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의 야만인들
브라이언 버로.존 헬리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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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당대의 기업 인수 역사상 최대 규모였던 RJR 나비스코의 LBO(차입 매수) 거래 과정을 파헤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군가는 


1. 개척자 정신(the spirit of pioneer) : '야성적 충동'들이 약동하는 개척자들의 무협 활극을 생생하게 지켜보는 짜릿한 흥분을 즐길 수도 있을테고

2. 선진 금융 기법(advanced financial skill) : 시장이 윤허(!)하는 최대 레버리지가 투여된 LBO(차입 매수) 기법의 메커니즘에 매료될 수도 있을테고

3. 자본과 탐욕(capital and greed) : 제것이 아닌 자본과 제것이지만 통제불가능한 탐욕으로 어우러진 금융시장에 경고장을 날릴 수도 있을 것이다.


긍정/부정적 견해 어느 쪽도 성립 가능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지점은 바로 


4. 사회의 부재(absence of commonwealth) : 그들의 열정, 그들의 행위, 그들의 포식에는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공동체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황금을 뒤쫓는 개척자들이 남기고 간 황폐화된 마을처럼, 극도로 복잡한 금융 기법의 허리케인이 강타한 실물 경제는 앞만 보고 달리는 그들의 질주가 피어올린 먼지구름에 잠겨 질식한다. 그 안에서 피어오르는 열정과 고뇌, 회한과 한숨, 절망과 눈물은 오로지 앞으로만 나아가는 그들의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인간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동체는 인간을 양육하지만, 공동체 안에서 길러진 인간은 자주 자신의 몸에 새겨진 공동체의 맥박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홀로 선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은 오늘도 변함없이 자신들의 신세계를 향해 문을 박차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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