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팔레스타인 실험실 - 이스라엘은 어떻게 점령 기술을 세계 곳곳에 수출하고 있는가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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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종족민족주의 국가ethnonationalist state라는 이스라엘의 지위는 1948년 탄생 때부터 존재했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그 지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 정책을 가장 성공적으로 추구한 이스라엘 지도자는 베냐민 네타냐후인데, 그는 팔레스타인 땅을 영원히 점령해야 한다고 열렬히 믿었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기 총리였지만, 12년이 넘도록 정부를 이끈 끝에 2021년에 마침내 물러났다. 하지만 2022년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우파 연합을 이끌고 다시 당선되었다. 그의 비전 자체가 승리를 거두었다. 네타냐후주의는 그 자신보다 오래 살아남을 이데올로기다. 이스라엘은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장비를 편하게 사용해보고 ‘전장에서 시험한’ 무기라고 홍보하면서 세계 최고의 무기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 브랜드를 활용한 덕에 이스라엘의 보안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팔레스타인 실험실Palestine laboratory은 이스라엘의 독보적인 홍보 포인트다. 13)


1 필요하다면 기꺼이 팔게요!


1948년 5월 14일, 유대인기구 의장 다비드 벤-구리온은 2,000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 유대 국가의 수립을 선포했다. 같은 날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승인했다. 독자적으로 생존 가능한 국방력을 발전시킨 이스라엘은 1950년대 중반부터 국경 너머로 살상 도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에 정부 소유의 방산 기업들이 발전했고 1960년대에는 민간이 소유한 기업들이 성장했다. 현재 이스라엘 최대의 민간 무기 제조업체인 엘빗도 그때 성장한 기업이다. 1966년에 설립된 엘빗은 순식간에 이스라엘 탱크와 항공기에 쓰이는 필수적인 장비 공급업체로 올라섰다. 몇 년 뒤 엘빗은 민주 국가와 독재 국가 양쪽 모두에 무기를 수출하는 주요 업자로 올라서서 미군을 비롯한 많은 나라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드론부터 야간투시경과 지상 감시 시스템, 최첨단 살상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장비를 개발했다. 엘빗은 지금도 이스라엘 군경과 긴밀하게 제휴하며, 심지어 출판 산업으로까지 확장했다. 28-9)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평판이 좋지 않은 정권에 방위 장비를 판매했다. 1950년대에 공산주의 반군과 전쟁을 벌이던 미얀마도 그중 하나다. 이스라엘이 초기에 가장 성공시킨 무기는 건국 직후인 1940년대 말에 처음 설계한 우지 기관단총이다. 이스라엘은 90여 개국에 우지를 판매했는데 스리랑카, 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 벨기에, 독일 등의 군대에서 주력 총기로 사용한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벤-구리온이 건국 초기에 총기 생산 산업을 구축하는 게 유대 국가에 유리할 것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1952년 이스라엘이 서독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배상금은 무기 부문에 필요한 투자 자원이 되었고, 이스라엘은 배상금의 상당 부분을 무기 개발과 실용화 가능한 핵무기 개발 연구에 비밀리에 이전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원조가 독일의 배상금과 결합해서 방위 산업이 이스라엘의 주요한 수출 사업이 되었다. 군국주의는 이스라엘의 지도 원리가 되었고, 그 후 줄곧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31)


이스라엘의 역사는 1967년 전과 후라는 두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6일 전쟁 이전에 이스라엘의 정책은 고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적어도 (이따금) 억압에 반대한다는 수사적 인상은 풍겼다. 이스라엘은 탈식민 자유를 누리는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들과 손을 잡았고, 아프리카 나라들은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했다. 언론인 사샤 폴라코-수란스키Sasha Polakow-Suransky는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의 은밀한 관계를 다룬 저서 『무언의 동맹The Unspoken Alliance』에서 1967년이 이스라엘 방위 정책의 분수령이었다고 말한다. 소련과 아랍의 선전에 도움을 받아 ‘이스라엘이 보호를 필요로 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나라라는 이미지는 점차 서구의 제국주의적 앞잡이라는 이미지로 퇴색되었다’. 그 후 많은 제3세계 국가가 이스라엘에 등을 돌렸고, ‘이스라엘 정부는 강경한 현실 정치realpolitik를 위해 도덕적 대외 정책의 마지막 흔적조차 내팽개쳤다’. 34)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관계를 맺은 독재 정권의 숫자를 보면 아찔할 정도다. 1965년과 1966년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공산주의자들이 대규모로 숙청되어 최소한 50만 명이 사망한 뒤, 이스라엘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대다수의 서구 강대국과 나란히) 1967년에 완전히 권력을 잡은 수하르토 장군의 정권과 유대를 돈독히 하는 데 열중했다. 1965년부터 1989년까지 루마니아를 통치한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시절을 생각해보라. 기밀 해제된 당시의 문서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스라엘은 차우셰스쿠가 반유대주의자임을 알았지만 수십 년간 그와 친선 관계를 유지했다. 차우셰스쿠의 루마니아는 1967년 6일 전쟁 이후에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유엔에서 이스라엘 반대표가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서도 찬성표를 던진 동유럽의 유일한 나라였다. 이스라엘은 차우셰스쿠가 루마니아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출국하는 것을 오랫동안 막았음에도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세계무대에서 이스라엘이 벌이는 행동을 외교적으로 지지하는 루마니아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36)


