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선 자본주의 - 미국식 자유자본주의, 중국식 국가자본주의 누가 승리할까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정승욱 옮김, 김기정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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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자본주의는 진화한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두 가지 급속한 기술 변화, 즉 정보통신기술ICT 혁명과 소득 수렴 현상을 목도한다." "ICT 혁명은 여러 측면에서 산업혁명기의 변화와 유사하다. 그 변화란 어떤 국가 집단은 도약하고, 다른 집단은 쇠퇴하면서, 전 지구적으로 소득 순위가 대폭 뒤집히는 대개편 현상을 가리킨다." "이 두 가지 기술 혁명에 대해 서구와 아시아가 서로 반면교사로 여기는 편이 좀 더 유효하다. 즉, 서구의 풍요로움은 세계적 불평등을 증가시킨 반면, 아시아의 풍요로움은 세계적인 소득 수렴의 큰 흐름을 불러왔다." "전 세계적인 경제적 재균형은 지리적 요인만이 아니라 또한 정치적 요인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서구의 논리를 약화시킨다. 서구의 논리란(부유해지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조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런 주장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포퓰리즘적이고 금권 정치적 도전으로, 서구 자체에서도 서서히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33-4)


"세계화에 대한 서구 사회의 팽배해진 불만감은 엘리트들 사이의 격차에서 비롯된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나름대로 성공하고 잘살아왔지만, 세계화로는 별로 이득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국제적 무역과 대규모의 인구 이동을 자신들 사회에 퍼지는 악의 근본 원인으로 간주한다. 서구 사회의 이런 상황은 기이하게도 1970년대 제3세계 사회와 닮았다. 1970년대 제3세계는 다음과 같은 이중적 특성을 나타냈다. 즉, 부르주아 계급은 세계적인 경제 체제와 연계해서 부를 쌓는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은 뒤처지고 소외됐다. 이 같은 이중적 특성은 일종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개도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온 이 같은 '질병'은 이제 북쪽으로 이동하며, 부유한 나라들을 강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다소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된다. 많은 개도국에서는 이런 이중적 특성이 점차 사라진다는 점이다. 개도국은 세계화된 공급망 체제에 완전히 편입됨으로써 세계화되는 것이다."(35-6)


2부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와 불평등


"'성과주의적meritocratic'과 자유주의적liberal'이라는 말은 롤스가 《정의론A Theory of Justice》(1971)에서 처음 제시한 다양한 형태의 평등에 대한 정의에서 비롯된다. '성과주의적 평등'은 '자연적 자유' 체제와도 같은데, '직업이 능력에 따라 열려 있다'는 의미다. 개개인이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를 얻는 데 방해되는 어떠한 법적 장애물도 없다는 뜻이다. 이런 체제는 재산의 상속을 완전하게 인정한다. 따라서 '자유주의적 평등'은 더 평등하다. 왜냐하면 상속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부분적으로 재산 상속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주의적 평등이 자유롭게 교육받을 권리를 포함하기 때문인데, 이는 세대 간에 이권이나 기득권을 주고받는 행태를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라는 말은 재화와 용역이 어떻게 생산되고 교환되는지(자본주의), 그리고 그것들이 개인들 사이에 어떻게 분배되는지(성과주의적), 또 얼마나 많은 사회적 이동성이 있는지(자유주의적)를 포괄한다."(41-2)


"총소득에서 자본소득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자본과 자본가가 좀 더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자본이 노동과 노동자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요인이 된다는 의미다. 이는 자본가가 더 많은 경제적, 정치적 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향은 고전적 및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에서 모두 발생했지만, 사회민주주의적 다양성 사회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자본과 노동에서 나오는 총소득 요소 가운데 자본 비율이 증가하면, 일반적으로 ①자본으로부터 생성되는 소득의 비중이 큰 사람은 부유하며, ②자본소득은 상대적으로 소수에게 집중된다. 이는 개인 사이의 소득분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 때문에 거의 자동적으로 개인 사이의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①과 ② 두 요인으로 말미암아 증대된 자본 비율은 필연적이고 자동적으로 개인 사이의 더 큰 불평등을 불러온다." "이런 특별한 특징, 즉 자본이 풍부한 사람이 또한 부자라는 사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변의 특성이다."(47-8)


# 자본주의의 유형

1. 고전적 자본주의 : 1914년 이전 영국

2.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서유럽

3.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 : 21세기 초엽의 미국


"고전적 자본주의 시대에 통용되던 개념과 실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자본가(여기서는 돈 많은 개인이라고 칭한다)들은 모두 대단한 부자였지만, 일반적으로는 노동에서 그리 많은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극단적인 경우, 돈 많은 사람은 노동으로부터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그래서 유한계급론을 주창한 소스타인 베블런은 그런 고전적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가를 가리켜 '유한계급Leisure Class'이라고 불렀다." "이런 시대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사회적 구분이 확실했다. 이들 두 부류는 생산의 서로 다른 요소, 즉 자본과 노동으로부터 각각 한 푼의 수입도 없었다." "오늘날 미국처럼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에서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은 자본이 풍부한 사람들이 노동력도 풍부한 경향이 있다(좀 더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그런 사람들은 '인간 자본'을 많이 보유한 개인이다)." "소득 상위 1%의 사람들(또는 더 선택받은 집단으로 소득 상위 0.1%의 사람들)의 노동소득 증가는 현대 경제의 특징이다."(50-1)


