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洙暎을 추모하는 저녁미사곡

 

 

 

 

 

                      六月 十六日은

                      그대의 祭日이다

                      花園에 가도 마음 달랠 꽃이 없어

                      나는 徒步로 그대, 무덤 곁으로 간다

                      무덤은 멀다 노을 아래로

                      노을을 머리에 이고

                      타박타박 駱駝처럼 걸어간다

                      내가 그대에게 줄 것은

                      식지 않은 사랑뿐이라고

                      걸으면서 가만히 내 반쪽 심장에

                      끓이는 더운물뿐이라고

                      무덤에 도착하면 오빠 곁을 안 떠나는

                      누이에게 전하리라

                      말하지 말라고 그대가 눈짓을 보내면

                      나는 또 장승처럼 서 있다가

                      타박타박 산길을 내려오려고 한다

                      반쪽 심장에는 올때마다

                      더 많은 더운물을

                      출렁거리면서

                      우리 마음이 오늘 저녁은 아무데나 가서

                      맞닿아 있어 서로 빈손을

                      크게 벌려 놓지 않으려고 한다    (P.76 )

 

 

 

                                                                        -<김영태 시선> -에서

 

 

 

 

 

 

 

 

 

 

  金洙暎을 추모하는 저녁미사곡,을

  처음 읽었을 때가 아주 오래 전

  시인의 <北호텔>,에서 였을 것이다.

  아주 오래 전의 내가

 '내가 그대에게 줄 것은/ 식지 않은 사랑뿐이라고/

  걸으면서 가만히 내 반쪽 심장에/ 끓이는 더운 물뿐이라고'

  를, 저 역시 반쪽짜리 심장에 출렁거리는 물,처럼 몸 어딘가에

  가득 담아넣고 다녔던 그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아침,의 내가

  또 다시, 이 詩를 읽는다.

 '金洙暎을 추모하는 저녁미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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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6 11:49   수정 | 삭제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6 1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6-16 12:16   좋아요 0 | URL
김수영 시인처럼 사랑받는 시인 되도록
다른 시인들도
마음을 슬기롭게 갈고닦으면서
사랑 한 자락 빛내기를 빌어요..

appletreeje 2013-06-16 18:29   좋아요 0 | URL
예...그렇지요.
마음을 슬기롭게 갈고닦으면서
사랑 한 자락 빛내시는 시인들,
우리나라에 많으시면 좋겠습니다.
 

 

 

 

 

 

강윤영, 나 권난섭이야. 조금만 기다려...

 

아침마다 3년 전에 돌아가신 남편 사진 앞에,

생전에 커피를 좋아한 남편에게 커피를 끓여다 놓고, 두런두런 얘기하는 老母의 커피 한 잔.

함익병씨가 홀로 계신 장모님 집에 가 하룻밤을 백년손님으로 보낸, 이듬날 아침의 풍경.

그리고 우연히 그 프로를 다운해 보는 나는,

쌉쌀하고 달콤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주말 밤.   So long,

 

 

커피 한 잔에는, 너무나 많은.. 말줄임표가 총총하다.

마치 너와 나의 말줄임표,같은 별들의 시간과 어제의 뒷모습들이 총총... 녹아 있다.

굿 밤,

 

 

 

 

 

 

 

 

 

 

 

 

 

P.51 : 가정에서 내리는 커피는 그 어떤 제약도 없지요. 그래서 30년 이상 된 카페 바흐의 단골손님들은 가게에서 내리는 방법을 기본으로 해서 취향에 따라 맛을 조절하곤 합니다. 그 손님에게는 자신이 내린 커피가 최고의 커피일 것입니다. 이처럼 ‘나만의 커피’를 내리는 손님은 자신의 인생을 좀더 풍성하게 가꾸어나갈 수 있습니다. 커피가 품고 있는 다양한 풍미와 향을 스스로 만들어낸 사람은 그만큼 삶도 다채롭게 빚어나갈 힘을 얻을 테니까요.

 

 

 

 

 

 

 

정감 어린 그림체와 독특한 감성으로 만화 독자와 커피 애호가의 애독서가 되었을 뿐 아니라 만화를 잘 읽지 않는 사람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까지 사로잡은 책 <커피 한 잔 더>.

