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 어쩌다 자본주의가 여기까지 온 걸까?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윤혜 옮김 / 선순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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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촌 곳곳이 불안하다


"이제 자본은 일상생활에 너무 깊숙하게 침투해 있어서 붕괴시킬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혁명주의자라면 자본주의가 붕괴되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그 잿더미 위에 새로운 체제가 서게 될 것이라고 한 번쯤 꿈꿔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런 혁명이 가능한 시대가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손으로 역사를 만들어가기를 갈망한다고 마르크스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체제 내에서는 절대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한 체제에 의해 수많은 기존 재화의 생산 체인과 유통을 지속해 나아갈 수 있는 정치가 존재하며, 동시에 인간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현 체제를 점진적으로 수정하고 사회화하는 것 역시 우리가 선택한 체제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과제는 현 사회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살펴서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보다 사회주의적인 시대로 평화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모색하는 것입니다. 혁명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기나긴 여정입니다."(26-8)


2 신자유주의의 간략한 역사


"대처는 경제체제를 신자유주의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경제문화 전반을 바꾸려 했습니다. 개인주의, 개인의 책임, 자기계발 등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을 주입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기업가가 되어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난에 허덕이게 되더라도 그것은 자신에게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난에 빠지게 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시스템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이죠. 집을 압류당해도 그것은 시스템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자립이라는 개념이 이렇게 생성된 것이죠." "자본의 본질에 대항하는 운동이 벌어지자, 자본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대응했습니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존중합니다. 특히 시장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시장구조를 체계화할 것입니다. 그 대신 사회정의라는 것은 잊어주셔야겠습니다.〉"(36)


3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파헤치다


"1980년대에 신자유주의 프로젝트는 강한 정부를 등에 업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말하면, 오늘날 이는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정부를 배제하자. 정부를 제거하라. 정부가 문제이므로 우리는 정부의 개입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기 때문이죠. 로널드 레이건이 한 유명한 말도 있습니다. 〈정부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중략) 정부가 바로 문제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발을 빼지 않았습니다. 역할을 바꿨죠. 건강관리 및 교육을 비롯해 넓은 범위의 사회복지사업과 같은 복지 시스템을 창출해 국민을 지원하던 정부가 자본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정부는 자본을 옹호하고, 때로는 보조금을 주기까지 하면서 자본의 적극적인 대리인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강한 신보수주의 정부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연합은 신자유주의가 대중적 정당성을 잃어버린 시기에도 계속 강화되었습니다."(47-9)


4 실체 없는 금융이 세상을 지배하다


"2007-08년 금융위기 이래 통화 측면에서는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빨랐지만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는 진전이 일어난 곳도 있지만 대부분 최근의 통화팽창은 실제로는 부유한 자들의 손에 그 혜택이 돌아갔습니다. 이것은 특히 양적완화라는 정책에 있어서는 사실입니다.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중앙은행들(미국의 연방준비은행, 잉글랜드은행,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은 상업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담보대출과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중앙은행들은 현금을 줬죠. 이렇게 하면 경제에 유동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상업은행들이 담보대출과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은행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양적완화입니다. 2007-08년 금융위기에 반응해서 일어난 일 중에 중요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중앙은행들은 전 세계 통화공급량을 늘렸습니다. 그러나 늘린 돈은 생산적인 활동이 아니라 주로 자산가치를 매입하는 데 흘러 들어갔던 거죠."(64)


5 독재로 선회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권력이 정치에 개입하려면 그 진용을 잘 짜야 하지만, 지금은 극우 성향의 인종차별적인 국수주의, 더 나아가 신나치주의 정치를 다루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브라질의 신군부독재로 나아가는 추세는 꼭 대기업은 아닐지라도 재계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재계는 계속해서 우파 성향의 정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자유주의는 자신의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는 위험에 처해 있으며,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재계 인사들 중에는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찾고 있다는 징후가 보인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와 신파시스트의 동맹을 막으려면 민중의 거대한 저항 운동이 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모든 사람이 이러한 문제들의 깊은 본질을 꿰뚫고 있어야 하며, 어떤 해결책들이 가능한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86-8)


