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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 맛, 음식, 요리, 사피엔스, 그리고 진화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해부학적 근거에 따르면 최초의 요리사는 호모 에렉투스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그 기나긴 역사에서 요리가 시작된 것은 언제일까? 여기에 실마리를 던지는 유전학적 증거가 하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인간 아닌 영장류의 턱 근육을 강화하는 MHY16이라는 유전자가 200만 년 전 이전에 인류 계통에서 사라졌다. 아마도 최초의 호모 에렉투스는 그 시기에 이미 요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강한 턱 근육은 필요가 없어졌거나, 점점 작아지는 이빨이 부서질 위험만 가중시켰을 것이다. 화석과 고古고고학적 증거가 계속 발견되고 있으니 정확히 언제 요리가 시작되었는가의 수수께끼와 비교하면 '왜'라는 질문의 답은 훨씬 분명하다. 음식을 요리하면 소화하기가 쉬워지고 더 많은 에너지를 끄집어 낼 수 있으며 많은 독성이 중화된다. 그리하여 요리는 사람족 진화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을 열었다."(43)
"뇌는 에너지에 굶주린 장기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약 2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휴지기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 에너지의 대부분은 시냅스라는 전기적 연결부에서 쓰이는데, 시냅스는 신경 세포와 신경 세포를 연결하며 뇌 기능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단위 무게로 따지면 소화관도 뇌만큼 에너지에 굶주렸지만, 우리의 뇌는 비슷한 크기의 영장류보다 훨씬 큰 데 반해 우리의 소화관은 훨씬 작다. 진화는 소화관의 효율을 높여 절약한 에너지를 더 커진 뇌에 쏟아부었다. 랭엄의 가설은 요리로 음식의 에너지 값을 증가시킨 덕에 뇌 진화로 인한 에너지 수요 급증을 작은 소화관으로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화관이 연료 탱크라면 요리는 연료의 옥탄값을 높이는 셈이다. 최근에 대형 유인원의 대사율과 인간의 대사율을 비교했더니 인간의 대사율이 침팬지보다 27퍼센트 높았다. 따라서 우리는 고옥탄 연료를 쓸 뿐 아니라 이 연료를 더 빨리 태운다."(45)
"호모 사피엔스의 발원지인 아프리카 대륙은 네안데르탈인이 최후의 비둘기 만찬을 먹은 고르함 동굴로부터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불과 15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해협을 건너지도 비둘기로 배를 채우지도 않았다. 우리는 전혀 다른 경로를 따라 아프리카에서 퍼져 나갔으며 전혀 다른 음식을 먹었다."(50) "우리 종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한 역사적 경로에는 먹다 버린 조개 껍데기가 군데군데 쌓여 있다. 북쪽의 북극에서 남쪽의 아프리카 남해안과 남아메리카 남단에 이르기까지, 썰물 때 홍합을 채집한 사람들이 버린 껍데기는 그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무엇을 먹었는지 잘 보여준다. 해산물은 뇌 발달에 중요한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기에 인류 진화에 영양 측면에서 필수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오래된 조개더미는 16만 5000년 전 중석기 아프리카 유적에서 발견되었는데, 인도양이 멀리 내다보이는 이 동굴에 최초의 현생인류가 살았다."(56)
"경작하기에 알맞은 야생종이 한곳에서 대량으로 발견된 것은 묘한 우연으로 보이겠지만, 여기에는 진화적으로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비결은 기후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강수량이 철마다 다르며 불규칙하다. 건조하고 강수가 불확실한 기후는 야생 식물이 작물화에 알맞게 진화하기에 유리하다. 첫 번째 특징은 짧은 수명이다. 수명이 짧은 한해살이 식물은 금새 자라 성숙하며 여름의 건조한 열기에 죽기 전 씨앗을 잔뜩 퍼뜨린다." "다산성은 이런 식물의 두 번째 유용한 특징이다. 한해살이 식물은 번식 기회가 한 번뿐이기 때문에 여러 해에 걸쳐 후손을 퍼뜨릴 수 있는 여러해살이 식물에 비해 가용 에너지의 더 많은 부분을 씨앗 만들기에 투입한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야생 한해살이 식물이 작물화에 안성맞춤일 수 있었던 세 번째 특징은 씨앗의 크기가 비교적 크다는 것이다. 건조한 기후는 큰 씨앗의 진화에 유리하다. 발아한 씨앗이 살아남으려면 물 공급원인 뿌리를 뻗어야 하기 때문이다."(69-70)
