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 새로 쓰는 대한민국 인구와 노동의 미래
이철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1장 안개 속에 싸인, 가리어진 길
"최근 발표된 2023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의 중위 전망이 실현되는 경우, 한국의 인구는 2072년까지 약 3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한 국가의 인구는 어느 정도 규모면 충분할까? 경제학이나 경제지리학에서는 일반적으로 부존자원, 자본량, 기술수준 등이 주어져 있을 때 1인당 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구 규모로 '최적 인구'를 정의한다.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 크기를 정확하게 추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목표로 하는 바를 1인당 소득이 아닌 국민의 종합적인 후생으로 설정한다면, 최적 인구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향후 60년 이내에 인구가 3,500만 명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장래 인구 전망에서 더 우려되는 부분은 3,500만이라는 '규모'보다 60년 이내라는 기간이 나타내는 '속도'이다." "빠른 속도로 인구가 감소하면, 특정한 인구 규모에 맞추어진 한 국가의 여러 시스템에 심각한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로 말미암아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26-30)
"한 국가의 각종 제도는 대체로 매년 태어나는 인구 규모를 고려하여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예컨대 공적연금제도가 태동할 때 연금의 기여율과 소득대체율은 장래의 특정한 연령별 인구수를 가정하여 결정되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병원과 의사 수, 보육시설과 학교의 교사 수, 군대의 징집 인원과 총 병력 규모, 특정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의 공급량 등도 나이에 따른 인구 규모와 무관할 수 없다." "노동시장도 인구구조 변화가 초래하는 불균형 문제를 비켜 가지 못할 것이다. 일정한 나이를 넘어서면 평균적인 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고려한다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실질적인 노동 투입량의 감소 규모는 더 클 수 있다. 인구변화는 직종 혹은 산업 간 노동 수급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각 부문에 취업해 있는 사람들의 나이, 학력, 숙련도 등이 다르고, 이질적인 성격의 인력은 서로 쉽게 대체되기 어렵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34-5)
2장 인구변화는 노동인구절벽으로 이어질까?
"현대의 노동시장에서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 규모는 일하는 사람의 수를 어림잡을 수 있는 유용한 지표이다. 하지만 생산연령인구는 실제 노동인구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생산연령인구 가운데 (학생이나 조기 은퇴자를 제외한) 일부만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인구변화가 노동인구 규모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전망하기 위해 생산연령인구보다 경제활동인구의 변화를 살펴보는 편이 타당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중위 전망이 실현되는 경우, 전체 경제활동인구 규모는 2022년 약 2,938만 명에서 2072년 1,63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유지되는 경우, 노동인구가 향후 50년 동안 현재의 약 56%로 감소할 것임을 보여준다. 매우 빠른 감소이지만 적어도 15~64세 생산연령인구의 감소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느린 감소 추세이다. 그리고 15년 후인 2030년대 후반까지는 그다지 큰 폭의 감소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48, 52)
"한국은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매우 압축적으로 근대화와 경제성장을 경험했다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현재 한국에는 부모와 자식 세대는 물론이고 불과 10년 터울의 선배와 후배 사이에도 평균적인 건강과 인적자본 수준이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는 세대는 196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혜택에 힘입어 과거와 현재의 고령자에 비해 더 건강하고 생산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전망할 때, 나이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효과, 즉 나이 효과(age effect)뿐만 아니라 태어난 시기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효과, 즉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통상적인 가정을 대입하면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 "여기에 고령층에 진입하는 출생 코호트의 교육 수준 개선은 노동인구의 고령화로 말미암은 생산성 감소를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다."(57, 60)
3장 인구변화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질까?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높아졌지만 비교 대상으로 설정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같은 북서부 유럽 국가들에 비해 20~30%p나 낮고, 이웃 국가인 일본에 비해서도 줄곧 10%p 낮게 유지되었다. 한국이 장차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른 국가들의 경험을 따라가리란 보장은 없지만, 지난 40년간 추세와 여성 고용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장년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비교 대상이 된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참가율이 낮은 국가는 프랑스뿐이다.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조기퇴직 경향이 강했던 영국과 독일 같은 국가들이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보다 낮은 참가율을 보였으나, 현재는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일본 장년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한국보다 월등하게 높다."(68-70)
