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랜드
제시카 브루더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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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랜드(제시카 브루더, 서제인 옮김, (주)엘리, 2021)


동명의 영화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감사하게도 도서관에 책이 있었다. 이제 드디어 책을 읽었으니 영화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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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국인 수백만 명이 전통적인 중산층으로 사는 일의 불가능성과 씨름하고 있으니까. 미국 곳곳의 집들에서는 부엌 테이블 위에 내지 못한 청구서들이 흩어져 있다. 밤늦게까지 전등은 꺼지지 않는다. 피로 속에서, 때로는 눈물을 터뜨리며, 사람들은 똑같은 계산을 하고 또 하고, 다시 하고 또 다시 한다. 임금에서 식료품 구입비를 뺀다. 의료 요금을 뺀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을 뺀다. 공공요금을 뺀다. 학자금 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을 뺀다. 그리고 이 모든 지출 중에 액수가 가장 큰 것. 집세를 뺀다.

점점 커지는 예금과 부채 사이의 간극에는 질문 하나가 매달려 있다. 계속 살아가기 위해 당신은 이 삶의 어떤 부분을 기꺼이 포기하겠는가? 『노마드랜드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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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이라고 들어서 막연하게 픽션이라고 예상했는데, 논픽션이었다.

2008년 금융 위기로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 저축해둔 자금을 잃어버린 사람들 중의 일부는 집을 정리하고 대신 밴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그리고 단기 계약직을 전전하며 부평초 같은 삶을 이어나간다. 이 책은 길 위를 떠도는 노마드들을 3년 동안 취재한 이야기이다.


글쓴이가 취재한 노마드들의 대부분은 육십 세를 넘긴 사람들이다. 그들이 집 없이 길 위를 떠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 대부분이 젊은 시절 보다 더 고되고 힘든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의 수 만큼 다양한 사연들이 있겠지만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게으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노마드들이 일하는 계절성 일자리 중에는 대표적으로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일자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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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이 노동자들을 자신들이 '캠퍼포스CamperForce'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용했다. 캠퍼포스는 회사가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 혹은 FC라고 부르는 물류 창고 여러 군데에서 계절성 노동을 하는 노마드들로 구성된 노동자 집단을 말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형태의 임시 노동자 수천 명과 함께' 성수기', 즉 소비자들이 몰리는, 크리스마스 전 3개월에서 4개월에 걸친 대목의 막대한 배송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용된다. 『노마드랜드 p82.』


캠퍼포스 운영자들은 나이 많은 노동자들이 뛰어난 노동 윤리를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되풀이해 말한다. "회사에 놀랄 만한 일을 해주시는 80대 노동자분들이 계십니다." <워캠퍼 뉴스>가 주최한 온라인 일자리 세미나에서 캠벨스빌 프로그램의 운영자인 켈리 캄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워캠핑 인구의 나이가 대체로 조금 많아서 좋은 점이 있다면, 여러분이 평생 동안 일을 하면서 노력해오셨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일이란 게 뭔지 이해하고 계세요. 여러분은 일에 마음을 다하시고, 우린 그 일이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약간 [토끼와 거북이] 같죠. 우리에겐 쭉 달려나갈, 조금 더 젊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상당히 공을 들이시는 분들이고요. 여러분은 그저 시간을 들여 일을 하고, 또 일을 하시죠. 그리고 하루가 끝날 무렵이면, 믿거나 말거나, 양쪽이 거의 똑같은 시간에 결승선에 도착합니다."

그런 이점 말고도, 아마존은 연방 세액 공제 혜택을 받는데, 임금의 25퍼센트에서 40퍼센트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공제는 나이 많은 생활보조금 수급자들, 푸드 스탬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비롯해 여러 범주의 사회적 약자들을 고용하는 대가로 주어진다. 『노마드랜드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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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계산기는 냉정하다. 기업은 노마드들이 금융 위기의 여파로 길거리고 내몰린 피해자임을 잘 알고 있으며, 열심히 일하던 소시민이었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성실한 노동자와 세액 공제 혜택은 대기업을 더욱 부자로 만들어주지만, 노마드들에게는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갈 정도의 돈밖에 주지 않는다. 노마드들 또한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하루를 더 살아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에 임할 뿐이다. 노동의 대가가 갈 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로 돌아온다면 어느 누가 일하고 싶어할까? 책의 후반부에 이러한 모순을 짚은 린다의 글은 현실적이다.


뒷표지 소개 문구인 "평생 쉼 없이 노동하는, 그러나 집 한 채 가질 수 없는 삶에 대하여"라는 말은 서글프다. 그렇지만 이 책은 마냥 잃어버린 집과 연금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를 그린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흔히들 의식주가 필수요건이라고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의식주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옮긴이의 말이 좋았다. 책을 읽기 전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었어도 좋았을 법하다. 한 줄 한 줄 공감하며 읽었다.


+참고문헌을 읽으며 영어를 잘 하지못해 찾아볼 수 없음이 슬펐다. 영어 공부 해야지...



많은 사람들에게, 그 대답은 처음에는 급진적으로 보였다.
임금을 올릴 수 없다면, 가장 큰 지출을 덜어내면 어떨까? 벽과 기둥으로 된 주거지를 차를 타고 다니며 사는 삶으로 바꾸는 것은?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홈리스‘라 부른다. 새로운 노마드들은 그 꼬리표를 거부한다. 주거 시설과 교통수단을 둘 다 갖춘 그들은 다른 단어를 쓴다. 그들은 자신들을 아주 간단하게 ‘하우스리스houseless‘라고 칭힌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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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8-08 1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동의 가치가 점점 추락하는거 같아서 안타까운데, 그래도 이런 대안들이 나오는 것도 괜찮은거 같아요. 의식주보다 중요한게 있겠죠? ^^

파이버 2021-08-08 11:57   좋아요 3 | URL
노마드들의 삶은 그들이 선택한거긴한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어서요…
은퇴 후의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 국가에 대한 비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개인이 열심히 힘을 모은다고 해도 사회적 안전망의 유무는 하늘과 땅 차이니까요ㅜㅜ 그래도 이런 문제를 다룬 책과 영화가 나왔으니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요…?

2021-08-08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8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9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8-09 01: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아카데미 수상작인 영화 때문에 이책의 소개를 읽었어요.
논픽션이라고 하니,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이 조금 더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파이버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번주도 좋은 일들 가득한 한 주 되세요.^^

파이버 2021-08-09 16:31   좋아요 1 | URL
책과 영화는 확실히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힘이 있는 것 같아아요ㅎㅎ
서니데이님께서도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