"밀, 보리, 귀리 등의 야생종은 익으면 이삭에서 낟알이 떨어지는 탈립shatter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래야 씨앗을 널리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선택이 모든 종의 자식에게 확산 수단을 부여한 것은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식물이 작물화되어 재배되면 확산 방법이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씨앗이 채집되어 재파종되는 식물이 자손을 가장 많이 남길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수확과 재파종을 통해 선택되는 식물은 이삭이 여물어도 탈립하지 않는 식물이다. 작물화 초기 단계에는 야생에서 채집한 곡물과 경작지에서 재배한 곡물이 고고학 자료상에서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곡물이 작물화되면서 이삭의 탈립을 막는 유전자의 빈도가 인위적 선택을 통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비탈립 이삭을 탈곡하면 야생 식물처럼 말끔하게 떨어지지 않고 가장자리가 삐죽빼죽하게 떨어져 나간다." "고고학 기록에서 에머밀은 이처럼 뚜렷한 작물화 흔적이 나타난 최초의 곡물이다."(71-2)
"진화 과정에서 기능을 잃은 형질의 유전자는 돌연변이가 누적되어 허깨비 같은 '위유전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위유전자는 한때 유용했던 유전자의 흐릿한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고양이처럼 고기만 먹는 육식동물에서는 당을 맛보는 능력이 불필요해져서 T1R2 단백질의 유전자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여러분이 기르는 고양이에게 달콤한 설탕쥐를 줘도 녀석은 설탕 맛을 못 느낀다. 곰은 육식동물이지만 물열매(베리)도 먹기 때문에, 단맛을 느끼는 데 필수적인 T1R2 유전자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곰의 친척 대왕판다는 대나무만 먹기 때문에, 당은 느낄 수 있지만 감칠맛은 느끼지 못하며 T1R3 유전자는 기능을 잃었다. 바다사자는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기 때문에, 감칠맛 수용체와 단맛 수용체가 둘 다 쓸모없어서 T1R군의 유전자 세 개가 모두 위유전자로 바뀌었다. 돌고래와 흡혈박쥐에서도 똑같은 진화적 유실이 독자적으로 일어났다(둘 다 먹이를 씹지 않는다)."(98-9)
"신맛은 쓴맛만큼 불쾌하지는 않으며 요리에서 더 중요하게 쓰인다. 신맛은 레몬과 덜 익은 과일의 시트르산이나 식초의 아세트산 같은 약한 산의 맛이다. 덜 익은 과일의 신맛은 분명한 역할이 있는데, 그것은 안에 든 씨앗이 세상에 나갈 준비를 마칠 때까지 동물이 과일을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식초도 생물학적 억제제이지만 원리가 다르다. 과일이 가지에서 떨어지거나 젖이 유방에서 나오면 효모와 세균에 의해 발효가 시작된다. 발효는 공기가 없을 때 미생물이 당을 먹고 알코올(효모의 경우)이나 젖산(젖산균의 경우) 같은 노폐물을 배출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알코올과 젖산은 미생물의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다른 효모와 세균의 증식을 막아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한 전쟁 무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식품을 절여 보존하는 것도 발효를 같은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알코올 발효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면 환경 변화로 인해 아세트산균이 번성해 알코올을 아세트산(식초)으로 바꾼다."(103-4)
미각과 마찬가지로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체계인 "후각은 여느 감각처럼 뇌에서 지각되는데, 코안에 있는 수백만 개의 후각 수용체 세포가 신경 세포를 통해 뇌로 연결된다." "후각 수용체 단백질(OR)은 특정한 분자에 의해서만 활성화된다. 유전자가 다르면 수용체 단백질도 달라진다. 하지만 이 수준을 넘어서면 미각과 후각의 작용 방식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쓴맛 성분을 감지하는 수용체와 그 유전자는 약 서른다섯 개인 반면, 후각 수용체 종류는 그 열 배를 넘는다. 약 400개의 유전자가 나름의 OR 단백질을 만든다. 하지만 쓴맛 수용체와 후각 수용체 사이에는 훨씬 중요한 차이가 있다." "모든 쓴맛 수용체 세포는 하나의 선으로 뇌에 연결되어 '퉤퉤'라는 단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한다. 후각 수용체 세포는 400개의 수용체 각각이 전용선을 따라 뇌에 연결된다." "후각은 음식과 섹스에 대해 훨씬 미묘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더 풍부한 전달 체계가 필요하다."(113-4)