씁쓸한 삶의 장면에서 입안에 감도는 쓰라린 맛을 느끼게 하면서도 따뜻하게 사람들을 어루만지는 커피의 강력한 ‘위로’ 기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열두 편의 이야기와 작가의 일상이 담긴 에세이 세 편이 묶인 3권에서는 1, 2권보다 더 짙은 커피 향이 배어나고, 재기 넘치는 에피소드들은 낭만과 서정만이 아니라 웃음과 재미까지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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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6 03:47   좋아요 0 | URL
따스한 것 몸속으로 스며들 때에
따스한 마음
찬찬히 일어나면 좋겠어요

appletreeje 2013-06-16 09:32   좋아요 0 | URL
때로는
삶의 한 순간
커피 한 잔,의 의미가
새로울 때가 있지요. 따스한 마음처럼요..

2013-06-16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6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6-16 21:02   좋아요 0 | URL
커피향 구수한 페이퍼네요. 아침마다 손수 내려준 전속 바리스타의 커피를 마시는 저는 그럼 무지하게 행복해 해도 되는거에요?! ^^ 손수 내리는 커피와 그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오늘따라 가볍지 않네요. 제겐. 마음을 다스려야겠어요. 커피를 내리는 마음으로... ^^

appletreeje 2013-06-16 22:38   좋아요 0 | URL
아침마다 전속 바리스타의 커피를 마시시는 프레이야님! 진정 북구신의 여왕, 맞으십니당.~ 부럽습니다. ^^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프레이야님은 그윽한 커피향,같으신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고운밤 되세요.~
 

 

 

 

 

 

 

  책형대磔刑臺*에 걸린 시

   -인간 해방의 경종을 울려라

 

 

 

 

4.26 전까지의 나의 작품 생활을 더듬어볼 때 시는

어떻게 어벌쩡하게 써 왔지만 산문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감히 써볼 생각조차도 먹어보지를 못했다.

 말하자면 시를 쓸 때에 통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캄푸라쥬'가 산문에 있어서는 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문의 자유뿐이 아니다. 태도의 자유조차도 있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나차럼 6.25 때에 포로생활까지 하고 나온 이 사람은 슬프게도 문학단체 같은 데서 떨어져서 초연하게 살 수 있는 자유가 도저히 없었다.

 이를테면 같은 시인끼리라도 나와 같은 처지에 놓인 그런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해서 불쾌한 일이 있더라도 그런 감정을 하여서는 아니되고 그런 태도를 극력 보이어서는 아니 되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작품이 무슨 신통한 것이 있겠는가. 저주가 아니면 비명이 아니면

 

* 磔刑臺: 몸을 찔러 죽이는 형구刑具를 말한다.     (P.32 )

 

 

죽음의 시가 고작이 아니었던가. 그렇다고 앞으로 이에 대한 복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실 요사이는 시를쓰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하다. 4.26이 전취戰取한 자유는 나의 두 손  아름을 채우고도 남는다. 나는 이런 벅찬 자유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눈이 부시다. 너무나 휘황輝煌하다. 그리고 이 빛에 눈과 몸과 마음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잠시 시를 쓸 생각을 버려야겠다.

 지난날의 낡은 시단의 과오나 폐습을 나는 여기서 새삼 뇌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렇듯 숨막힐 듯 한 괴로운 시대 속에서 과감하게 자기의 세계를 지켜가면서 싸워온 시인이 현現 시단의 기성인 중에서도 몇 사람은 있다는 것을 나는 여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어느나라 시단이고 진짜 시인보다는 가짜 시인이 훨씬 더 많은 법이고 요즈음 세간의 여론의 규탄을 받고 있는 소위 어용시인이나 아부시인들은 이미 그들이 권력의 편에 서서 나팔을 불기 전에 먼저 시인으로서는 완전히 자격을 상실한 자들뿐이다. (아니 애당초 시인이 되어보지도 못한 자들뿐이다.) 그러니까 그까짓 것은 하등 문제꺼리가 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4.26 이전의 우리나라의 시단의 작품들이 대체로 낡은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시로서 합격된 작물作物 중에 특히 더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객관적으로 볼 때 새로운    (P.33 )

 

 

시대의 이념을 반영할 수 있는 제작 상의 모험적 기도를 용납할 수 있는 시대적 혹은 사회적 여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한데 이와 같은 고민을 처절히 체득한 시인이라면 4. 26은 그에게 황금의 해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앞으로 이러한 시인들만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지만 4. 26의 역사적 분수령을 지조를 굽히지 않고 넘어온 기성시인 중에서 과연 몇 사람이 새 시대의 선수의 자격을 가질 수 있을지는 확언하기 힘든다.