"현재의 한국은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노동시간당 부가가치로 정의한 노동생산성 지표에서 2022년 한국은 OECD 38개국 중 33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빠르게 개선될 수 있을까?" "먼저 여성의 생산성 변화 가능성을 살펴보자. 임금을 생산성 지표로 볼 때, 한국 여성 취업자의 생산성은 남성에 비해 낮으며, 이러한 여성의 불리함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크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에 관한 연구들은 노동시장에서 한국 여성들이 직면하는 여러 가지 불리함, 특히 결혼이나 출산으로 발생하는 불리함을 심각한 성별 임금격차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렇게 볼 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고 일터에서 여성이 직면하는 불리함을 없앨 수 있는 정책(보육 지원, 노동조건 개선, 각종 차별 금지 등)은 여성 고용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여성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75-9)
"한국의 빈곤율이 아동과 청년층에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지만 50대를 넘어서며 빠르게 높아져 고령층에 이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그렇다면 왜 50대 중반을 넘기면서 임금으로 측정한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감소할까?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많은 사람이 50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오랜 기간 일해온 주된 일자리를 떠난다는 것이다. 능력이 뛰어나거나 운이 좋은 소수의 퇴직자는 이전 직장과 비슷한 일자리를 얻어서 높은 급여를 받으며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다수는 이전보다 질이 낮은 일자리 혹은 해오던 일과 관련이 적은 직종에 재취업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나이 들어도 건강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 훈련, 건강관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전직 및 재취업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여 개인의 역량과 선호에 맞는 일자리 이동을 쉽게 만든다면, 고령자의 고용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79-82)
4장 인구변화로 노동시장에 어떤 불균형이 발생할까?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나이 든 인력은 늘어나는 반면 젊은 취업자는 줄어든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인적자본의 특성과 노동시장에서 주로 맡는 일의 성격이 다르다. 각 일자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의 유형도 다르다. 주로 젊은 인력에 의존하는 일자리도 있고 나이 든 사람에게 적합한 일자리도 있다. 따라서 노동인구의 나이 구성이 빠르게 바뀌면 인력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보건업, 음식점 및 주점업, 기타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스포츠 및 오락 관련 서비스업 같은 업종은 20대와 30대 초반의 젊은 노동인력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농림업, 광업, 부동산업, 운송업 같은 업종에는 젊은 노동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인구구조 변화로 젊은 노동인력 비중이 줄어들면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노동 공급이 더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반면에 나이 든 취업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부문에서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다."(100-2)
"2031년까지 인구변화로 노동 공급이 가장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은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으로, 그 감소 규모는 3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직별 공사업과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업에서는 20만 명 이상, 음식점 및 주점업과 농림업에서는 10만 명 이상의 노동 공급 감소가 예상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부동산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국제기관·외국기관, 사회복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등에서는 노동 공급이 오히려 1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직업별로 보면, 운전 및 운송 관련직에서는 약 26만 명의 노동인력 감소가 예상된다. 조리 및 음식 서비스직, 운송 관련 단순 노무직, 제조 관련 단순 노무직, 건설 및 채굴 관련 기능직 등에서도 10만 명 이상의 노동력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교육 전문가 및 관련직, 법률·행정·경영·금융 전문가 및 관련직, 경영 및 회계 관련 사무직 등의 직종에서는 인구변화로 오히려 노동 공급이 10만 명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105-8)
# 이상의 결과는 다른 조건이 변하지 않을 때 인구변화가 각 부문의 노동공급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를 보여주는 것이지, 실제 취업자 변화를 예측해주지는 않는다. 가령,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인구변화로 노동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보다 훨씬 가파르게 노동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까운 장래에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5장 누가 우리를 치료하고 돌볼 것인가?
