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6 - 계몽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6
호르스트 슈투케 지음, 라인하르트 코젤렉, 오토 브루너, 베르너 콘체 엮음, 남기호 옮김, / 푸른역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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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서론


2. 사실의 규정과 단어의 역사를 위한 지침들


"오늘날 지배적인 정의에 따르면 시대 개념으로서의 '계몽'은 17세기 후반기에 착수되어 18세기에 절정에 달했던 유럽의 정신 운동을 나타낸다. 이 정신 운동을 통해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근본에서부터 변화시킨 세속화 과정 속에서 〈근대 세계〉가 표출되었던 것이며, (막스 베버가 말한) 〈세계의 탈마법화〉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었던 것이다. 이 〈탈마법화〉의 목표는 원리상 역사적 전통 세계로부터 인간을 해방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율적인 인간 이성의 비판적 검증을 견딜 수 없는 모든 권위, 교의, 질서, 결속, 제도, 인습으로부터의 인간 해방이었다. 이것들은 자신들의 합법칙적 체계 내의 분류에서 벗어나는 것들이었으며, 따라서 미신, 선입견, 오류 등으로 입증되었다." "이제 절대적으로 정립되어 불변하고 보편타당한 것으로 간주된 이성이 계몽의 기초로 출현하게 된다." "〈근대적인〉 인간은 스스로를 자신의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며, 자연을 자신이 이성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의 대상으로서 지배하게 된다."(20-1)


3. 18세기 마지막 30년 동안의 전형적인 개념 형성


# 계몽 개념의 다의성

1. 베스텐리더 : 온갖 종류의 외피와 덮개를 제거하여 빛으로 오성을 비추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 즉 교화와 도야를 통해 국민 전체의 교양 수준을 고양시키는 것

2. 빌란트 : 이성의 권리와 책무를 통해 요청되고 구성되는 보편적 인식 개념이자 앎의 수준. 변증법적 연관 속에서 학문적 지식이 가장 높은 단계까지 상승하는 것

3. 박애주의자들 : 자신이 부분으로 속한 전체와의 결합 속에서 자신의 계층에 맞는 올바른 지식을 습득하는 것, 도덕적·실용적인 민족 교양 운동의 측면을 강조함

4. 칸트 : 미성년 상태에서 성년 상태로 전진하는 '과정', 예술과 학문, 종교로 대표되는 정신 영역에서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것, 더 나은 것을 향한 역사적 진보

5. 멘델스존 : 계몽은 특수한 '근대적' 상황이나 이에 상응하는 기획과는 구성적 연관성이 없으며, 단지 '교양'의 이론적 측면을 표현(실천적 측면은 문화)하고 있는 것

6. 바르트 : 모든 인간들에게 도덕적·경제적으로 유익하고 실현 가능한 공통 자산으로서, 보편적 인식 요구와 결합되거나 고도의 사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절대적 개념


4. 혁명기 매체의 논쟁에서 표어 신조어들과 개념 구획들


"표어로서, 또는 동시대 표현에 따르면 유행어로서, '계몽'은 매체에서, 그리고 매체 때문에 가장 구별되어 수용되고 평가를 겪었다. 매체의 경우 몇 년 만에 책, 소책자, 정기간행물, 논문, 기사 등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범람했으며, 모두 제목에 '계몽'이라는 말을 달고 있었다. 그래서 이 말은 어떤 이들에겐 신성한 이름의 지위와 타당성을 획득했고, 애용하는 말로 뽑혔으며, 마법의 주문처럼 다루어졌고, 국민의 좌우명으로 제시되었다. 이에 반해 다른 이들은 이 말을 욕설로 여겼고, 아예 존경스럽게 표현하길 거부했으며, 솔직하게 미심쩍고 경멸스러운 것으로 간주했다." "언어 사용의 비일관성에도 불구하고, 1780년대 중반부터 도처로 퍼져가는 계몽 논의의 정치화와 세계관적 양극화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계몽의 친구와 적에 관해 힘주어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99-100)


"계몽에 대해 제기된 엄청난 양의 비난과 고발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계몽은 기존의 정치와 종교 질서에 대한 모반을 꾀할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국가의 토대와 존립을 위협하고 공공의 안녕을 매몰시키며 종교와 왕권의 전복을 획책하고 보편적 자유 정신, 무종교, 몰인륜성, 무정부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명목적인 또는 실제적인 〈계몽의 적들〉로 우둔함의 촉진자, 무지한 자, 정통 고수자, 무지와 우둔의 사도, 열광자, 몽매한 자, 어둠의 친구, 반反계몽의 친구와 같은 이름들이 꼽혔으며, 이들의 입장은 〈예수회〉와 〈비밀 가톨릭〉의 입장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다른 한편으로 〈계몽가〉라는 단어가 경멸적인 의미에서 사용되지 않았다 해도, 〈계몽가〉는 자유정신가, 반反그리스도, 무신론자, 무신앙과 반란과 악덕의 친구, 열광자(!), 종교와 인간 행복의 적, 인류의 적, 무정부주의자 등으로 비방되고 탄핵되었다."(102-3)


