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제학 -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
새뮤얼 보울스 지음, 최정규 외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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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호모 이코노미쿠스, 무엇이 문제인가?


"오늘날 법학자들이나 경제학자들, 그리고 정책입안자들이 법을 설계하거나 정책을 수립하거나 사업체를 조직하려고 할 때, 사람들(시민이든 피고용인이든 사업 파트너이든 아니면 잠재적 범죄자이든)이 이기적이며 도덕에 무관심하다고 가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시민·피고용인·학생·채무자의 행위 모델로 삼는 것은 결코 신중한 방식이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패러다임에 따라 정책을 펴면 도덕적 무관심과 이기심이라는 가정을 점점 더 사실로 만들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유인이 없을 때보다 유인이 있을 때 훨씬 더 이기적으로 행동하곤 한다. 둘째, 벌금이나 보상 같은 물질적 인센티브가 때로는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흄이 주장하는 대로 부정직한 사람의 탐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아무리 정교하게 인센티브를 설계하더라도, 인센티브만으로는 좋은 거버넌스가 확립될 수 없다."(27-9)


"시장경제가 올바르게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런 정책들은 이기심을 부추길 뿐 아니라, 협력적이고 관대한 시민문화를 견고하게 유지해주는 사회적 수단을 훼손할 수 있으며, 시장이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사회규범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대출을 신청할 때 자기 자산과 부채 상황을 정직하게 적어내는 것, 약속을 잘 지키는 것,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은 일상적인 미덕도 이른바 몰아냄 효과crowding-out라 불리는 문화적 재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장 같은 경제제도는 이런저런 규범이 부재하거나 위태로울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특히 오늘날 같은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사회규범이라는 문화적 토대가 필요하다. 이런 규범 중 하나가 '악수는 말 그대로 악수handshake is indeed handshake'라는, 즉 약속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누군가 이를 의심하는 순간, 그 불신 때문에 교환을 통한 상호 이득의 창출은 제한될 수 있다."(29-30)


"내가 모색하려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에 대한 경험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가정을 대체하는 것이 우리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경제학자들의 일반적인 가정과 달리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먼 미래까지 고려하지 않으며 계산에 능하지도 않고 일관적이지도 않다. 나아가 사람들은 현상유지 편향을 보이며 미래의 서로 다른 시점에 놓인 대안들 간의 선택에서 일관성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편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교육받은 뒤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경제학자들이 계산착오라 할 법한 행위를 지속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일어날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0보다 크면 그 사건을 확실히 일어나지 않을 사건과 전혀 다른 것으로 취급한다." "경제학자들은 선택 행위를 모든 인간 행위의 중심에 놓는데, 이제 경제학자들도 사람들이 그다지 선택에 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35-6)


2장 부정직한 자들을 전제로 한 법질서


"시민들에게 좋은 습관을 심어주는 것이 입법자의 임무라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으로부터, '악한 사람'을 가정하며 경제적 거버넌스와 법을 강조하는 시스템적 사고로 초점이 전환되는 긴 여정은 16세기 니콜로 마키아벨리에게서 시작한다. 〈공화국을 수립하고 법을 제정하려는 사람이라면 모든 사람이 악하며,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결코 좋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해야 한다. 배고픔과 가난이 부지런한 사람을 만들며, 법이 좋은 사람을 만든다고들 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는 이기적(〈부패한〉) 시민들로는 좋은 거버넌스가 형성될 수 없다고 본 점에서 대부분의 현대 경제학자들과 거리가 있고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에 가까웠다. 마키아벨리는 이렇게 말했다. 〈법이나 명령만으로는 부패가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억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좋은 관습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한 것처럼, 법이 준수되기 위해서는 좋은 관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45-7)


"마키아벨리는 정부가 해야 할 일차적 임무는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기질〉에 의해 동기 부여된 시민들이 마치 선한 사람처럼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여겼다." "보통의 성향과 욕구를 가진 시민은 도덕적 성향과 도덕적 욕구가 없더라도 〈그들의 행동이 법에 의해 관리된다면〉 잘 통치될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주장에 담긴 새로운 아이디어는 한 사회 거버넌스의 품격은 시민이 가진 품성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거버넌스는 사회가 좋은 시민들로 이뤄지느냐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제도가 시민들 간 상호작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현대 자연과학의 언어로 표현한다면 한 사회 거버넌스의 질은 정치체제의 창발적 속성, 즉 정치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의 특성으로부터 직접 추론할 수 없는 전체의 속성이라는 것이다. 마키아벨리에게 좋은 정부란 질서 잡힌 사회의 창발적 속성이었다."(47-8)