"제럴드 데이비스는 2016년 자신의 저서 《미국 기업의 소멸》에서 미국의 기업 구조와 규모의 변화 양상을 강조한다. 데이비스에 따르면 과거 수익을 많이 올린 기업들은 또한 많은 사람을 고용했다. 그러면서 그 기업들은 노동자들과의 암묵적 합의를 지켰다. 그 합의란 시장에서 결정된 임금보다 다소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한 이유에는 이기적인 동기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회사에 대한 충성심 촉진과 더 나은 업무 관계, 파업의 감소 혹은 더 줄어든 노사 대립을 위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데이비스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했을 대 노동자들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변했다. 외부의 아웃소싱 계약업체들은 회사 내 노동력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충성심을 보상할 필요나 쾌적하고 적절한 작업 환경을 보장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따라서 기업들은 시장에서 결정된 최저임금만 지불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이런 이유로 노동소득 비율은 줄어들었다."(66-7)


"국가가 더 부유해지면 (개인과 마찬가지로) 저축과 성공적인 투자로 더 많은 부를 얻게 된다. 더욱이 그런 국가의 자본은 소득을 추월해 증가하고, 점차 '자본 집약형' 또는 '자본이 풍부한' 국가가 된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더 부유해지면 총 순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반드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재산 수익률이 공통적으로 낮아지지 않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재산이 고도로 집중될수록 불평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자들이 대부분의 자본을 보유할 때, 자본 비율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이에 비례해서 그 부자들의 소득도 증가할 것이고(자본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한 단면이다_옮긴이), 불평등도 더 심화시킬 것이다. 국가 발전이 그 나라를 부유하게 이끄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나라에서는 소득 증가보다 더 큰 폭으로 국가 발전이 이뤄진다. 분배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부의 저주다. 왜 그럴까? 더 부유한 나라들은 '자연적으로' 더 불평등해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73-5)


"고전적 자본주의 체제와 비교했을 때,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는 독특하고 뚜렷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 소득 상위 10% 또는 1%의 사람들 가운데 노동소득 또한 높은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응 관계로 말미암아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경제 정책을 수립·시행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정치적인 데 있다. 고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대부분의 부자가 자신들의 지위를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반면에 자유 성과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그 부자들 가운데 많은 수가 노동자들이며, 그들 수입의 대부분이 소유한 자본에서 나온다. 우리는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그들 총수입의 몇 퍼센트가 노동이 아닌 자본에서 나오는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과거에 정치적으로 사용되었던 매우 높은 세율을 그들에게 적용하기가 더 어렵다. 그들의 높은 소득은 더 마땅히 받을 만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즉, 그들의 노동에서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79-82)


# 호모플루티아homoploutia : 동일한 가구(또는 개인) 안에 높은 자본소득과 높은 노동소득이 결합되어 있다는 의미


"피에르-앙드레 치아포리, 버나드 살라니에, 요람 바이스의 주장에 따르면, 고학력 여성들이 더 좋은 결혼 상대를 만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고학력 여성들이 교육이 제공해주는 일반적인 기술 프리미엄(우위성)만큼이나 중요한 '결혼에 대한 교육 프리미엄'을 가진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선택적 결혼,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녀에 대한 투자 효과 증가 사이에는 더 많은 연관성이 있다. 자녀에 대한 투자는 교육을 더 많이 받은 부부들만이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서로 무관해 보이는 새롭게 진전된 사실들, 즉 여성의 교육과 더 많은 노동 참여, 선택적 결혼 양식, 유아기 학습의 중요성 증가가 갖는 관련성은 중요하다." "만약 좋은 교육을 받고, 고도로 숙련되고, 부유한 사람들끼리만 서로 결혼한다면, 그 자체가 불평등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다." "여기에 덧붙여, 자녀들에 대한 조기 교육과 학습 효과가 급격히 증가한다면, 그런 이점들과 불평등은 세대에 걸쳐 강하고 폭넓게 대물림될 것이다."(86-9)


# 소득과 부의 불평등 감소 요인(제2차 세계대전 말기~1980년대 초)

1. 강력한 노동조합

2. 대중 교육

3. 높은 세금

4. (소득의) 대규모 정부 이전 : 공적 연금, 복지 혜택


# 소득과 부의 불평등 감소에 필요한 정책(21세기)

1. 자본 소유권의 분산

 - 중소 주주에게 더 호의적이고, 대주주에게 덜 호의적인 지분 소유를 만들기 위한 조세 정책 시행

 - 종업원 지분 제도(ESOPs)나 종업원의 주식 보유를 권장하는 우대책을 통해 노동의 자본 소유권 확대

 - 상속세나 부유세를 자본에 균등하게 접근하도록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예, 청년층 보조금 지급)

2. 동등한 교육, 공평한 기회

 -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질적 수준을 균등화하여 교육 접근권은 물론 교육 이후에 받는 대가의 평등 실현


"오랫동안 지속하는 상류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상류층이 행사하는 정치적 지배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상류층이 정상에 군림하도록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상류층 형성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는 정치뿐이다. 이런 형태는 원칙적으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불가능해야 한다. 투표권이 모든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다수 일반 사람들이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이 그들 지위를 영구히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장하는 데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부자들은 정치에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영향력은 어디에서 오는것일까? 답은 꽤 분명한데, 정당 활동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자금 모금을 통해서다. 미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개인 기부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 이는 소득 또는 부의 분배에서 최상위에 있는 사람들이 기부하는 정치 후원금이 극도로 집중되는 결과를 낳는다."(118-21)