"진화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으려면 자연선택이 신무기와 새로운 방어 수단을 빚어낼 수 있도록 유전적 변이가 그때그때 공급되어야 한다. 덩이줄기를 다시 심어 재배하는 감자처럼 영양 생식으로만 번식하는 식물은 유전적으로 똑같기 때문에 천적에게 몰살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마니옥도 덩이줄기를 잘라 심는 영양 생식 방식으로 재배한다. 이 진화적 막다른 골목에서 벗어나는 길이 바로 유성 생식이다. 유성 생식은 부모의 유전자를 새로 조합해 자식에게 물려주기 때문에 자식의 유전자는 부모와도 자식끼리도 다르다." "유성 생식은 유전적 변이를 유지해 작물이 유행병에 걸릴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다른 종과의 교잡을 가능하게 한다." "이 모든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채소를 먹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영양소, 특히 탄수화물 때문이다. 우리는 채소를 식용으로 바꾸기 위해 인위적 선택과 요리·가공으로 천연 방어 수단을 무력화했다."(172-4)
"(통각을 자극하는) TRP 수용체는 진화사적으로 아주 오래되었기에 척추동물뿐 아니라 곤충, 선충, 심지어 효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식물이 초식동물의 통각 회로를 해킹하려고 겨냥하는 수용체들이 우리의 감각에도 작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통각 수용체를 자극하고 다른 종에게서 회피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일까?" "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수용체는 위험을 막는 방어 체계의 제일선에 불과하다. 그 화학 물질에 독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우리는 그 자극을 회피하기보다는 즐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이 유익하고 자연선택에 의해 선호되는 이유는 "나한테 독 있어. 먹지마!"라는 식물의 허풍에 속지 않으면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양이다. 작은 곤충이 독성 식물을 많이 먹으면 우리 같은 대형 동물이 같은 식물을 조금 먹는 것이 비해 몸무게당 더 많은 단위 독성에 노출된다."(189-90)
"과당fructose은 포도당과 함께 자당 분자를 이루는 쌍둥이로, 둘 중에서 더 달콤하고 더 치명적이다. 과당은 포도당보다 무게 대비 두 배 달고, 과일에 들어 있는 과당은 우리 같은 동물을 사정없이 유혹한다." "식품 및 음료 회사도 과일과 같은 수법을 쓴다. 그들은 효소를 이용해 옥수수 시럽의 포도당 일부를 과당으로 전환해서 고과당 옥수수 시럽(HFCS)을 만든다. HFCS는 아주 값싸고 아주 달고 맛이 기막히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많은 가공식품과 대부분의 소다에 HFCS를 첨가한다." "우리가 먹는 양과 식품 속 열량에 일어나는 변화를 조절하는 호르몬이 세 가지 있다. 그렐린ghrelin은 위가 비었을 때 신호를 보내고, 췌장에서 분비하는 인슐린은 혈당치를 줄여야 할 때 신호를 보내며, 지방 세포가 만드는 렙틴leptin은 지방 저장 용량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신호를 보낸다." "과당은 인체가 당으로 인식하지 못해 에너지 섭취와 저장을 제한하는 조절 호르몬을 활성화하지 않는다."(207-9)
"포도당은 인체의 모든 장기에서 연료로 쓰지만, 과당은 간에서만 대사할 수 있다. 따라서 포도당은 모든 장기가 나눠 쓰지만, 과당은 사실상 전부 간으로 간다. 말하자면 여러분이 음료수로 섭취한 열량의 절반이다. 간은 포도당 부하의 약 20퍼센트도 처리하기 때문에, 여기에 과당까지 감안하면 일반적인 가당 음료의 열량 중 60퍼센트를 간이 대사해야 한다. 과당은 간을 혹사한다." "뚱뚱해지는 것만 해도 충분히 나쁜 일이지만, 과당은 훨씬 은밀하고 흉악한 짓을 저지른다. 대사 증후군을 앓는 비만 환자에게 식단의 과당을 같은 열량의 녹말성 식품으로 대체하도록 했더니 몸무게가 줄고 9일 만에 대사 상태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과당이 대사 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을 열량 함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량의 과당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간에 위험 수준의 지방이 쌓여 대사 증후군과 제2형 당뇨병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210-1)
"포유류의 젖은 젖먹이에게 영양을 공급하고 젖먹이를 보호하는 두 가지 상호 의존적인 기능을 하는 독특한 액체다.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젖에 들어 있는 단백질, 지방, 당(젖당), 칼슘, 기타 무기질이고 젖먹이를 보호하는 것은 항균 작용을 하는 여러 항체와 효소다. 이런 성분은 새끼 포유류가 갓 태어나 처음 먹는 젖인 초유에 특히 풍부하다. 초유에는 어미의 면역 세포도 들어 있다. 젖의 탄수화물 성분은 모든 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당인 포도당이 아니라 젖당의 형태가 대부분인데, 이는 이례적 현상이다." "세상은 포도당에 굶주린 세균과 효모로 가득하지만, 젖당을 이용할 수 있는 세균은 몇 종류 안 된다." "새끼에게 유별난 당을 먹이는 데는 문제가 하나 있다. 당을 분해할 수 있는 유별난 효소가 새끼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끼 포유류의 위에는 바로 이 일을 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들어 있다. 새끼가 자라 젖을 떼면 필요 없어진 락타아제는 분비량이 점차 줄다 아예 없어진다."(217-8)
