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마트

 

 

 

 

                             불 다 꺼졌다. 한 작은 젊음에게 맡겨두고 세상 잠들었

                          다. 밤새 편의점에서 젊음이 팔린다. 겉이 말끔한 비싼 가

                          게에서 겉이 말끔한 값싼 젊음이 팔린다. 있을 건 다 있는

                          가게에서 있는 건 젊음뿐인 젊음이 하루를 판다. 폐쇄회

                          로 카메라가 스물 네 시간 젊음을 팔고, 스물네 살 젊음이

                          스물네 시간 내내 팔린다. 까만 밤, 어항처럼 투명한 방에

                          갇힌 젊음이 뜬눈으로 꿈을 꾼다. 도저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한 저 유리벽 속에서 갈 곳 없는 꿈이 뻣뻣한 지

                          느러미를 꿈틀댄다. 이력서 한 줄 채우지 못할 스물네 살

                          의 고단한 밤, 패밀리미트.  (P.38 )

 

 

 

 

 

 

                     늙은 개

                                 - 7월

 

 

 

 

                           홑이불

                           빨래 그늘 속에

                           늙은 개

                           배 깔고 누웠다

                           툇마루 낡은 기둥

                           중복 날짜 콱 박힌

                           종묘상 달력

                           실눈으로 꼬나보다가

                           일없다고

                           지그시

                           눈 감고 잔다

                           개가 저 정도는 돼야지

                           요즘 도시 개들은

                           개도 아니다   (P.108 )

 

 

 

 

 

 

                                      메밀국수

 

 

 

 

                             아버지가 내 나이를 먹었을 때였나. 농사꾼들 다 그렇듯

                           좋게는 못 먹어도 많이는 먹어야 힘을 쓰는 법인데, 하루

                           는 무슨 일로 아버지와 농사꾼 친구 하나가 서울엘 왔다

                           가, 밥때가 되어 이 집 저 집 식당을 찾다가는, 만만한 국

                           수로나 푸지게 배를 채울 요량으로 국수집 문을 밀고 들

                           어갔더랍니다. 칼국수 콩국수 잔치국수야 촌에서도 일쑤

                           먹는 것, 서울 사람 먹는 것 한번 먹어보자고 메밀국수를

                           한 판씩 시켰다지요. 한데 메밀국수 나온 걸 보니 손바닥

                           만 한 채반에 사리 한 덩이 달랑. 이걸로 무슨 요기가 되

                           나, 기가 차더랍니다. 서울 사람들 원래 많이 안 먹는다더

                           군, 물가가 비싼 데니 그럴 만도 하겠군. 둘은 서로 그럴

                           듯한 짐작을 주고받으며 섭섭한 식사를 마쳤답니다. 어쨌

                           거나 마뜩찮아도 먹긴 먹었으니 주머니 털어 돈을 내고

                           문을 나섰는데 식당 주인이 부리나케 부르더랍니다. 저

                           밑에 한 판은 왜 남기셨느냐, 먹다말고 왜 갑자기 나가시

                           느냐, 주인은 빤히 쳐다보고, 서울 사람들 턱마다 주렁주

                           렁 국수를 매달고 웃더랍니다. 오십 평생 메밀국수 처음

                           먹어 본 그들, 복 달아나게 무슨 음식을 포개주느냐고

                           들으란 건지 말라는 건지 툴툴거리며 서로 말도 없이 남은

                           국수 삼켜버리고는 바쁜 일이나 있다는 듯 나왔다는 겁니

                           다. 아버지 지금도 오다가다 그 얘길 하며 메밀밭처럼 흐

                           드러진 웃음 쏟아놓곤 합니다.  (P.52 )

 

 

 

 

 

 

                                     뉘우침

 

 

 

 

                              불국사 부처님을

                              뵈러 갔더니

                              삼십 년 만인데도

                              옛적 그대로

                              아래만 내려보고

                              계셨습니다

 

                              그동안 턱 치켜들고

                              이겼다 생각하며

                              살았던 날들이

                              치욕인 듯 아파 와

                              석탑 따라 우두커니

                              겨울비 맞고

                              서 있었습니다   (P.64 )

 

 

 

 

 

 

                           연리지(連理枝)

                            -어느 신부에게

 

 

 

 

 

                          연리지 되시기를

 

                                햇살이 반듯한 언덕에

                                미더운 깊이로 뿌리를 묻고

                                가장 실팍한 가지 내밀어 서로 맞잡고

                                똑같이 키 크는 나무 한 쌍 되시기를

 