6 사회주의는 진정한 자유를 추구한다


"1960년대 당시 정의와 자유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요구가 광범위하게 퍼졌죠. 국가 및 기업자본에 의해 부여되는 강제와 시장의 강제 등에서 벗어날 자유는 물론이고, 사회정의에 부응하는 자유에 대한 요구까지 광범위하게 일었습니다." "이에 대한 1970년대 자본주의자들의 정치적 답변은 흥미로웠죠. 이들은 이러한 요구를 정면 돌파하면서 요컨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기꺼이 자유를 내어드리죠. 몇 가지 조건이 붙긴 하겠지만요. 그 대신 정의라는 것은 잊어주셔야겠습니다.〉" "이러한 전환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던 폴라니는 말합니다. 〈그래서 계획과 통제는 자유를 부정하는 것으로 공격받고 있다. 사람들은 사유재산이 자유의 핵심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다른 토대 위에 세워진 사회는 '자유'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규제가 만들어낸 자유는 비자유라고 비난받고 있다. 그것이 제공하는 정의, 자유, 복지는 노예제도를 교묘히 위장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94-6)


7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중요성


"2008년도에 우리는 중국과 그 경제체제가 저임금 노동을 기반으로 하는 생산기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중국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중국은 갑자기 첨단산업 부문에 엄청난 속도로 진입했으며, 8년 만에 첨단기술 산업에서 주요한 경쟁자가 됐습니다." "중국은 매우 빠릅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엄청난 규모의 경제 혜택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혼재되어 있지만, 고도로 분권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 환경에서 부상하고 있는 '검투사 자본주의'가 기업가 문화의 중심에 절대적으로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인공지능을 미래라고 결정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배제하는 길을 찾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얼마나 진정으로 사회주의를 신봉하는지는 바로 '노동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123-5)


8 자본주의의 지정학


"자본이란 성장하는 것이며, 성장하면 팽창합니다. 따라서 자본의 지리학이란 자본이 한 공간 내에서, 또 그 공간을 넘어 끊임없이 팽창하는 것에 관한 학문이죠. 특정한 영토 내에서의 자본의 팽창은 궁극적으로는 자원, 인구, 사회기반시설 등에 의해서 제한을 받습니다. 그 영토 내에서 특정 시점이 되면 자본의 팽창은 한계에 도달하죠. 따라서 지상의 특정 장소에 잉여자본이 계속 쌓이게 되는데, 이때 잉여노동력도 함께 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잉여자본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배출구를 필요로 하죠. 이 자본들이 어디로 갈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해답은 식민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또 다른 답은 자본을 수출하는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곳을 찾아 자본을 보내는 것이죠. 이것이 제가 말하는, 자본의 과잉 축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적 해결'입니다. 이러한 자본의 과잉 축적은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입니다."(145)


9 성장 증후군


"경제학자, 정책 입안자, 정치인 및 경제지 기자들 모두 경제의 건강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한 측정치로 성장률을 자주 거론합니다. 경제정책의 주요 목표는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흔히 말하죠. 하지만 성장에는 아주 중요한 측면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요성을 대부분 무시하죠. 그것은 바로 성장의 총량입니다." "이 문제는 어떤 맥락에서는 치명적인 중요성을 띠게 됩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얘기할 때 탄소 배출량의 증가율을 조정하는 것은 분명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문제가 걸려 있죠. 그러나 이미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온실가스의 총량도 분명 중요한 정치적 현안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가 즉각적으로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 문제는 바로 온실가스의 총량입니다. 증가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온실가스의 총량이 훨씬 더 중요한 상황이죠. 이처럼 비율보다 총량이 훨씬 중요해지는 상황들이 있는 것입니다."(169-71)


10 소비자 선택권이 박탈당하다


"자본의 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그 급증하는 총량에 대한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상품의 총량을 증가시키면 늘어난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인구가 더 많아져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인구가 상품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즉 우리는 이익률이 하락하는 경향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증가하는 상품의 총량에 대한 이익을 보장해줘야 하는 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증가하는 상품의 총량이 더욱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생산 총량의 증가, 특히 대량소비주의는 자본이 인간 생활에 미친 영향을 논할 때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대표적인 일로 손꼽힙니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는 자본의 축적과 궤를 같이하는, 현대 소비지상주의의 끝없이 계속되는 복리성장 증후군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기후 문제에서 보듯이, 일단 어떤 일이 한계점에 해당하는 총량에 도달하면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187-9)