1983년 〈뉴욕 포스트〉는 모사드와 미국 중앙정보국이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지에서 합동 작전을 진행한다는 협약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핵심 목표는 소련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것이었다. 그 보상으로 이스라엘은 미국의 거대한 감시 기구로부터 중동의 군대 이동에 관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얻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과테말라의 제노사이드 정권을 군사적·외교적·이데올로기적으로 엄호한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런 현실 정치가 전면에 드러났다. 이스라엘이 과테말라 정권을 지원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하나는 이스라엘의 민간 기업 타디란 이스라엘 전자산업Tadiran Israel Electronics Industries이 컴퓨터 감청 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정교했던 이 기기는 개인 가정에서 전기나 물 사용량의 변화를 탐지함으로써 인쇄기를 사용하는 경우에 반정부 활동에 주목할 수 있었다. 2008년 타디란은 이스라엘 최대의 방산 기업인 엘빗시스템스에 합병되었다. 40)


2 더없이 좋은 사업 기회


이스라엘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42기에 포위된 상태임을 깨달은 뒤 1990년대부터 줄곧 워싱턴으로부터 군사적 자율권을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이 공격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을 도와주지 않았고, 많은 이스라엘인은 조지 H. W. 부시 행정부가 중동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노골적으로 내팽개쳤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정부는 점차 민영화를 받아들이면서 사회주의적 뿌리를 대부분 포기했다. 이스라엘은 이제 미국의 원조에 과거만큼 의존하지 않지만 미국의 지원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상대적 힘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1981년 미국의 원조는 이스라엘 경제의 약 10퍼센트에 해당했지만, 2020년에 이르면 연간 40억 달러에 가까운 미국 원조의 비중이 1퍼센트 정도로 떨어졌다. 이런 이유로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 서안의 불법 유대인 거주지나 가자에 대한 공격, 동예루살렘의 주택 파괴 등을 축소하라는 미국의 온건한 압력조차 거의 아랑곳하지 않는다. 45)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 붕괴를 딛고 일어선 이스라엘의 회복력은 독특한 자결권의 서사로 구성되었다. 외교위원회Council on Foreign Affairs가 출간한 『스타트업 국가 : 이스라엘 경제 기적 이야기Start-Up Nation: The Story of Israel’s Economic Miracle』라는 책은 이런 서사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서 내세우는 명제는 이스라엘이 번성한 것은 주로 강력한 징병제 덕분이라는 것이었다. 두 저자는 이스라엘 방위군은 세계의 본보기라고 주장했다. 추정컨대 유대인이 다수인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집단적 믿음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와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이었다. 이런 사고방식에 힘입어 네타냐후는 10여 년간 이스라엘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 개발국의 반열에 올려놓으면서 무기와 감시, 사이버 장비의 전문성을 쌓았다.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 기업 양쪽 모두 자신들의 제품을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시험한 것이라고 홍보했다. 48-9)


점령을 현금화하는 능력은 2001년 9월 11일 테러 공격 이후 폭발적으로 고조되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나라들에 전달된 메시지는 단순히 테러에 맞서 싸우고 테러 기지를 파괴한다는 것 이상이었다. 스코틀랜드 사회학자이자 감시 연구 전문가인 데이비드 라이언David Lyon에 따르면 그것은 21세기에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완전히 다시 상상하는 것이었다. 런던 퀸메리 대학교에서 국제법과 인권을 가르치는 이스라엘 학자 니브 고든Neve Gordon은 이스라엘이 매력을 발휘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제시한 바 있다. 고든은 이스라엘을 (유대인을 위한) 자유의 요새를 자임하는 자칭 민주주의의 맥락 속에서 분석했다. ‘테러와 싸우는 이스라엘의 경험이 매력적인 것은 이스라엘인들이 테러리스트를 죽일 뿐만 아니라(군사주의적 세계관) 테러리스트를 죽이는 것이 반드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적 목표에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목표를 진전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53-4)


