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기묘한 양자 - 과학이 세상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기묘한 6가지 이야기
존 그리빈 지음, 강형구 옮김 / 바다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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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 양자 해석의 필요성


미스터리 1. 파동인가, 입자인가


"1974년에 세 명의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피에르 조르조 메를리, 지안 프랑코 미시롤리, 줄리오 포치는 전자들에 대해서 두 개의 구멍 실험─파인만의 이중 슬릿 실험으로 빛의 파동 성질을 증명함─과 동일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기법을 발전시켰다." "이 '단일 전자 이중슬릿 회절' 실험에서 전자들은 상당히 여유 있는 간격으로 발사되었다. 전자 발사 장치와 탐지 스크린 사이의 거리는 10미터였고, 각각의 전자는 앞서 출발한 전자가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이후에야 비로소 출발했다. 실험을 통해 순차적으로 수천 개의 전자들이 발사되었을때 이들은 탐지 스크린 위에 간섭무늬를 만들었다. 개별 입자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시간과 공간 모두에 걸쳐 일어난 것이다." "빛의 이중 슬릿 실험과 동일한 실험에서 전자들은 한 번에 하나씩 발사하면 각각의 전자는 탐지 스크린 위에 하나의 빛 방울을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방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치 자신들이 파동인 것처럼 간섭무늬를 형성한 것이다."(22-5)


미스터리 2. 유령과 같은 원격 작용


"아인슈타인은 양자이론의 방정식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두 전자에 대해서 매우 놀라운 사실을 예측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정한 상황에서는 보존 법칙이 적용되는데, 이 법칙에 따르면 전자들은 반대의 스핀, 즉 하나는 위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아래 방향인 스핀을 가져서 결과적으로는 두 스핀이 서로 상쇄되어야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의 방정식에 따르면 방출원에서 방출되었을 때 전자들은 명확한 스핀을 갖지 않는다. 전자 각각은 위 방향과 아래 방향 상태가 섞여 있는 중첩superposition이라고 불리는 상태로 존재하며, 다른 무언가와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확률의 규칙에 따라서 어떤 스핀을 가질지 '결정'할 뿐이다. 만약 전자들이 서로 다른 스핀을 가져야 한다면, 전자 A가 위 방향 스핀을 갖도록 '결정'하는 순간 전자 B의 스핀은 아래 방향이 돼야 한다. 이는 두 전자가 얼마나 떨어져 있든지상관이 없다. 아인슈타인은 이를 '유령과 같은 원격 작용spooky action at a distance'이라 불렀다."(37-8)


해석 1. 코펜하겐 해석─우리가 바라보지 않으면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전자를 하나의 작은 당구공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하는 실험은 전자의 운동량을 측정하고 전자가 입자라는 우리의 개념을 입증한다. 또한 우리가 전자를 파동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하는 실험은 파장의 값을 측정하며 전자가 파동이라는 개념을 입증한다. 그게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하고 닐스 보어는 말한다. 그저 당신이 입자를 찾을 때 전자가 마치 입자인 '것처럼' 행동하고, 당신이 파동을 찾을 때 전자가 마치 파동인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전자가 입자 또는 파동이거나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보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고, 당신이 보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볼지에 대해 내린 선택에 의존한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와 원자 같은 양자적 개체들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 또는 이 개체들이 그 누구도 이들을 측정하지 않을 때─혹은 누구도 이들을 바라보지 않을 때─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58-9)


"상자 안에 갇힌 하나의 전자를 생각해보자. 확률 파동은 상자 안을 고르게 채우도록 퍼져 있고, 이는 상자 안의 임의의 위치에서 전자를 찾을 확률이 동일함을 의미한다. 이제 상자 중간에 칸막이를 세워보자. 우리의 상식에 따르면 전자는 상자의 두 부분 중 한 부분에 갇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펜하겐 해석은 여전히 확률 파동이 각각의 절반 모두를 채우고 있으므로 분할된 부분 중 하나에서 발견될 확률이 동일하다고 말한다. 이제 상자를 아예 두 부분으로 분리시켜보자. 반쪽 상자는 당신의 실험실에 그대로 두고, 나머지 반쪽 상자는 화성으로 가는 로켓에 실어 보내자. 보어에 따르면 전자가 연구실에 있는 상자나 화성에 있는 상자에서 발견될 확률은 50 대 50 이다." "코펜하겐 해석은 실험실에서 상자 안의 내용물을 검토하는 경우에만 파동함수의 붕괴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EPR '역설'과 슈뢰딩거의 유명한 죽어 있으면서 살아 있는 고양이에 관한 퍼즐의 근저에 있는 핵심 개념이다."(60-3)