3부 국가자본주의의 부상


"지금까지의 자유주의 이론과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가진 주목할 만한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그 이론들의 유일한 관심이 서구 세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제3세계'의 경제나 사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제3세계는 마르크스주의의 높은 제국주의 개념에서 깜짝 등장한다. 거기에서 제3세계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 맞서 싸우는 대상이다." "후진국의 지위에 대한 자유주의적 관점은 후진국의 특성을 무시하는 표준적 마르크스주의 관점과 매우 유사하다. 이처럼 두 관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실제로 마르크스가 자유롭게 다음과 같이 논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마르크스는 좀 더 발달한 선진국이 자국의 미래 경로를 후진국에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영국의 수많은 선언은 이런 직선적인 휘그식 역사관을 표출했다. 그 선언에 나타난 주장에 따르면, 대영 제국은 식민지 주민들이 다니는 일종의 학교였고,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 미래의 민족 자결권과 자본주의 경제 창출을 준비했다."(153-5)


"세계사 안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공산주의의 위치는 바로 도외시된 제3세계의 역사에 있다. 여기서는 공산주의를 다음과 같은 사회 체제라고 주장할 것이다. 공산주의는 후진적이고 식민화된 사회가 봉건주의를 타파하고, 경제적·정치적 독립을 되찾으며, 토착 자본주의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 체제다. 또는 달리 말하면, 공산주의는 덜 발달하고 식민화된 사회에서 사용되는,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체제다." "공산주의를 서구의 영향을 받은 역사의 표준 개념 안에서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거나 무의미하다. 그 이유는 그런 개념으로는 공산주의의 부상(자유주의 안에서)뿐 아니라 몰락(마르크스주의 안에서)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는데, 서구 사회가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발전하도록 촉진시킨 조건이 제3세계에서 우세했던 조건과 근본적으로 다르고, 서구 사회가 스스로 봉건제 또는 '소상품 생산'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156-7)


# 소상품 생산 : 생산자가 소유권을 가지거나 사실상 생산 수단을 소유하는 생산 형태를 가리키는 마르크스주의 개념


"자본주의는 대부분의 제3세계 경제를 개조하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마찬가지로 만족스러운 성장 실적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제3세계 경제는 실제로 선진 자본주의 경제에 계속 더 뒤처졌고, 나아가 경제를 집중시키기 위한 방안도 조작했다." "식민지로 전락한 제3세계에서의 공산주의 혁명은 서구의 국내 부르주아들이 했던 기능적 역할을 똑같이 수행했다. 다음과 같은 빌 워런의 주장은 옳다. 빌 워런의 주장에 따르면, 1920년대 이루어진 코민테른의 '동방으로의 방향 전환(선진국에서의 혁명보다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강조점을 전환)'은 마르크스주의의 역할 변화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 이런 방향 전환은 〈마르크스주의의 역할을 민주적 노동자 계급의 사회주의 운동(부유한 나라에서의)에서 후진 사회의 근대화를 위한 운동으로 변화시켰다.〉 빌 워런은 그 변화를 실수로 여겼지만, 실제 그 변화는 결국 저개발 국가를 자생적 자본주의 경제로 탈바꿈시킬 큰 진전이었다."(158-61)


"1920년대 제3세계 국가들은 ①서구와 비교해 저개발 상태였고, ②봉건제적 또는 그와 유사한 생산 관계, ③외세의 지배라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①과 ③을 저개발 국가들만의 특징으로 한정할 수 있다면, 제3세계가 직면한 과업은 두 가지였음이 명백해진다. 지배적 생산 관계를 변화시켜 국내 경제를 완전히 바꿔놓는 것, 다시 말해 지주와 여타 부호들의 숨 막히게 하는 힘을 제거하는 것이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외세의 지배를 타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두 혁명, 즉 사회 혁명과 정치 혁명은 하나로 합쳐졌다. 사회 혁명과 정치 혁명의 궁극적인 목적은 각각 발전과 민족 자결권이었다. 그리고 이 두 혁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조직화된 세력은 공산당과 여타 좌파 및 민족주의자로 이루어진 정당들이었다. 공산당의 여타 장점은 제쳐두더라도, 오로지 공산당과 그 계열 조직들만이 사회 혁명과 국가 혁명을 결합시키는 데 이념적으로 헌신했다."(162-3)


"베버는 《경제와 사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국가자본주의는 ··· 조세 징수 도급tax farming, 정치적 필요에 따른 국가의 수익성 공급, 전쟁, 해적 행위, 대규모 고리대업, 식민지 개척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존재했다.〉 오늘날 국가자본주의를 실행하는 나라, 특히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매우 효율적이고 기술적으로 정통한 관료들에게 이 제도를 책임지도록 함으로써 이 모델을 수정했다. 이는 국가자본주의의 첫 번째 중요한 특징이다. 이런 관료 체제(이 제도의 명확한 주요 수혜자)의 주된 임무는 높은 경제 성장을 실현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은 국가 통치의 합법화를 위해 필요하다. 특히 법치가 부재하기 때문에 만약 그 관료 체제가 성공하려면,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그 구성원을 선택할 때는 성과에 바탕을 둘 필요가 있다. 구속력 있는 법치가 없다는 점이 국가자본주의의 두 번째 중요한 특성이다."(184-5)


