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새벽 푸른 공기를 가르며 걷던 삼베 적삼 치마의 여인들,
그들의 손에 이끌려 가는 소년의 영상이면 족하다. 나의, 우리의 생에 다시 없을 아름답고 간명한 피서였다.
추억이 곧 피서지다. 우리 아이들은 내 나이에 뭘 추억할까.
- P24

사춘기가 막 시작되면서 서울로 내 주거가 옮겨졌다. 서울이라고는해도 최남단에 위치한 동네, 곧 변두리 동네의 대명사인 가리봉동으로 옮겨진 것이었고 구로공단의 배후지로서 가리봉동의 형제와 다름없는 독산동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내가 앞으로 다닐 중학교에 대해 가지게 된 첫인상은 주변의 공장과 구별되지 않는 삭막함이었다. 학교가 공장과 다른 점은 노골적으로 연기를 뿜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다.
- P106

나중에 나는 어느 친구에게 들었다. "누구에겐가 힘써 베푸는 일은 우리의 뇌에 다른 것과 비교가 안 되는 지고한 쾌락을 안겨준다. 그러므로 베풀도록 해주는 존재의 발에 입을 맞추며 경배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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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5-07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석제 작가 산문집이군요 제목 보고 무슨 책인가 했습니다 파이버 님 남은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파이버 2022-05-08 15:56   좋아요 1 | URL
네 성석제 작가님 글은 읽기편해서 좋아합니다. 희선님께서도 남은 일요일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서니데이 2022-05-08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석제 작가의 책도 오랜만이네요. 전에 샀던 소설이 있긴 한데, 에세이도 좋을 것 같아요.
파이버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파이버 2022-05-08 18:0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전에 사두고 고향집에 묵혀 놓았던걸 오랜만에 꺼내 읽었어요
서니데이님 일요일 저녁 평안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