"그로부터 2세기 뒤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버나드 맨더빌의 《꿀벌의 우화》가 전달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런 사고의 급진적인 형태였다. 네덜란드 출신의 이 괴짜 런던 의사는 자신의 책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미덕은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맨더빌의 벌집은 부도덕한 탐욕과 시샘 어린 경쟁 위에서 번성했고, 꿀벌들이 도덕적으로 변하자 붕괴의 무질서가 뒤따랐다. 절약의 미덕이 상품 수요를 줄여 경제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맨더빌의 통찰은 케인스 경제학의 기초였던 절약의 역설을 예고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꿀벌의 우화》 1714년도 판 표지에는 이 저서가 〈인간의 약점들이 시민사회의 장점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도덕적 덕성을 대신하도록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담론〉을 포함한다고 쓰여 있다. 맨더빌은 결론부에 〈무리 중에서 가장 악한 놈마저도 공공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48-9)


"데이비드 흄은 저서 《에세이: 도덕, 정치 그리고 문학》(1742)에서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했다. 〈어떤 형태의 정부 체계를 모색하더라도 (···) 사람들은 모두 부정직하며, 그들의 행동 목적은 오로지 사익의 추구에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 이익을 수단으로 삼아 사람들을 통치해야 하며, 이익을 수단으로 삼아 그칠 줄 모르는 탐욕과 야심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공익을 위해 협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러미 벤담 역시 〈의무duty와 이해interest의 결합 원리(의무를 다하는 것이 각자에게 이득이 되게 하라)〉를 공공정책의 입안 원리로 제시했다." "부정직한 사람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마키아벨리, 흄, 벤담 그리고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였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경제행위자들과 시민들이 실제로도 도덕에 무관심하다고 보았던 것은 아니다." "실제 이 고전적 저자들은 한편으로 정책이 이익을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윤리적이고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에 대한 호소를 간과하지 않았다."(50-1)


"부정직한 사람을 전제로 한 법질서라는 주장이 호소력을 갖게 된 이유는 시민들이 실제로 부정직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종교적 열광이나 권력 추구 같은 좀 더 해를 끼칠 수 있는 다른 '열정'에 비해, 이기심의 추구는 이롭거나 적어도 해는 끼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둘째로 경험적 문제인데, 국민국가 규모로 운영되는 정부가 좋은 정부가 되는 데 기초를 제공하려면 덕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중세에는 일곱 가지 죄악 가운데 탐욕이 가장 큰 죄로 여겨졌기에, 이기심이 존중할 만한 동기로 인정받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기심이 좋은 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기초로서 받아들일 만하게 여겨진 데에는 전쟁과 무질서가 드리운 그림자도 한몫했다. 레몽 아롱이 〈총력전의 세기〉라 부른 20세기를 포함해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는 그 어떤 시대보다도 유럽의 사망자 중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가 17세기였다."(52-4)


"더 이상 미덕을 좋은 정부의 필수 조건으로 여기지 않게 된 것은 단순히 인간 동기에 대한 현실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타인'이 친인척이거나 이웃 또는 친구라면 그들의 처지에 대한 우리의 관심, 그리고 사회규범 위반에 대한 사회적 제재나 보복을 피하려는 욕구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낯선 사람이 상호작용을 하는 환경에서는 윤리적이고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가 좋은 정부의 기초로 불충분하다는 우려가 생겼고, 그 대응의 하나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제약과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시민적 덕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마키아벨리가 우려했던 것은 시민적 덕성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지, 시민적 덕성이 없다거나 그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조차 어떠한 경제 혹은 사회 시스템도 시민적 덕성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55)