"밍샤의 적절한 요약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국가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의 부드러운 이행, 즉 연착륙을 설계한 핵심 건축가'였다. 그러나 또한 덩샤오핑은 〈그 어떤 사상이라도 위험하다고 여겨지면 파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덩샤오핑의 중국뿐만 아니라 더 넓게 국가자본주의 모델을 규정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중의 유산이다. 덩샤오핑의 접근 방식은 조반니 아리기가 2007년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 21세기의 계보》에서 스미스식 경제Smithian를 '자연적' 시장의 발전이라고 한 것과 유사하다. 그곳에서는 자본가의 이익이 최고로 군림하는 것을 결단코 허용하지 않으며, 국가는 국익 정책을 따라가기 위해, 그리고 필요하다면 민간 부문을 통제하기 위해 중요한 자치권을 유지한다. 국익(매우 중상주의적 특징)에 따라 유도되고 민간 부문을 통제하는 국가의 이런 이중적 능력은 현대 국가자본주의의 세 번째 중요한 특성이다. 이는 국가가 결정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법적 제약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한다."(186-7)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국가에도 법은 분명히 존재하며, 그 법은 대부분의 사례에 적용된다. 그러나 법의 지배가 보편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즉, 그 법은 정치적 연관성이나 정치적 협력 관계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법의 지배는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 설정을 파괴하고, 주요 수혜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은 독단적으로 이익을 얻는다. 법이 불편할 때, 필요한 경우에는 간단히 그 법을 엘리트 자신이나 그 지지자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현대 국가자본주의 체제에 존재하는 첫 번째 모순을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고도로 숙련된 엘리트의 필요성과 엘리트는 반드시 법치주의를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환경 아래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이다. 이 두 가지는 상반된다. 기술 관료 엘리트는 국가의 규칙을 따르고, 합리적 체제 안에서 움직이도록 교육받는다. 그러나 규칙을 적용할 때의 임의성은 직접적으로 이런 원칙을 훼손한다."(187-9)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두 번째 모순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부패와 불평등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 존재한다. ①부패는 국가자본주의 체제에 만연했다. 이는 다양한 관료들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재량권을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사용하기 때문인데, 지위가 높을수록 그 이득은 더 커진다. ②국가자본주의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평등을 억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부패는 국가자본주의의 고질적 병폐다. 자유재량적 의사 결정이 필요한 모든 체제에는 반드시 고질적 부패가 자리 잡는다. 엘리트의 관점에서 보면 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 있지만, 부패 문제는 관료주의의 청렴성과 높은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경제 정책의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국가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사회적 합의의 핵심 부분은 부패로 관료주의나 정책 수행 능력이 약화될 때 깨진다." "부패가 극심한 환경에서는 높은 성장도, 행정의 공정성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으며, 과시적 소비도 억제할 수 없다."(189-90)


"부패는 국가자본주의 체제에 구조적으로 만연해 있다. 부패는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법치주의가 의도적으로 유연하게 해석되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부패가 만연한 환경은 통치자들이 체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여타 사람들(엘리트 포함)도 횡령에 가담할 수 있도록 만든다. 중국에서 부패를 심각하게 만들고 더욱 악화시키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오늘날의 부패는 공산 혁명 이전의 군벌 시대와 장제스 통치 시대를 특징짓는 부패와 인플레이션의 혼란에 대한 기억(세대에 걸쳐 전달되는)을 되살린다. 이런 기억은 공산당 엘리트에게 유쾌한 일도, 위안거리도 될 수 없다." "둘째, 세계화는 도둑질한 자산을 쉽게 숨길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부패를 조장했다. 이는 결국 중국에서의 부패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중국의 사회학자 허칭롄은 덩샤오핑의 개혁이 '불평등과 일반화된 부패, 그리고 사회의 도덕적 토대의 침식'을 불러왔다고 썼다."(210-1)


"현재 공산당이 지배하는 정부와 이미 형성된 자본가 계층 사이의 정치권력 분배는 과거의 전통적 유형을 연상시킨다. 정부는 부르주아 이익에 도움을 주지만, 부르주아가 국가의 목표(즉,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 엘리트의 목표)에 반하지 않을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다양한 재산을 배열할 때 그 사이의 구별이 상당히 모호하다. 그 재산이 국가 소유든, 순수 민간 소유든, 그 사이의 무수한 소유권 협약(예컨대, 주식거래소에서 민간 자본을 조달하는 국영기업, 사유 재산이 혼합된 공동 자산, 외국의 민간인이 참여하는 국영기업)에 따른 것이든 그렇다." "이렇게 구별이 모호한 것은 일종의 '실수나 오류'가 아니며, 일시적인 것이거나 '교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자본주의의 존재를 위한 아주 기본적인 필수 조건이다. 이를테면, 이런 모호한 소유권을 통해 공산당 조직(즉 기초 조직)은 완전히 개인 소유의 기업 안에 스며들어 포진한다. 이런 조직은 일정 정도까지는 자본가에게 유용할 수 있다."(225-6)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투명성(인지된 부패에 관한 전문가 조사에 근거한)이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 혹은 여타 세계 각국의 국민이 그런 수준의 정부의 '청렴함'을 열망한다고 믿어서도 안 된다." "국가자본주의가 가진 고유한 장점들 속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통치자들의 자율성, 형식적인 절차를 줄이고 더 빠른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능력, 그리고 일부 또는 심지어 많은 사람의 선호에 맞는 널리 퍼진 온건한 부패가 그것이다. 그러나 국가자본주의의 매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성공이다. 그리고 중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였다는 사실을 통해, 이미 성공한 선진국들과 동렬 선상에 중국을 놓을 수 있다. 중국의 경제적·정치적 제도들은 다른 나라가 모방할 수도 있고, 중국은 합법적으로 그 제도를 '수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그렇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는 의문이다."(233-5)