"계몽을 '일루미나티'나 '자코뱅주의'에 귀속시키는 것은 '계몽'과 '비계몽' 간의 대립이 '진보'와 '반동' 간의 대립과 동일하며, 체계 또는 운동 개념으로서의 '계몽'이 내용적으로 이념과 정당의 역사로부터 알려진 초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발생과 수렴한다는 이해를 실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외관은 미혹된 것이다. 개념사적으로 그러한 종류의 이해는 근거가 없다. 1790년대에는 여전히 이러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보편적으로 인정된 계몽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개념사적으로 (이신론으로부터 무신론에 이르기까지) 계몽=자유사상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입헌주의로부터 급진적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계몽=정치적 자유 감각이라는 등식도 성립되지 않는다. 매체상의 계몽 논의에서조차도 이러한 연관은 열려 있었으며, 계몽 개념의 보편적 논의 가능성에도 한계가 없었다."(106-7)


"모든 정치적 지향의 추종자들과 자코뱅주의자들은 계몽 개념을 혁명적인 것, 선동적인 것, 폭력적인 것, 무정부적인 것과 분리하려 시도했다. 바이에른의 한 자코뱅주의 전단지는 프랑스혁명의 원인들로 미신, 재정 파탄, 국세 낭비, 경솔한 전쟁, 귀족의 패륜, 부역 부담, 높은 문맹률Zehentbarbarei 그리고 보편적인 국가 노예 상태를 꼽고 있다. 전제정치를 유지하려는 노력들이 국가를 파괴하고 프랑스혁명을 야기했던 것이지, 계몽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계몽의 적들'의 중상모략을 무력화시키고 계몽의 속행과 촉진과 완성을 위해 통치자나 대중을 움직이려는 변론적인 의도 때문에 〈진보주의자들〉이 다시금 계몽을 활성화하려 했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추구한 목표는 〈참된 계몽〉을 대변한다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드물지 않게 〈참된 계몽〉을 기독교의 영원한 진리 인식에 결부시키고, 전승된 정치 질서의 원리 위에 확립하게 하는 데까지 멀리 나아갔다."(109-10)


5. '독일 운동'에 있어서의 단어 사용과 개념 규정들


"헤르더에게 '계몽'은 특정한 종류의 합리적 앎을 표시하기 위해 아무 시대에나 임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표현으로 머문다. 그는 이 단어의 사용을 본격적인 정의 속에 확정하지도, 매우 폭넓은 변용變用들을 중단하지도 않았다. 그가 '계몽'으로써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인본성과 일반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앎이다. 이는 인간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을 이성의 인도하에 밝히고 확장시키는 과정과 결과를 포함하며, 자연 및 인간 세계의 인과적 연관들에 대한 지식의 획득과 증가를 포함한다. 더 나아가 이 앎은 〈사물들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제시해준다. 마지막으로 앎은 다른 무엇보다 그에 상응하는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정상적인 삶의 형식 속에서 자신의 표현을 발견한다. 헤르더는 '계몽'에 대한 이러한 근본 이해를 가지고 상이한 곳에서 풍부하게 구별되는 관점들을 결합시켰다. 계몽의 의미 내용은 이 결합된 과점들을 통해 다양하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었다."(140)


"1786년 칸트는 한 시대를 계몽하는 것을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로 본 반면에, 한 개별 인간을 계몽하는 것을 당시로선 비교적 쉬운 일로 여겼다. 실러에겐 이 관계가 정확히 정반대다. 그에게 현 시대의 계몽은 문젯거리가 아니다. 이 시대는 이미 계몽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진리가 밝게 비추었는데도 동시대인들에게 진리 수용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진리가 생생하게 확신시켜 주었는데도 진리 가정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에 따라 더 긴급한 시대의 욕구가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지이다." "그가 우리 시대의 더 긴급한 욕구·····로 특징짓는 것은 〈감정을 고상하게 하고 의지를 도덕적으로 순화하는 것·····이다. 오성의 계몽을 위해서는 이미 상당히 많은 것이 행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결핍된 것은 빛이 아니라 온기이며, 철학적 문화가 아니라 미적 문화다.〉 실러는 이 후자를 성격 형성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여긴다."(146-7)