"고전학파 경제학자들(그리고 이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간과한 사실은 이기심을 이용하고자 설계한 인센티브 제도가 도덕적 행위를 비롯한 친사회적 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아마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암묵적으로 받아들이는 첫 번째 원리는 인센티브와 도덕이 가산적이며 분리 가능하다는 가정이다. 두 요소가 가산적이며 분리 가능하면 두 요소 간에는 시너지 효과도, 역의 시너지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암묵적으로 분리 가능성을 가정함으로써 두 가지 중요한 가능성을 간과해왔다. 첫째로 이기심이 공익에 이바지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시민적 덕성이 약해지거나 시민적 덕성이 주요한 동기로서 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로 특정 조건에서는 윤리적이고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와 이기적 동기가 함께 번성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그 결과 더 나은 사회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58-62)


"(각 행위자 간의) 계약이 완전하다면 이기적 개인 간의 경쟁을 통해 도달한 균형은 '모든 것이 가격을 가지며' 그리고 '그 가격이 적절'하도록 보장한다. 따라서 경쟁시장은 파레토 효율적인 결과를 낳는다. 여기서 파레토 효율적인 상태란 누군가의 처지를 악화시키지 않고는 어느 누구의 처지도 개선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정리의 가정들, 특히 계약이 완전하다는 가정은 시장실패(조정되지 않은 교환이나 경제적 행위가 파레토 비효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상황)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이상적인 세계란 어떤 특징을 갖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세계에서는 좋은 거버넌스를 위해 굳이 도덕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이 정리는 사람들의 선호와 상관없이 참이다." "이 정리의 가정이 성립하는 한에서, 경쟁적 교환은 거래가 자발적이며 결과가 효율적이기만 하다면 시민들이나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흔히 적용되는 규범적 기준이 필요없는 특별한 영역이 되었다."(65-7)


"교환을 통해 공급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양과 질에 대한 정보는 매우 비대칭적이거나 입증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여기서 비대칭적이라 함은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양과 질이 교환의 두 당사자 모두에게 알려진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입증 불가능하다 함은 양과 품질에 대한 정보가 두 당사자 모두에게 알려져 있더라도 그 정보를 법정에서 계약을 강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경우 계약이 교환의 모든 측면을 포괄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시장실패는 환경적 파급효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실패는 자본주의 경제에 필수적인 일상적 교환이 이루어지는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에서도 일어난다. 고용계약만으로는 피고용인이 열심히 일하도록 규정하고 강제할 수 없다. 대출 계약 역시 채무자가 무일푼이 된다면 계약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 "이처럼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 정리'의 전제가 되는 완전한 계약 가정을 위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71-3)


"케네스 애로는 '보이지 않는 손 정리'를 설명하는 논문에 이렇게 적었다. 〈어쩌면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규범을 포함한 사회적 행위 규범은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사회적 대응일지도 모른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계약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가격이 도덕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도덕이 가격의 역할을 대신해야 할 때가 있다. 애로가 주장한 핵심은 사회규범이나 도덕 규칙을 통해, 개인 행동이 타인에게 초래하는 편익이나 비용을 내부화하는 효과가 있다면 시장실패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 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시장, 즉 노동시장·신용시장·지식시장 등이 계약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비교적 잘 작동할 수 있다면 그 이유는 사회규범이나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가 긍정적인 노동윤리, 자신이 추진하려는 프로젝트 내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 약속을 지키려는 책임감 등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도덕경제moral economy'라는 말은 결코 형용모순이 아니다."(75-6)


3장 도덕감정과 물질적 이해관계


"이타주의나 호혜성, 타인을 돕는 데서 얻는 내적 즐거움, 불평등 기피, 윤리적 헌신을 비롯해 자신의 부나 물질적 보수를 극대화하는 수준 이상으로 타인을 돕는 여러 동기를 가리켜 '사회적 선호'라 해보자. 사회적 선호는 단지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의 보수에 가치를 부여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적 선호를 이렇게 넓게 정의하는 이유는 타인의 보수나 후생에 무관심한데도, 그 밖의 다양한 도덕적 동기나 내재적 동기로부터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타인을 돕고 사회규범을 지키려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사회규범을 지키는 이유는 이를 위반했을 때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사회규범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노숙자를 돕는 것이 빈곤층의 처지 개선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자기만족warm glow〉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정직한 이유가 거짓말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직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89-90)