                                푸르른 날에는 함께 숲을 이루고

                                바람 찬 날에는 함께 바람을 이기는

                                그렇게 손 붙잡고 하늘 향해 돋움하는

                                맑은 잎 주렁주렁한 나무 한 쌍 되시기를

 

                                겨울 오면 제 잎 떨궈 짝의 몸 덮어주고

                                빈 들 스산해도 얘깃거리 더 소복한

                                그때 뿌리는 언 땅보다도 더 굳게

                                서로를 참으로 꼭 쥐고 놓지않는

                                힘센마음 가진 나무 한 쌍 되시기를   ( P.82 )

 

 

 

 

 

                                            -오성일 詩集, <문득, 아픈 고요>-에서

 

 

 

 

 

 

 

 

 

 

 

 

   햇님이 쨍하게 나왔다가

   실컷 울고도 미처 남은 아기 울음들이 흑흑..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또 다시 낯빛이 흐리다가, 또 햇님이

   미련을 가진 듯 얼굴을 내미는 그런 날. 창밖에서는

   새가 짹짹짹..울고.

   오성일의 차분하고 아름다운 詩集 <문득, 아픈 고요>를

   읽다, [영주사과]란 시에 마음이 오랫동안 머문다. 영주사과

   는 아주 오래전의

   내 시간들 속에서 사과껍질에 촘촘히 박힌 점들조차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보였던 그런 아름답고도 각별한 추억

   으로 언제나 마음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꽃이 진다고 너를 잊을 수 있나,'

   그런 영주사과가 이 詩集안에선, 영등포 청과시장 길바닥에

   굴러 떨어진 난생 처음 서울 올라온 경상도 영주 사투리로 자란 촌놈으로

   두 볼이 한껏 발그레해져 때깔 좋은 과일마다 눈침을 놓고, 그것도 모자라 지나가는 처자

   몸매가 꼭 부석사 선묘낭자마냥 좋다고 엉큼스런 눈길을 흘리다가는 화들짝 놀란 치맛자락에

   쓸려 영등포 청과시장 길바닥에 보기좋게 나가떨어진 영주사과, 저 저 촌놈.으로  따순 웃음을

   주는구나~.

   부석면 북지리 볕 좋은 언덕/ 봉황산 정기 먹고 힘 좋은 저 놈/ ... / 알도 안 여문

   것이 발랑 까져서/ 그 동네 꽃사과 여럿 건드렸던 놈/ ... / 서울 간다고 물색없이 들떠서/ 사과

   박스 작은 구멍으로/ 말똥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온 놈/ 서울 와서는 촌놈 행색 감춘다고 이마

   를 반질반질 매만지고 두 볼이 한껏 발그레해진 저 놈/ .

 

 

 

 

 

 

'문학의전당 시인선' 157권. 시집 <외로워서 미안하다>를 펴낸 오성일 시인의 시집. '화선지에 물감 번지듯 눈물이 스미고 미소가 퍼지는 소박한 詩' 한 줄을 꿈꾸는 오성일 시인은 외로움 너머에서 시의 언어를 건져 올리는 시인이다. 그의 시 속에서 소박한 삶 속에 머무는 시혼과 구김 없이 참된 목소리를 내장한 한 사람의 조용한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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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미미앤 2013-07-19 14:48   좋아요 0 | URL
크학, 패밀리마트 읽으면서 저 SF인줄 알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아닌 거 맞죠? 끝까지 읽다보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하하하하 서글픈 글이었네요^^;;

appletreeje 2013-07-19 23:26   좋아요 0 | URL
오오...SF!
이 시를 SF로 아신 울 안녕미미앤님은 사랑스러운 분이에요. ^^
정말...누구든지 이 詩를 그렇게 만날 날을 울 미미앤님덕분에 순수하고 기쁘게
소망하는 밤입니다~

2013-07-19 1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9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7-20 00:05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이제 '패밀리마트'는 사라졌군요.

하나도 '패밀리'스럽지 않으면서
그나마 이름은 '패밀리'였는데요..

appletreeje 2013-07-20 00:36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이제는, CU.
상호가 어떻게 바뀌었든 그 안의 젊음은 여전히 고단하게 젊음을 팔겠지요..