테러리즘의 공포로 이스라엘 군사주의를 정당화하지 못한다면 성적 매혹을 활용하면 된다. 알파건걸스Alpha Gun Girls, AGA는 2018년 이스라엘 방위군 재향군인 오린 줄리Orin Julie가 창설한 단체다. 노출이 심한 위장복 차림으로 이스라엘 무기를 어루만지는 여자들은 미국의 유사한 총기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면서도 시온주의 의제를 강하게 풍긴다. 줄리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는 총기를 찬양하는 미사여구와 함께 이런 문구들이 도배되어 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우리는 조국을 지킬 것이다!’ 듀크 대학교 문화인류학 박사과정의 소피아 굿프렌드Sophia Goodfriend는 ‘소셜 미디어와 초국적 민간 방위 산업은 전쟁의 강건한 미학을 민주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건걸스는 전쟁을 미학화함으로써 폭력을 부정하고 점령을 정상화하는 이스라엘의 능력을 수출한다. (……) 하이힐과 착탈식 천사 날개를 차려입은 이스라엘의 혼란스러운 에로티시즘은 오늘날 초국적인 상품이 되었다.’ 55)


수많은 이스라엘 기업이 점령을 둘러싼 기반 시설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은 국가에 서비스를 판매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최신 기술을 시험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에 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혁신적 방법을 발견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점령이 어떻게 민영화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은 그들을 괴롭히고 모욕하는 상대가 국가 공무원이든 사적 개인이든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민영화 모델은 이스라엘의 광범위한 집단에 이익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본토와 점령지가 전혀 구분되지 않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여전히 일시적으로 점령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유대 국가 내에서는 서서히 진행되는 점령의 민영화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전혀 없다.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의 식민화를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아웃소싱을 ‘검문소의 민간화’나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율권’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56-7)


3 평화를 가로막다


팔레스타인인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것은 피자를 주문하는 일만큼 쉬워야 한다. 2020년 이스라엘군이 설계한 앱의 배후에 놓인 논리는 바로 이것이었다. 전장의 지휘관이 전자 장치에 표시된 표적에 관한 세부 정보를 부대에 보내면 병사들이 그 팔레스타인인을 신속하게 무력화할 수 있는 앱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한 오렌 마츨리아흐Oren Matzliach 대령은 ‘이스라엘 디펜스’ 웹사이트에 이 공격은 ‘스마트폰으로 아마존에서 책을 주문하거나 피자집에서 피자를 주문하는 일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점점 많은 정권이 이스라엘이 정치적 학살politicide을 자행하면서도 무사한 비결을 배우는 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정치적 학살이란 하나의 정당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실체로서 팔레스타인인의 존재를 해체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과정은 또한 필연적이지는 않더라도 이른바 이스라엘 땅에서 팔레스타인인을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종족 청소하는 것을 포함할 수도 있다.’ 64)


분리주의는 이스라엘 주류에서 점점 부상하는 이데올로기다. 이스라엘의 저명한 역사학자 베니 모리스Benny Morris는 2020년 로이터 통신에 팔레스타인인들을 시야에서 없애버리는 것이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이상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모리스는 그 원인을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제2차 인티파다 당시 팔레스타인인들이 벌인 자살 폭탄 공격 탓으로 돌렸다. 분리주의의 가장 효과적인 사례는 가자를 포위해 팔레스타인인 200만여 명을 거대한 장벽 안에 가둬둔 채 드론으로 끊임없이 감시하고, 이따금 미사일로 공격하며,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철저하게 국경을 폐쇄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2021년 말 이스라엘이 11억 1,000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가자와 맞닿은 경계선 전체에 65킬로미터 길이의 최첨단 장벽을 완공했을 때, 이스라엘 남부에서는 축하 행사가 열렸다.〈하레츠〉는 이 장벽을 ‘공학과 기술의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묘사했다. 유럽으로부터 건설 지원을 받아야 했던 ‘세계 유일의 최첨단 장벽 시스템’이었다. 66)


오늘날 가자는 이스라엘의 독창적 지배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한 완벽한 실험실이다. 가자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무한정 가둬둔다는 종족민족주의의 궁극적인 꿈이다. 2012년 11월 이스라엘이 방어 기둥 작전Operation Pillar of Defense이라는 이름으로 벌인 가자 포격은 팔레스타인인 174명과 이스라엘인 6명을 죽이고 1,000여 명에게 부상을 입힌 7일 전쟁이었다. 2008년과 2009년 초에 이스라엘이 벌인 주물납 작전Operation Cast Lead에서는 가자 주민 1,400명이 사망했다. 이 충돌을 계기로 이스라엘 방위군이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전쟁을 묘사하는 방식이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일부 서구 국가의 여론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반발하는 것을 우려한 가운데 벌어진 이른바 인스타 전쟁instawar은 하마스 대원을 살해하거나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를 체포한 것을 자랑스럽게 발표하기 위해 만든 인포그래픽과 군사작전을 트위터로 생중계하기 위한 일사불란한 기획이었다. 67)