"마틴 자크는 2012년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하나의 국민국가가 아니라 문명체 또는 아시아의 버팀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고립된 채 존재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반면, 문화적으로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나 '타자'를 깨닫지 못하는 무능함을 종종 드러낸다. 마르크스주의를 채용함으로써 중국이 이념적으로 서구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마오쩌둥 시대에도 계속해서 일정 부분 고립을 고수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한때 중국은 소련의 보호에서 벗어났지만,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덩치에 걸맞지 않게 행동했다. 중국은 비동맹운동과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비동맹운동은 다방면에서 마오주의를 선전했음에도, 그 어떤 운동과도 강력한 연대를 구축하거나 도움을 제공하지 못했다." "지금 중국에는 북한 이외의 동맹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서, 오늘날도 과거와 마찬가지다. 이는 장래 세계적 패권국이 될 가능성이 있는 행보가 아니다."(236-7)


4부 세계화, 얻는 자와 잃는 자


"시민권은 한 조각의 토지에 대한 사유 재산과 같은 의미의 공식적인 재산권이 아니다. 심지어 시민권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 곁에 있는 세계 표면의 한 부분에 대한 공동 재산권도 아니다. 시민권은 오히려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는(그런 의미에서 '관념적'이다), 합법적 건축물에 비유할 수 있다. 특정한 시민권을 가지면 기존의 시민권 국가에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시민권 프리미엄을 얻기 위한 비용을 그 시민권 국가에서 벌 필요도 없다. 시민권에 따라붙는 혜택을 받기 위해 들어가는 돈은 시민권에 공식적으로 따라붙은 특정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생산을 통해서만 얻을 필요도 없다. 혹은 그 돈을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받는 것에서만 얻을 필요도 없다(국가는 그 자체로 외국인을 포함할 수도 있기 때문인데, 그 외국인은 다른 나라에서 시민권 지대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적 자산으로서의 시민권은 원칙적으로 그것이 적용되는 땅에서 이탈하거나, 비물질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259)


"시민권을 경제적 범주로 인식하고 다루다 보면, 여기에 좀 더 미묘한 다른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른바 '하급 시민권subcitizenship'인데, 시민권이 부여하는 경제적 이득과 대부분 관련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미국 영주권자(그린카드 소지자)의 경우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존재한다. 영구 거주자, 즉 영주권자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혜택에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일부 연금 같은 사회적 이전소득이나 투표권에서는 제외된다. 그러나 영주권 같은 하급 시민권의 존재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시민권과 비시민권이라는 이중적 구별이라는 엄격한 체제가 어떻게 더 유연하게 운용되는지를 알수 있기 때문이다. 영주권이란 발상은 대부분 노동 수요 대응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급 시민권은 시민권의 혜택을 받기 위해 이주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른 계층(가령, 타국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에게도 가능하다. "(263)


"이민이란 무엇인가? 이민은 세계화라는 조건 아래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민은 국가 사이의 평균 소득이 불균등한 세계화가 일어났을 때, 생산의 한 요소(노동)가 이동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정의는 복잡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정의의 각 부분은 필수 요소다. 첫째, 노동 또는 노동력은 (엄밀한 경제적인 관점에서) 생산의 한 요소일 뿐, 자본과 다르지 않다. 원칙적으로 생산의 한 요소를 다른 요소와 달리 취급해서는 안 된다." "둘째, 세계화는 사람들의 이동(또다시 자본의 이동과 같은)을 가능하게 한다. 만일 전 세계가 세계화되지 않고, 경제가 자급자족 형태로 이뤄지고, 자본과 노동의 유출과 유입에 강력한 통제가 가해진다면, 자본이나 노동 어느 한 요소도 국가 간 경계를 넘어서는 움직임이 불가능할 것이다. 셋째, 세계화가 나타나더라도 세계 각 지역 사이의 소득 격차가 크지 않은 조건이라면, 노동의 이동을 유인할 체계적인 동기는 없을 것이다."(266-7)


"이민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이유는 이민 반대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추가 카드, 즉 일종의 방어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카드는 지금까지 무시되어왔다. 이 카드는 노동과 자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믿음이다. 노동과 자본은 생산요소라는 점에서, 그리고 추상적인 의미에서 똑같지만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자본은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반면, 노동은 그럴 수 없다(다른 사회에 노동력이 들아간다면 사회적인 변화를 촉발한다_옮긴이)." "그러나 이런 주장에도 논쟁의 여지는 있다. 새로운 기술은 종종 사회에 매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기술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 나은 것처럼 보이는 변화조차도 많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이동보다 노동의 이동이 사회에 더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여전히 사실일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실제로 이민 반대자들이 마련해놓은 최종적이고 핵심적인 방어 수단이다."(270-2)


