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계산기 -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
필립 로스코 지음, 홍기빈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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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톰 고드윈의 단편 <차가운 방정식>이었다.

+찾아보니 SF 명예의 전당 1 : 전설의 밤(2010)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기억나는 대로 간략한 줄거리를 (결말을 빼고)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주선조종사는 급하게 머나먼 행성으로 긴급 물품을 전달하러 떠난다.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우주선에 조종사와는 다른 생물체가 탐지된다. 우주선의 규칙에 따라 조종사는 우주선에 몰래 탄 사람를 찾아 우주선을 수색하고 한 소녀를 발견한다. 소녀는 멀리 떠난 오빠가 보고 싶어서 우주선에 몰래 탔다고 한다. 여기서 조종사의 고뇌가 시작된다. 왜냐하면 우주선의 연료는 이미 "차가운 방정식"에 의해 꼭 필요한 만큼만 계산되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우주선 조종사 한 사람의 무게와 긴급 물품의 무게를 더하여 운행할 수 있을 정도로만. 거기에 소녀의 무게를 더할 여유는 없다.

 

60년 전 소설인 <차가운 방정식>에서 냉정한 것은 방정식 뿐이었다. 조종사와 소녀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나 이들을 괴로움에 빠뜨리는 것은 차가운 계산 결과였다. 그러나 <차가운 계산기>에서 냉정한 것은 경제학이자, 여기에 익숙해진 인간의 사고이다.

 

이 책의 원제 I spend, therefore I am(나는 지불한다, 고로 존재한다)처럼 우리는 눈을 뜨고 감는 그 순간까지 소비를 한다. 소비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교통비를 지불하고, 밥을 먹기 위해 지불한다.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행위는 이미 사고 방식의 하나가 되었다.

 

책에 실려 있는 여러 사례 중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2부 5장 생명의 가격이었다. 사람의 생명을 경제학의 논리로 숫자로 바꾸어 버리는 것은 분명 어떤 사람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차가운 계산기는 그 일을 간단히 해내고 말았다. 1, 2부에 걸쳐 왜 사람들이 경제학의 논리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로써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지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3부에서는 경제학을 새롭게 생각해보는 시각을 제공해주어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주장은 다소 낭만적으로 들리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는 지점이 좋았다. 

 

+ 도서관 반납 기한 때문에 급하게 읽었는데 천천히 생각하면서 읽었다면 더 좋았을 껄 싶었다. 집 근처 도서관에 책이 없어 상호대차로 빌렸었는데 또 그러기에는 귀찮고.... 그냥 살까 싶어 찾아보니 e book은 판매가 종료 되었다. (왜?ㅜㅜ)

결국 중고 서점에서 구입 완료. 알라딘 중고서점 우주점 짱.

 

때때로 우리는 아마 경제학을 완전히 잊고 살아야 할 것이다. 사랑, 돌봄, 그리고 예술에서도 우리는 아끼려고 계산하는 따위의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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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07 16: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파이버님 이책 재밌을것 같아요 언급하신 ‘생명의 가격‘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더더욱 생명의 가치 환경 위생 그리고 백신까지 차가운 계산기는 해낼것 같음 [ I spend, therefore I am] 이문구는 현재 내삶을 말하고 있는것 같아요 ^ㅎ^

파이버 2021-03-07 16:39   좋아요 2 | URL
저도 월급이 통장에 스치우는 삶을 살고 있어요 ^^ 계산기를 갖다버릴 순 없지만 우리들 자신이 차가운 계산기가 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21-03-07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보다 소개해 주신 고드윈의 단편이 더 궁금해지네요. ^^

파이버 2021-03-07 19:50   좋아요 0 | URL
초록검색창(네*버)에 제목 검색하시면 바로 나와요ㅎㅎ 짧아서 5분 내로 금방 읽으실 듯 합니다^^

바람돌이 2021-03-07 20:11   좋아요 1 | URL
오오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