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 30년 세계화가 남긴 빛과 그림자
브랑코 밀라노비치 지음, 서정아 옮김, 장경덕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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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소득 분포의 약 40분위에서 60분위에 이르는 사람들은 1988~2008년 사이에 실질 소득이 80% 가까이 중가했다. 세계화의 수혜자라 해도 무방한 A그룹은 대부분 아시아 신흥국가의 국민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글로벌 신흥 중산층emerging global middle class'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들은 서구 중산층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따라서 소득과 교육 측면에서 고소득국가의 중간계층을 칭하는 중산층이라는 용어는 이들을 가리키기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실질소득이 거의 증가하지 않은 B그룹은 OECD 회원국인 고소득국가 국민이다. 이들은 대체로 그 나라 소득 분포의 하위 절반을 차지한다. "이들을 '고소득국가의 중하위층lower middle class of the rich world'이라 부르기로 한다. 단연코 세계화의 승자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정치가들이 사회보장제도보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점이 크다며 설득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바로 세계화의 패자가 된 것이다."(30-1)


압도적으로 고소득국가 국민이 많은 세계 최상위 1%는 같은 기간 동안 실질소득이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다. "C그룹의 사람들을 '글로벌 금권집단global plutocrat'이라 부르자." B그룹과 C그룹 간의 격차는 "고소득국가에서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확대됐으며 고소득국가에서 이미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세계화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을 시사한다."(33) 실질소득의 증가분을 상대적 변화(백분율 증가)가 아니라 절대적 변화(달러 증가액)로 따지면 결과는 더욱 뚜렷하다. "1988년부터 2008년까지 전 세계 소득 증가분을 100이라 치자. 이러한 절대적 증가분 중 44%가 세계 상위 5%의 손에 들어갔다. 또한 약 20%가 최상위 1%의 차지가 되었다. 이와 반대로 앞서 우리가 세계화의 수혜자로 간주한 신흥국의 '글로벌 신흥 중산층'이 얻은 것은 (20분위로 나눌 때) 분위별로 전체 소득 증가분의 2~4%에 그치며, 모두 합해도 약 12~13%에 불과하다."(44)


"쿠즈네츠 가설은 소득 수준이 매우 낮을 때는 심하지 않던 불평등이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증가하다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다시 감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고소득국가의 소득 불평등 증가는 쿠즈네츠 가설을 부정한다.(75) "피케티는 (1918~1980년 사이의 소득) 불평등 감소가 전쟁이라는 정치적 힘, 전쟁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세, 사회주의 이념과 운동, 경제적 수렴(임금 증가율이 재산소득 증가율을 상회) 등으로 촉발된 특수하고 드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피케티가 보기에 (1차 세계대전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정상적인' 자본주의 체제가 불평등 증가를 낳는다. 이러한 이론으로 쿠즈네츠 곡선의 하강부분과 상승 부분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 피케티는 쿠즈네츠 곡선이 쿠즈네츠가 제안한 역U자가 아니라 U자 형태라고 본다." "그러나 시야를 훨씬 더 이전인 18세기와 19세기까지 확대하면 피케티의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소득 불평등 증가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77)


"평균소득이 매우 낮은 사회가 전쟁에 관여하게 되면 그 결과는 두 가지 가능성뿐이다. 첫째, 부유층이 비용 대부분을 부담함에 따라 불평등이 감소한다. 둘째, 저소득층의 소득이 최저 생계수준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인구가 감소한다. 그런데 지배층이 제아무리 착취를 일삼고 저소득층의 운명에 무관심한 사회라 하더라도 두 번째 해결책을 감행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추정하는 편이 합당할 것이다. 또한 인구가 감소하면 징집할 수 있는 신체 건강한 남성의 숫자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두 번째 해결책은 자멸을 자초하는 길이다. 바로 그 때문에 첫 번째 해결책이 선호되며 우리가 산업혁명 이전 시대의 사회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흔히 불평등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나는 산업혁명 이전에는 불평등이 (쿠즈네츠 가설을 확장 보완한) 쿠즈네츠 파동을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고 본다."(81)


