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는 종 - 경쟁하는 인간에서 협력하는 인간이 되기까지
허버트 긴티스.새뮤얼 보울스 지음, 최정규.전용범.김영용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 협력하는 종의 두 가지 명제

1. 사람들은 이기적인 이유에서뿐 아니라 진정으로 타인의 복지에 관심을 가진다. 동일한 이유로 타인의 협력 행위를 악용하는 사람들을 처벌한다.

2. 우리가 이러한 '도덕 감정'을 보유하게 된 것은 우리의 선조들이 살았던 환경에서 비롯한다. 협력하고 윤리적 규범을 준수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이나 세력 확장에 더 유리했고, 사회 지향적 동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자연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었다.


협력적 행동이 행위자 자신에게 비용을 초과하는 이득을 가져다주는 경우에는 "전적으로 이기심에 의해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시장 교환은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이 경우 협력은 일종의 공생mutualism으로 나타난다. 이는 행위자와 타인 모두에게 순이득이 발생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협력은 때로는 행위자에게 순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일 수도 있으며, 따라서 협력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적합도fitness를 높이거나 또는 여타 물질적 보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협력적 행위는 이타주의altruism로 나타난다." 이기적 공생 모델들은 "다음 두 가지 사실들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 사회에서의 협력은 가족 범위를 넘어서서 훨씬 더 큰 집단 내에서 발생한다. 또한 실제 삶과 실험실 연구 모두에서 보면 협력은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호작용 속에서도 그리고 협력을 통해 평판 이득을 얻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발생한다."(24-5)


"우리는 어떻게 (협력에서 기쁨을 얻거나 도덕적 의무감을 느끼고, 무임승차자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는 감정의 묶음인) 사회적 선호social preference에 적합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두뇌를 가지게 되었을까? 초기 인류가 처한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 우리 답변의 일부다. 우리의 후기 홍적세 선조들은 대형 포유류가 번성했던 아프리카 사바나 또는 그와 유사한 환경에서 거주했다. 당시 환경에서 사람들은 식량의 획득 및 배분 과정에서 협력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태어난 후 오랜 기간 동안 성인에 의존해야만 하는 인간의 느린 성장 과정 역시 자녀 양육과 식량 공급에 있어 비혈족 간의 협력을 필요로 했다. 그 결과 식량 공급, 자녀 양육, 비협력자들에 대한 처벌, 적대적 이웃으로부터의 방어, 그리고 정보 공유 등을 통해 협력적 전략을 유지하는 집단 성원들은 비협력적 집단의 성원들에 비해 상당한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25-6)


사회적 선호가 이기심을 압도하는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류는 이타적인 성원들이 이기적인 사람들로부터 착취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여러 방법들을 고안해왔다. 이 가운데 두드러진 것으로는 무임승차자들 또는 협력의 규범을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공적인 따돌림, 배척, 심지어 처형 등이 있다." "둘째, 인간은 장기적이고 정교한 사회화 시스템을 도입해왔고 이를 통해 개인들로 하여금 협력을 하도록 사회규범을 내면화시켰다." "셋째, 자원 및 생존을 둘러싼 집단 간 경쟁은 인간의 진화 동학에서 결정적 힘이었고 이는 여전히 그러하다. 많은 협력적 성원을 보유한 집단은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생존하며 덜 협력적인 집단의 영역으로까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경향을 갖는다. 그리하여 문화적 전달cultural transmission 과정을 통해 번식상의 우위가 확보되고, 협력적 행동의 확산이 이뤄진다."(27-8)


# 이타성을 설명하는 용어들

1. 도움helping : 타인에게 이득을 제공하는 행위

2. 이타주의altruism : 도움을 철회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남을 돕는 경우

3. 제약constraint : 주어진 상황에서 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행동들의 범위

4. 믿음beliefs : 자신의 행동과 결과 사이의 관계성을 포함하여 머릿 속으로 그리는 세계의 인과구조

5. 선호preference : 특정 행동이 가져올 다양한 결과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 결정하는 좋고 싫은 감정


물질적 보상만을 기준으로 하면 배신이 최적화 전략인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상대방이 협력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믿는다면 두 사람은 모두 협력할 것이다. 따라서 상호 협력과 상호 배신 두 경우 모두가 이 새로운 게임의 균형이 되는데, 이때 이 새로운 게임은 기존의 물질적 보수에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보수를 결합시킨 게임이다." "각 경기자들은 타인 역시 협력할 것이라 확신할 경우에만 협력할 것이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상호 협력과 상호 배신은 모두 내쉬균형들이다. 두 개의 내쉬균형 가운데 어느 것이 실현될지는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에 대한 경기자의 믿음에 달려 있다. 이기심 때문이든 또는 자신이 상대방에게 악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든, 배신을 선택할 강력한 유혹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실험들에서 상당히 많은 피험자들이 배신이 아닌 협력을 선호한다는 점이 밝혀졌다."(48-9)


