 경우가 도끼를 휘두를 때다. 원의 중심에서 어깨가 회전할 때 원의 끝에서 도끼자루가 길게 회전하면서 속도가 붙고, 무거운 도끼머리가 나무를 반으로 쪼갠다. 38)


바퀴의 두 가지 작동 원리 중 간단한 것부터 짚어보자. 일단 바퀴는 지레처럼 작동한다. 바퀴가 커질수록 지레 효과도 커진다. 바퀴 림을 일정량의 힘으로 돌리면, 바퀴 허브(지레의 중심점)는 더 느리지만 더 강한 힘으로 돌게 된다. 이것이 파워핸들이 대중화되기 전 트럭과 버스의 핸들이 그토록 거대했던 이유다. 바퀴의 작동 원리가 한 가지 더 있다. 수레가 있으면 무거운 짐을 옮길 때 편리하다. 바퀴는 어떤 원리로 짐 운반을 쉽게 만들까? 모든 것은 힘의 작용, 다시 말해 바퀴들이 차축이라는 가느다란 쇠막대기를 중심으로 회전하는 방식과 관계있다. 바퀴는 마찰을 차축으로 전달해 마찰을 줄인다. 아직 약간의 마찰은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수레를 옮기는 데 여전히 힘이 좀 들어가지만 이제는 걱정이 대폭 줄었다. 여기에 바퀴의 레버리지까지 거든다. 수레를 뒤에서 밀면 바퀴들이 지레 역할을 해서 미는 힘을 배가시키고, 결과적으로 바퀴가 더욱 원활하게 차축을 돌면서 남은 작은 마찰을 극복한다. 39-41)


에너지를 생각하면 빗면의 원리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0kg의 자갈을 들어서 땅에서 1m 높이의 트럭에 싣는다 치자. 자갈을 트럭에 어떻게 싣든지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라) 거기 드는 에너지의 양은 같다. 이때 필요한 최소 에너지양은 2,000J이다. 자갈을 자루에 채워 똑바로 들어올리는 경우 2,000W의 일률로 에너지를 쓰는 것이다. 전기포트나 전기토스터만큼 빡세게 일하는 셈이다. 하지만 자갈을 수레에 담아서 완만한 경사로로 약 4초에 걸쳐 밀어올리는 경우는 똑같은 2,000J의 에너지를 네 배 느리게, 즉 500W의 일률로 쓰게 된다. 단점이 있다면 수직으로 들어올릴 때보다 긴 거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힘을 긴 거리에 걸쳐 분배한다고 할까. 빗면의 경사가 완만할수록 힘이 적게 들지만 거리는 더 길어진다. 이는 어떤 방법을 쓰든 결국 같은 양의 에너지를 써야 함을 의미한다. 힘은 4분의 1만 들지만 대신 네 배 오래 일해야 한다. 41-2)


4. 자전거와 빵 반죽의 공통점 - #바퀴 #마찰


자전거 바큇살은 구부리기 쉽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잡아 늘릴 수는 없다. 이것이 자전거 바퀴의 작동 비결이다. 하중의 압박을 받는 수레바퀴와 달리, 자전거 바큇살들은 오히려 팽팽히 당겨진다. 즉 인장력을 받는다. 바이올린의 현처럼. 거미집의 줄처럼. 허술해 보이는 바큇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바큇살이 허브를 중심으로 퍼져 있는 양상이다. 수레바퀴와 달리 자전거 바큇살은 림에서 허브까지 똑바로 이어져 있지 않다. 대신 각각의 바큇살이 허브 옆으로 조금씩 비껴서 뻗어 있는데, 이것을 탄젠트 연결tangential connection이라고 한다. 바퀴 허브가 꽤 넓다보니 바큇살의 일부는 한쪽으로, 나머지는 다른 쪽으로 치우쳐서 연결된다. 탄젠트 바큇살은 자전거의 전체 하중이 고르게 분산되는 일종의 팽팽한 철망을 형성해 바퀴가 자전거와 탑승자의 무게를 견디게 해줄 뿐 아니라, 고속으로 방향을 틀거나 커브길에서 기울어질 때 받는 전단력shearing force과 비틀림을 견디게 해준다. 51-2)