11 원시적이며 근원적인 자본축적


"마르크스가 자본의 기원에 대해서 말하는 이야기는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유산계급의 견해와 설명에 반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정치경제학자들은 자본축적의 출발을 검약한 자본가들과 기독교 신자들의 덕성 덕분이라는 미담으로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하고 싶었던 주된 이야기는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자본축적이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토지로 대표되는 생산수단에 민중들의 접근을 차단하려고 사용한 폭력적인 수단, 그리고 막 탄생한 자본가들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파는 것 외에 다른 생존 수단을 박탈당한 민중들에게 가한 폭력적인 수단을 말하고자 했죠. 마르크스는 이렇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남의 재산을 도용하고 사회질서를 재편성한 것이 자본이 가진 원죄라고 보았습니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원시적인 자본축적은 결국, 노동시장에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방법 외에는 존재할 수도,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는 노동계급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194-8)


12 강탈에 의한 자본축적


"저는 현재의 자본주의는 생산과정에서 산 노동을 착취하여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과 달리, 강탈에 의한 축적에 점점 더 심하게 그리고 더 빠른 속도로 의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론》에서 마르크스는 자본의 집중화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자본가들은 시장에서 쫓겨난 소규모 제조업자들의 자산을 훔치고 그것을 통합합니다. 인수와 합병은 요즘 거대한 산업 형태를 띠고 있죠. 거대 자본은 소위 송사리들을 인수해 집어삼키고는, 단순히 그 자본을 인수해 자신의 권력과 덩치를 키웁니다." "이런 자본의 축적은 생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 과정을 아주 세심히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부富란 것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탈취되어 교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본의 축적이 자산가치를 계속 올리는 재평가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본의 축적은 이제 생산에 얽매여 있지 않습니다. 자산가치를 조작해서 교환하는 것에 기대고 있죠."(207-9)


# 기업담보차입매수 전략을 동원한 인수 합병, 젠트리피케이션, 기업 내 연금 및 건강보험 의무조항 삭제 등


13 생산과 실현


"1970년대 이후의 탈산업화 때문에 육체노동 일자리는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제가 제일 잘 아는 미국과 영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두 나라의 경우 모두 기술 변화로 일자리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지난 30년 내지 40년에 걸쳐 없어진 일자리의 약 60%는 기술 변화 때문이었죠. 그 나머지는 주로 오프쇼링, 즉 임금이 싼 중국, 멕시코 등지로 저임금 일자리를 보내버린 것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은 사라졌다고 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사라진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전과 같은 것을 만들어내지 않을 뿐이며, 전과 같은 일을 하지 않을 뿐입니다." "고용 자료를 들여다보면 맥도날드, KFC, 버거킹 같은 업종에서 고용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운 노동자계급은 이런 곳에서 만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곳의 일자리는 임시직인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은 잠시 일하다 떠납니다. 따라서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기가 힘듭니다."(219-21)


14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


"우리는 화석연료를 태워서 탄소 배출량을 증가시키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경제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정치경제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자본축적이라는 커다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중국이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투자 같은 방식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자본을 축적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2007-08년 이후의 자본주의가 주로 중국 및 경제가 부상하던 국가에 기대어 살아난 거라면, 자본주의의 생존 자체가 대기 중 탄소 급증이라는 대가를 지불하면서 이들 국가의 경제 팽창에 기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저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문제는 이미 존재하는 탄소의 농도라고요. 지구촌은 가능한 한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배후에 끊임없이 복리 이자율로 축적되는 자본이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합니다."(241)


15 잉여가치의 변화율 대 총량


"스웨덴의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자유무역과 이윤 균등화라는 조건에서는 부유한 지역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지역은 그대로 침체되거나 더욱 가난해지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윤율의 균등화가 일어날 수 있는 역사적 조건은(기술혁신이 미비한) 19세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20세기에도 (자본의 이동을 제한하던) 브레턴우즈 협정이 깨지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이래 지금까지 줄곧 세계화 시대라고 하는데, 이 시기의 진정한 특징은 이윤율의 균등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앞으로는 노동집약적인 경제체제에서 자본집약적인 체제로 가치가 훨씬 더 많이 이동하는 현상을 목도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노동집약적인 경제체제와 자본집약적인 체제 사이의 뚜렷한 차이가 이제는 전면에 부각되었습니다. 따라서 특정 국가나 지역의 자본집약화를 막으려는 것이 국제분쟁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중국에게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입니다."(249-54)