보슬비 2013-07-20 13:42   좋아요 0 | URL
우리집 늙은개는 개껌 달라고 둥그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불쌍한 눈빛으로 제 동정심에 매달리고 있어요. ^^;; 역시 도시개는 개도 아니네요. ㅎㅎ

appletreeje 2013-07-20 14:34   좋아요 0 | URL
토토 사진 보면..눈빛이 넘 애절해 도저히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아요~ㅋㅋ
위의 '늙은 개'를 읽다가 행복한 개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생각은
토토가 더 행복한 개같아요.^^ 보슬비님 가족의 사랑 듬뿍 받으며 사니까요~
도시개는 개가 아니지요, 사람이지요..ㅎㅎ

오성일 2013-09-13 17:5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나무늘보님, 부족한 시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 안부 전합니다. 자연과 더 많이 눈 맞추고 귀 기울이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오성일 드림

2013-09-13 1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오후, 외출을 하려는데 택배아저씨가 붉은 보자기로 곱게 싼 택배를 주셨다.

"어? 나 오늘 택배 올 일 없는데? 뭐예요, 아저씨? 과일인데요. 대구에서 000님이 보내신."

어멋낫~!! 후애님께서 보내셨구나! 아우~이 일을 어쩌냐~!

냉장고에 고이 모셔 놓고 저녁에 들어와. 포장을 살포시 푸니 아~불로초 감귤과 제스프리 키위가

소담하고 싱싱하게 방긋~웃고 있었당! 오오...!!

식구들이 과일킬러들인데, 그래서 요즘 비가 오는 탓에 수박이며 참외며 과일맛이 좀 떨어져도

열씨미 먹고들 있는데..이렇게 귀하고 맛있는 과일들을 선물로 보내시다니..흐~헝..^^

 

 

 

 

 

 

 

오오~너무나 빛깔도 곱구나!

우르르 달려드는 식구들에게 잠깐! 주의를 보낸 후, 소반에 예쁘게 담아서 내놓았다.

더 예쁘게 맛있게 먹으라고..^^

 

 

 

 

 

 

 

 

정말..싱싱하고 이쁘구낭~

그나저나 불로초 감귤이랑 제스프리 골드키위, 넘 비싼데..흐흑..

눈물이 앞을 가리면서도.. 꿀처럼 달고 사르르 녹는 얘들의 소신공양을 받으며

하나 씩 둘 씩..스르르..울 식구들의 입속으로..ㅎㅎㅎ

 

이곳은 오늘도 여전히 비가 오시어 시원하고 좋지만, 대구는 무덥다고 하던데..후애님 건강도

안 좋으신데 후애님께서 맛있게 드실 과일을 이렇게 보내주시다니..정말정말 감사하고

미안하기만 하다. 그런데 감귤과 키위가 겁나게 맛있당...^^;;;

 

 

 

 

 

 

 

 

 

후애님!! 정말 감사하고~맛있습니다!!!

후애님 마음 생각하며, 한 알 한 알...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접시 하실래예~~?^^ ㅋㅋ

 

 

비가 조신하고 촉촉히 내리시는 날,

오늘도 너무나 감사하고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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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18 13:56   좋아요 0 | URL
한 점 먹고 더위 씻고
두 점 먹으며 바람 쐬면서
여름 잘 나셔요~

appletreeje 2013-07-18 15:21   좋아요 0 | URL
예~감사합니다. ^^
방금 전에도 좋은 친구가 잠깐 들려
한 점 두 점..즐겁게 이야기하며 맛있게 먹었답니다~

2013-07-18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8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7-18 16:03   좋아요 0 | URL
사진을 이렇게 이쁘게 올려주시다니... 부끄럽습니다.^^;;;
울 동네 과일가게 총각들이 과일은 무조건 맛 있는 걸로만 가져 온답니다.
그래도 혹시나 맛 없으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었는데 맛 있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총각한데 안 따져도 될 것 같습니다.ㅎㅎ
식구들이 과일킬러~ㅎㅎ 한참을 웃었습니다.^^
가족들이 좋아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리고 맛 있게 드셔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appletreeje 2013-07-18 19:51   좋아요 0 | URL
히히히~후애님! 너무나 맛있게 행복하게 잘 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부러 약속해도 만나기 힘든 친구들이 동시에 찾아와, 후애님께서 보내주신 감귤과 키위 먹으며 더욱 즐거운 시간 보냈답니다~
좋은 마음으로 보내주신 귀한 선물이 또 다시 좋은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속에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한 하루였지요~^^
후애님! 다시금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좋은 저녁 되세요. *^^*
 

 

 

 

 

저녁에 혜화동에서 약속이 있어 그간 읽었던 책들을 쇼핑백에 담아 룰루랄라~

알라딘 대학로중고서점에서 책을 114,000원에 팔고 가뿐히 나서려다 또 건진 책 몇 권.