"예나 시절 초기의 헤겔이 '계몽'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다음 문장이 잘 보여준다. 〈계몽은 이미 그 근원에 있어서, 그리고 즉자 대자적으로 오성의 통속성과 이성을 넘어서려는 오성의 허황된 고양을 표현한다.〉 이때 헤겔에게 '계몽'은 일단 모든 철학적 이념들을 대중적으로, 또는 본래 통속적으로 만드는, 그리고 이렇게 진부하게 만드는 일Plattmachen을 체계로까지 고양시키는 풍조Manier와 동일하다. 비판적인 철학적 규명을 통해 헤겔의 계몽 이해의 중심에 이를 수 있다. 여기에서 그는 '계몽'을 오성의 활동과 영향을 받은 고유한 학문적 형태와 방법으로 파악하며, 자신의 관점에서 오성을 모든 이념적인 것을 유한성 아래에 제한하고 계산하고 정립하는 힘으로 규정한다. 그의 판단에 따르면, 오성의 〈왕국〉은 유한한 것이 즉자 대자적으로 절대적인 것이며, 유일한 실재성이라는 원리에 의거한다. 그래서 계몽의 근본 특징에 ····· 속하는 것은 유한자와 무한자의 절대적 대립태다."(159-60)


"헤겔은 계몽 개념을 사용할 때에 도식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계몽〉이라는 역사적 전체 현상의 특수한 현상 형식들과 부분적으로 합치하는 구별된 관점들은 계몽의 구성적 징표들에 관한 그때마다 구별되는 조합과 평가에 이를 수 있다." "보편적 계몽 개념은 어떤 면에서 정신사적 근본 개념으로서의 '계몽'을 서술한다. 비록 이것을 헤겔 자신이 명시적으로 해석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헤겔은 칸트 이전의 18세기 독일 철학을 특별히 볼프 형이상학이 아닌 한에서 ····· 계몽이라는 표현으로 특징짓는다. 그렇지만 그는 이 시기 프랑스 철학에 관해서는 다른 계몽의 형식을 말하고 있다." "독일 계몽에 대해 헤겔은 대체로 아주 혹평하는 편이다. 독일 계몽과 정반대로 그는 프랑스 철학을 일관성과 정신적인 활력과 개념의 힘 때문에 놀랄만한 것으로 여긴다. 프랑스 철학은 그러한 것들을 갖추고 부정의 관점을 관철했으며, 실존에 대항해서, 신앙에 대항해서, 권위의 온갖 힘에 대항해서 싸웠던 것이다."(174-5)


"헤겔은 계몽의 성과를 조명하고 심오한 역사적 권리를 증명하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계몽의 권리란 바로 감정의 몰사고적 종교성에 맞서 있는 사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의 체계적인 개념 형성은 단호하게 계몽의 성과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 단점과 불충분성을 통해서 규정된다. 이것들의 입증에 결정적 구실을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항상 절대지의 원리에 따라 계몽이 맺는 〈절대자〉와의 연관이다. 절대지의 원리는 헤겔에 의해 무한하고 유한한 생동하는 정신 자체의 변증법적 운동으로부터 획득된다. 이에 따르면 사유의 유한화는 신이 그 외부에 정립되어 있는 인식의 우주와 진리의 왕국을 창출하는 만큼만 계몽의 구성적 징표가 된다. 이로써 유한자의 관점이 최종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신은 사유 밖의 피안으로 여겨진다." "헤겔에게 〈계몽〉은 18세기 프랑스혁명의 부속물, 즉 정신을 갖추지 않고 오성적 진지성과 유용성의 원리로써 이념을 쟁취한 프랑스혁명의 맥 빠진 형식이다."(176-7)


6. 19세기 계몽 이해의 근본 경향들과 국면들


"적지 않은 개별적 이질성에도, 낭만주의와 관념론이 '계몽'의 의미 영역을 역사적·체계적으로 구분함으로써 '계몽'이라는 역사적 개별 개념 형성에 기여한 몫은 그 당시엔 성취되지 못했던 함축성과 목적성을 띠었다. 전체 결과 속에 일관되게 실현된 의도는 〈계몽〉을 철저히 〈근대〉의 획기적 정신 형태와 운동으로, 또는 모든 역사적 전승과 외적 권위에 대항하는 합리주의적이고 유한한, 결국엔 〈반종교적인〉 18세기의 세계관, 사유방식, 정신 태도로 바꿔 표현하려는 것이었으며, 근대의 추상적·해방적 특징을 역사철학적으로 명료화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보편적 언어 사용에 끼친 낭만주의적·관념론적 계몽 이해의 영향은 19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언어 사용은 '계몽'의 의미 내용과 적용 영역에 대한 논쟁들로 점철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참된 계몽과 거짓된 계몽의 구분 문제에 해당된다."(182-3)