"내가 학생 시절 배웠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한 대표적' 방법으로 여겨지는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실험의 한쪽에서 전자는 하나의 입자로서 전자총이라는 원천으로부터 방출된다. 그 직후 전자는 실험 전체에 퍼져 있는 '확률 파동'으로 변해서 실험의 다른 한쪽에 있는 탐지 스크린을 향해 나아간다. 이 파동은 얼마나 많은 구멍들이 열려 있든 관계없이 구멍들을 통과해 나가면서 적절한 방식으로 그 자신과 간섭하거나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탐지 스크린에는 확률의 패턴으로서 도달한다. 어떤 곳은 다른 곳보다 확률이 높고 다른 곳은 더 낮게 스크린 전체에 퍼진다. 탐지 스크린에 도달하는 순간 파동은 '붕괴하여' 입자로 다시 돌아오며, 탐지 스크린 위에서 입자의 위치는 무작위적이기는 하지만 확률의 규칙을 따른다. 이것은 '파동함수의 붕괴'라고 불린다. 전자는 파동과 같이 움직이지만 입자와 같이 도착한다."(63-5)


해석 2. 파일럿 파동 해석─세계는 우리가 바라보기 전까지 숨어 있다


"드 브로이의 '파일럿 파동pilot wave' 해석은 파동-입자 이중성을 설명하는 가장 자연스럽고 명백한 방식이다. 그는 (전자와 같은 개체가 파동이자 입자라고 말하는 대신) 파동과 입자 모두가 실재하며, 파동이(이후 '파일럿 파동'으로 알려진다) 입자를 그 목적지까지 안내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바다에서 서퍼가 파도를 타는 것과도 같다. 두 개의 구멍 실험에서 파일럿 파동은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하여 퍼진 후 그 자신과 간섭하여 간섭 파동의 무늬를 만든다. 실험에서 발사되는 입자들은 처음에 출발할 때 속력과 방향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이들은 결국 약간씩 다른 방향으로 서핑을 타며, 탐지 스크린에 간섭무늬를 만드는 파동들을 따라간다. 우리는 입자들의 속성은 측정하지만 결코 파동의 속성은 측정할 수 없다. 입자들의 행동으로부터 파동의 존재를 추론할 뿐이며, 입자들은 탐지되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숨겨져 있다. 이러한 종류의 접근법은 '숨은 변수 이론'으로서 알려지게 되었다."(75-6)


"잘 섞인 카드 한 벌이 유용한 비유를 제공한다. 그와 같은 카드 한 벌이 양자물리학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작다고 상상하자. 당신은 초현미경과 같은 장치를 가지고 카드를 한 번에 한 장씩 들춰볼 수 있다. 숨은 변수 이론에 따르면, 당신이 가장 위에 있는 카드를 뒤집을 때 당신이 보는 값은 그 카드 한 벌에 허용되는 52개의 가능성 중에서 무작위로 선택된다. 붉은색의 카드를 볼 확률은 50 대 50이고, 클로버 5 카드를 볼 확률은 1 대 52 등등이다. 카드의 값은 당신이 보기 전까지는 숨겨져 있다. 그러나 그 카드는 당신이 보지 않을 때도 항상 그 값을 갖고 있었다(그러한 의미에서 그것은 실제로는 변수가 아니다!). 첫 번째 카드를 본 다음에는─그 카드가 정말 클로버 5였다고 하자─클로버 5를 발견할 확률은 이제 0이며, 붉은색 카드를 찾을 확률은 49 대 51 등등이 된다. 이를 당신이 보기 전까지는 카드가 어떤 값을 갖지 않는다고 말하는 코펜하겐 해석과 대조해보라."(76-7)


"데이비드 린들리는 그린에서 퍼팅을 연습하는 골프 선수의 비유를 제시한다. 골프 선수는 매번 동일한 홀을 향해 골프공을 치지만, 각각의 공은 골프 선수의 퍼팅 기술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소한 변수들로 인해 약간씩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린의 표면 역시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않다. 따라서 각각의 공은 약간씩 다른 방향을 따라 약간씩 다른 거리를 간다. 이때 공이 그려낸 패턴은 골프공들이 지나간 표면의 불규칙성에 의해서 결정된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표면의 정확한 형태를 알고 공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의 속력과 방향을 정확하게 안다면, 원리상 각각의 공이 도달하는 최종적인 위치는 결정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파일럿 파동 해석은 결정론적이며, 파동함수의 붕괴와 결부되는 우연의 요소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파동함수의 붕괴 그 자체를 없앤다. 모든 입자는 항상 명확한 속성을 갖고 있다. 잘 섞인 카드 한 벌 속의 카드들처럼, 우리가 보기 전까지 그 속성이 무엇인지 모를 뿐이다."(77-8)