"산업혁명이 소득 불평등의 추이에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총 소득이 증가하면 다른 사람의 소득이 최저 생계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인구 가운데 일부의 소득이 급증한다. 그 결과 불평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화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적어도 최저 생계 소득 이상을 벌어야 한다고 볼 때 총 소득 증가는 그 자체로 불평등이 증가할 '여지'를 남긴다." "둘째, 산업혁명 이후 불평등과 평균소득 사이에는 그 이전처럼 평균소득이 고정되었던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상관관계가 성립되었다. 나는 쿠즈네츠 가설과 마찬가지로 산업혁명 직후에 증가하기 시작한 불평등이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 고소득국가에서 절정에 이른 원인을 (한층 더 다각화된 제조 부문으로의 이동 등) 구조적 변화와 도시화로 본다. 그 이후로는 쿠즈네츠가 제시한 대로 좀 더 숙련된 노동력이 공급되었고 재분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자본수익률이 낮아짐에 따라 불평등이 감소했다."(82-3)


"1차 세계대전 이후 불평등을 완화시켰던 요인은 1980년대에 들어 효력을 잃었다." "불평등이 심화된 까닭은 부분적으로는 고숙련 근로자가 저숙련 근로자에 비해 신기술로 훨씬 더 많은 보상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유층 친화적 정책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었다. 그러한 정책들이 기술혁명과 세계화와 상관없이 외생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잘못된 시각이다." "오늘날에는 "프롤레타리아에게는 조국이 없다"라는 카를 마르크스의 말보다는 그와 정반대로 자본과 자본가들에게 조국이 없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자본을 통제하고 자본에 세금을 부과하기가 전에 없이 어려워졌다. 그 때문에 불평등이 크게 심화되고 말았다."(84-6) "평균소득의 증가는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대리지표에 불과하다. 우리가 관찰하는 불평등의 변화는 경제적 요인과 (뉴딜 정책, 노조의 협상력, 세율 변화, 세계화 등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결정의 산물이다."(108)


"고소득국가에서 1980년대 무렵에 시작된 불평등 상승 국면은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 상승하면 불평등이 감소하고 낮은 수준에 머무른다는 쿠즈네츠의 원래 가설에 부합하지 않는다. 내가 쿠즈네츠 순환이나 파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선진국이 현재 보이고 있는 불평등 상승 국면을 제2 쿠츠네츠 파동의 시작으로 간주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제1 쿠즈네츠 파동과 마찬가지로 제2 쿠즈네츠 파동을 유발한 요인은 기술혁신과 변화, 자본의 노동력 대체가 빚어낸 '제2의 기계시대', 부문 간 노동력 이동이다. 제1 쿠즈네츠 파동이 나타났던 시기에는 노동력이 농업 부문에서 제조 부문으로 이동했으며 따라서 농촌지역에서 도시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했다. 제2 쿠즈네츠 파동의 경우 제조 부문에서 서비스 부문으로 노동력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경제정책이 부유층 친화적인 노선으로 바뀐 것도 제2 쿠즈네츠 파동을 유발한 요인이다."(130-1)


# 제2차 쿠즈네츠 파동의 상승(불평등 심화) 요인

1. 정보 기술의 발달(2차 기술혁명)

2. 서비스업의 노조 조직율 하락

3. 세계화로 가용 노동력 급증과 수월한 자본 이동 → 노동의 협상력 약화

4. 기타 : 동류혼homogamy 증가, 도덕규범, 임금규범 변화


# 쿠즈네츠 파동의 하강을 이끄는 양성 요인

1. 세율 인상과 누진 과세 같은 정책 변화

2. 교육과 숙련도 간의 경주

3. 기술 혁명 초기 단계에 발생한 지대의 소멸

4. 글로벌 차원의 소득 수렴 (저소득국가의 부상)