특정한 단어 선택은 해당 개념의 적용 범위를 협소화하지만 시대적 관점에서는 그 개념이 무제한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말하자면 19세기 후반기에 역사적 시기 및 운동 개념으로서의 '계몽'이 의미상 고정되고 사태 중립적·가치 중립적 보편 개념으로서의 '계몽'과 분리됨에 따라 '계몽'을 보편적 세계관 개념, 체계 개념, 방법 개념으로 형성하려는 경향이 출현한다. 이 개념은 사안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역사적, 구체적 계몽 개념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 개념의 적용 영역은 〈계몽의 시대〉에 제한되지 않으며, 원리상 인간성의 전체 역사를 포괄한다. 이 개념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보편적인 하나의 세계관, 정신 태도, 사유방식 등으로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이것들은 전통의 구속적인 권위를 내던지고, 전승된 신앙 교의, 교리적 표상 방식과 관례로부터 사유를 해방시키며, 사유의 고유한 지위를 자리 잡게 하고, 사유에 의해 이성적으로 인식된 것만을 타당하게 보려 한다."(202-3)


"계몽 개념을 보편적으로 구속력 있게 정의하려는 19세기의 다양한 노력들 중에서 〈계몽〉을 〈반계몽주의Obskurantismus〉의 정반대로 규정함으로써 계몽의 구성적 징표들을 정교하게 만들려 했던 노력 또한 주목할 만하다." "18세기 말에 같은 방향의 논쟁을 계승하면서 표어로서 다양하게 사용된 반계몽주의는 정신적·사회적 삶의 모든 영역에서 진보에 절대적으로 적대적이고, 모든 변화와 새로운 현상을 단호하게 혐오하며, 민족의 우둔화와 무지에만 관심을 두고, 가장 타락한 수단으로써 학문적 통찰을 확산시키고 도덕적·종교적·정치적 대상들에 대한 명석한 개념을 형성하며 인간의 권리들에 대한 가르침을 억압하고 정신의 자유로운 도약을 저지하려 했던 힘과 경향을 총칭하는 일종의 집합 개념이다." "그것의 반대 개념인 '계몽'은 인식 및 앎의 개념으로서 일반적으로 참된 사실들과 인식들의 전달 및 조화로운 합일 그리고 올바르고 명료한 사유 및 개념 파악의 형성을 포괄한다."(207-8)


"브루노 바우어에게 '계몽'은 일반적으로 종교의 파괴를, 특정하게는 기독교의 비판적 파괴를 의미한다. 그는 세계사를 완전한 자기 인식과 절대적 자유를 향한 인간성의 변증법적 진보로 파악한다. 이는 고대로부터 일련의 계몽들을 거쳐 성취되었다. 그럼으로써 그는 '계몽'을 원리상 역사를 조건으로 하는 해방적 진리 인식이자 의식의 도야로 파악한다. 의식의 도야는 자연적 의식으로부터 초자연적인 종교적 의식으로 상승하며, 인간의 자율적인 자기 인식에서 완성된다. 근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본질 인식은 종교적 표상들을 통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모든 인식의 진보와 이 진보를 불러오는 계몽마저도 그렇게 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계몽은 18세기의 무신론에 이르기까지는 종교적 계몽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계몽은 종교적 형식으로 수행된 종교의 해체다." "바우어에겐 이러한 계몽이 '근대 세계'의 중심 과제다."(225-6)


"니체의 〈새로운 계몽〉 개념은 허무주의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배경으로 하여 〈사이비 신앙〉의 문화 비판적·시대 비판적 반대 개념으로서, 그리고 지성에 대한 의지의 우월성을 설정하는 엘리트적 교육 개념으로서 구상된 것이다. 그 개념은 기독교에 대한 투쟁 못지않게 도덕, 이성, 인본성, 문화, 진리, 철학 등 〈옛 계몽〉의 지도 이념들에 대한 거부를 함축한다. 그 개념은 이념들을 대체해 방향을 지시하는 원리로서 〈생〉과 〈의지〉를 설정한다. 니체는 〈진리에의 의지〉를 〈힘에의 의지〉의 기능으로 설명하고, 특정한 종류의 생명체를 보존하기 위해 특정한 종류의 비진리가 승리하고 지속되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과제라고 여기면서, 합리주의적·기독교적 해석의 기반에 놓여 있던 계몽의 원리들과 의식적으로 결별한다. 그렇게 니체는 19세기 말에도 여전히 '계몽'이라는 말의 다양한 철학적 사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2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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