오늘날 이스라엘 방위군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는 강경한 군사주의적 상징들과 나란히 동성애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정기적으로 부각된다. 2021년 10월 1일, 이스라엘 방위군은 여러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분홍색 조명에 감싸인 본부 사진과 함께 이런 메시지를 올렸다. ‘지금 싸우고 있는 이들을 위해, 죽어간 이들을 위해,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이스라엘 방위군 본부는 분홍색 불을 밝혔습니다. #유방암인식제고를위한달.’ 미군도 이스라엘 방위군이 이런 식으로 벌이는 정보전 전략을 똑같이 따라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2021년 ‘휴먼스 오브 CIAHumans of CIA’라는 이름으로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개시했다. 좀 더 다양한 공동체에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이스라엘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유대 국가가 벌이는 작전을 서구의 가치와, 또는 적어도 테러리즘(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저항’)에 대한 군사적인 대응을 지지하는 정책과 연결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정교한 시도다. 68)


디지털 혁명이 탄생하던 시기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이는 악행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퍼뜨리면 팔레스타인의 대의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점령에 대한 전 세계적 인식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이는 정착민이나 이스라엘 군대와 팔레스타인인의 대결 장면을 편집 없이 그대로 보여준 덕분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인들이 겪고 있다고 말하는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명백한 시각적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선별한다는 증거도 많다. 이스라엘인들은 우리가 직접 목격하는데도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잔학 행위를 벌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팔레스타인인은 응징하고 죽여야 마땅한 인종 집단일 뿐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도덕적 불편도 드문 현상이 되었다. 69)


4 이스라엘 점령을 세계에 판매하다


 2018년 크레타 섬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 2021년 5월을 시작으로 에어버스가 운영하는 IAI의 헤론Heron 드론은 유럽연합 국경관리기구인 프론텍스Frontex의 장비가 되었다. 난민들이 대륙 본토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싸움의 일환이었다. 한때 해군 경비정이 곤경에 빠진 이주민들을 구조하기도 한 반면, 무인 드론은 접촉이 없는 새로운 감시 형태다. 경제학자 시르 헤베르는 이스라엘제를 포함한 드론 사용 증대에는 뚜렷한 정치적 목표가 있다고 말한다. “드론은 누구도 구조할 수 없고 사진만 찍을 수 있죠.” 그가 내게 한 말이다. “실제로 무장한 보트나 의심스러운 선박이 접근하면 드론 조종사가 경비정에 알려서 현장에 출동하게 할 테지만, 물이 새는 난민 보트처럼 보이면 드론 조종사는 항상 시간을 끌고 경비정은 일부러 구조할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늑장 출동합니다. 이게 핵심적 차이이자 드론이 해안 경비를 위한 혁신적 기술인 진짜 이유죠. 난민들이 익사하게 방치하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거죠.” 87-8)


프론텍스가 난민을 찾기 위해 드론을 활용한 여파로 많은 이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2021년 10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술라 폰 데어 레이엔은 이주민을 차단하기 위해 ‘철조망과 장벽’에 돈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유럽연합은 그리스와 리비아를 비롯해 수많은 나라에서 바로 그런 일을 했다. 지중해 지역은 위험한 해역으로, 국제이주기구IOM ‘실종이민자’ 프로젝트에 따르면 2014년 이래로 최소한 어린이 848명을 포함해 2만 2,748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수치를 받아든 유럽연합은 이민자를 계속 차단하고 그들의 여정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유럽의 무기 회사들은 시리아와 리비아, 예멘, 튀르키예의 분쟁을 악화시키는 무기를 판매함으로써 대규모 피란민을 발생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럽연합이 점점 잔인한 전술을 구사하며 이민자를 차단하기로 결심하지만 유럽에 들어오려는 많은 사람이 유럽의 방위 장비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다. 90-1)


이스라엘의 감시 기업 셀레브라이트는 지금까지 디지털 데이터 추출 장비를 최소한 150개국에 판매했다. 그중에는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같은 독재 국가도 포함되었다. 셀레브라이트는 유럽연합에서 망명 신청자를 감시하는 업무도 일부 맡고 있다. 휴대전화는 이민자가 가진 물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셀레브라이트의 한 영업사원에 따르면 2019년 난민의 77퍼센트가 이민 서류 없이 유럽연합 국가에 왔고, 43퍼센트가 여정 중에 스마트폰을 휴대했다. 이 회사는 따라서 이민자의 여정과 최근의 지리적 위치와 연락 이력을 알아내는 데 자사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화를 과학 수사 기법으로 분석하는 것은 해당 이민자의 동의가 없으면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프론텍스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별 조치’ 사용을 포함해서 난민의 휴대전화에 있는 암호화된 메시지 앱에 불법 침투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한 가이드북을 개발했다. 93)