5. 저숙련 편향적 기술 진보 (저숙련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


"19세기 초반만 해도 지니계수로 측정한 글로벌 불평등과 미국의 불평등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쳐 뉴딜 정책이 시행된 이후에는 글로벌 불평등과 미국의 불평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다. 글로벌 불평등은 속도는 전보다 느려졌지만 계속해서 증가한 반면에 미국의 불평등은 상당한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자본주의 황금기로 간주되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그랬다. 두 가지 불평등이 갈림길을 걷는 양상은 그 이후로도 계속 되었지만 이번에는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1980년대의 두 번째 전환기 이후 글로벌 불평등은 중국의 성장에 힘입어 정체상태로 돌아섰다가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에 미국의 불평등은 증가하기 시작했다."(171-3) 1980년대 후반에서 2000년까지 "가장 큰 소득 평준화 역할을 한 것은 중국이었으며 2000년 이후로는 인도도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169)


미국내 불평등 증가라는 부정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역 요인이 어떤 사람의 생애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좋은 지역(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민권 프리미엄citizen premium'을 누리고, 그렇지 못한 지역(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민권 페널티citizen penalty'를 감수해야 하는 세상이다."(178) "나는 세계 최빈국인 콩고를 '누락'된 나라로 보고 회귀분석을 했다. 다시 말해 각국의 시민권 프리미엄을 콩고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있는지로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가 평균 시민권 프리미엄을 산출한 결과 미국은 9,200%, 스웨덴은 7,100%, 브라질은 1,300%이며, 예멘은 300%에 불과하다. 이러한 결과는 (회귀분석의 관점으로 볼 때) 국가 백분위 전반의 소득 변동 가운데 2/3가 넘는 부분을 거주국이라는 단일 변수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음을 뜻한다."(183-4)


# 미국의 불평등 가속화 시나리오

1. 생산의 자본 집약도가 높아지면서 자본과 노동의 대체탄력성 상승으로 자본의 몫 증가

2. 자본소득 집중으로 개인 간 소득 불평등 상승

3. 높은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을 올리는 이들이 점점 일치하는 현상 심화

4. 3번 집단 내 동류혼 증가

5. (금권정치가 심해지면서) 저소득 친화 정책 폐기, 공공 투자 감소


"국민의 노력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주장에 따르면 고소득국가의 국민이 저소득국가의 국민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경우 그 두 나라 간의 소득 격차는 환경의 차이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시민권 지대의 산물로 간주할 수 없다. 그러나 노력이 요인이라는 주장은 두 가지 이유에서 실증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첫째, 우리는 오히려 저소득국가 국민의 근로시간이 더 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둘째, 동일한 노력을 들여야 하는 동일한 직종을 각 나라마다 비교해 보면 국가 간 실질임금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191-2)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중심에는 근본적인 모순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포괄적으로 해석한다면 세계화는 생산요소, 상품, 기술, 세계 각국의 아이디어가 단절 없이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도 자본, 상품 수출, 상품 수입은 물론 서비스 무역에도 적용되지만 노동력에는 해당하지 않는다."(196)


# 국제 이주의 네 가지 특징

1. 조국을 떠날 권리와 가고자 하는 나라로 마음껏 이주할 수 없다는 현실의 충돌

2. 생산요소, 상품, 기술,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이동과 달리 노동자의 이동권은 엄격하게 제한

3. 소득 극대화라는 경제학의 원칙이 개별 국민 국가 내부에만 적용되는 관행

4. 국민의 발전이 자국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과 처지를 개선할 수 있다면 장소는 상관없다는 입장의 충돌


"자본주의는 자본소득과 근로소득이 철저히 분리된 형태에서 이 두 요소 사이에 음(-)의 상관관계가 성립되는(근로소득자가 자본소득을 거의 올리지 못하는) 변종으로 변화했다가 양(+)의 상관관계가 성립되는 '신新자본주의'로 나아가고 있다."(253) "이러한 경향은 능력주의meritocracy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뒤엎는 데도 크나큰 정치적 고충이 따른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신자본주의는 자본과 노동의 주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원칙으로 하는 고전 자본주의와는 판이하다. 신자본주의에서는 부유한 자본가와 부유한 근로자가 일치한다. 이러한 구조는 부유층이 일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사회적으로 널리 용인된다."(255) 여기에 부유층의 막대한 정치 자금 기부와 부유층 친화정책이 상호 작용하면서 "개인의 정치적 중요성이 소득 수준에 비례하며 1인 1표 시스템이 '1달러 1표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사실 1달러 1표 시스템은 기존의 소득 분포를 정치 차원으로 가져온 데 불과하다."(258)