간단히 말해 기어(톱니바퀴)란 가장자리에 돌기가 있어서 서로 맞물리며 도는 바퀴를 말한다. 한 쌍의 기어는 두 가지 기능을 한다. 기계의 속도를 높이는 대신 기계의 힘을 줄이거나, 또는 그 반대로 한다. 즉 기어는 속도 또는 힘을 높일 뿐 두 가지를 동시에 높이지는 못한다.  뒷바퀴와 페달바퀴는 신축성 있는 체인으로 연결돼 있고, 양쪽에는 필요에 따라 골라 쓸 다양한 크기의 톱니바퀴가 장착돼 있어서, 변속 레버를 이용해 체인에 걸리는 톱니바퀴 쌍을 바꿀 수 있다. 다시 말해 맞물리는 톱니바퀴들의 상대적 크기를 변경하는 것이다. 이 교묘한 기계적 변속장치를 디레일러dérailleur라고 한다. 디레일러 덕분에 자전거 주행 중에, 심지어 톱니바퀴들과 체인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중에도 변속이 가능하다. 고속 기어에서는 뒷바퀴가 페달바퀴보다 빠르게 회전해서(빠르고 약함) 평지를 질주하기 좋다. 저속 기어는 이와 반대다. 뒷바퀴가 더 느리게 회전하는 대신 페달의 힘을 증대해서 언덕을 수월하게 오르게 해준다. 54-6)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에너지를 소비하는(잃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비비고, 바람을 가르고, 치대느라 잃는다. 이를 전문 용어로 각각 마찰friction, 항력drag, 구름저항rolling resistance이라고 한다. 마찰로 잃은 에너지는 그냥 손실이다. 브레이크와 바퀴로 빠진 열은 다시 주워서 쓸 방법이 없다. 자전거 타기의 즐거움 중 하나는 얼굴에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즐거움이 에너지를 잃는 또 하나의 경로다. 이렇게 물체가 유체fluids 내에서 운동할 때 받는 저항을 항력이라고 한다. 빨리 달릴수록 공기저항(항력)이 커지고, 공기저항이 셀수록 사람의 에너지 낭비도 커진다. 구름저항은 타이어가 노면을 구르며 받는 저항을 말한다. 자전거 타기는 타이어를 변형시키지 않고 다만 (타이거 안의 공기를) 끝없이 당겼다 풀었다 하며 에너지를 열과 약간의 소음으로 전환한다. 두툼하고 넓은 산악자전거 타이어는 얇고 좁은 경주용 자전거 타이어보다 구름저항을 많이 받는다. 57-9)


5. 볼 수 있는 전부이자 결코 볼 수 없는 것 - #빛 #전자


빛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특별하다. 우선, 우리 대부분에게 빛은 주요한 정보원이다. 대뇌피질의 1/3에서 1/2이 우리 눈이 세상에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할애된다. 한편 물리학에서는 빛이 이와는 매우 다른 이유로 중요하다. 아인슈타인 이후 학계는 세상에서, 아니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광속에 뭔가 특별한 게 있음을 눈치챘다. 그렇다. 흥미롭게도 광속은 시각과 하등 관계없는 물리방정식 여기저기에 등장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E=mc2이다. 이 방정식은 에너지와 질량은 결국 같은 것이며 빛에 의해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이 개념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당혹감을 준다. 그렇다 해도 빛을 우리의 편의를 위해 우주와 세계의 어둠을 밝혀주는 거대 우주 손전등의 출력물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무식과 안이함의 소치다. 빛은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로 존재하며, 동물의 시각이란 진화 과정에서 거기 편승해 우연찮게 얻은 능력일 뿐이다. 65)


빛에 대해 알수록 인간이 보는 세계가 다가 아님을 느끼게 된다. 적외선은 우리 눈이 감지하기에 너무 빨갛고 자외선은 너무 파랗다. 그런데 만약 빛의 파동(light waves, 광파)을 계속 잡아 늘리면 어떻게 될까? 적외선을 더 붉게 만들면? 파장이 550nm(나노미터, 대략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광파를 수십만 배 늘려보자. 마이크로파(극초단파)가 된다. 음식을 조리하고 휴대폰 통화를 이어주는 바로 그거다. 마이크로파를 다시 수십만 배 잡아 늘리면,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우리 집으로 전송해주는 라디오파(전파)가 된다. 이번엔 스펙트럼의 반대편으로 가서, 자외선을 더 파랗게 만들어보자. 자외선을 미세 죔쇠로 최대한 세게 압착하자. 그렇게 원래 파장의 1,000분의 1로 찌그러뜨리면 그게 엑스선이다. 그걸 더 압축하면 감마선gamma rays이 된다. 따라서 감마선은 사실상 초고에너지 엑스선이다. 이들의 차이는 단지 정도의 차이다. 즉 파동의 크기와 거기 실린 에너지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66)