# 이민 수용의 전제조건

1. 이민자들이 영구적으로 머물 가능성이 적을수록

2. 시민권 혜택을 사용할 가능성이 적을수록

※ 이민자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가치 사슬은 서로 다른 생산 단계가 서로 다른 나라에 위치하도록 생산을 조직하는 방법이다. 이 글로벌 가치 사슬은 아마도 세계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조직 혁신일 것이다. 이 사슬은 먼 곳에서 생산 공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통해 가능해졌다. 그리고 세계적인 재산권 존중을 통해서도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이런 두 요소가 부족했기 때문에 해외로의 자본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오늘날 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유한 세계와의 연결을 끊으려고 하는 것보다 서구의 공급망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핵심적 이유는 다음과 같다. 외국인 투자자는 글로벌 가치 사슬을 자신이 소유한 생산 공정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가장 앞선 기술이나 최적의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더 이상 '구걸'할 필요가 없다. 이제 외국인 투자자는 가난한 나라에서 직면하는 임금률과 자본-노동 비율의 수준에서 기술 발전을 시작할 동기를 얻는다."(286-9)


"개발이 사전에 정해진 단계대로 질서 정연하게 진행된다는 구식 관점은 영국에 이어 미국, 그리고 일본의 방식을 따라 발전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이 국가들은 주목할 만한 관세 보호를 통해 수입 대체 단계를 거친 다음, 단순한 제조업 상품 수출로 성장했으며, 이어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정교한 제품으로 점차 이동했다." "그런데 상황은 1990년대의 두 번째 세계화와 함께 바뀌었다. 개도국의 성공을 위해 결정적으로 대두된 문제는 더 이상 개도국 자체의 경제 정책을 이용해 미리 정해진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중심부(북반구)가 조직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단순히 부유한 국가들을 모방해 부가가치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 중국이 수행하는 것처럼, 스스로 기술 선도자가 되는 것이었다. 두 번째 세계화는 이전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단계를 건너뛸 수 있게 만들었다."(295)


# 첫 번째 세계화/분산(산업혁명 이후)의 특징

1. 상품 거래

2. 해외 직접 투자(식민주의)

3. 근대 국가


# 두 번째 세계화/분산(1990년대 이후)의 특징

1. (상품 대신) 정보와 통제

2. (식민주의 대신) 강압적인 국제기구

3. (국가 대신) 기업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 번째 세계화의) 궁극적인 분산은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는 노동력과 함께 올 것이다. 이 궁극적 분산은 노동력 이동이나 재택근무 비용이 낮아질 때 일어날 것이다. 예컨대 의사의 수술처럼 물리적인 존재로서 사람이 필요한 경우, 이 사람을 일시적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비용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물리적인 존재로서 노동자가 필요한 경우, 원격 제어로 해결된다면 노동의 세계화도 가능할 것이다. 원격 제어는 마치 의사가 로봇을 사용해 원격으로 수술하는 것과 같다. 세 번째 분산, 즉 물리적 장소에서 노동(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것으로서)의 분산은 이민과 노동 시장을 매우 다르게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다. 만약 지금 어떤 업무가 물리적인 존재로서의 노동자가 필요하고, 그 업무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원격으로 수행될 수 있다면, 노동력의 이동은 훨씬 덜 중요해질 수 있다. 이런 세 번째 분산의 결과로, 우리는 세계 노동 시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296-7)


"복지국가와 시민권 사이의 밀접한 관계가 불러올 정치적 결과 가운데 하나는 특정 좌파 정당의 반세계화 태도다." "이들 정당은 자본 유출과 이민을 모두 반대한다. 따라서 복지국가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 좌파 정당은 겉보기에 역설적인 위치에 놓여 있다. 이들 정당은 국제주의적 사회주의라는 오랜 전통을 깨고, 민족주의와 반국제주의적 행보를 보인다. 이런 태도는 국가에 상관없이 가난한 사람들 사이의 획일적인 경제 조건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부유한 국가들의 복잡하고 포괄적인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변화에서 비롯된다." "이들 정당은 국제주의적 전통을 폐기해버림으로써, 우파 정당들과 더 유사해지고, 정치적으로도 더 가까워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모순된 태도를 보인다. 즉, 간신히 입국한 이민자의 권리를 옹호하는 동시에, 더 많은 이민자가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고,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에 반대한다."(303-4)


"과장된 세계화 또는 부풀려진 세계화에는 지적 상부 구조로서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어떤 유형의 돈벌이건 상관없이, 돈벌이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다. 그 바탕 위에 금전적 성공은 여타 모든 목표를 지배하고, 그로 말미암아 근본적으로 부도덕한 사회를 창출한다. 부도덕한 사회란 사회와 개인이 재물을 획득하는 방식에는 무관심하다는 점을 함축한다. 합법적이든(비윤리적이든), 적발되는 않는 선에서 비합법적이든, 같은 관할의 행정구역에서는 불법이지만 다른 구역에서는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돈벌이를 의미한다. 이런 조건 아래에서라면, 부패 행위에 관여할 강력한 동기 부여가 직접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 이뤄야 할 목표를 위해 '최적의' 혹은 '똑똑한' 부패에 관여하는 것이다. 윤리적으로야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감지하기 어렵거나 분간하기 힘든 부패 행위에 발 담그는 행위 말이다. 말하자면, 도덕적으로 무감각 상태일 수 있다. 세계화의 확산은 이런 부패를 촉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314-5)