해석 3. 다세계 해석─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평행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난다


"슈뢰딩거의 지적처럼, 방정식들에는 (그의 유명한 파동방정식을 포함해서) 붕괴에 관한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붕괴는 바로 보어가 왜 우리는 실험 결과로서 오직 하나의 결과만을─죽어 있는 고양이 또는 살아 있는 고양이만을─보고 혼합물 즉 상태들의 중첩은 보지 못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이론에 덧붙여놓은 어떤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오직 하나의 결과─파동함수에 대한 하나의 해─만을 탐지한다고 해서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대안적 해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슈뢰딩거의 용어들을 정리해보면, 두 개의 평행한 우주 또는 세계가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의 우주에서는 고양이가 살아 있고 다른 우주에서는 고양이가 죽어 있다. 하나의 우주에서 상자를 열 때 죽은 고양이가 발견된다. 다른 우주에서는 살아 있는 고양이가 발견된다. 그러나 두 세계는 항상 존재했고, 그 끔찍한 장치가 고양이(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 전까지 서로 완전히 동일했다. 이와 같은 그림에서 파동함수의 붕괴는 없다."(90-1)


"휴 에버렛은 프린스턴대학교 박사과정이던 1955년에 자신의 학위논문 초고에서 이 생각을 전개했는데, 여기서 그는 이 상황을 아메바가 두 개의 딸세포로 분열하는 것에 비교했다. 만약 아메바에게 뇌가 있다면 각각의 딸세포는 분열되기 이전까지의 동일한 역사를 기억할 것이고 그다음부터는 자신의 고유한 개별적 기억을 가질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고양이의 예를 들자면, 우리는 그 끔찍한 장치가 격발되기 전까지는 하나의 우주와 한 마리의 고양이만을 갖지만, 장치가 격발되고 나면 두 개의 우주와 그 각각에 존재하는 고양이 등등을 갖는다." "에버렛은 그 어떤 관측자도 다른 세계의 존재를 결코 알 수 없긴 하지만 우리가 다른 세계들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세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우리가 지구의 움직임을 느낄 수 없다고 해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타당하지 않다."(93-4)


"우주적인 파동함수는 시간 속 특정한 순간에 우주에 있는 모든 입자의 위치를 기술한다. 그러나 이 함수는 또한 그 순간에 그 입자들의 모든 가능한 위치를 기술한다. 그리고 이 함수는 시간 속 임의의 순간에서 모든 입자의 모든 가능한 위치 또한 기술한다. 비록 가능성의 수는 시간과 공간의 '양자적 입상성'에 의해 제약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단일한 파동함수는 모든 가능한 시간에서의 모든 가능한 우주들을 기술한다. 그러나 이 함수는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간 상태들은 이들이 기술하는 사건들에 의해서 질서지어질 수 있고 이는 과거와 미래 사이의 차이를 정의하지만, 이 상태들이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지는 않는다. 모든 상태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친숙하게 생각해온 시간은 에버렛의 다세계 해석에서는 '흐르지 않는다.'"(105-7)


해석 4. 결여긋남 해석─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우리는 그 일부를 알 뿐이다


"결어긋남 해석의 옹호자들이 옳다면 양자성과 일상적 세계 사이의 경계는 크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결맞음에 의존한다. 앤서니 레깃은 당신의 손에 쥘 수 있을 정도로 크거나 이보다 더 큰, 이른바 '거시적' 대상들의 행동을 기술하는 데 여전히 양자역학의 규칙들을 이용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시험하기 위한 실험을 고안하고자 결심했다." "그는 SQUID(초전도 양자 간섭 장치)를 순환하는 전류에 전자기장을 이용해 수정을 가했다. 이 실험은 반지를 따라 맴도는 전자 파동이 마치 단일한 양자적 개체와 같이 행동함을 보여주며, 이는 원자보다 1억 배 더 큰 크기다." "21세기 초에 수행된 실험들은 파동이 반지의 두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일 때 일어나는 효과들을 보여주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파동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파동들이 한 번에 두 방향으로 가는 것, 즉 중첩인 것이다. 대상의 양자성을 결정하는 것은 대상의 크기가 아니라 파동의 결이 맞는다는 사실이다."(111-4)