빛은 1초에 30만 km(지구를 일곱 번 도는 거리)를 주파한다. 따라서 빛이 태양에서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몇 분밖에 안 걸린다. 이것이 우리가 빛의 파동을 바다의 파도를 보듯이 볼 수 없는 한 가지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빛이 몹시 작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시광선의 경우 각각의 파장이 수백 나노미터(원자 크기의 수천 배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가 빛 파동을 볼 가능성은 그야말로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빛을 파동으로 보지 않고 입자로 볼 때는? 빛을 파동으로 볼 때는 빛은 전자기파라고 말하고, 빛을 입자로 볼 때는 빛이 광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광자는 왜 볼 수 없는 걸까? 여기서 우리는 초현실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 양자이론quantum theory의 세계로 들어간다. 양자이론은 물질이 원자 규모에서 어떻게 거동하는지 이해하는 데 필요한 괴이한 개념들의 묶음이다. 광자도 미치게 작아서 질량조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광자는 순수한 에너지다. 67-8)


6. 봉화에서 스마트폰까지 - #전자기파 #광속


스코틀랜드 출신의 물리학자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79은 전기와 자기를 네 개의 간단한 수학 방정식으로 멋지게 엮어서 1873년 최초로 전자기이론을 확립했다. 전자기이론의 기본 개념은 전기와 자기가 완전히 분리된 두 가지라기보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것이다. 전기가 앞뒤로 진동하면 자기가 발생한다. 나침반을 전선 근처에 놓으면 나침반 바늘이 움직이는 마법을 다들 한번쯤은 봤을 거다. 사실 바늘을 움직이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전선을 타고 앞뒤로 쇄도하는 전류다. 전류가 주변에 생성한 자기장이 바늘을 돌아가게 한다. 마찬가지로 자기가 요동할 때도 전기가 발생한다. 다이너모 자전거의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릴 때 우리가 실제로 하는 일은 전선 코일을 자석 안에서 회전시키는 것이다. 전선의 자기장이 끝없이 요동하면서 전기를 만들어 자전거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태양에너지를 제외하고 우리가 생산하는 전기는 모두 이런 방식으로 전자기 발전기에서 나온다. 81-2)


광파처럼 라디오파도 직선으로 날아간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라디오 송신기는 등대 수준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직진만 가능했다면 라디오파 신호가 그냥 우주로 날아가버려 메시지를 15~30km 이상 전송하는 데는 무용지물이었을 거다. 다행히 라디오파는 둥근 지구를 따라 쉽게 휘어지고, 덕분에 편리한 통신수단이 될 수 있었다. 그 이면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비법이 있다. 첫째, 높다란 라디오 안테나를 땅에 세우면(지구와 연결하면) 지구 자체가 안테나의 하반부처럼 작동한다. 물이 완전히 정지해 있는 호수 위에 안테나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옆에서 보면 안테나가 물에 비쳐서 두 배로 길어 보인다. 호수에 비친 자기 이미지 위에 서 있는 안테나. 같은 현상이 땅에 접한 라디오 안테나에도 일어난다. 즉 지구가 전기를 전도해서 안테나에 이어진 거울 이미지로 작용한다. 그래서 라디오파가 안테나에서 퍼져나갈 때 지구의 윤곽을 따라 자연스럽게 휘어진다. 이것을 지상파ground wave라고 한다. 83)


두 번째 비법은 더욱더 신통하다. 많이들 알다시피 밤에 AM(중파) 라디오를 켜면, 낮에는 감지할 수 없었던 온갖 외국 라디오 방송국들의 치직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지구 대기의 전리권ionosphere이 부리는 조화다. 전리권은 지표로부터 60~500km 떨어진 구간을 말한다. (제트기 비행 고도보다 여섯 배 이상 높다.) 여기서는 분자들이 태양에너지로 인해 이온화된다. 즉 전자를 잃고 양전하를 띠는 원자들과 자유 전자들로 분리돼 있다. 그 때문에 전리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즉 전리권은 전기가 잘 통한다. 전리권은 태양복사(태양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영향을 극적으로 받기 때문에 낮과 밤의 거동이 급격하게 변한다. 낮 동안은 전리권의 최하층이 지상에서 발사한 라디오파를 흡수해서 라디오파가 아주 멀리까지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밤이 되면 이 현상이 줄어든다. 밤에는 전리권의 상층이 라디오파를 거울처럼 반사해서, 다른 때라면 우주로 빠져나갈 신호를 다시 지표로 내리쏜다. 84)