#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 : 각 경기자의 선택이 다른 경기자의 선택에 반응하는 최적의 대응 전략인 경우


"우리는 문화를 유전적 전수 이외의 다른 경로를 통해 얻어지는 선호와 믿음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문화는 그 자체로 진화적 힘이며, 따라서 유전자와 자연환경 간의 단순한 상호작용이 낳은 효과가 아니다.  우리는 "문화적으로 전달되는 선호와 믿음이 행위의 근접 원인이기는 하지만, 다시 이들 선호 및 믿음도 전적으로 우리의 유전자 구성과 자연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설명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오류라고 생각한다. "자연환경과 유전자가 문화적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문화가 유전적으로 계승되는 행위적 특징들의 상대적 적합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가 인간 사회에서의 협력의 기원과 다른 종과 구별되는 속성을 설명할 때 토대로 삼고 있는 두 번째 개념인 "유전자-문화 공진화 개념에 따르면 인간 선호와 믿음은, 유전자가 문화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고 문화가 다시 유전적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동태적 과정의 산물이다."(51-2)


"환경 조건은 여러 세대에 걸쳐 연관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연관성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각 세대마다 유전을 통해서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없는 가치 있는 정보들은 학습을 통해서 획득된다. 그러한 정보는 생식세포 안에서 암호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환경 속에서 동물은 비유전적 정보 전달 채널을 통해서 현재의 환경 상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생물학자들이 후생유전epigenetic이라 부르는 그와 같은 정보 전달은 대단히 보편적이며, 인간의 문화적 전달은 그것의 가장 고도하고 유연한 형태를 보여준다." 도킨스는 <확장된 표현형The Extended Phenotype>에서 유기체가 비버들의 댐, 벌들의 벌집, 그리고 심지어 사회구조(예를 들면 짝짓기 관행과 사냥 의례) 등의 형태로 환경적 인공물들을 직접 다음 세대로 전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틈새 구축niche construction 전략은 널리 확산된 후생유전적 전달의 형태 중 하나다.(54-5)


사회적 선호를 설명하는 최후통첩 게임의 결과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제안을 거절한 사람들의 태도다. 응답자들은 약간의 돈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제안자들의 불공정한 행동을 처벌하려는 욕구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67) "이들 실험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보수를 기꺼이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다른 사람들의 협력에 대해 포상하고, 또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려고 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어떠한 이득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렇게 한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이끌어내는 선호를 강한 상호성strong reciprocity이라 부른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도 "피험자들은 상대방이 협력했다고 확신하는 경우, 또는 자신이 협력할 것이라는 의도가 상대방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전달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우 더 높은 수준으로 협력을 했다. 이 사실은 피험자들이 강한 상호성에 의해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징표다."(68-9)


# 최후통첩 게임 : 제안자가 10달러를 받고 이 중 얼마를 응답자에게 나눠줄지를 제안하는 일회성 게임. 응답자가 제안을 거절하며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통상 제안자들은 50% 가까운 금액을 응답자에게 제안했고, 25% 이하의 제안은 대부분 거절되었다.


이기심 공리를 믿는 사람들은 공공재 게임에서 회차가 진행될수록 기여액이 하락하는 현상을 분석할 때, "실험에서 타인을 고려하는 행동이 발견되더라도 이를 익명적 상호작용에 익숙하지 못한 피험자들의 혼동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즉 피험자들의 행동은 이들의 믿음(즉 자기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이해)을 반영하는 것이지, 결코 이들의 선호(즉 다양한 결과들에 대한 가치 평가)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설명이 타당하다면 동일한 피험자들은 똑같은 공공재 게임에 한 번 더 참여했을 때 첫 회 때부터 곧바로 기부를 하지 않아야 한다. 안드레오니와 쿡슨은 이러한 예측이 맞는지를 테스트해본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냈다." 추가 실험에 따르면 "기부의 감소 추세는 무임승차자들에 대한 보복이 진행됨을 반영한다. 실제로 피험자들도 자신들이 기부를 줄였던 이유를 그렇게 이야기하곤 한다."(74-5)


# 공공재 게임 : 10명의 피험자가 10회짜리 게임에 참여하는데 매회마다 개인계정으로 받은 1달러 중 일부 혹은 전부를 공공계정으로 이전할 수 있으며, 그렇게 옮긴 1달러 당 0.5달러가 10명 모두의 보수에 더해진다.