"나는 어떤 행동에 관련된 물질적 기대 비용과 기대 편익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적 개입을 가리켜 (경제적 또는 금전적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인센티브'라고 표현하고, 공공재에 기여하도록 만드는 근접 동기들을 시민의 '체험 가치experience values'라고 부르겠다." "인센티브가 체험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센티브의 총효과 즉 직접효과와 간접효과의 합은 인센티브 제공이 행동의 비용과 편익에 미치는 효과만을 고려할 때 기대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인센티브가 사회적 선호를 몰아냈다고crowding out 말한다. 다르게 말하면 인센티브와 사회적 선호는 서로 대체제라는 말이다. 즉 각 요소가 행동에 미치는 효과가 다른 요소의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가 사회적 선호에 미치는 효과가 양(+)이라면, 이 경우에는 끌어들임 효과crowding in가 발생한다고 하며, 이때 사회적 선호와 인센티브는 서로 보완재가 되어 서로가 서로의 효과를 강화한다."(92-6)


"존 스튜어트 밀은 정치경제학을 〈단지 부를 소유하려는 존재〉로서의 개인에 대한 연구로 국한시킴으로써 정치경제학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었다. 실제로 윤리적 동기나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가 존재하지 않거나(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인센티브의 효과가 이런 동기의 효과에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라면(밀은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밀이 이런 윤리적 동기나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를 배제한 것은 놀랍기는 해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대로 이 두 가지 가정 중 어느 하나도 정당화될 수 없다. 호혜성·관대함·신뢰 같은 동기는 보편적이지만, 인센티브가 명시적으로 제공되면 사라질 수도 있다. 복잡한 사고를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 즉 인센티브와 개인 선호의 상관관계를 고려하는 입법자는 몰아냄 효과의 성격(범주적인지 한계적인지, 강한지 약한지)과 이 몰아냄 현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나타는지에 관한 정보를 통해 적절한 인센티브 수준을 결정하고자 노력한다."(131-2)


# 몰아냄 효과의 성격

1. 몰아냄의 범주적 효과categorical crowding out :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가 체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2. 몰아냄의 한계적 효과marginal crowding out : 인센티브의 크기가 체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4장 정보로서의 인센티브


"대부분의 인센티브는 체험가치에 부정적인 효과를 끼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시민이나 피고용인을 완전히 이기적인 사람으로 믿는 정책은 사람들을 정확히 그 믿음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만들곤 한다." "여기서 몰아냄 효과가 일어나는 두 가지 인과적 메커니즘을 구별해보자. 첫째, 인센티브는 선호에 영향을 미친다. 인센티브는 우리가 놓인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신호를 전해줌으로써, 그 상황에 적절한 행동이 무엇이며 우리가 가진 상이한 선호들 가운데 어떤 선호를 적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예컨대 〈쇼핑할 때는 이기적으로만 행동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가족관계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 이를 가리켜 '선호가 상황 의존적'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인센티브의 존재와 성격 자체는 우리가 처한 상황의 일부가 된다. 둘째, 몰아냄 효과는 인센티브가 사람들이 생애에 걸쳐 자신의 선호를 습득해나가는 과정 자체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를 가리켜 '선호가 내생적'이라고 말한다."(143-5)


"인센티브는 목적을 갖는다. 때로는 인센티브를 통해 그 목적이 너무 명백히 드러나기 때문에 인센티브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내가 수행해야 할 작업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이렇게 인센티브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따라서 이런 경로를 통해 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경제학자들에게도 익숙하다. 마크 레퍼 연구팀이 지적하듯, 인센티브는 '보상을 설계하는 사람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인센티브는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는지(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람인지 공정함을 추구하려는 사람인지), 그가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상대방을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아닌지), 일의 성격이 어떤지(얼마나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인지) 등을 알려준다. 이렇게 드러난 정보는 그 일을 수행하려는 상대방의 동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147-8)


"인센티브가 전달하는 '불쾌한 소식' 효과는 보통 주인(principal)과 대리인(agent)의 관계에서 나타난다. 주인은 보상이나 벌금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대리인으로 하여금 좀 더 주인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주인은 실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모든 가능한 인센티브 각각에 대해 대리인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고 있어야 (혹은 추측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대리인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리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가능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주인이 특정 인센티브를 선택할 때, 대리인은 주인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했는지를 파악해낼 수있다." "인센티브가 주인이 악의적 의도를 갖고 있거나 대리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불쾌한 소식을 전달해주는 신호로 기능할 때, 몰아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주인이 공정하거나 그가 대리인을 믿는다는 신호를 전달할 수단을 갖는 경우라면 그 효과는 반전될 수도 있다."(148-52)