# 통신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거울이 하늘에 실제로 있다면? 이것이 통신위성communications satellite을 낳은 기본 발상이다.


전자기복사(electromagnetic radiation, 파장이 짧은 감마선부터 파장이 긴 라디오파까지를 포함하는 에너지)가 형태만 여럿일 뿐 모두 같은 것이라면, 어째서 우리는 통신에 예를 들어 엑스선이나 감마선이 아니라 굳이 라디오파를 이용하는 걸까?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전자기복사의 파장은 주파수와 반대다. 수학적 표현으로는 반비례관계다. 즉 파동이 길수록 주파수(와 에너지)는 작아진다. 감마선과 엑스선의 경우 파동은 작고(파장이 원자 수준으로 극소하다) 주파수는 끝내주게 높다. 여기에 다량으로 노출되면 건강에 해롭다. 치명적 원자방사선이 자기 집에 비처럼 퍼붓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통신에 라디오파를 쓰는 두 번째 이유는 라디오파가 더 멀리 가기 때문이다. 라디오파의 파장은 하늘을 껑충껑충 가로지르는 거인의 걸음처럼 크기 때문에 신호 손실이 거의 없이 빌딩과 집, 나무와 자동차를 피해 날아갈 수 있다. 또한 건물 안이나 차 안에서도 아무 문제없이 라디오 방송국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 86-7)


7. 난방은 쉬워도 냉방은 어렵다 - #열역학 #엔트로피


열은 물체 내부에서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요동하는 원자나 분자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의 한 종류다. 뜨거운 것일수록 내부 요동이 더 심하다. 수증기가 물보다 뜨거운 것은 내부에 운동에너지가 더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얼음보다는 물이 운동에너지가 더 크고 따라서 더 온도가 높다. 기체를 가열하면 그 안에 있는 원자나 분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요동이 심해져서 서로 더 많이 더 심하게 충돌한다. 이렇게 물체 속 열을 원자들의 범퍼카 게임처럼 묘사하는 이론을 분자운동이론kinetic theory이라고 한다. 뜨거운 커피 한 잔과 타이타닉호를 침몰시킨 거대 빙산을 비교해보자. 커피는 그래봤자 물 한 컵에 불과하다. 아무리 많은 분자를 함유하고 또 그 분자들의 평균 에너지가 높다 해도(얼음보다는 물이 뜨거우니까), 커피의 열에너지 총량은 대단치 않다. 이에 비해 빙산은 온도는 훨씬 낮지만 동시에 훨씬 크다. 여기서 관건은 크기다. 커피가 더 뜨겁지만, 열에너지는 빙산이 평균적으로 약 2억 배 더 많다. 92-3)


에너지는 마법과 거리가 멀다. 뭔가가 에너지를 잃으면 다른 뭔가가 반드시 에너지를 얻는다. 에너지 교환은 늘 제로섬 게임이다. 이처럼 누가 잃고 누가 얻든 에너지 총량은 결국 변함없이 보존된다는 법칙이 바로 에너지 보존의 법칙(열역학 제1법칙First Law of Thermodynamics)이다. 열 이동에 대한 다른 법칙도 있다. 이번 것은 훨씬 미묘하다. 커피를 빙산에 탁 내려놓으면 커피는 식고 얼음은 따뜻해지지만 절대 그 반대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열역학 제2법칙Second Law of Thermodynamics이 있어서 그런 경우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제2법칙의 내용은 간단히 말해 열은 항상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흐를 뿐 (외부의 힘이 개입하지 않는 한) 결코 그 반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현상의 비가역적 방향성을 말한다. 이렇게 열에너지가 흩어지는 현상을 ‘엔트로피entropy 극대화 경향’이라고 표현한다. 쉽게 말해 우주는 자연적으로 질서에서 혼돈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93-4)