 '책임은 꿈에서 시작된다.'는 유명한 서구의 고언古言이 있는데 이 말은 4. 26을 계기로 해서 새로운 출발의 자세를 갖추고자 하는 젊은 시인들이 필히 느꼈어야 할 기본인식이다. 이 인식의 감득感得이 없이는 새 시대의 출발은 불가능하다. 4.26의 해방은 꿈의 해방이다.

이제야말로 꿈을 가지라. 구김살 없는 원대한 꿈을 가지라고 나는 외치고 싶다. 이와 같은 꿈은 여지까지는 맛볼 수 없었던 태도의 자유와 감정의 자유를 투박하게 요구한다. 여기에 과실즙이나 솥뚜껑 위에 여린 밥풀 같은 달콤하고도 거룩한 시인의 책임이 있다. 시인들이여

새로운 시인들이여 이제야말로 인간해방의 경종을 울려라.

 나는 4.19 전에 어느 날 조지훈趙芝薰 형하고 술을

마시면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시인이 되기 전에는   (P.34 )

 

 

는 구원을 받지 못한다'고 '휫트맨'인가의 말을 차용借用하여가면서 기염을 토한 일이 있었는데 요 일전에 윤돈倫敦*에 있는 박태진朴泰鎭 형한테서 온 4.26 해방을 축하하는 편지 속에 '새로운 정부가 선율시旋律詩를 모르는 녀석들이 거만하게 구는 한은 구제가 없겠지요.'라는 같은 말이 또 있어서 요즈음은 만나는 사람마다 중이 염불하듯이 이 말을 전파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여기서 말하는 시인이면 반드시 시작품을 신문이나 잡지에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사람만을 말하고 있는 것도 물론 아니다. 소위 시를 쓰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이번 4.19나 4.26을 냉담하게 보고 있는 친구들이 적지 않은 것을 나는 알고 있는데(어울리지 않게 날뛰는 친구도 보기 싫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이런 위인들을 보면 분이 터져서 따귀라도 붙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

 나는 극언極言하건대 이번 4.26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통찰洞察하지 못하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시인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불쌍한 사람들이 소위 시인들 속에 상당히 많은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나의 친척에 모 국민학교 교감이 있는데 이 작자가 4.19날의 데모를 보고 집에 와서 여편네한테 '학생들도 이제 불쌍타 봤어. 그런 폭도暴徒들이 어디 있어... .'하며 밤새도록 부부싸움을 했다나. 그런 시인이나 이런 교감은 모두 다     (P.35 )

 

* 런던

 

 

모름지기 이승만李承晩의 뒤나 따라가 죽든지 양자택일 하여라.

 4.26후 나의 성품이 사뭇 고약해 가는 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너무 흥분한 탓이려니 해서 도봉산 밑에 있는 아우 집에 가서 한 이틀 동안을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왔는데 서울에 와보니 역시 마찬가지다. 마음이 정 고약해져서 시를 쓰지 못할 만큼 거칠어진다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시대의 윤리의 명령은 시 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거센 혁명의 마멸속에서 나는 나의 시를 다시 한 번 책형대磔刑臺 위에 걸어놓았다.    (P.36 )

 

 

                                                                     <경향신문京響新聞> 1960년 5월 20일

 

 

 

 

 

                                 

                             그것을 위하여는

 

 

 

 

 

                      실낱 같이 잘디 잔 버드나무 가 지붕 위 산 밑으로

                   보이는 객사客舍에서 등잔을 등에 지고 누우니 무엇을 또

                   생각하여야 할 것이냐.

                      나이는 늙을수록 생각만이 싸이는 듯

                      그렇지 않으면 며칠 만에 한가한 시간을

                      얻은 것이 고마워서 그러는지

                      나는 조용히 들어 누워

                      하나 원시적인 일로 흘러가는 마음을 자찬自讚하고싶다

                      불같은 세상이라고 하지만 이 밤만은 그러한 소리가

                   귀에 젖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불이 있다면 저 등불이라도 마시라면 마시고 싶은 마음이다.

                      혹은 버드나무 아래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올지 모른다.