"세계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점 가운데 하나는 멀리 사는 사람들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똑같은 업무에 대한 차별적인 임금과 그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부패가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이는 가난한 나라에서 일하는 국제기구 직원들에게서 흔한 현상이다." "가난한 나라 출신 개개인이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는 이 같은 감정은 그들에게 내적으로 일정한 정당성을 제공한다. 뇌물 수수에 대한 정당성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뇌물이란 단순히 부당하게 낮은 급여에 대한 보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런 측면을 무시한다면, 부패를 지역 문화로 치부하기는 매우 쉽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어떤 의미에서 부패는 일종의 시민권 패널티로 볼 수 있다. 즉, 부패란 가난한 나라의 시민권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이라는 의미다. 이민은 이런 시민권 패널티를 특권으로 전환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부패는 또 다른 차원이다."(329-31)


5부 글로벌 자본주의의 미래


"순수 상업 사회의 계층 구조는 오로지 금전적인 성공에 바탕을 둔다. 그런 성공의 기회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열려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관념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돈은 위대한 평등 장치equalizer다. 상업 사회는 그런 돈이 만들어내는 힘의 가장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게다가 돈은 성별, 성적 취향, 장애 정도, 인종이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 점진적인 기회의 평등화를 가져다준다. 이를 통해 이전에 불리한 조건에 놓인 집단의 구성원들은 상위 지위에 오를 수 있다. 이런 목적을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구성원 개인들이 이전의 불리한 지위에서 받았던 어떠한 오명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단 부자가 되면, 그들은 다른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건대,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 가장 명백히 드러난다. 미국에서 부(재산)는 때때로 죄를 씻는 하나의 방식으로 작용한다. 돈은 이전의 모든 '죄'를 '세탁'한다."(341)


"사실상 맨더빌은 매우 일찍부터 향후 펼쳐질 새로운 상업 사회의 특징이 무엇인지 제대로 간파했다. 그에 따르면, 성공은 개인의 가장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행동을 자극하는 것에 좌우된다. 그 행동은 타인에게 호감을 얻을 필요성 때문에 '절제'되고 감춰졌지만, 거짓과 위선을 낳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탐욕과 위선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마르크스에게 탐욕은 '특정한 사회 발전'의 결과물이다. 탐욕은 자연적인 것이 아닌 역사적인 것이다." "즉, 탐욕은 점점 증가하는 삶의 상품화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부수물이다. 상업화된 사회의 번영에 필수적인 소유욕을 유지하면서도, 그 소유욕을 억제할 수 있는 대안이 종교다. 종교를 통해 수용 가능한 특정한 행동을 내면화, 즉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종교적 내면화는 엘리트의 소비를 제한하고, 부를 과시하는 정도에 일정한 한계를 만들었다. 그것은 과거의 윤리 규제 법령, 즉 사치 금지법을 내면화하는 것이었다."(343-5)


"세계화된 환경에서 종교적 제약과 사회적 계약이 어떻게 작동할지 이론적으로도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종교가 다양한 데다가, 많은 사람이 초상업화된 자본주의 목표를 내면화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들도 사회적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동은 더 이상 함께 사는 타인들의 감시를 받지 않는다. 만일 스미스의 빵집 주인이 부도덕한 상거래 행위를 했다면, 이웃들은 이를 감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곳에서 일하지만 전혀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부도덕한 행동은 식별할 수가 없다." "세계화된 환경에서 제약의 내부 메커니즘이 위축되거나, 꺼졌거나 작동하지 않았을 때, 외부에서의 제약이 이를 대체했다. 바로 규칙과 법률이라는 형태가 그것이다." "법률과 자율적 규제 가운데 법만 남으면서, 내부적으로 완전히 파괴된 도덕성은 이제 온전히 표면화됐다. 도덕성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사회 전반에 걸쳐 아웃소싱, 즉 외주화됐다."(347-8)


"법을 어기는 행위는 오늘날의 상업화된 사회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도덕성이 외주화되어 있는) 오늘날의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가능한 한 가장 윤리적인 방법으로 모든 것을 이행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겨우 최소한도로 법을 지키면서, 또는 불법에 빠져들었다 하더라도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곤 한다. 그러고 나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붙들고 늘어지면서 법을 어겼다는 점을 입증하려고 한다. 무엇이 도덕적이고 무엇이 도덕적이지 않은지에 대해, 자신의 신념에서 비롯된 내부 점검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법률이나 규칙 집행자에 의존해 도덕성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이 체제를 이용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형태의 비윤리적 또는 비도덕적 행동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되는 그 어떤 법도, 그 법을 피하는 길을 찾는 사람들보다 항상 한 걸음 뒤처지게 마련이다. 이에 관한 훌륭한 사례는 금융 규제 완화와 탈세에서 볼 수 있다."(349-51)


"그렇지만 근원적으로 사회경제적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합리적인 주장에는 그 어떠한 대안도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먼저, 자본주의에 본래 내재된, 경쟁적이고 소유 본능적 의식구조를 폐기하면, 자본주의의 많은 장점을 잃어버릴 것이다. 예컨대 소득 감소, 빈곤의 증가, 기술 진보의 감속 또는 퇴보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초상업화된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기타 이점(예컨대 상품 및 서비스 등 인간 삶의 필수 분야)의 손실도 불러올 수 있다. 소유욕을 파괴하거나, 성공의 유일한 표식으로 인정받는 재산을 내려놓으면서 이런 이점들이 유지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이런 이점들은 모두 함께 이행된다. 이것은 아마도 인간이란 존재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인간 본성의 가장 불쾌한 특징 가운데 일부가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야만, 물질적인 삶의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버나드 맨더빌이 이미 300여 년 전에 깨달은 진리가 바로 이것이었다."(355)