 

 

 

 

 

 

<싹공일기> 정가 20000원, 중고가 7.200원.

 

 

 

 

<장날> 정가 10,000원. 중고가 4,000원.

 

 

 

<바다릉 건너는 달팽이>

정가 10,000원. 중고가 3,600원.

 

 

 

 

 

 

 

 

 

 

 

 

 

<염생이 한 마리 놓고 술판이로군>.  정가 9,000원. 중고가 3,300원.

 

 

 

 

<딱 좋아 딱 좋아 >. 정가 9,500원. 중고가 3,500원.

 

 

 

약속된 장소로 출발하랴 알라딘중고서점을 나서려는 순간, 들리는 방송..방금 책을 판매하신 000님은 카운터로 오시길 바랍니다. 오잉. 내 이름 아니양? 뭥미?

사연인즉, 판매하신 책들이 너무 좋은 책들이라 대학로점 이웃서재란에 책을 등재하고자 하오니  양해를..3초 후..그러세요.

 

 

 

 

 

누군가 영풍문고에 볼 일이 있다 하여 따라갔다가 또 건진 책.

<랍비의 고양이>, <주름>, <남편의 서가>. 이 책들은 상품권으로..^^

(그리고 영풍문고 종로점 개점 21주년 기념 타올도 받았다. 아웅..영풍문고가 21주년이나 되었궁..)

 

 

 

 

 

 

 

 

 

 

 

 

 

 

 

 

 

그리하여...다시, 대학로에 모인 삼인방은 단골 일식집으로...물론 계산은 ..

내가..

책 판 돈은

 언제나 술값으로 흔쾌히 날린다능..ㅋㅋㅋ 

 

 

 

지금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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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17 00:08   좋아요 0 | URL
책을 팔아서 몸밥을 세 사람이 나누어 먹었군요~
내놓으신 책들은 다른 사람들한테 마음밥 되겠지요~

appletreeje 2013-07-17 00:20   좋아요 0 | URL
예~~그랬습니당.^^
그리고 제가 내 놓은 책들이 다른 분들께도 함께살기님 말씀대로
마음밥이 되기를 바랍니다..^^
책 팔아 술 먹고 와 거시기했는데...좋은 말씀 주셔서 히히..감사합니다..

함께살기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셔요~^^

보슬비 2013-07-17 10:46   좋아요 0 | URL
오... 전 귀찮아서 들고나가기 싫던데..ㅎㅎ
역시 나무늘보님은 애주가셨어요.. 대학로 단골 일식집 어딘지 궁금...합니다.ㅋㅋ

appletreeje 2013-07-18 07:31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원클릭방문을 애용하는데, 그날은 걍 들고 나갔어요. ^^
현금박치기로 술마시기!...왠지 공돈 같은..ㅋㅋ
단골 일식집은 엄밀히 말하면 제 멘토의 단골집인데 솟대 박물관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면 있는, 정통일식집이라기보다 퓨젼 일식집인데..상호는 까먹었어요. 검색에 나오지 않는 집인데 조명이 딱 술마시기 좋은, 모듬회와 초밥이 맛있는 곳? ..ㅎㅎ

보슬비 2013-07-20 13:45   좋아요 0 | URL
대학로에 솟대 박물관 근처를 배회해봐야겠어요. ^^
감사합니다.~~

blanca 2013-07-17 13:11   좋아요 0 | URL
영풍문고 안 가고 교보문고만 가고 있는데 조만간 가봐야겠어요^^;; 중고서점 일은 뿌듯하셨겠어요!

appletreeje 2013-07-18 07:29   좋아요 0 | URL
저는 평소엔 인터넷 책방을 주로 이용하는데 그날은 친구따라 가다보니
21주년이라고 3만원 이상 구매자들에게 타올도 주고 쿠폰북이랑 2000원짜리 도서증정권도 주고 문구도 할인이 많이 되고 그렇더군요.^^
이래저래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당~ㅎㅎ

안녕미미앤 2013-07-19 14:47   좋아요 0 | URL
우아 그렇게 잘 파셨다니.. 비결이 뭐에요? 저는 원클릭 애용하는데요, 혹시 원클릭은 더 싸게 팔리는 것 아닌지^^; 한번 직접 찾아가서 팔고 볼 일이네요^^ 저 역시 교보를 이용하는데요(고속터미널에 영풍 사라지고나서는 ㅠ.ㅠ) 영풍이 그리울 때가.... 정말 있어요. 책장 분위기가 아주 다르죠 영풍이랑 교보.. 부근에 영풍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정말..^^*

appletreeje 2013-07-20 00:08   좋아요 0 | URL
원클릭이나 오프나 매입가는 똑같습니다. ^^
굳이 비결이라 물으시니, 제가 판 슈퍼바이백 책들의 정가가 높아서 일까용~ㅋㅋ
 