                      잠도 자지 않고 깨어있는

                      이 집 둘째 아들처럼

                      [돈은 암만 벌어도 ㅁㅁ 하여지지 않는다]

                      는 상인商人을 업수히 여기는 나의 마음도

                      사실은 오지 않을 기적을 기다리는 염려의 상인

                      만나야할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가야할 곳도 가지 못하고

                      나의 천직도 이제 아주 잊어버렸다

                      이렇게 불빛을 등지고

                      한 발의 관객들 조차

                      무시하고

                      홀로 생각 아닌 생각에 젖어있으면

                      언덕을 넘어오다

                      무의미하게 보고 온

                      눈 위로 나오고 눈 속에 파 무친 도랑나무 많이 심은

                   공원까지 생각이 나서

                      내 자신이 원시적인 사람처럼

                      원시적인 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 설움을 어떻게 발산할 것인가도 자연히

                   알아지는 것인가 보다.

                      그러니까

                      내 앞에 누운 나의 그림자조차 저렇게 금방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제 마음대로

                      나중에는

                      채색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보아라.

                      만나야할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가야할 곳도 가지

                   못하고

                      이제는, 나의 천직도 잊어버리고

                      날만 새면 차디찬 곳을 찾아

                      차디찬 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니까 밤이 되면

                      객사를 찾아

                      등잔을 등에 지고 들어 누워

                      있어야할 게 아니냐.

                      그러하니까

                      재미있는 생각이

                      굶주린 마음에서

                      폭수爆水같이

                      폭수같이

                      쏟아져 나올게 아닐까보냐.

                      그것을 위하여는

                      일부러 바보라도 되어보게 싶구나.   (P.18 )

 

 

                                                                < 연합신문聯合新聞> 1953년 10월 3일

 

 

 

 

                                              -詩人 金洙瑛 作品集, <책형대에 걸린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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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5 14:31   좋아요 0 | URL
눈이 밝을 때에 마음을 밝혀
삶을 밝히는 이야기로
사람들 사이에 솟아날 사랑을 밝히는 길,
곧 시인이 될 수 있겠지요...

appletreeje 2013-06-15 19:25   좋아요 0 | URL
'눈이 밝을 때에 마음을 밝혀
삶을 밝히는 이야기로
사람들 사이에 솟아날 사랑을 밝히는 길,' -

정말 그런 듯 싶어요. :)

2013-06-15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5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

                   

                   

 

 

 

 

 

                         "내가 아프다"고 심장이 말했으나

                         고요가 성숙되지 못해 그 음성 아슴했다

                         한참 후일에

                         "내가 아프다 아주 많이"라고

                         심장이 말할 때

                         고요가 성숙되었기에

                         이를 알아 들었다

 

                         심장이 말한다

                         교향곡의 음표들처럼

                         한 곡의 장중한 음악 안에

                         심장은

                         화살에 꿰뚫린 아픔으로 녹아들어

                         저마다의 음계와 음색이 된다고

                         그러나 심연의 연주여서

                         고요해야만 들린다고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

                         그리움과 회한과 궁핍과 고통 등이

                         사람의 일상이며

                         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

                         증류수 되기까지

                         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

                         바쳐진다고

                         그리고 삶은 진실로

                         이만한 가치라고    (P.18 )

 

 

 

 

 

 

                       

                      

                       

 

                       

 

                       

                       

                       

 

 

 

 

 

                            가난한 수도원에

                            네 배쯤 음식을 먹는 사람 있어

                            다른 이는 더욱 굶주렸다

                            훗날 저들이 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사람도 와 있었다

                            하느님 말씀이

                            그는 먹어야 할 음식량의

                            사분지 삼을 양보했기에

                            측은하고 가상하여

                            천국에 불렀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저마다 누군가를 향한 맹렬한 배고픔과

                            무엇인가에 대한 불치의 허기

                            그 낭떠러지를 굽어보고 있었다   (P.33 )

 

 

 

 

 

 

                         

                         

 

                         

                         

 

 

 

 

 

                               넓디 넓은

                               할 말의 바다에

                               내 말의 몇 방울을 보내고

                               울창한 숲의

                               허구많은 할 말들의 잎새에

                               내 할 말의 몇 잎을 보탠 후

                               반은 세상의 고요

                               반은 스스로의 침묵

                               이 갈피에 잠입해 들어왔다

                               말의 포만에 지쳐서이다   ( P.134 )

 

 

 