"인구변화로 인한 전반적인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는 장차 이 분야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에서 의료서비스 수급 불균형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의 부족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다른 의료인력이나 시설·장비에 비해 한국의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한의사를 포함한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보다 훨씬 적고, 2.5명인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반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MRI, CT 수는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 둘째, 의료서비스를 구성하는 다른 인적·물적 투입 요소에 비해 의사의 공급이 매우 경직적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신규 의사 수는 의대 정원에 의해 결정되는데, 2000년 3,507명이었던 의대 정원은 2006년까지 3,058명으로 감축된 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인력 시장에 의사에 대한 수요가 늘더라도 이것이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130-2)
"전체 의사 인력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면 그것으로 충분할까? 의사는 비교적 동질적인 직업군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다양한 전문 과목이 있으며, 다른 과목 의사는 이질적인 지식과 숙련을 보유한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의 치료는 해당 분야의 전문의만 담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의사 인력에 대한 총량적인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더라도 전문 과목 간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인구변화는 전체 의료서비스뿐 아니라 전문 과목별 서비스 수급에도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구변화로 인한 의료서비스 수요 변화가 전문 과목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출생아 수 감소는 산부인과를 찾는 임산부 수를 줄일 것이다. 또한 아동·청소년 수가 점점 줄면서 이들이 많이 방문하는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 환자도 감소할 것이다. 반면 고령자가 많이 걸리는 각종 만성질환을 주로 다루는 신경과, 신경외과, 외과, 흉부외과 등을 찾는 환자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136-8)
"인구 및 가구 구조 변화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고령자에 대한 돌봄서비스 수요는 매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돌봄이 필요한 노인 가운데 공식 돌봄을 받는 노인의 비중은 매우 낮고 어떤 돌봄도 받지 못하는 고령자 비율이 3분의 1에 달한다. 이런 여건을 고려할 때, 고령자에 대한 공식돌봄서비스 수요는 전체 수요에 비해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저출산 추이가 이어지면 아동 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이에 따라 맞벌이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육시설 돌봄과 개인 양육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개연성이 크다." "심각한 전문 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불균형이 예상되는 의료 분야에 비해서는 덜하겠지만, 돌봄서비스에서도 돌봄 유형 간 불균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돌봄서비스를 담당할 인력이 서로 완전하게 대체적이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유형 간 수급 불균형 문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152-3)
6장 일터에서 젊은이가 사라진다
"청년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일반적인 노동인력 감소와는 사뭇 의미가 다르다. 이는 최근 학교교육을 받아서 현재의 노동시장이 필요로 하는 최신의 지식과 숙련을 보유한 노동인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학습 능력, 적응력, 지리적·사회적 이동성이 높은 집단의 비중이 축소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청년인력 감소는 같은 규모의 평균적인 노동인구 감소보다 노동시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노동시장의 기본 기능은 특정한 인적자본을 가진 노동력을 동원하여 해당 인력이 필요한 부문 혹은 지역에 탄력적으로 재배분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력의 동원과 재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면 각 개인은 자신이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개별 산업의 경쟁력과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노동의 이동성은 새로운 산업과 지역의 성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169-70)
"청년인력 감소가 노동시장에 일으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교육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교육 시스템을 개선해 노동시장 수요에 잘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현재 약 60만 명의 청년이 맡고 있는 역할을 그 절반 혹은 3분의 1 규모의 청년이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둘째,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이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훈련 프로그램 개선을 통해 다른 부문 및 유형의 인력 사이 대체 가능성을 높이고, 청년인력의 공백을 메꿀 수 있는 다른 인구집단의 고용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인구변화가 노동시장에 불러올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줄어드는 청년 가운데 누구 한 사람도 '낭비'되지 않도록 고등교육을 제도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선호와 여건에 따른 선택과 진로 변경의 기회를 거듭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역량을 전 생애에 걸쳐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너그러운 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178-9, 182)
"청년인력 감소가 가져올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문 간, 직장 간 이동이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줄어드는 청년인력이 이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일자리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여 다른 유형의 인력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로 떨어진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젊은 신규 취업자가 빠르게 감소하면 기업은 더 이상 신규 채용에 의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청년인력 감소로 말미암아, 이미 중소기업이 오래전부터 경험하고 있는 신규 인력 확보의 어려움은 점차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기업은 기존 직원의 재교육·훈련이나 타 분야 출신 인력의 채용과 교육 등을 통해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노력을 늘려야 할 것이다."(182-3)
7장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이 없는 사회
"미래의 고령인구는 그 수가 많아질 뿐, 현재의 고령자와 별반 다르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미래의 고령자는 현재의 고령자와는 여러모로 다를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의 압축적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고려할 때, 일찍 태어난 현재의 고령자보다 늦게 태어난 미래의 고령자가 평균적으로 더 건강하고 더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을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육수준의 개선일 것이다." "65세 이상 대졸 인구는 상대적으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인구집단이 될 것이다. 대졸 고령인구는 현재 전체 인구의 5% 미만이지만, 2072년이 되면 15세 이상 인구의 약 3분의 1이 65세 이상 대졸자로 구성될 것이다. 여기에 55~64세 대졸 인구를 포함하면 50년 후에는 대학을 졸업한 55세 이상 장년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처럼 미래의 고령인구는 현재의 고령인구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아질 것이고, 고학령 고령인력은 전체 노동력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192-7)
"게다가 미래의 고령자는 현재의 고령자보다 더 건강할 것이다. 그리고 건강상태 개선은 학력 신장과는 별도의 경로로 이들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이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고학력자는 일반적으로 저학력자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위험한 행위를 덜 하며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또한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은 의료기술을 더 잘 이해하고 의료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도 하다." "건강 개선에 힘입어 미래의 고령자는 더 오래,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 악화는 중년을 넘긴 노동자가 일을 그만두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각종 질환과 건강 악화는 중고령자의 고용뿐만 아니라 임금에 반영된 생산성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건강이 더 나아지는 미래 고령인구는 현재의 고용인구에 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아지고 생산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197-8)
# 한국 노동시장에서 정년 연장이 효과적인 방안이 아닌 이유
1. 향후 10~20년은 노동력 총량이 부족하지 않으므로 모든 유형의 고령자의 양적 확대는 필요하지 않다.