죽음의 행군
장 클로드 갈, 장 피에르 디오네 외 글 그림 / 문학동네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참으로 놀라운 만화이다. 흑백으로 그려진 이 책은 겉보기에는 전쟁 서사시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존재의 근원적 허무에 대한 깊은 형이상학적인 고뇌가 숨어 있다. 중요한 것은 텍스트들을 거쳐서 내 삶을 살아내는 것. 15년 전에 산 책을 하필 지금, 읽게 되어 다행이고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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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6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17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놀 2013-07-16 14:28   좋아요 0 | URL
늘 좋은 마음 되어
하루하루 삶에서
좋은 이야기
길어올리셔요

appletreeje 2013-07-17 10:08   좋아요 0 | URL
예~감사합니다~^^

드림모노로그 2013-07-16 16:59   좋아요 0 | URL
가끔 이렇게 오래 된 책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감흥을 주네요 ~ ^^

드림모노로그 2013-07-16 17:01   좋아요 0 | URL
읔 절판이네요 ~

appletreeje 2013-07-17 10:13   좋아요 0 | URL
그렇더라구요. ^^
같은 책을 다시 읽어도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다시 읽어 보면
또 받아들이는 마음이 사뭇 다르곤 해요~.
참, 이 책 찾아보니 2008년에 개정판이 나왔네요~?^^ ㅎㅎ

후애(厚愛) 2013-07-16 17:04   좋아요 0 | URL
만화였군요.^^
근데 절판이네요...ㅠㅠ

appletreeje 2013-07-17 10:14   좋아요 0 | URL
참 멋진 만화예요!
언젠가 후애님께서도 읽으실 날이 있으실 거라는..ㅎㅎ

보슬비 2013-07-17 10:47   좋아요 0 | URL
나무늘보님 가지고 계신책을 절판되었지만, 다시 가격조정되면서 출판되었더라고요.ㅎㅎ
이 책도 희망도서로 신청해야하는데 지금 좀 게을러져서...^^;;
 

 

 

 

 

 

 

 

 

자전거로부터 온다. 내가 어렸을 때 고향에서 본 자전거는 세 가지 종류였다. 하나는 옆 마을에서 출퇴근하는 국민학교 황선생님이 타고 다니던 자전거였는데, 안장 뒤에는 손수건으로 싼 도시락과 몇 권의 책이 항상 묶여 있는 신사 자전거였다. 퇴근하여 울퉁불퉁한 신작로를 달릴 때면 빈 도시락의 딸그락거리는 소리조차 멋있는 날씬한 자전거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장집 술 배달꾼 춘풍이네 아버지가 타고다니는 짐바리였다. 춘풍이네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이 동네개라고 불렀는데 얼굴에 땀구멍이 승승 나고 붉으스름한 코에 아침인데도 늘 술 냄새를 풍겼다. 하지만 짐바리 자전거에 한 말자리 술통을 예닐곱 개씩이나 매달고 종일토록 인근 동네까지 돌아다녀 모두들 근동에서는 가장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하나는 조합장 아들이 타고 다니던 세발자전거인데 그 빨간 자전거는 동네의 크고 작은 모든 아이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서 가장 깊게 각인되어 있는 자전거는 아버지의 삐거덕거리는 낡은 자전거다. 아버지는 만주와 베이징 그리고 함흥 근처 어디를 떠돌다 삼팔선이 굳어질 즈음에 어머니의 동네에 정착했다는데, 어찌어찌하여 낡을 대로 낡은 자전거 한 대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전거는 아버지를 만나면서 더 삐거덕거렸다. 어머니의 말을 옮기면 아버지는 새벽밥을 먹자마자 바로 짐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고 한다. 임실을 거쳐 남원을 지나 아버지의 외가가 있는 운봉까지 가면 한나절이 훌쩍 지나 늦은 점심때가 되었고, 돼지 새끼 대여섯 마리를 사서 짐바리 자전거에 실으면 해가 기울기 전에 출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새끼 돼지들과 함께  밤새도록 아무도 없는 산길의 신작로를 달리다 보면 남원 어디쯤이 나오고 선잠을 깬 노인네가 길가에 나와 오줌을 싸며 지금이 몇  시인지나 알고 이 밤중에 다니느냐며 말을 걸었단다. 머리에 하얗게 서리를 이고 집에 오면 아직 여명의 새벽이었는데, 도착한 즉시 잠잘 틈도 없이 고봉밥 한 그릇 먹고 다시 정읍 태인 장까지 이내 달렸단다. 태인장에 가서 그 돼지를 다 팔면 새끼 돼지 한 마리 정도의 이문을 남길 수 있었는데, 어머니는 저 양반이 되야지 한 마리 생기는 맛에 잠 한 소금도 안 자고 이틀 동안 자전거만 타고 댕긴다고 하면서도 한 번도 말린적이 없었단다. 7남매를 낳을 때까지 그렇게 번 돈으로 아버지는 신작로 가에 조그만 가게를 내고 아들이 셋이니 별이 셋이라며 삼성상회라는 그럴듯한 간판을 달았는데, 동네에서 함석으로 만든 간판을 단 점방은 우리집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잠도 없이 이틀을 꼬박 달려야 했던 자전거와 아버지의 세월, 나는 지금도 가끔 그 세월을 생각한다. 삐거덕 거리는 자전거와 길가에 버려진 단잠이 우리 일곱 형제를 키웠고 아버지의 병을 키웠다. 아버지는 돈이 아까워 술 한 잔, 담배 한 모금도 하지 않았건만 간경화로 세상을 버렸다.  (P.36~39 )   /  절망에서 건져낸 시