"몰아냄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를 살펴보자. 이번 이유는 경제학자들에게는 다소 덜 친숙한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 따질 때 맥락적 단서를 찾게 되는데, 인센티브가 그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인센티브가 가져오는 프레이밍 효과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한 가지 설명에 따르면, 시장 친화적 인센티브는 심리학자들이 '도덕적 거리두기'라고 하는 현상을 일으킨다. 도덕적 거리두기란 〈사람들이 자신들의 윤리적 스위치를 필요에 따라 켰다 껐다 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가령 사람들에게 개인적 행복에 대해 다음 두 가지 방식으로 묻는다고 생각해보자. 하나는 〈당신이 무척 즐거웠던 경험을 몇 가지 알려주세요〉라고 묻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당신이 무척 즐거웠던 경험을 몇 가지 알려주세요. 단 당신이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당신의 답변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습니다〉라고 묻는 방식이다. 후자는 사람들에게 어떤 종류의 위반은 해도 좋다는 맥락적 단서를 던져준다."(152-4)


"자기 결정권 메커니즘은 인센티브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자율성에 대한 욕구 자체에 기인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이 보상 없이도 행동 자체로부터 만족을 얻고 있을 때 인센티브의 도입이 행동을 '과잉 정당화'할 수 있으며, 인센티브가 부여됨에 따라 개인들은 스스로를 더 이상 자율적 존재로 여기지 않게 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경우, 어른이 손을 뻗어 닿지 않는 물건을 집는 것을 도와줬다고 장난감을 상으로 주면, 상을 받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이후 어른을 덜 돕게 되더라는 이야기 말이다. 이 연구를 진행한 저자들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렸다. 〈보상이 주어지고 나면, 아이들은 예전에는 그 자체로 충분한 목적일 수 있었던 행동을 단지 더 가치 있는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 돕고자 하는 내재적 동기가 감소한다. 그리고 이제 보상 자체가 충분치 않다고 느끼면 도움주기를 그만둘지도 모른다."(163-5)


# 인센티브가 사회적 선호를 몰아내는 세 가지 이유

1. 불쾌한 소식 효과

2. 도덕적 거리두기 효과

3. 통제 기피 효과(자기 결정권에 기반한 내재적 동기 감소)


5장 자유주의 시민문화


"우리가 특정 선호를 갖게 되는 방식은 억양을 습득하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선호를 습득하는 과정은 우리 생애 초기에 일어나고, 그 과정은 대부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습득 과정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으로 교류하는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 "인센티브의 효과로 돌아가 보자면, 선호가 내생적으로 형성된다는 것과 상황 의존적인 특성을 갖는다는 것(프레이밍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의 경우 인센티브의 효과가 장기적인 학습 과정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는 수십 년 혹은 전 생애에 걸쳐 지속된다는 점이다. 이와 반대로 선호가 상황 의존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상황에 놓이면(예컨대 인센티브가 철회됐을 때), 선호의 레퍼토리 중 무엇에 따라 행동할지도 함께 변한다는 뜻이다. 선호가 상황 의존적일 때, 인센티브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하는 반면, 선호가 내생적일 때, 인센티브는 장기적 효과를 초래하고 이렇게 학습된 선호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192-3)


"인센티브가 있을 때 왜 사람들은 관대한 행동(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데도 타인을 돕고자 하는 행동)을 자기 이익을 위한 행동으로 오해하게 될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인센티브로 인해 그 관대한 행동에 대한 대안적인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저 사람 돈 때문에 그렇게 한 거야.〉 나머지 하나는 인센티브가 때때로 개인들을 윤리적 프레임으로부터 보수 극대화 프레임으로 옮겨놓기 때문이다." "인센티브가 있을 경우 집단 내 관대한 행동이 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보편화된 행동 방식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인센티브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면, 관대한 선호에 따라 행동하는 개인들의 빈도가 실제보다 낮게 감지될 것이다. 이런 경향이 새로운 행동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순응주의적 효과와 결합할 경우, 관대한 성향은 문화의 지속 및 진화가 일어나는 선택 과정에서 자기 이익 추구 성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입을 것이다."(198)