"제2 쿠즈네츠 파동의 상승 곡선을 탄 고소득국가에서 불평등 증가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결과는 중산층 공동화와 부유층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이 그에 대한 인과응보로 나타날 대중의 계급적 저항과 겹치면 포퓰리즘과 자국민 우선주의nativism('토착주의'라고도 한다)를 낳는다. 포퓰리즘도, 금권정치도 고전적 의미의 민주주의와는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불평등이 서구의 민주주의적 자본주의에 위협을 끼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259) "중산층의 숫자 감소와 경제권력 약화는 경제와 정치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교육이나 의료같이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 서비스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유층은 사회 서비스의 공공 지원을 중단하기를 바랄 것이다." "부유층은 공교육보다는 치안 강화나 마르크스가 말한 감시 노동guard labor에 공공 재정을 사용하는 편을 선호할 것이다."(267-8)


"부유층의 민주주의 억압 전략 가운데 두 번째는 마르크스식으로는 허위의식의 주입이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표현으로는 헤게모니의 창출과 비슷하다." "여기에서 허위의식이란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어떤 의도에 휘둘려 스스로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지기보다 사회, 종교, 다른 사안에 관심을 쏟는 것을 뜻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 불화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투표를 할 때 경제 사안에만 초점을 맞추지는 않으며 때로 이민, 종교, 낙태 등과 같은 사안도 중시한다. 그러나 정치와 언론에 투입되는 사적인 자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그 두 가지 투자가 매우 비슷한 목적을 띤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허위의식은 이념적 '마트라카주'(matraquage, 곤봉으로 머리를 때린다는 뜻의 프랑스어로 언론을 통한 집중 공세나 세뇌를 뜻함)로 창출된다." "다시 말해 문화 전쟁에는 경제권력이 부유층으로 이동하는 실제 현상을 눈가림하는 기능이 있다."(272-3)


"국민건강서비스 삭감, 공교육 축소, 정부서비스 이용료 인상, 은퇴 연령 상향 조정, 0시간 일자리zero hour jobs(출근은 해야 하지만 노동과 수입을 보장받지 못하는 직종)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 등 사회보장제도가 받은 수많은 공격은 결국 중산층에 대한 공격이다."(279) 이와 더불어 금권정치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면서 "유럽에서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더불어 세계화에 대한 노출 정도가 줄어들고 있다. 각국이 이주 장벽을 세우고 물밀듯이 밀려드는 자본 유입이나 상품과 서비스의 수입에 대항해 보호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시민권과 국민의 기본권을 재정의[기본권이 신성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라, 국민 다수의 동의 여부에 좌우되는 권리라는 식의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금권정치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를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세계화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고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의 면모는 유지하되 세계화에 대한 노출 정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283)


우리가 '자율성, 존엄, 자유, 권리 등의 불평등'을 뜻하는 "실존적 불평등의 해소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적어도 세 가지는 있다. 첫째, 집단 간의 차이에 대한 논의는 곧바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그렇게 되면, 변화를 일으켜야 유리한 집단끼리 뭉쳐 국민이 분열될 수 있다. 다양한 집단이 스스로의 상황에만 초점을 맞춤에 따라 공동 전선이 무너지는 것이다." "둘째, 실존적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면 근본적 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가령, 성매매 합법화 논의의 관건은 "성 불평등 해소에 치중하기보다는 성매매의 경제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데 있다." "셋째, 실존적 평등은 정치적으로 비교적 손쉽게 추구할 수 있는 일이다(물론 보상도 크지 않다).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 조건의 전반적인 평등화를 이루어내려면 다양하게 분화된 집단 간의 법적 평등을 달성해야할 뿐 아니라 소득과 부의 평등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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