팔레스타인 실험실이 번성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많은 나라가 그 밑바탕이 되는 전제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억압적 정권들이 이스라엘의 억압을 모방하고자 하면서 이스라엘의 기술을 사용해서 달갑지 않거나 반항적인 집단을 억압하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이스라엘은 외교적·군사적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해 서구의 승인을 열망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분명 독일이 가장 탐나는 대상일 것이다.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산산조각 난 이미지를 복구하는 것을 도운 한편 베를린은 팔레스타인인을 잔인하게 점령하는 나라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독일이 이스라엘 방위 장비를 점점 많이 구매하는 것은 자국의 역사적 범죄를 용서하는 한 가지 방도에 불과하다. 국제방송 도이체벨레는 2022년 행동 규범을 갱신하면서 모든 직원은 조직을 대변하거나 심지어 개인 자격으로 말할 때에도 ‘이스라엘이 존재할 권리를 지지’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최대 해고까지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98)


유럽 전역의 여론은 꾸준히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으며, 2021년 이스라엘과 가자의 전쟁은 이런 추세를 가속화했을 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럽연합의 네이버사우스Neighbours South 프로젝트가 2020년에 수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스라엘인의 과반수가 자신들이 유럽연합과 가치관을 공유하며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불일치는 실제로 뚜렷해서 이스라엘인들은 대체로 유럽연합 지지에 찬성하는 반면, 유럽연합의 많은 사람은 점차 유대 국가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벌이는 행동을 우려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럽 우파의 일부는 이스라엘의 종족민족주의와, 이슬람과 난민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를 옹호한다. 그리고 유대인이 다수인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와 기법을 사들이고 거기서 영감을 얻으려고 열심이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런 식으로 헝가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체코공화국에서 친이스라엘 강경파 민족주의자들과 동맹을 이루었다. 100)


5 변함없이 사랑받는 이스라엘의 지배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비슷한 성향의 나라끼리의 사례에서 가장 두드러진 정치, 군사, 외교, 이데올로기적 동맹을 맺었다. 프리토리아의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은 1948년 권력을 잡자마자 백인 외의 인구에 나치식 제한 조치를 발동해서 인종 간 결혼을 금지하고 여러 직종에서 흑인이 일하는 것을 막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대인 공동체는 아파르트헤이트를 통해 이득을 얻었고 그 정권의 지속을 지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종종 이스라엘군이 개발하고 시험한 무기를 중심으로 정치, 이데올로기, 군사 관계를 공고히 굳히는 1970년대에 이르면 이스라엘을 집권하는 리쿠드당의 다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관에 친밀감을 느꼈다. 언론인이자 『무언의 동맹』의 저자인 사샤 폴라코-수란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두 나라를 문 앞의 야만인들에 맞서 자기 존재를 방어하는, 유럽 문명의 위협받는 전초기지로 규정한 것은 소수자 생존주의 이데올로기였다.’ 103)


상호 이득이 되는 관계는 국방 부문에서 돈을 버는 능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원치 않는 인구 집단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이데올로기적 친연성의 문제이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투스탄Bantustan, 즉 흑인 주민들이 자치권 없이 거주하는 지역은 이스라엘의 많은 엘리트에게 팔레스타인에서 실행할 수 있는 모델로 영감을 주었다. 자기 나라의 나머지 지역에서 차단된 반투스탄처럼, 곳곳에 분산된 고립 지역에 ‘바람직하지 않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고립시키려는 욕망이었다. 오늘날의 요르단 강 서안에 존재하는 165개 팔레스타인 ‘고립 지역’이 이스라엘 식민 정착촌, 이스라엘 방위군, 폭력적 정착민들에 둘러싸여 질식당하는 기원이 여기에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언어를 사용해 이스라엘의 점령을 옹호하는 행태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초의 민주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스라엘은 이 소수 백인 정권과 관계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였다. 105-6)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와 그의 힌두민족주의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지배하는 인도에서 카슈미르는 인도 정체성의 새로운 비전을 그릴 수 있는 백지나 마찬가지다. 2019년 모디 정부는 인도 헌법 370조와 35A조를 대부분 무효화하고 잠무카슈미르 헌법을 정지시켜 70년간 제한된 자치권을 누린 분쟁 지역을 거의 완전히 통제하게 되었다. 카슈미르 작가 아리프 아야즈 파레이Arif Ayaz Parrey가 내게 한 말이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땅의 상실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결국 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질 겁니다) 카슈미르에서는 정체성의 상실이라는 형태로 나타나죠(언젠가 땅의 상실로 전환될 겁니다). 이런 현실에 비추어보면 두 나라의 강압적 체제는 동일한 것입니다.” 카슈미르와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정착촌은 분명 비슷한 점이 많다.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2019년부터 그 지역 주민이 아닌 사람도 카슈미르에서 자산과 토지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지역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시도였다. 107, 111)