"자유주의 국가는 기회주의와 불법행위를 완전히 뿌리 뽑기에 충분한 정보도, 이를 강제할 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자유주의 국가는 개인들의 신체적 상해나 재산권 상실 그리고 여타 불행에서 오는 최악의 결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할 능력이 있으며 또 실제로 그래왔다. 그리하여 노베르트 엘리아스가 썼듯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위협이 더 엄격히 통제된다〉는 사실에 기초한 〈문명화 과정〉이 가능했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한 가지 결과는 〈매일의 일상이 변덕스러운 운에 따른 급작스런 변화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고, 물리적 폭력은 군대 내로 국한된다〉는 것이다. 불행은 법을 통해서, 또 사람들이 재앙적 손실에 직면했을 때 출구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직업 등의 이동 가능성에 의해, 최근에 확립된 사회보험을 통해 완화된다." "이처럼 자유주의 사회가 위험을 줄여주는 측면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229-30)


"잘 모르는 잠재적 파트너와 만나서 거래를 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때 당신이 거래 파트너와 협력할 수 있으려면 신뢰가 얼마나 확고해야 할까? '상대를 신뢰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확신' 정도는 배반하는 사람을 상대로 당신이 협력했을 때 얼마나 피해가 큰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상대의 배반에 이용당했을 때 불운한 협력자로서 당신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매우 크다면, 당신은 상대가 신뢰할 만하다는 확신이 클 때에만 협력적으로 나설 것이다. 한편 순진하게 협력했다가 상대의 배반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의 크기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면, 상대가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법치 등 자유주의 국가가 갖는 여러 측면들은, 배반하는 사람을 잘못 믿고 협력했을 때 받게 될 불이익이 그렇게 크지 않도록 보완해준다." "물론 시장도 이러한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시장과 법치는 생면부지의 이방인들 사이에 신뢰가 진화하도록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는 데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231-2)


6장 입법자의 딜레마


"(존 스튜어트 밀의 조언을 탈피한) 경제이론들은 계약이 불완전할 때(모든 중요한 사항을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할 수 없고 그 계약을 강제할 수 없을 때) 교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연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미시경제학은 노동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작동을 설명하면서, 애로가 말했던 것처럼 계약이 경제주체로 하여금 자기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비용과 편익을 내부화하도록 강제하지 못할 때, 사회규범과 도덕적 코드로써 계약을 대신할 방식을 자세히 기술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윤리가 있기 때문에, 노동시간에 페이스북으로 친구들과 노닥거리면 고용주가 그만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고려한다. 차입자들도 스스로 정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실패할 경우 대출금을 못 갚을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그 위험성을 과소 보고하는 걸 자제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가격이 이런 도덕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음을 깨닫기 시작했다."(241-2)


"계약이 불완전해서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경우, 신뢰나 호혜성 같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규범이 이런 시장실패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경우 완전 계약에 가깝도록 이상적인 인센티브 체제를 만들려는 공공정책이나 법 관행, 예컨대 신뢰 게임에서 돈을 충분히 돌려주지 않을 때 벌금을 매긴다든지 하이파 어린이집에서처럼 부모가 지각할 때 벌금을 부과하는 조치는 이런 규범을 악화시킴으로써 시장실패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자원배분은 더 비효율적이게 된다." "신뢰와 호혜성 같은 규범은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어떤 메커니즘에서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것으로 남는다. 부정직한 자들을 전제로 한 법질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해결 방안이 아니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는 차선의 세계에 살고 있으며 여기서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적절했을 정책적 개입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 그런 정책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268-9)


"인센티브는 사회가 잘 작동하는 데 필수적이다.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도덕에 무관심하다면, 인센티브 하나만 가지고서 경제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윤리와 여타 사회적 선호는 필수적이다. 인센티브는 적어도 '해는 끼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디자인되지 않는 한, '더 나은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공정책은 개인들의 선호가 어떤지, 인센티브가 그 선호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명확히 규정된 사적 재산권, 경쟁, 유연성과 이동성 등의 조건은 계약이 완전할 때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들이다. 계약이 완전하지 않을 때에는 이런 조건들을 갖추려는 시도가 상호 이득이 되는 교환을 가능케 하는 사회규범을 손상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이런 사회규범을 장려하는 경제적·사회적 제도는 시장의 기능을 저해한다. 왜냐하면 그런 제도들은 그 경제와 보이지 않는 손의 이상적 경제 사이의 간극을 넓힐 것이기 때문이다."(282-4)


