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계급의 상황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이재만 옮김 / 라티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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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Lage der arbeitenden Klasse in England>


◎ 산업 프롤레타리아트의 출현


"제조업은 소규모 상업 부르주아지를 파산시키는 거대한 설비를 세우기 위해, 독립적으로 일하는 수공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는 자연력을 이용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한다. 제조업은 노동의 분업, 수력과 특히 증기력의 활용, 기계의 활용이라는 세 가지 커다란 지렛대를 이용해 지난 세기 중엽부터 세계를 급속도로 혼란에 빠뜨렸다. 제조업은 좁게 보아 중간계급을 창출했고, 크게 보아 노동계급을 창출했으며, 때가 되면 분명 권좌에서 쫓아낼 것이긴 하지만 중간계급이라는 선택받은 이들에게 왕관을 씌워주었다. 한편, '그리운 옛 시절'의 수많은 소규모 중간계급 사람들이 제조업으로 인해 전멸하고 부유한 자본가들과 가난한 노동자들로 갈라졌다는 것은 명백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제조업의 집중화 경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본과 마찬가지로 인구도 집중된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데, 제조업에서 인간, 즉 노동자는 제조업자가 임금이라는 형태로 이자를 지불하는, 자본의 한 조각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60)


◎ 대도시 프롤레타리아트 주거지의 실상


"보통 빈민굴에는 단층이나 복층인 작은 집들이 길게 줄지어 있는데, 지하실을 주거용으로 쓰기도 하는 이 집들은 거의 언제나 대중없이 짓는다. 방 서넛과 부엌 하나를 갖춘 이 집들은 런던의 일부 지역을 뺀 잉글랜드 전역에서 노동계급의 일반적인 거처다. 거리는 보통 비포장에 험하고 지저분하며, 채소와 고기 찌꺼기가 그득하고, 하수도나 배수로가 없는 대신, 물이 고여 악취가 진동하는 웅덩이들이 있다. 게다가 형편없고 난잡한 건축 방법 때문에 다수가 모여 사는 좁은 공간에서 환기마저 원활하지 않으니, 이런 노동자가 거주 구역에 어떤 분위기가 팽배해 있을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맑은 날이면 거리가 빨래를 말리는 장소로 쓰여서, 집과 집 사이에 매단 빨랫줄에 젖은 옷들이 걸려 있다."


"집들 사이에 가려진 통로로 들어가면 보이는 그 불결하고 위태로운 폐허는 묘사하기 어려울 정도다. 멀쩡한 창유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벽은 부스러지는 중이고, 문설주와 창틀은 헐겁거나 깨져 있고, 문은 낡은 판자를 대충 못질해 만든 것이다. 이 도둑들의 거주지에는 훔쳐갈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문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사방에 쓰레기와 재가 무더기로 쌓여 있고, 문 앞에 부어버리는 구정물은 악취가 코를 찌르는 웅덩이로 모인다. 여기서는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 급여가 가장 적은 노동자들이 도둑이나 매춘의 희생자들과 구별을 두지 않고 부대끼며 살아간다. 이들 대부분은 아일랜드 인이거나 아일랜드 혈통이다."(67-8)


◎ 프롤레타리아트와 부르주아지 간의 공간 단절


"이 도시(맨체스터)는 기묘하게 건설되어서, 어떤 사람이 여기서 자기 업무와 즐거운 산책으로만 활동을 국한한다면, 몇 년 간 매일 이 도시를 드나들면서도 노동자 구역, 나아가 노동자를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현실은 대체로 무의식적이고 암묵적인 합의에 따라, 또한 노골적이고 의식적인 결정에 따라, 중간계급을 위해 떼어둔 지역과 노동자 지구들을 뚜렷하게 분리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부르주아지 상층은 더 멀리 떨어진 콜턴과 아드윅, 또는 치탐 힐과 브로턴, 펜들턴의 산들바람 부는 고지대의 정원 딸린 저택에서, 멋지고 안락하고 30분이나 15분마다 맨체스터로 향하는 합승마차가 지나가는 집에서 건강에 좋은 시골 공기를 마시며 자유롭게 지낸다. 이런 배치의 가장 좋은 점은 이 부자 귀족들이 모든 노동자 구역의 오른쪽과 왼쪽에 숨어 있는 음울한 참상을 보지 않고도 그 구역의 한복판을 통과하는 가장 짧은 도로를 이용해 상업 구역으로 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88)


◎ 부르주아지가 파괴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일상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입혔는데 그 상해가 죽음을 초래한다면, 우리는 그 행위를 과실치사라고 부른다. 만일 가해자가 자신이 입힐 상해가 치명적인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우리는 그의 행위를 살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회가 프롤레타리아 수백 명을 제 수명보다 훨씬 일찍 부자연스럽게 죽을 수밖에 없는 위치로 내몰 때, 즉 칼이나 총알 못지않은 폭력을 휘둘러 죽음으로 내몰 때, 수천 명에게서 생활필수품을 빼앗고 그들을 도저히 살 수 없는 위치로 몰아넣을 때, 법의 완력을 이용해 그들을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묶어둘 때, 이 희생자 수천 명이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그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허용할 때, 그럴 때 사회의 행위는 앞에서 말한 한 사람의 행위와 마찬가지로 틀림없이 살인이다."(142-3)