열에너지가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이동하는 방법에는 전도conduction, 대류convection, 복사radiation라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전도는 뜨거운 것에 차가운 것이 접촉해서 열이 분자 간의 직접 충돌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뜨거운 물체의 활발한 분자들이 자기 에너지의 일부를 차가운 이웃 분자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대류는 기체나 액체처럼 유동성 물체에서 일어나는 열전달 방법이다. 기체나 액체의 소용돌이나 상승과 하강을 통해 열이 전달된다. 예를 들어 냄비 안의 수프를 가열할 때, 불에 가까운 냄비 바닥의 수프가 먼저 따뜻해져 밀도가 낮아지고, 따라서 슬슬 위로 올라가며 위쪽의 차가운 수프를 있던 자리에서 밀어내 아래로 보낸다. 위로 올라간 수프는 식어서 다시 내려오고 내려갔던 수프가 다시 올라간다. 이런 상승과 하강 패턴이 냄비 안의 열에너지를 천천히 순환시킨다. 세 가지 중 마지막 방법인 복사는 열에 들뜬 원자들이 비가시적 광선의 형태로 공기나 허공으로 열을 방출하는 것을 말한다. 97)


무언가를 가열하고 냉각하는 것이 등가일 수는 있지만 결코 반대는 아니다. 에어컨은 방에서 열기를 ‘빨아들여’ 밖으로 배출한다. 냉각수(끓는점이 낮은 휘발성 액체)로 채운 파이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냉장고와 비슷하고, 공기를 흡입했다가 토해내는 점에서는 선풍기와 비슷하다. 에어컨의 기본 작동 원리는 이렇다. 냉각수가 실내의 열을 흡수해서 가열되고, 파이프를 통해 밖으로 나가고, 밖에서 열을 방출해서 다시 냉각돼 돌아오는 순환 과정이 이어진다.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열을 차가운 것에서 뜨거운 것으로 (물리법칙에 반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킨다. 그래서 에어컨과 냉장고가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거기다 전기를 주입해서 억지로 그 역행을 만든 것뿐이다. 전기에너지가 뜨거운 것을 더 뜨겁게, 차가운 것을 더 차갑게 하는 비정상적 사이클을 가동해서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마땅히 없어져야 할 집 안팎의 온도차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이다. 98-9)


8. 다이어트의 과학 - #칼로리 #연소


우리가 먹은 음식은 복잡한 소화 과정을 통해 포도당(화학에너지)으로 바뀐다. 위와 간이 몸에 들어온 음식을 즉시 사용 가능한 당분으로 저장했다가 느긋하게 사용할 지방으로 변환한다. 우리는 호흡이라는 단어를 숨쉬기의 동의어로 사용하지만, 사실 호흡은 체내에 저장된 연료를 공기에서 들어온 산소를 이용해 다시 가용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호흡은 오히려 광합성(식물이 빛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스스로 양분을 만드는 과정)의 역방향 버전과 비슷하고 자동차에서 일어나는 연소와 유사하다. 먹은 칼로리를 저장해두는 인체의 능력 때문에 입에 들어가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즉각 연결되지는 않는다. 우리 몸은 기름이 바닥난 자동차나 배터리가 다 된 시계처럼 그렇게 갑작스런 양분 고갈을 겪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물리법칙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생존 가능 기간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으며, 이 한계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의 에너지 함량으로 결정된다. 108)


인체도 음식으로 얻은 화학에너지를 실현하는 능력이 형편없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은 20~25%의 기계적 효율을 낸다. 다시 말해 호흡을 통해 100kJ의 에너지가 풀려도 그중에서 근육이 몸을 움직이는 데 사용하는 분량은 그중 겨우 20~25kJ에 불과하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로 갈까? 무려 60~70%는 우리 몸이 하는 일 없이 공회전하는 데 들어가고 남은 10%는 ‘간접관리비’, 즉 우리가 먹은 음식을 처리하는 데 들어간다. 왜 우리는 단백질도 탄수화물도 아닌 지방을 저장할까? 같은 무게일 때 체지방의 에너지 함유율이 두 배이기 때문이다. 즉 체내에 지방 0.5kg을 저장하는 것이 동량의 단백질을 저장하는 것보다 가용 잠재에너지를 두 배 더 확보하게 된다. 세상은 여전히 10억 대의 화석연료 자동차로 굴러간다. 그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석유 같은 화석연료가 가진 놀라운 에너지 함유율 때문이다. 체지방은 에너지 밀도가 휘발유와 비슷하고, 다른 일상의 에너지원들(석탄, 목재, 천연가스, 배터리)보다 높다. 110, 113) 