7장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가 해야 할 일


"사람들은 거래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투표하며 어떤 정책을 옹호할 때 '어떤 것을 얻으려'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의 행동 동기는 획득 동기에 맞춰져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체성 동기에 맞춰져 있기도 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세금을 통한 소득재분배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프로그램이 중산층에게는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는 않지만 일종의 보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득재분배 정책을 이런 식으로 프레이밍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 재분배에 반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정은 그 행동에 결부된 정체성의 측면을 무시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미국 등 여러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소득재분배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윤리적인 이유에서다. 그런 견해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런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믿음에 기반한다."(294-5)


"이로부터 입법자는 정치적 수사와 정책적 옹호에 관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이기심에 호소하면 사람들이 특정 정책을 지지하게 만드는 데에 사회적 선호를 이용할 수 없다.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최저임금 인상 지지 서명을 받는 자원봉사자들은 임금 인상이 지역경제를 부흥시키리라는 주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은 주민들에게 현재 최저임금이 얼마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임을 알게 됐다. 최저임금 수준을 알려주자 사람들은 설마 하는 표정과 함께 분노했고, 그러고 나서 진심 어린 서명이 이어졌다. 두 번째 교훈은 덜 명료하다. 이기심에 호소하면 유권자들은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뭐냐?〉 하는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고, 유권자들이 윤리적·사회적 고려를 덜 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따라서 이기심에 호소하는 방식은 시민들의 사회적 선호를 활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 선호를 경기장 밖에 세워두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295-6)


"인센티브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선호 체계의 진화를 저해할 수 있다. 사회적 선호에 토대를 둔 도덕감정은 좋은 정부의 필수적인 기초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는 사회적 선호를 저해하는 인센티브 사용을 뿌리 뽑으려 할 때, 모든 사람이 그 시도를 지지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선호와 인센티브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나, 인센티브가 때로는 경제적 상호 교류에서 발생하는 공동 이익을 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왜 인센티브가 파이를 줄이는데도 현실에서는 인센티브가 사용될까? 파이의 크기라는 은유 자체에 그 해답이 있다.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사람과 파이 전체의 크기가 아니라 자기 조각의 크기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가 돈을 빌려주거나 고용을 하는 등의 경제적 교류와 관계된 전체 잉여의 크기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인센티브를 도입하는 사람의 조각은 더 커질 수 있다."(310-2)


"입법자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사회에는 이기심뿐만 아니라 여러 유형이 사회적 선호가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된 선호를 가진 개인들이 혼재한다는 점이다." "입법자는 이기적인 개인들이 공익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하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는 정반대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는 이타주의자들이 공공재에 많이 기여하는 동시에 무임승차자들에게 벌을 내리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공재에 기여하는 관습을 유지하는 데 처벌이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타주의자들은 무임승차자를 처벌하는 그룹의 다른 구성원들의 희생에 무임승차한 셈이다." "사람들이 다양한 비율로 이타적이면서 동시에 호혜적일 때, 이들의 이타성이 높아지면 공공재에 대한 평균적인 기여도가 오히려 하락한다. 호혜적인 선호를 가진 사람이 보다 이타적이게 되면 무임승차자를 처벌하려는 의지가 감소하고, 이타성의 이런 간접효과가 공공재 기여를 늘리는 이타성의 직접효과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314-6)


"좋은 사람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선이라는 개념에 무관심한 사회가 성공적으로 유지되었다는 역사적·민속지학적 기록은 없다." "그러나 사회적 선호의 어두운 측면을 염두에 둔다면, 입법자가 직면한 도전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거나 적어도 해롭지 않은 목표를 위해 활용한다는 것은, 이기심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관대함이나 공정성, 그 밖의 시민적 덕성 같은 긍정적 사회적 선호들은 공공정책이나 법안에 의해 강화될 수도 있고 또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에게는 다루기 어려운 자원일 수 있다. 따라서 부정직한 자들에 대한 흄의 격언을 다음과 같이 확장할 필요가 있다. 좋은 정책과 법질서는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이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적인 동기를 유발·배양·강화함으로써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목표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3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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