"술은 노동자들에게 거의 유일한 쾌락의 원천이며, 세상만사가 공모해 그들을 술로 이끈다. ··· 노동자의 사교 욕구는 술집에서만 충족될 수 있는데, 다른 장소에서는 친구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어떻게 술집의 유혹에 저항할 수 있겠는가? 이런 환경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폭음에 빠지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불가피한 일이다. ··· 음주는 더 이상 방탕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악덕이 아니다. 음주는 하나의 현상, 선택권이 전혀 없는 대상에 작용하는 상황의 필연적이고도 불가피한 귀결이 된다."(150)


"1840년 리버풀에서 상층계급과 젠트리, 전문직 종사자 등의 평균 수명은 35세였고, 사업가와 형편이 괜찮은 수공업자의 평균 수명은 22세였으며, 숙련노동자와 날품팔이, 시중을 드는 계급 일반의 평균 수명은 15세에 불과했다. 의회의 보고서들에도 이와 비슷한 사실이 많이 담겨 있다. 사망률이 아주 높게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노동계급의 어린 자녀들의 음울한 사망률 때문이다. 어린이의 연약한 신체로는 열악한 생활환경의 악영향을 견뎌내기가 몹시 어렵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거나 둘 중 한 명이 사망한 가정의 아이들은 대개 방치되어 즉각 방치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방금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맨체스터에서 노동계급 자녀의 57퍼센트 이상이 5세 이전에 죽는 반면에 상층계급 자녀의 경우 이 비율이 20퍼센트이고 시골의 모든 계급의 자녀의 경우 32퍼센트를 넘지 않는데, 이런 사실에 놀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155)


노동자들이 제공받는 교육의 질이 어떠한지는 어린이 고용위원회의 보고서에 실린 한두 가지 사례를 토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 "열일곱 살 먹은 한 소년은 2의 2배가 4라는 사실을 몰랐고, 자기 손에 돈을 쥐고도 2펜스가 몇 파딩[영국의 옛 화폐 단위, 4분의 1페니]인지도 몰랐다. 몇몇 소년들은 런던은 물론이고 자기들 고향에서 걸어서 겨우 1시간 거리인 데다가 울버햄프턴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윌렌홀Willenhall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몇몇은 여왕의 이름을 비롯해 넬슨Nelson, 웰링턴Wellington, 보나파르트Bonaparte라는 이름도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성 바울이나 모세, 솔로몬을 들어본 적조차 없는 이들이 딕 터핀Dick Turpin[18세기 영국의 노상강도], 특히 잭 셰퍼드Jack Sheppard[18세기 영국의 강도, 절도범, 탈옥범]의 생애와 활동, 성격은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160)


◎ 분업의 파괴성


"인간을 짐승으로 만드는 강제노동의 영향은 분업 때문에 몇 배로 증대해왔다. 대다수 부문들에서 노동자의 활동은 매년 똑같고 매분마다 반복되는, 순전히 기계적인 하찮은 작업으로 전락한다. ··· 이런 노동은 정신활동을 할 틈을 주지 않으며, 다른 생각을 일체 못할 정도로 노동자의 주의력을 잡아끈다. 이렇게 노동하라는 형벌, 즉 먹고 자기에도 부족한 시간만을 줄 뿐 야외에서 운동을 하거나 자연을 즐길 시간을 전혀 주지 않고 정신활동을 할 시간은 더더욱 주지 않은 채 시종일관 노동하라는 형벌이 어떻게 인간이 짐승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완화할 수 있겠는가?"(168)


◎ 여자와 아동노동 착취


"실을 잣고 직물을 짜는 작업에서 인간 노동의 몫은 주로 끊어진 실을 잇는 것이고 나머지는 전부 기계가 담당한다. 이 일을 하는 데는 근육의 힘이 아니라 손가락의 유연성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남자는 이 일에 불필요할 뿐 아니라 손의 근육이 더 발달하기 때문에 실제로 여자와 어린이보다 부적합하며, 따라서 자연히 거의 전부 여자와 어린이로 대체된다. 이런 이유로 근육을 사용하고 힘을 쓰는 일을 증기력이나 수력이 대체하면 할수록 고용할 필요가 있는 남자의 수가 줄어든다. 또한 여자와 어린이는 임금이 더 싸고 이 부문들에서 남자보다 일을 잘하기 때문에 남자를 대체해간다. 방적 공장에서 소모방적기를 차지하는 이들은 거의 전부 여자와 소녀다."(191)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아내의 취업은 필연적으로 가정을 완전히 해체하고, 가정에 토대를 둔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런 해체는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까지도 도덕적으로 대단히 타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생후 1년간 아기를 걱정할 시간도 없고 남들처럼 다정하게 돌볼 시간도 없는 어머니, 실제로 아기를 거의 보지도 못하는 어머니는 자식에게 참된 어머니일 수 없고, 불가피하게 자식에게 점점 무관심해지며,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자식을 애정 없이 대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훗날 가정생활을 망치기 마련이고, 언제나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가정을 결코 편하게 느끼지 못하며, 그 결과 이미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노동계급의 가정을 더욱 흔들게 된다."(194)