# 파동의 결이 맞을 때 특징적인 양자 상태를 보여주며, 파동들의 결이 어긋나면 양자성을 보여주는 것을 멈춘다.


"그렇다면 '순수한' 양자적 개체가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여 '결이 어긋날 때'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때는 얽힘이 '덜'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해진다." "(양자적 상태가 중첩된) 얽힘은 속담 속의 산불보다도 더 빨리 퍼지므로 실질적으로 외부 세계와 분리된 '순수한' 양자적 계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원래의 입자와 상호작용했던 모든 것과, 그 모든 것이 지금까지 상호작용했거나 접촉했던 모든 것들이 중첩된, 두 개의 얽힌 계가 존재할 따름이다. '결어긋남'은 실제로 전체 세계─우주─에 있는 모든 것을 단일한 양자계로 연결하는 것을 포함한다." "필립 볼이 지적했던 것처럼, 결어긋남은 관측 가능한 우주 속의 기본 입자들보다 많은 양자적 상태들의 중첩과 동등한 비결맞음incoherent 상태를 아주 빠르게 생성한다." "결어긋남은 더 큰 대상들에게서 더 빨리 일어난다. 왜냐하면 이 대상들 안에는 다른 사물들과 그리고 서로 간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비트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116-8)


"몇몇 연구자들은 결어긋남 해석의 사고방식을 우주의 전체 역사─혹은 역사들─에 적용했다." "만약 모든 '측정', 모든 양자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역사들의 배열 속에서 선택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시간을 역행하여 결어긋남을 통해 일관된 역사들의 판본들을 걸러내며 빅뱅에까지(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겠으나 나는 거기까지는 가지 않겠다)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최초 시작점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임의의 양자적 상호작용이 일어나자마자 몇몇 가능성들은 배제되고 서로 다른 우주들의 다양성은 줄어든다. 즉 일관된 과거의 우주들의 범위는 줄어든다. 이러한 과정은 현재까지로 이어져, 가능성의 세계들로부터 우리 우주의 역사를 선택하게 된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직 우리 우주만이 선택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어긋남 역사 접근법은 유일한 우주를 선택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경로를 통해 다세계라는 주제의 한 변형으로 돌아오게 된 셈이다."(119-22)


해석 5. 앙상블 해석─존재 가능한 모든 것은 공간을 뛰어넘어 상호작용한다


"일상 언어에서 앙상블은 몇몇 공통된 속성을 갖거나 함께 작동하는 것들의 집합이다. 그러나 통계학자에게는 600개의 동일한 주사위들의 집합체가 앙상블을 이루는데, 만약 이러한 주사위들을 한꺼번에 굴릴 경우에 우리는 확률의 법칙에 따라 대략 6의 눈 100개, 5의 눈 100개, 4의 눈 100개, 3의 눈 100개, 2의 눈 100개, 1의 눈 100개를 볼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다. 또한 하나의 완벽한 주사위를 600번 굴리는 방법으로도 동일한 통계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양자물리학자들이 언급하는 종류의 앙상블이다. 기체 분자들로 가득 차 있는 상자는 이러한 의미의 앙상블을 구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일한 방식으로 실험할 수 있는 다수의 동일한 기체 상자들은 앙상블을 구성한다. 이상적 상황에서, 당신은 정확히 동일한 입자에 정확히 동일한 실험을 여러 번 하고 이러한 각각의 '시행' 결과를 확인할 것이다. 그것이 앙상블이다. 시행 결과는 막스 보른이 발전시킨 규칙들에 따라서 확률 분포를 따를 것이다."(129)


"리 스몰린은 '실재적 앙상블 해석'이라는 새로운 판본을 제시했다. 전통적인 앙상블 해석에서 앙상블의 구성원들은 실제로 동시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반면, 스몰린의 앙상블 해석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동시적으로 실재한다. 이러한 논점을 좀 더 명료하게 만들기 위해서 약간의 전문 용어가 필요하다. 앙상블의 가능한 양자 구성 성분들(예를 들어 수소 원자)은 '존재 가능한 것beable'이라 불리는데, 이들은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00개의 주사위를 한 번에 굴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주사위를 600번 굴리는 경우, 이들은 함께 같은 시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스몰린이 제시한 실재적 앙상블 해석은 앙상블을 이루는 존재 가능한 것들이 하나의 주사위를 600번 굴리는 경우와는 달리 실제로 600개의 주사위들을 함께 굴린 경우와 같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임의의 주어진 시간에 임의의 양자계에서는 존재 가능한 것들의 값들에 의해 결정되는 실재적인 사태들의 상태가 존재한다."(135-6)