16 소외


"노동자는 자본에 의해 고용됩니다. 그리고 상품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는 자신이 생산한 상품에 대해서 어떠한 힘도 행사하지 못합니다. 노동자가 제공하는 노동력은 제품에서 소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노동자가 창조한 가치가 자본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 상품도 자본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에 기초를 둔 기술적인 소외입니다." "그런데 노동자만 소외되는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은 시장체제를 제어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시장체제 때문에 자본가들은 좋아하든 싫어하든 어떤 일정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별 자본가들은 '경쟁의 강제법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습니다. 시장은 훈육을 통해 자본가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합니다." "이러한 이중 소외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소외가 자본주의 체제의 중심부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는 것이죠."(260-2)


1960, 70년대부터 자신의 소외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무언가 해보려는 노동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소외가 덜한 방식으로 노동과정을 다시 구축하고, 공장 작업 현장 내에서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등 아주 다른 방법으로 생산을 조직하는 노동자연합회를 구성하자는 움직임이 일었습니다." "1968년의 봉기는 젊은이들이 개인적인 자유와 사회정의를 요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자본가계급과 기업들은 젊은 세대의 욕구에 보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선택의 자유와 문화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에서 소비지상주의를 재구성하여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려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보상적 소비주의compensatory consumerism'라고 칭할 수 있는 이론이 탄생했고, 보상적 소비주의 행태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사실상 자본은 소비자 틈새를 공략했고 어떤 경우에는 소비자 틈새를 창출했죠. 이것이 사회적 파편화를 초래했습니다."(268-70)


17 소외당하는 노동자: 공장 폐쇄의 정치


"자본의 관점에서 보는 노동은 사용가치에 불과하며, 생산에 필요한 한 가지 요소일 뿐입니다. 따라서 일회용이며, 일정한 환경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취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노동자에게 노동은 가족의 생활이며, 사회관계이며, 공장에서 일어나는 일인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든 것이 연결되어 일어나는 일이며, 노조의 일원으로 수행하는 일입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체제 하의 기업은 효율과 수익률만 강조합니다. 다른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의 삶에 기업은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습니다." "더구나 자본은 지역사회의 모든 것을 내팽개쳤습니다. 사회관계, 사회적 서비스 구조 등을 포함한 모든 것으로 이루어진 지역사회 자원을 버린 것이죠. 더 나은 방법으로 이러한 전환을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지만, 자본은 이런 방법을 포용하려 들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자본가들은 계속 같은 방법으로 움직일 뿐입니다."(289-92)


18 코로나19 시대의 반자본주의 정치


"코로나19 시대로 들어서면서 2007-08년 금융위기 이후에 폭발한 소비지상주의는 붕괴해서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전의 소비지상주의는 회전 시간을 거의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단축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었죠. 회전 시간이 최대한 짧은 소비지상주의로 몰려든 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자본을 최대한 흡수하는 것과 전적으로 관계가 있습니다. 해외관광이 그 전형적인 예입니다. 2010년에 8억 건이었던 해외관광은 2018년에는 14억 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형태의 순간적 체험 소비지상주의를 유지하려면 공항, 항공사, 호텔, 식당, 테마파크, 문화 행사 등 막대한 기반 시설 투자가 필요했죠. 이러한 자본축적 분야는 이제 한물갔습니다." "지금 같은 조건에서는 현대 자본주의적 소비지상주의의 첨단 모델이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끊임없는 자본축적이 그리고 있는 나선형 궤도가 전 세계 곳곳의 내부에서 붕괴하고 있는 것이죠."(305-6)


19 집단적인 딜레마에 대한 집단적인 반응


"마르크스는 항상 집단 행동이 추구하는 종착점은 바로 개인의 자유로운 개발이라는 생각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회의 일상생활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필요노동의 전반적인 감소'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자면, 자본 자체가 '움직이는 모순 덩어리'라는 점입니다. 〈자본은 노동시간을 최소한도로 줄이려고 압박을 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로지 노동시간을 부의 척도와 원천으로 본다.〉 따라서 자본은 노동시간을 필요한 방식으로 실제 필요한 만큼 줄이고서는 잉여노동시간을 불필요하게 늘립니다. 불필요하게 늘린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가 말하는 잉여가치입니다. 누가 이 잉여가치를 갖는지가 문제입니다." "이것이 마르크스가 되풀이해서 말하는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해방의 진정한 뿌리는 하루에 6시간 노동을 통한 집단적인 행동으로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고 나머지 시간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상황 속에 있습니다."(3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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