2.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예상되는 산업(사회복지서비스 등)은 대체로 정년의 의미가 크지 않은 업종들이다.
3. 정년 연장으로 장년층 고용 확대가 예상되는 산업과 청년인력이 급감하는 부문이 그다지 겹치지 않는다.
4. 인력 부족 문제는 중소기업에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년연장의 혜택은 주로 대기업 중심이다.
5. 정년 연장은 '평균'을 고려하여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파워 시니어를 충분히 잘 활용하기 어렵다.
"산업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노동시장에 파워 시니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장차 고령인구가 생산 역량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게 하려면 고령 친화적인(age-friendly) 작업환경과 노동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의 한 연구는 고령자가 선호하는 일자리 특성으로 높은 자율성과 유연성, 낮은 스트레스와 신체적·인지적 난이도, 재택근무 가능성 등을 제시하였다. 또한 고령자가 이러한 성격의 일을 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임금을 포기할 의사가 있음도 보였다." "흥미로운 결과는 여성과 젊은 고학력자의 고용도 고령 친화적인 일자리의 증가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젊은 세대도 자율성과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감지된다. 미래에는 이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한다. 따라서 일자리를 고령 친화적으로 바꾸는 작업은 베이비 붐 이후 세대, 더 나아가 지금의 젊은 세대가 나이 든 후에도 생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218-20)
8장 ‘이민자의 나라’가 우리의 미래일까?
"한국에는 어떤 특성의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고 주로 어떤 부문에 취업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통계청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원자료를 이용하여 근래 외국인과 내국인의 특성을 비교하였다." "근래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은 내국인과 비교하여 평균적으로 약 7년 정도 젊고, 대졸 이상 학력 비율이 절반 수준이었으며, 남성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국인 취업자는 내국인 취업자와 비교해 시간당 임금이 약 25% 낮았고 근로시간이 약 18% 길었다. 유배우자 비율과 상용직 비율은 내외국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외국인이 평균적으로 젊지만 교육수준이난 시간당 임금에 반영된 생산성 면에서 내국인에 뒤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들 중 전문인력 비자를 받아서 들어온 외국인은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하다. 이처럼 지금은 외국인의 절대 다수가 비전문인력 및 이와 가까운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235-6)
"미래에 한국 노동시장이 필요로 할 외국인력은 과거와 현재의 수요를 충족시켜준 외국인력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래의 노동력 부족 부문은 외국인력 집중도가 높은 부문과 그다지 잘 부합하지 않는다. 가까운 장래에 노동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리라 예상되는 5개 산업은 사회복지서비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전문직별 공사업,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운송업, 소매업(자동차 제외) 등이다. 반면 현재 외국인력은 주로 일부 제조업, 건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농업 등에 집중되고 있다. 장래의 심각한 인력 부족 사태를 경고한 의료 및 돌봄 분야도 간병인 같은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외국인력 집중도가 낮다." "이처럼 현재와 같은 외국인력 도입 시스템은 인구변화가 초래할 장래의 노동 수급 불균형 문제 대응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인구변화의 충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여건과 수요에 부합하는 새로운 외국인력 도입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241, 244)
# 외국인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책
1. 숙련 유형 및 수준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된 비자체계 수립(현재는 전문인력과 비전문인력으로 단순 이분화)
2. 국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숙련을 보유한 외국인력을 국외에서부터 식별하고 채용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
3. 비전문 외국인력을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문으로 배분(필요한 사업체 위주로 배정점수제 개선)
4. 외국인력의 이동성을 제약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저해하는 외국인 비전문인력의 고용주 변경 제약 완화
5.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유학생은 젊고 학력이 높고 해당 국가의 문화에 더 익숙하므로 적극적으로 영입
6. 외국인을 대상으로 교육과 훈련을 병행하여 국내 노동시장 동화를 촉진함으로써 최대의 생산 역량 유도
7. 숙련도가 높은 외국인력이 한국에 더 오래 머물며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배우자 취업, 자녀 교육 지원 등)
"현재까지의 외국인 정책은 한국이 문호를 개방하면 외국인력이 탄력적으로 공급될 것임을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다.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외국인으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 역시 과거에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줄곧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이 충분히 많을 것임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가정이 현실과 크게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첫째, 한국과 주된 이민 송출국을 공유하는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유치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면서 외국인력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둘째, 한국에 인력을 보내고 있는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경험하면서 장기적으로 인력 송출국에서 인력 수입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한국에 인력을 송출하는 국가들의 인구변화도 이 국가들이 인력 송출국에서 인력 수입국으로 전환하는 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상대적 임금 우위가 감소하면 외국인력을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258-60)