 

 

                                                        -작은숲 에세이, <상처 위에 피는 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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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3-07-15 05:56   좋아요 0 | URL
달리는 사이사이 쉬셨겠지요. 또 천천히 느긋느긋 달리셨을 테고요.
먼길 달리는 사람은 '빨리' 달리지 않는답니다.
오래오래 다리도 몸도 즐겁게 달릴 만큼 알맞게 달려요.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운동 삼아 자전거 타려는 분들은 서울 한강 같은 데에서도
너무 끔찍하게 속도경쟁이 붙어 아슬아슬 앞지르기를 해요.

삶을 누리는 사람은 이틀에 걸쳐 자전거를
기쁘게 탈 수 있네요.

appletreeje 2013-07-15 21:50   좋아요 0 | URL
그렇겠네요~^^
돼지 새끼 대 여섯마리를 싣고 달리려면..먼 길 달리시려면
비록 깜깜한 밤이라도 느긋하고 한결같이 자전거를 달리셨을 듯 해요..
왠지 그 모습이 눈에 그려지는 듯 합니다. ^^

보슬비 2013-07-15 10:24   좋아요 0 | URL
저희 아버지도 자전거 참 잘 타셨는데...
정작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러 갈때면, 아버지는 일하셔서 함께 하지 못했던것 같아요. ㅠ.ㅠ

'소금'읽으며서 '아버지'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이 글을 읽으니 또 생각이 나네요...

appletreeje 2013-07-15 22:37   좋아요 0 | URL
아버지들은 다 자전거를 잘 타셨던 것 같아요.^^
여의도광장, 저도 친구들이랑 신나게 자전거를 탔던 추억이(아..청춘이여,)
이 밤 새록새록 나네요~.
저도 '소금' 읽으며 아버지 생각이..이 글 읽으며 아버지 생각이..

드림모노로그 2013-07-15 15:10   좋아요 0 | URL
아버지가 절로 떠오르네요.. 그동안 소원하였는데...
자전거가 향수처럼 아련하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나무늘보님은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알고 계시는 군요 ^^
덕분에 좋은 글을 많이 접하게 되어서 늘 감사해요 ^^
그곳은 오늘도 비가 많이 오나요? ㅎㅎㅎ
여기는 덥기만 하고 비가 올듯 말듯 하고 말아요 ㅋㅋ
날씨가 장난을 치네요 ㅋㅋ
오늘도 행복한 하루 !!!

appletreeje 2013-07-15 22:37   좋아요 0 | URL
참...우리들의 아버지들..
예~ 이곳은 오늘도 비가 많이 내렸지요.
그래도 시원해서 좋았어요. ^^
그런데 이 비가 그치면 또 뜨거운 불볕더위가 찾아오겠죠~?^^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면 가을이 오겠구요`^^
드림님!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후애(厚愛) 2013-07-16 17:04   좋아요 0 | URL
제목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appletreeje 2013-07-17 10:1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후애님께서는 한층 더 그러실 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