"약 1만 1000년 전 서남아시아에서 소와 양을 가축화한 최초의 농부들은 고기뿐 아니라 젖도 이용했을 것이다." "요구르트는 젖산균 종균을 젖에 넣어 만든다. 젖산균은 대다수 세균과 (심지어) 우리 몸의 세포와 달리 젖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희귀한 능력이 있다. 젖산균은 젖당을 먹고서 생장 노폐물로 젖산을 배출한다. 유산균속이 젖당을 모조리 먹어치우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요구르트는 젖당 내성이 없는 사람이 먹어도 안전하다." "치즈를 만들 때도 젖산균 종균을 쓰는데, 이 때문에 치즈도 젖당이 없다." "고고학 유적에서 발견된 사금파리의 젖 잔존물로 보건대 7000년 전에는 서남아시아 전역, 특히 소를 치던 곳에서 낙산물酪産物이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오래된 그릇에 어떤 낙산물이 담겨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치즈보다는 요구르트였을 가능성이 크다. 치즈는 나중에 발전했기 때문이다. 치즈 제조 설비가 발견되는 것은 최초의 낙농용 도자기가 등장한 지 약 1000년 뒤다."(219-20)
"알코올이 우리를 단단히 사로잡은 것은, 좋든 나쁘든 우리가 독소인 에탄올에 내성을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이 점에서 그 밖의 향정신성 약물과 다르다. 아편, 대마, 코카인은 신경계의 천연 물질을 흉내 내어 뇌에 작용한다. 식물들이 오피오이드, 카나비노이드, 코카인 같은 향정신성 화합물을 진화시킨 것은 초식동물과의 군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이 성분들이 우리에게 작용하는 것은 동물들의 뇌 화학 구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헤로인 중독자는 양귀비·털애벌레 전쟁의 민간인 사상자다. 이에 반해 에탄올은 인체 대사에서 기능적 대응물이 전혀 없는 독소다." "에탄올과 여느 독성 물질의 차이점은 우리가 식품 속 에탄올에 아주 오랫동안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대형 유인원의 대표 메뉴가 과일 칵테일이니 말이다." "익은 과일이 있는 곳에는 효모가 있으며 효모가 있는 곳에는 알코올이 있다. 우리는 대형 유인원great ape이자 포도 유인원grape ape이다."(235-6)
"녹색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는 곡식의 줄기가 길고 가늘었다. 그래서 추수하기 전에 쓰러지기 일쑤였다. 소출을 늘리려고 비료를 주면서 더 웃자랐다. 곡식이 에너지를 씨앗이 아니라 잎과 줄기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생산량은 늘지 않았다. 길고 가는 줄기는 야생에서 비롯한 진화적 유산이었다. 자연선택은 이웃 식물의 그늘에 가리지 않도록 높이 자라는 식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밀, 벼, 옥수수 등 세 가지 주곡에서 녹색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줄기의 길이를 줄여 굵기를 늘림으로써 더 큰 이삭을 매달 수 있게 한 덕분이었다." "녹색 혁명은 식량 안전을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기존 경작지의 소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자연 서식지 1800만~2700만 헥타르를 (농지로 전환되지 않도록) 보호했다." "그러나 한 추산에 따르면 현재의 생산량과 2050년 전체 인구를 먹여 살리는 데 필요한 생산량의 격차를 없애려면 수확량이 적어도 50퍼센트 더 증가해야 한다."(280-1)
"1차 녹색 혁명의 과제는 산업적 농업에 적응한 신품종을 육종하는 것으로 대표된다." "이에 반해 2차 녹색 혁명을 준비하는 식물 육종가들이 소출을 늘리기 위해 넘어야 하는 장벽은 더 복잡하다. 이를테면 과거의 관행적 관개로 인해 염화된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도록 작물의 내염성을 개선하고, 가뭄과 고온에 대한 저항성을 키우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병충해와 맞서 싸워야 한다. 2차 녹색 혁명을 위한 과제는 1차 때보다 힘들지만, 우리가 쓸 수 있는 유전학적 수단은 (반半난쟁이 밀 품종을 탄생시킨) 볼로그와 1950년대 및 1960년대 작물 육종가들보다 부쩍 발전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광합성의 기본 메커니즘이 충분히 규명되어 유전 공학을 통해 이를 부쩍 개선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GM 기술은 실제로 혜택을 가져다준다. GM 기술은 작물의 생산량을 향상시키고 살충제 사용량을 감소시켰으며 심지어 질병으로 전멸할 뻔한 농작물을 구하기도 했다."(2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