인도의 엘리트들은 이스라엘의 ‘거리낌 없는 행동’을 부러워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파키스탄이 테러 집단들을 도구로 활용하는데도 인도는 핵무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처럼 마음대로 보복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좌절에서 기인한 결과’라는 말이었다. 힌두민족주의 분위기가 압도하는 것과 나란히 상호 존중도 증대했다. 힌두민족주의 준군사 조직인 민족의용단Rashtriya Swayamsevak Sangh, RSS을 창건한 지도자 마다브 사다시브 골왈카르는 나치즘 찬양자였다. 힌두근본주의와 무슬림 혐오는 인도인민당 사상의 핵심에 자리한다. 이 이데올로기의 선구자인 비르 사바르카르Veer Savarkar는 ‘무슬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은 나치가 ‘유대인 문제’를 해결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힌두민족주의자들은 오래전부터 종족국가ethnostate 이스라엘이라는 개념을 찬양했다(다만 그들은 유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날 전 세계의 극우파 사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존재한다). 108-9)


미국-멕시코 국경은 이스라엘 보안·감시 기업들의 주요 현장이 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에서 한 작업이 선발 도구로 활용된다. 이런 무자비한 입찰 과정은 매우 효과적이고, 백악관 주인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아무 차이가 없다. 3,000킬로미터 길이의 국경을 지키는 데는 초당적인 지지가 존재한다. 이스라엘의 기술은 국경의 군사화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감시 기술, 국경 기반 시설, 전술부대, 통합 고정탑Integrated Fixed Towers, IFT 시스템을 결합해서 이민자들이 죽음의 사막을 건너는 것을 방지하고 저지한다는 구상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활동가들은 자신들에 대한 억압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어떤 식으로 점차 연결되는지 알고 있다. 9·11 이후 미국-멕시코 국경의 환경은 국가가 군대식 통제 방식의 속도를 높이면서 이민자와 아메리카 원주민을, 관리하고 괴롭혀야 하는 위협으로 규정했다. 2021년과 2022년에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사망한 이민자 수는 최소한 750명으로, 기록적인 수치였다. 116-8)


6 휴대전화에 심어진 대중 감시


이스라엘의 감시 기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도청망인 워싱턴 국가안보국의 경쟁자이자 동맹자다. 인력 규모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정탐한 오랜 역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가안보국은 이스라엘과 제휴하며 데이터 채굴과 분석 소프트웨어를 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전 미국 국가안보국의 정보 관리 빌 비니Bill Binney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다시 이 기술을 자국의 민간 기업에 넘겨준다.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사이버 감시 기업인 NSO 그룹을 비롯한 이스라엘 하이테크 기업의 역할도 이런 관점에서 파악된다. 〈하레츠〉의 전 IT 담당 기자 아미타이 지브Amitai Ziv는 NSO의 정체를 밝히는 통찰력 있는 작업을 한 언론인인데, NSO의 힘은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이 아니라 외교에 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이스라엘이 몇몇 아프리카 나라에 사이버 감시를 판매할 때 유엔에서 그 나라들의 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점령이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그 표가 필요하거든요.” 121) 


NSO가 오랫동안 수익성이 가장 좋은 사업을 벌여온 멕시코에서는 스캔들이 속속 터졌다. 마약 카르텔이 부패한 공무원들과 공모해서 페가수스 스파이웨어를 손에 넣어 공통의 적을 제거하는 데 사용했다. 범죄 네트워크는 부패한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어 그들이 제거하거나 감시하기를 원하는 개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사이버 감시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 산업이며, NSO가 장담하기는 하지만 일단 설치된 페가수스가 법률 위반에 대해 모니터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국가 부패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이 NSO 스파이웨어에 의해 휴대전화를 해킹당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 2017년에 사망한 프리랜서 기자 세실리오 피네다 비르토Cecilio Pineda Birto도 그중 한 명이다. 그가 살해되기 몇 주 전, 그의 휴대전화 번호가 멕시코 국가에 의해 페가수스 감시 대상으로 선별된 상태였다. 이 사건은 NSO의 잠재적 희생자들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126)


독재 정권이라면 어느 나라든 페가수스를 구매해서 배치했다. 이스라엘과 공식적 관계를 맺은 나라든 이스라엘 스파이웨어를 절실하게 원하는 나라든 모두 달려들었다. 바레인과 오만의 활동가들은 NSO 기술의 표적이 되고 있다. 르완다는 페가수스를 이용해 반정부 인사 폴 루세사바기나를 감시했다. 모로코는 페가수스를 이용해 에마뉘엘 마크롱을 비롯한 프랑스의 고위 정치인들을 염탐했다. 네타냐후의 긴밀한 동맹자인 헝가리 총리 오르반 빅토르는 페가수스를 구입해 야당 정치인들과 비판적 언론인들을 염탐했다. 아마 사우디아라비아가 NSO가 쌓은 공적의 핵심일 텐데, 아랍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자인 이 나라는 이스라엘과 공식적 관계가 전혀 없다.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고위 관리를 지낸 로브 맬리Rob Malley에 따르면 빈 살만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성가시고 짜증나는 일, 즉 공정하게 해결해야 하는 분쟁이라기보다는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보았다. 128-9)