◎ 노동운동의 의의 


"조합과 파업은 부르주아지의 패권이 오로지 노동자들 간의 경쟁, 즉 노동자들의 응집력 부족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그리고 조합은 아무리 편파적이고 아무리 편협한 길이라 해도, 바로 현존 사회질서의 핵심 중추를 겨냥한다는 이유 때문에 이 사회질서에 엄청난 위협이 된다. 노동자들이 부르주아지와 더불어 현존 사회질서 전체에 가장 쓰라린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지점은 경쟁이다. 노동자들 간의 경쟁이 타파된다면, 모든 노동자가 더 이상 부르주아지에게 착취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면, 재산의 지배는 끝장날 것이다. 임금이 수요와 공급의 관계, 노동시장의 우연한 상태에 달려 있는 까닭은 단지 이제까지 노동자들이 사고팔리는 동산으로 취급되는 처지를 감수해왔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더는 사고팔리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는 순간, 노동의 가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노동력뿐 아니라 의지까지 가진 인간의 역할을 맡는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오늘날의 정치경제학 전체가 끝장날 것이다."(275)


◎ 공상적 사회주의 비판 (오언주의)


"여론의 지지를 얻는 방법 외에 다른 모든 방법을 거부할 정도로 철저하게 유순하고 평화적인 영국 사회주의자들은 기존 질서를 나쁜 그대로 받아들인다. 게다가 그들의 입장과 현재 정식화되어 있는 그들의 원리를 감안할 때, 그들은 이런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기에는 너무나 교조적이다. 그들은 하층계급들의 도덕적 타락을 한탄하면서도 이런 옛 사회질서의 해체에서 진보의 요소를 보지 못하고, 유산계급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위선이 부패를 훨씬 더 많이 초래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그들은 어떠한 역사적 발전도 인정하지 않거니와, 공산주의로의 이행이 가능하고 또 필연적인 지점까지 국민들이 정치적 발전이라는 행진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도외시한 채, 국민들을 단숨에, 하룻밤 사이에 공산주의 상태로 데려다 놓으려 한다. 그들은 노동자가 부르주아에 분개하는 이유를 이해하지만, 이런 계급적 증오는 효과가 없고 결국에는 도덕적 유인만이 노동자를 목표를 더 가까이 데려간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증오 대신 현재 영국의 상황에서 훨씬 더 효과가 없는 박애와 범애를 설교한다. 그들은 심리적 발전만을, 즉 과거와 전혀 관계가 없는 추상적인 인간의 발전만을 인정하지만, 그 개인을 포함해 전 세계는 과거에 의존한다. 이처럼 그들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너무나 형이상학적이어서 거의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294-5)


◎ 프롤레타리아트 혁명 선동


"언젠가 나는 어떤 부르주아와 함께 맨체스터로 들어가면서 그에게 형편없고 건강에 해로운 건축 방법과 노동자 구역의 참혹한 여건에 대해 말했고, 이렇게 난잡하게 건축된 도시는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 사람은 끝까지 잠자코 듣고 있다가 우리가 헤어진 길모퉁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여기서 큰돈을 벌 수 있죠. 좋은 아침입니다. 선생." 영국 부르주아는 돈만 벌 수 있으면 자기 노동자들이 굶주리건 말건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 인생의 모든 상황이 돈을 척도라 삼아 평가되고,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것은 허튼 수작, 비실용적이고 이상주의적인 헛소리로 치부된다. 그런 까닭에 물물교환에 종사하는 이 유대인들은 부에 관한 학문인 정치경제학을 제일 좋아한다. ··· 부르주아는 자신이 공원들과 구매와 판매가 아닌 다른 어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336)


"한 계급 전체의 편견은 낡은 외투 벗듯이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안정적이고 편협하고 이기적인 영국 부르주아지는 편견을 떨쳐낼 여지가 가장 적은 계급이다. 이런 추론들은 모두 근거가 가장 확실한 것들이다. 결론과 전제의 근거가 부정할 수 없는 사실들─일부는 역사적 발전에 관한 사실들, 일부는 인간 본성에 내재하는 사실들─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구성요소들이 전부 명확하게 규정되고 선명하게 구분되는 영국만큼 예언하기 쉬운 곳은 없다. 혁명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평화롭게 해결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예언한 것보다 혁명이 완만하게 일어날 가능성은 있다. 그렇지만 이 가능성은 부르주아지의 발전보다 프롤레타리아트의 발전에 달려 있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사회주의적 공산주의적 요소들을 흡수할수록 혁명 과정에서 유혈사태와 복수, 만행이 덜 자행될 것이다."(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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