최후통첩 게임을 진행할 때 "한 버전에서는 단지 '교환 게임'이라 부르면서 실험을 진행해봤고, 다른 버전에서는 게임 시작 전에 미리 시사상식 퀴즈를 내고 여기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에게 제안자의 역할을 부여해봤다. 두 실험 모두에서 보통의 경우보다 낮은 제안율과 낮은 제안에 대한 낮은 거부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일 개인들이 단지 자신의 금전적 보수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게임에 어떤 조작을 가했다 해도 게임의 결과는 바뀌지 않아야 한다. 교환 게임이라 부를 때, 또는 시사 퀴즈를 내고 그 결과에 따라 제안자의 역할을 부여할 때 강한 상호성이 상당히 약해진다는 점은 사회구조가 금전적 보수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행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암시한다. 교환 게임이라는 명칭에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한다거나, 또는 퀴즈의 도입을 통해 어떤 사람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 등이 그 예들이다."(99)


협력적 개인들이 "예외적인 인지 능력과 높은 수준의 인내를 갖는다고 가정할지라도, 두 명을 넘어서는 개인들로 이뤄진 집단에서는 모델이 보여주고 있는 협력적 내쉬균형 해를 발견할 것이라 믿을 만한 근거가 없으며, 설사 도달하더라도 집단 성원들이 머지않아 협조적 전략을 포기하게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현실성이 희박한 조건하에서가 아니라면, 게임 모델들을 통해 확인되는 협력적 결과들은 접근 가능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이를 우리는 진화적 타당성을 결여한evolutionarily irrelevant 내쉬균형이라 부른다."(201) 내쉬균형에서 "개인들은 다른 경기자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미리 예측해야 하고, 또 다른 경기자들이 자신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고 예측할지를 예측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간단한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에서 경기자들이 내쉬균형을 실행하는 데 요구되는 조건은 경기자들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즉 그들이 최적 대응을 선택한다는 가정)만으로는 유도될 수 없다. 218)


"내쉬균형의 약점을 피할 수 있는 대안적인 균형 개념이 상관균형correlated equilibrium 개념이다. 상관 장치correlating device라는 것이 있어서 각 경기자들에게 각자가 어떤 순수 전략을 수행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공적 또는 사적 신호를 보내준다고 해보자. 상관균형이란 상관 장치가 존재해 모든 경기자들이 상관 장치의 조언을 따른다면 그 어떤 경기자도 다른 전략으로 전환함으로써 자신의 처지를 개선시킬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균형이란 오직 "사적 신호가 공적 신호에 매우 근접할 경우에만 존재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들은 어떤 주어진 집단 성원의 행동에 관해서는 거의 동일한 신호를 수신받아야 한다." 현실에서 이에 부합하는 상관장치가 바로 사회규범이다. "사회규범에 의한 협력적 균형은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균형 전략일 뿐 아니라, 또한 사회규범 그 자체도 진화적인 적응이어서 경합하는 다른 사회규범의 침투에 대해 안정적이다."(220-2)


"우리의 (유전자-문화 공진화) 모형에서는 제도가 문화적 전달 과정에서 틈새niche의 역할을 함으로써 유전적으로 전달되는 속성들에 작용하는 선택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해나간다." "식량과 지식을 다른 집단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지배적인 남성이 집단 내에서 번식 기회를 독차지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제반 정치적 장치들은 이른바 번식적 균등화 장치reproductvie leveling의 예인데, 이러한 장치들이 틈새를 만들어내 이타주의의 진화에 도움을 준다."(274) "다수준 선택의 결과로 확산되는 이타주의적 속성(자신에게 희생이 되지만 집단 구성원들에게 이득을 주는 행동을 하려는 속성)에는 외부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는 속성도 포함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모델로 보여주고자 하는 과정은, 라랑드의 연구팀이 부른 것처럼, 관대한 개인들의 진화라기보다는 이기적 집단의 진화라고 묘사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276)


# 유전자-문화 공진화

1. 선별적 소멸 : 이타주의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존에 기여한다.

2. 균등화 장치 : 집단 내 선택압의 크기를 줄인다. 

3. 집단 사이에서의 유전적 차이 : 사회규범을 위반한 사람들을 배척하는 선별적 유유상종은 유전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4. 딤의 소멸과 이타주의의 진화

☞ 딤(deme) : 서로 분리되어 존속하는 집단


"집단 간 공격 성향이나 내부인에 대한 편애(패거리주의)는 때때로 전투에 나가서 죽을 위험을 무릅쓰는 것으로 귀결될 수도 있고, 외부인과의 교류를 회피하기 때문에 배우자 찾기나, 공동보험, 거래 등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 등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러한 성향은 당사자들에게 그리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타주의와 유사한 점이 있다."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었다면 초기 인류사회에서 패거리 이타주의가 등장하고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첫째, 이타주의자들이 대부분 패거리주의자들이고, 패거리주의자들 대부분이 이타주의자들이었다. 둘째, 패거리 이타주의자들 대부분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한 집단에 모여 살았다. 셋째, 가치 있는 자원들을 둘러싸고 집단 간 적대적인 경쟁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러한 경쟁에서는 자기 집단 성원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져 다른 집단 사람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했던 집단이 유리했다."(318-9)