"그렇다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첫째, 한국을 외국인이 선호하는 국가로 만들 필요가 있다. 임금 우위만으로 외국인력을 끌어들이는 정책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임금 이외의 조건들을 매력적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임금을 지급할 때, 굳이 한국을 택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우선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사회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외국인 권익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외국인 정책의 기본적인 제약 조건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는 도덕적 책무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신을 지키고 장기적으로 우수 외국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둘째, 외국인력 도입을 인구문제 해소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태도를 버리는 편이 좋다." "모든 고통을 깨끗하게 없애면서 부작용도 없는 마법의 약은 없다. 먼 훗날까지 지속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현재의 고통과 비용을 감내하는 길이 더 현명할 것이다."(261-3)
9장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인구변화의 미래를 위해
"인구변화의 미래에 적합한 사회의 비전을 모색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연구 결과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몇 가지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사람을 보는 사회'이다. 나이, 성별, 출신지, 외모 등 겉으로 드러나는 부수적 특성이 아닌 역량, 성과, 경력, 잠재력 등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누구를 어떤 자리에 어떤 조건으로 쓸지 결정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는 '사람에게 맞추는 사회'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량과 선호에 맞추어 적합한 일을 적당한 만큼 할 수 있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는 '기회를 주는 사회'이다. 대학 입학이나 취업에서 자신과 맞지 않는 선택을 한 사람들에게 거듭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은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이다. 인구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사회는 이동성이 높은 사회이다. 사회안전망이 잘 갖추어질 때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한 모험에 나설 것이다."(272-4)
"정책 우선순위는 먼저 인구변화로 특정한 형태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를 고려해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예컨대 부문 및 유형 간 노동 수급 불균형 문제는 총량적인 노동력 부족 문제보다 더 가까운 장래에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전체 노동인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보다는 미시적인 노동시장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에 인구변화의 충격이 다가오는 사안도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한발 앞선 대응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앞으로 4~5년 후부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인력이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 간 잠재적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나 필요한 법과 제도를 고치는 정치적 과정의 험난함을 고려할 때, 교육혁신과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일은 지금 시작해도 결코 이르지 않다."(277-8)
"저출산 완화 정책에 대한 한 갈래의 비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합계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볼 때 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책의 효과를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없었을 경우 나타났을 결과를 합리적으로 추정해야 한다."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최대한 제거하고 적절한 지표를 이용하여 분석한 연구들은 현금지원, 보육의 질 개선과 보육비 지원, 육아휴직 지원 등의 정책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른 갈래의 비판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어차피 불가능하니 저출산·고령화 추이를 미래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하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당면한 인구문제의 핵심은 출생아 수 감소 자체보다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사실이다. 출생아 수 감소 추이를 반전시키지 못해도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인구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고 대응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281-3)
"인구문제는 여러 면에서 금융위기, 안보위기, 감염병 위기 등 다른 국가적 위기와는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첫째, 인구변화의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 감소도 해가 바뀌어야 비로소 체감된다. 그리고 인구문제에 대응한 정책의 효과 역시 장기간에 걸쳐 느리게 나타난다. 둘째, 다수의 국민에게 인구문제는 당장 절실한 나의 문제가 아니다. 훗날 누군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겨지기 쉽다. 셋째, 인구변화의 영향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인구가 줄면 오히려 삶의 질이 개선되리라는 의견도 있다. 넷째, 인구문제는 다양한 분야와 정부 기관의 업무영역에 걸쳐 있다." "인구변화에 대한 대응은 마라톤에 가깝다. 해결을 위해 애쓴 사람이 그 자리에서 결실을 얻고 공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과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일이다."(2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