"스몰린은 그의 단순한 수학적 규칙들로부터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을 유도할 뿐만 아니라 고전 역학의 법칙들─뉴턴의 법칙들 등─또한 양자역학의 근사로서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양자역학 그 자체가 우주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기술에 대한 하나의 근사적 판본이 아닌가 의심하며(사실상 이것이 바로 스몰린이 이 난해한 논의에 참여한 진정한 동기였다), 더 나아가 그는 만약 이러한 의심이 맞다면 진정으로 빛보다 빠른 신호가 발생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당신이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아직 궁극적인 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강력한 힌트는, 존재 가능한 것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유일한 우주적 시간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따라서 상호작용은 동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이는 상대성이론의 확장을 요구할 것이다. 스몰린에 따르면 〈양자물리학은 다른 용어들로 공식화되는 우주론적 이론에 대한 하나의 근사임이 분명할 것이다.〉"(140-1)


해석 6. 거래 해석─미래는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


"빛과 모든 전자기 복사의 행동을 기술하는 방정식들은 빛의 속력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고 말하며 오늘날 이는 상수 c로 쓰인다." "빛의 속력이 모든 관측자에게 같음을 말하는 방정식은, 그 방정식을 발견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의 이름을 따서 '맥스웰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맥스웰 방정식'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속성을 갖고 있다. 이 방정식은 시간 대칭적이다. 움직이는 전자와 연관되는 복사에서처럼 전자기 복사를 포함하는 그 어떤 문제에도 항상 이 방정식에는 두 개의 해가 있다. 하나의 해는 이른바 '지연된retarded' 파동을 기술하는데, 파동은 원천으로부터 나와서 시간 속에서 앞의 방향으로 진행하며, 세계 속 어떤 곳에서 흡수된다. 또 다른 해는 이른바 '앞선advanced' 파동을 기술하는데, 미래로부터 출발하는 이 파동은 세계 속 흡수체로부터 나와서 우리가 파동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경우에는 움직이는 전자)으로 수렴한다.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단순하게 이러한 '앞선 파동 해'를 무시한다."(143-5)


"대다수의 물리학자들과 달리 존 크레이머는 이 개념을 양자역학과 통합하고자 했다. 그는 플로리다 해변에서 대서양으로 던진 병의 비유를 제시한다. 이 병이 양자적 병이라서 파동 속으로 사라지고 이 파동은 대양 너머로 퍼져 유럽에까지 나아간다고 상상하자. 영국의 어느 해변에 그 병은 다시 나타난다. 그 순간에 전체 대양에 퍼져 있던 파동은 사라진다. 크레이머는 공간 전체를 걸쳐 양자적인 '악수'를 하는 앞선 파동들과 지연된 파동들이 존재함에 틀림없다는 것 그리고 오직 앞선 파동을 '메아리'로 삼은 지연된 파동들만이 입자들의 위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A와 B 사이의 공간을 통과하지 않고서 A에서 B로(또는 하나의 에너지 준위에서 다른 에너지 준위로) 이동하는 신비로운 양자역학적 전이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국에 있는 병으로부터 나온 파동들이 시간을 거슬러 대양을 가로질러 플로리다로 이동했고, 이 파동들이 유일한 연결을 수립하여 다른 파동들을 소거해버린 것이다."(148)


"거래 해석에 따르면 지연된 '제안 파동'은 실험에서 두 개의 구멍을 통해서 퍼져나가고, 탐지 스크린으로부터 앞선 '승인 파동'을 촉발시키는데, 승인 파동은 두 개의 구멍을 거꾸로 이동하여 방출 원천으로 되돌아간다. 각각의 입자는 어떤 제안을 수용할 것인지를 무작위적으로 선택하며, 이러한 선택이 간섭무늬를 만든다. 그러나 만약 이 실험의 또 다른 판본인 정교한 지연된 선택 실험에서처럼, 입자가 그 여행을 떠나고 난 뒤에 두 개의 구멍 중 하나가 닫힌다면 입자는 이미 이에 대해서 '알고 있다.' 왜냐하면 승인 파동이 악수를 하기 위해 되돌아갈 때 오직 하나의 구멍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양자물리학의 퍼즐들을 해결하는 데 거둔 이와 같은 성공은 (원인은 항상 현상에 선행해야 한다는 우리의 직관 같은) 상식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보이는 단 하나의 개념을 수용하는 것을 그 대가로 삼아 이루어졌다. 그것은 바로 양자 파동의 일부분이 실제로 시간을 거슬러서 이동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156-7)


나오며, 제정신인 말이 하나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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