# 전쟁이야말로 집단 내 협력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다. 이타성과 폭력성의 상호 공존/양의 되먹임.


"우리의 시뮬레이션은 자원 공유 또는 집단 내 유유상종을 만들어내는 집단 차원의 제도들이 진화하는 경우, 집단 선택이 이들 제도들(그 제도들을 채택한 집단에게 그 제도를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이 드는 경우에도)과 이타주의의 공진화를 가능케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핵심적인 것은, 식량 공유 등의 균등화 기제는 이타주의적 선호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아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기적인 개인들에게조차 최적 대응이다." "일단 규범이 정착되면 그 규범은 집단의 규모가 커지고 집단이 친족 이외의 다양한 성원으로 이뤄지는 상황이 되어도 여전히 지속될 수 있다. 규범은 이타주의적 선호의 확산을 가능케 하고,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 성향을 진화시킴으로써, 더 큰 집단에서 균등화 기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이때 인간의 인지/언어 능력은 친족 범위를 넘어서는 이타주의의 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308-9)


이타적인 선호가 진화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는 모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합도가 높은 유전자일수록 생존율이 평균을 상회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특성이 전달되는 수직 전달vertical transmission을 통해서는 적합도가 높은 부모의 특성이 진화한다. 둘째, 부모 세대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젊은 세대로 특성이 전달되는 사선 전달oblique transmission은 이웃이나 교사 또는 정신적 지도자와의 개인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젊은 세대의 구성원들은 특정한 규범을 내면화하는 사회화를 경험한다. 셋째, 보수에 기초해 사회적 학습이 이뤄진다는 것은 주기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행위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보수가 규범의 채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함으로써 사회화를 단순히 수동적이고 무비판적인 대상에게 규범을 주입하는 것이라고 보는 개인에 대한 과잉 사회화된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392)


"처벌이 존재하면 무임승차에 따른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기적인 개인들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협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처벌자가 많이 존재하는 집단일수록 협력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다. 개인이 처벌을 할 때보다 처벌을 하지 않을 때 더 높은 보수를 얻는다면 처벌은 이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처벌은 처벌자와 처벌 대상자 모두에게 비용을 초래한다. 그러나 처벌자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처벌자의 수가 증가할수록 크게 감소한다. 처벌자가 집단의 다수를 차지하면 처벌의 위협만으로도 무임승차를 억제할 수 있으므로 실제로는 처벌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단에 강한 상호성을 가진 개인들이 많을수록 그 집단은 더 높은 평균 보수를 얻게 되고, 그렇게 얻게 되는 이득은 집단 내에서 가끔씩 발생하는 무임승차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비용을 상회할 수 있다."(350)


"공공재에 기여하는 것 그리고 공공재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모두 이타적 행위이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훨씬 심혈을 기울인다." "규범 위반자를 처벌하는 것은 처벌 대상자의 행위를 교정하려는 바람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인간이 가진 또 하나의 강력한 동기다. 따라서 실험 참가자들 자신의 설명이나 뇌과학 실험의 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실험 참가자들은 규범 위반자들을 처벌하는 것 자체로 기쁨을 느끼는데, 이는 우리가 모델화한 진화 과정의 결과일 수도 있다."(380-1) "협력이 적합도를 극대화하는 행위인데도 협력을 하지 않을 정도로 인내심이 부족한 개인들도, 동료 구성원의 이타적 처벌이 존재하면 부분적으로나마 수치심이나 죄책감 때문에 적합도를 증가시키는 행위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을 크리스토퍼 보엠은 제재 수단 선택sanctioning selection이라고 불렀다."(383-4)


"유전자-문화 공진화 모델과 다수준 선택 모델은 협력 행위의 출현과 확산을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첫째,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개체군의 구조적 특성이 초래하는 행위의 유유상종을 기반으로 하는 선택 압력이 인류의 진화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규범의 내면화와 집단 내 균등화 제도 그리고 집단 간 적대감과 같은 경험적으로 많이 보고된 행위들의 문화적 전달이 사회적 선호의 진화에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셋째, 행위 실험을 비롯한 인간 행동의 관찰에서 드러난 인간 선호의 특징을 보면 인간의 협력을 가장 잘 설명하는 요소는 진정한 이타주의다. 여기서 진정한 이타주의란 미래의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가족이 아닌 타인까지 기꺼이 도우려는 의향을 의미한다. 이런 윤리적이고 타인을 고려하며 집단에 이로운 행동을 하려는 사회적 선호는 우리가 묘사한 유전자-문화 공진화와 다수준 선택의 심리적 결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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