"민간과 공공(경제) 영역은 세 가지 역사적 상호작용의 유형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정 안에서 생산이 이루어지는 자본주의 이전의 영역이다." "두 번째 유형은 가정 밖에서 임금 노동의 사용을 의미한다. 이는 전형적인 자본주의 생산 방식으로, 생산과 가족 영역 사이에 차이가 뚜렷하다. 이런 차이는 베버가 자본주의의 절대적 기본으로 정의했던 내용이다. 세 번째로, 새로운 초상업화된 자본주의에서 생산과 가정이 다시 통합하는 단계다. 다만, 가정이 자본주의 생산 방식 안으로 접혀 들어가는 유형이다. 자본주의 발전 도상에서 볼 때, 이는 논리적으로 맞는 결과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상품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세 번째 단계는 또한 노동의 생산성에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무시됐던 가족관계를 비롯한 모든 인간관계를 상품화할 여력이 부유해진 사회에서만 생기기 때문이다."(364)


"과거에는 비상업적이었던, 즉 상품화할 수 없었던 것들을 상품화함으로써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은 분야에서 직업을 가지게 됐다. 심지어 아파트 임대에서처럼 사람들을 일상적인 자본가로 탈바꿈시키는 경향도 나타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많은 직업에 종사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견고한 개별적인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는 노동 시장이 완전히 '자유로우며', 사람들이 매우 높은 비율로 일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용자, 즉 고용주 관점에서 볼 때, 노동자는 완전히 서로 교환 가능한 '대리인'에 불과할 것이다. 노동자 각자는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직장에 머무를 뿐이다." "이렇게 개인이 서로 교환 가능해지면서 다음의 세 가지 발전이 관련된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①가족 형성의 변화(핵가족화), ②새로운 활동에 따른 상품화의 확대, ③일시적인 직업으로 전전하는 유연한 새로운 노동 시장의 출현이 그런 발전이다."(368-9)


"프레이저는 개인적 영역에까지 치고 들어온 현재의 상업화, 상품화의 거침없는 진전은 자본주의의 위기를 예고하는 불길한,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믿는다. 내 생각에 이런 견해는 틀렸다. 오히려 진실은 그 반대에 있다. 개인 영역으로 치고 들어온 상품화는 개인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일종의 상품화 과정이며, 게다가 개인들은 이를 자유롭고 의미 있는 것으로 여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피상적인 것으로 여긴다(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차를 운전해 이익을 얻거나, 어느 때고 피자를 배달하는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어쨌거나 상품화는 초상업화된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가치 체계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상품화는 돈 벌기가 기본 토대다. 따라서 우리 자신의 개인적 공간과 시간은 이익을 도모하는 능력의 한 유형이다. 동시에 부의 획득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단계다. 따라서 상품화는 자본주의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할 것이다."(375)


"물질적으로 더욱 풍요해질수록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예의와 행동을 더 좋게 가다듬었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인 예의는 값비싼 비용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사람들은 점점 더 사리사욕에만 이끌렸고, 수많은 평범한 일과 개인적인 일에서도 이기적으로 바뀌었다. 현대 자본주의의 성공으로 일반화된 자본주의 정신은 현대인들의 삶 내면에 깊이 침투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이런 정신을 가족과 개인적인 내밀한 삶으로 확장시키는 것은 희생, 환대, 우정, 가족 간 유대 등 여러 세기 동안 이뤄진 전통적 가치관과는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그에 따라 이런 오랜 규범들이 이기심으로 대체됐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이로 말미암아 조성되는 불안감 또는 우려는 위선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자본주의의 물질적 성공은 현대인들의 개인적인 삶에서 반쪽짜리 진실이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반쪽 진실이란 특히 남을 속이기 위해 진실의 일부만 말하는 행위다."(378)


#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의 과제

1. 보편적 기본소득을 (대규모로) 실행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2. 비용 마련 과정이 기존 복지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친다.

3. 기존 복지가 우발적인 위험에 대비하는 사회보험 성격이라면 보편적 기본소득은 위험성 여부를 완전히 무시한다.

4. 보편적 기본소득이 직업이나 구직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령, 미노동 인구의 증가 같은) 분명하지 않다.


# 자본주의의 진화를 위한 선결 과제

1. 중산층에 대한 세제 혜택(특히, 금융 및 주택 접근성)과 부자들에 대한 세금 증액(높은 상속세 과세)으로 부의 집중 감소

2. 공립학교에 대한 자금 조달의 대폭적인 증가와 질적 향상으로 세습의 이점을 줄이고 기회 평등을 좀 더 현실화하는 노력

3. 시민과 비시민 사이의 엄격한 이분법적 분리를 종식시키고, 민족주의적인 대중의 반발을 촉발하지 않는 이주 정책 제안

4. 정치 운동에 들어가는 자금을 엄격히 제한하고 철저히 공공 기금화함으로써 견고한 상류층 형성에 기여하는 관행 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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