하버드대학교 인류학자 리처드 랭엄의 이론은 매우 독창적이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즉 인간의 진화적 성공은 결국 요리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인류가 식료를 익혀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에너지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확보하게 됐고, 두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보내게 됐으며, 덕분에 수렵채집 생활에서 벗어나 더 흥미롭고 생산적인 일들을 많이 하게 됐다. 조리가 식료에게 하는 일은 두 가지다. 식료의 에너지 밀도를 즉각적으로 높이고(간단한 예로 뜨거운 음료는 차가운 음료보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체온 유지의 부담을 덜어준다), 식료를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 신진대사를 돕는다. 랭엄이 말했듯 단백질을 조리하면 단백질 분자의 변성이 일어나 소화하기 쉬워지고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우리가 음식을 꼭꼭 씹도록 진화한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씹는 데 에너지가 좀 들어가지만 음식을 더 잘게, 더 소화하기 쉬운 입자들로 부수면 음식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 114-5) 


9. 달리는 페라리에 왜 먼지가 쌓일까? - #기류 #유체역학


먼지를 입으로 불어도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먼지 입자는 놀랄 만큼 미세하다. 이렇게 해로운 미세먼지 입자들을 PM10으로 지칭한다. 입자의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인간의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분의 1)이하인 대기오염물질을 뜻한다. 작고 가벼운 물질일수록 정전기의 접착력에 의해 물체 표면에 붙들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먼지가 들러붙는 건 작고 가볍기 때문이다. 둘째, 우리가 실감하지 못하는 것은 지면의 풍속이 0이라는 것이다. 이때 지면이라 함은 말 그대로 지표에서 원자 몇 개 높이 이내를 말한다. 풀잎은 미풍에도 흔들린다. 하지만,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지표에는 어떠한 공기 움직임도 없다. 선풍기 날개는 분당 수백 번씩 공기를 가르는데 왜 그렇게 먼지 더께가 앉는 걸까? 날개 바로 옆의 공기는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공기 움직임이 없을 뿐 아니라 공기와 플라스틱 사이의 끝없는 마찰로 정전기가 발생해 먼지가 더욱 달라붙는다. 121-3) 


페라리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면 미끈하게 빠진 차체의 표면을 타고 공기가 미끄러지듯 흐른다. 이처럼 공기가 물체 표면의 저항을 받지 않고 쉽게 흐르도록 간소화한 형상을 유선형streamline이라고 한다. 공기역학적으로 이상적인 자동차는 전진할 때 공기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서 차량 후방에 발생하는 공기흐름이 차량 전방의 공기와 많이 다르지 않다. 즉 공기가 방해를 적게 받아 흐트러짐 없이 평행선들처럼 미끄러진다. 이것을 층흐름laminar flow이라고 한다. 전방이 절벽처럼 솟아오른 트럭은 트럭 앞면이 공기와 정면으로 충돌해서 평행하게 흐르던 공기층들의 일부를 막거나 늦춘다. 반대로 트럭 영향권 밖의 공기층들은 곧장 쌩 지나간다. 그 결과 공기층들이 마구 뒤섞여 소용돌이 공기가 생긴다. 이것을 난기류turbulence라고 한다. 난기류는 무질서하게 엉켜 있어서 그걸 뚫고 통과하려는 물체에 엄청난 저항을 만들어낸다. 난기류는 트럭에서 에너지를 얻고 이 때문에 트럭의 속도가 느려진다. 123-5)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꼭지를 돌리면 물이 쏟아진다. 꼭지를 서서히 잠그면 물줄기가 줄어든다. 이때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위쪽이 아래쪽보다 넓다. 왜 그럴까? 물을 더 작은 공간에 욱여넣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1초 동안 수도꼭지를 떠난 물의 양과 싱크대 바닥에 도달하는 물의 양은 정확히 같다. 그런데 중력 때문에 떨어지는 물에 가속도가 붙는다. 다시 말해 물줄기의 끝 지점이 시작 지점보다 유속이 높고, 따라서 계산이 맞으려면 물줄기의 끝 부분이 시작 부분보다 얇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꼭지를 떠난 물보다 싱크대 바닥에 도달하는 물이 많다는 건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를 연속 방정식equation of continuity이라고 한다. 유체역학 버전의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주어진 시간에 흐르는 물의 양은 어느 지점에서나 동일하다는 뜻이다. 같은 이치로 액체나 기체가 갑자기 좁은 공간(주사기나 고압세척기 같은)을 통과하려면 속도를 높여야 한다.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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