사이버 무기 때문에 이스라엘 국민이 우려를 느끼지만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이 많지 않다는 모순적인 징후가 존재한다.  ‘대중은 국방부가 수출 허가를 내주는 한 이스라엘 국가에 좋은 일임이 분명하다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2022년 페가수스가 이스라엘 국내의 일부 시민에게 사용된 사실이 폭로되고서야 많은 대중이 갑자기 NSO와 그 기술이 남용될 가능성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스라엘의 많은 유대인이 볼 때, NSO를 비롯한 사이버 무기 제조업체는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이스라엘이 세계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고 테러리스트나 소아성애자들에 맞서 싸운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에 담긴 함의는 분명하다. 이스라엘이 진짜 피해자라는 것이다. 인기 웹사이트 ‘와이넷Ynet’의 한 칼럼니스트는 문제는 NSO의 기술이 아니라 정부가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있다고 주장했다. 총이 아니라 사람이 살인을 하는 것이라는 전미총기협회의 주문呪文을 떠올리게 하는 주장이었다. 139)


음침한 사이버 산업에서 일할 기회는 비슷한 군 경력의 이스라엘인들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주고 있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채팅 앱 투톡ToTok이 출시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수백만 명이 앱을 다운받았다. 하지만 이 앱은 사실 스파이웨어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민간 기업을 활용해 자국 시민을 모니터하기 위한 감시 시스템을 고안해온 페르시아 만의 수많은 억압적 국가에서 나온 최신 툴이었다. 그 배후에 있는 다크매터는 아랍에미리트 기업으로, 전 이스라엘 정보 관리와 미국 국가안보국 직원을 여럿 거느리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활용한 영국의 컨설팅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의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닉스Alexander Nix는 이스라엘인들을 활용해 정치적 적수를 함정에 빠뜨린 사실을 인정했다. 지금은 없어진 사이그룹Psy-Group이 그 주인공이었다. 이 회사와 비슷한 다른 회사들은 ‘민간 모사드’라는 별명을 얻었다. 143-4)


7 왜 팔레스타인인을 좋아하지 않을까?


〈워싱턴 포스트〉는 2021년 5월에 놀랍도록 솔직한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내보냈다. ‘페이스북의 AI는 미국의 흑인 활동가를 대하듯이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다룬다. 그냥 차단해버린다.’ 이중 기준이 적용되는 게 분명했다. 소셜 미디어 개선을 위한 아랍 센터인 함레7amleh에 따르면 2021년 5월 소셜 미디어에서 히브리어로 이뤄진 공개 대화 109만 건 중 18만 3,000건이 아랍인에 대한 선동과 이스라엘 유대인의 인종주의로 채워졌지만, 이 콘텐츠는 삭제되지 않았다. 아마 가장 노골적인 검열은 페이스북이 소유한 인스타그램이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관한 많은 게시물을 삭제한 사건일 것이다(나중에 일부분만 복구되었다). 2021년 5월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이 사원에서 기도하는 순간에 이스라엘군이 사원을 습격했을 때 벌어진 일이다. 이 장소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 조직의 이름’이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이 ‘폭력이나 테러 단체’와 연관된 곳으로 잘못 지정한 것이었다. 151-2)


2021년 중반에 세계 곳곳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갑자기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는데 ‘예루살렘 기도단Jerusalem Prayer Team’이라는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팔로우를 시작한 것을 발견했다. 7,500만 팔로어를 거느린 이 페이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친이스라엘 페이스북 페이지였다. 기독교 시온주의자이자 친트럼프 활동가인 마이크 에번스Mike Evans가 운영하는 이 페이지가 추구하는 목표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드높이는 것이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메타는 ‘의도하지 않은 편향’ 때문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히브리어 게시물보다 아랍어 내용을 훨씬 많이 삭제했다. 아랍어 구사자의 부족, 조직 자체의 편향, 결함 있는 머신러닝이 그 원인이었다. 소수집단의 우려에 립서비스를 해주는 것은 기껏해야 불편한 일이었다. 다국적 억압의 시대에 현대 하이테크 산업의 지배자들로서는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것이 손쉬운 선택이었다. 정치적 반발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53-5)


요르단 강 서안에 있는 비르자이트 대학교 경영경제학부 부교수인 팔레스타인 학자 아말 나잘Amal Nazzal은 보고서에서 유튜브가 팔레스타인 콘텐츠에 대해 어떤 식으로 지역과 언어 차별을 두루 활용하는지 보여주었다. 아랍어 영상은 내용이 어떻든 신고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특히 ‘하마스’, ‘이슬람 성전聖戰’, ‘헤즈볼라’ 같은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면 여지없이 신고를 당했다. 요르단 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이용자인 하메드는 유튜브 채널 ‘팔레스타인 27k’를 만든 사람인데, 자신이 올린 영상 하나가 삭제된 것을 발견했지만 똑같은 영상을 유럽인 친구에게 보내 업로드하게 하는 실험을 하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콘텐츠를 현금화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디지털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의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통제다. 근대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사람들을 바라보던 서구의 차별적인 시선과 별다를 바가 없다. 아랍인들은 다시 한 번 당연히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159-61)


맺는말│공존할 것인가, 돌연변이가 될 것인가


이스라엘은 여전히 포위 상태에서도 번성하는 민주주의이자 극단주의에 맞선 싸움의 핵심 동맹자로 규정된다. 주요 방위 수출국이라는 이스라엘의 지위는 전설과도 같다. 지구상의 수많은 나라에 군사 원조와 무기, 훈련을 기꺼이 제공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드문 경우에만 이런 이미지가 깨진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 국가라고 비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시, 드론, 열렬한 종족민족주의 등에서 글로벌 리더라는 이스라엘의 지위는 조만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스라엘은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경제적 대가를 치를 필요가 전혀 없다. 어느 편인가 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전쟁은 특히 유럽에서 세계적 무기 경쟁을 부추길 것이다. 드론부터 미사일과 감시 기술, 휴대전화 해킹 툴에 이르기까지 가장 치명적인 공격용·방어용 무기에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고조되는 투자의 직접적 수혜자다. 169-70)


그저 지구상에서 가장 침투력과 살상력이 강한 몇몇 군사 장비를 원하는 나라들을 넘어서 이스라엘이 호소력을 계속 확대하길 바라는 것은 종족민족주의의 열정을 공유하는 국가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나라들은 엄격한 종교 생활을 자랑스럽게 옹호하며 다문화주의와 자유의 가치에 반대한다. 이 나라들은 사회적으로 관대한 좌파가 전통적 이상을 훼손하고 그 대신 인종, 젠더, 결혼, 섹슈얼리티에 관한 도덕적으로 혼란스러운 관점을 내세운다고 비난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치학자 요람 하조니Yoram Hazony는 자신의 전망을 설명한 바 있는데, 이스라엘 유대인의 상당수가 이런 견해를 공유한다. 그는 미국은 기독교도가 다수인 기독교 국가이며, 따라서 기독교도가 나라의 법률과 사회적 규칙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수집단은 ‘별도 취급’을 받을 수 있지만, 어쨌든 다수집단이 지배적이어야 한다. 비슷한 부류의 다른 나라들에도 이스라엘의 경험이 계속 유의미하려면 극단적 무력과 감시, 기술을 성취해야 한다. 171)


이스라엘은 수많은 나라에 숱하게 많은 방위 장비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자국의 끝없는 점령에 대한 정치적 반발을 차단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NSO 그룹의 휴대전화 해킹 툴 페가수스를 비롯한 수많은 하이테크 무기를 판매하는 일종의 무기 정책은 권위주의 국가든 민주 국가든 상관없이 동맹과 우방을 보장해준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국가라고 자부한다. 이 전략이 지금까지 작동한 것은 이스라엘이 두려워하는 것이 단지 제2의 러시아라는 딱지가 붙는 사태뿐이기 때문이다. 외국 영토를 침략, 점령해서 엄청난 비난을 받는 것 말이다. 인권을 침해하는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기 위한 거대한 국제적 캠페인이나 억압적 국가들에 장비를 판매하는 이스라엘 무기 회사를 표적 겨냥한 법적 소송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 산업은 계속 승승장구할 것이다. 막대한 이윤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도덕은 이 산업과 아무 관계가 없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실험실이 빛을 잃으려면 비난이 가해져야 한다. 173-4)


그다지 큰 환호를 받지는 못하지만, 많은 기관 투자자가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에 공모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면서 이스라엘 기업들에서 투자를 회수하기 시작하고 있다. 자산 규모 950억 달러로 노르웨이 최대의 연금기금인 KLP는 2021년 요르단 강 서안 정착촌에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권 침해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16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같은 해에 뉴질랜드의 슈퍼펀드는 다섯 개의 이스라엘 은행이 보유한 지분 650만 달러를 매각하면서 ‘제외된 기업들이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건설에 프로젝트 금융을 제공한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물결이 바뀔 수 있다. 2021년 ‘책임 있는 투자자Responsible Investor’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투자 매니저의 67퍼센트가 조만간 인권 문제가 핵심적인 투자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중국이나 미얀마–또는 팔레스타인–에서 억압과 공모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이제 점점 옹호할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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