 

 

                                                             -김남조 詩集, <심장이 아프다>-에서

 

 

 

 

 

 

 

 

 

 

 

 

 

김남조 시인의 제 17시집. '사랑의 시인'으로 불리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손꼽히는 김남조의 이번 시집은, 첫 시집 <목숨>(1953)이후 60년 만에 출간되어 시인의 오랜 시력을 오롯이 기념하는 미학적 결실이다. 사람의 삶에 있어 60주년은 '환력還曆'이라고 하며 특별히 여기는데, 김남조 시인의 시집이 2013년 올해 환력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김남조 시인은 초기 시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가톨릭적인 구원의 메시지가 하나 된 순결의 언어를 통해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의 가슴을 달랬다. 그리고 그 상처가 아문 뒤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건조하고 차가운 도시 문명에 의해 상처 받는 이들을 위해 웅숭깊고 나직한 목소리로 기도의 시들을 써왔다.

이번 시집의 제목이자 대표 시의 제목이기도 한 '심장이 아프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별자들의 아픔을 시적 언어들로 승화시킨 시인의 진심 어린 전언이다. 16권의 시집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목소리와 긍정적인 삶의 시적 정신을 순백의 언어로 구해온 김남조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긴 시간 동안 시와 함께하며 경험했을 다양한 성찰과 감정들을 잔잔하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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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06-13 16:10   좋아요 0 | URL
1950년부터 헌책방을 꾸려 오늘까지도 책살림 다스리는 헌책방 할아버지가 있는데, 김남조 시인은 시쓰기로 예순 해를 걸어오셨군요. 앞으로 더 씩씩하고 튼튼하게 이 길 걸어가며 일흔 해 시집도 내놓을 수 있기를 빌어요. 그때에는 오늘 누린 아름다운 시와는 또 다른 새로운 싯노래로 빛줄기 드리워 주시겠지요.

appletreeje 2013-06-13 22:59   좋아요 0 | URL
아...1950년부터 헌책방을 책살림 다스리시는 그 분은
어떤 분이실까요..

김남조 시인님의 일흔 해 시집을, 모두 같이 읽을 수 읽기를 바라며
시인뿐만 아니라, 저희도 새로운 싯노래로 빛줄기 드리는 그 날을 기다립니다.

2013-06-13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3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3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3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3-06-13 20:28   좋아요 0 | URL
오늘은 시보다 시제목이 특히 세로로 적은 시 제목이 더 눈에 들어오네요. ^^

appletreeje 2013-06-13 23:1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
이 시집의 제목들이, 다 세로로 되어 있더군요.

보슬비님! 좋은 밤 되세요 *^^*

2013-06-14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4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녕미미앤 2013-06-15 00:46   좋아요 0 | URL
낭떠러지를 굽어보고있었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굽어보고 있겠죠?
나무늘보님 시 좋아하시는구나..^^*

appletreeje 2013-06-15 11:58   좋아요 0 | URL
그런 듯 하지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면서 굽어보고 있을 듯 해요. ^^
 

 

 

 

 

민달이,는 우리집 마리안느 화분에 살고 있는 민달팽이,이다.

지난 겨울, 우연히 마리안느 화분에 있는 민달팽이를 발견하고 놀랍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대때, 안동 도산서원의 답사길에 만난 찌는듯한 여름 흙바닥을 기어가는 민달팽이들을 보았던 그때의 그 막막한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고.

우리집 식구들은 민달팽이는 해충이므로, 창밖으로 버리라는 무지막지한 여론을 수렴했지만, 간단히 일축했다.

어떻게 엄동설한에 살아있는 생명,을 밖으로 버릴 수 있는가, 하고.

어쨌든 민달이는 나의 급식(오이를 얇게 저며, 밤마다 마리안느 화분의 흙에 살며시 놓아둠.)을

받으며, 자웅동체의 몸으로 민달2, 민달3까지 낳으며 지금까지...고요히 잘 지내왔다.

민달이는 야행성이라, 모두가 잠든 밤에는 자신의 집을 나와 옆집인 애플민트나 쟈스민, 그리고 벽도 타며 조용한 산책도 즐기는 눈치이다. 가끔 심야에 포착되는 바에 의하면.

그런데..!! 요 며칠 뭐가 바쁜지 내가 정신을 소풍 보내는 날들, 깜빡하고 우리 민달이의 오이를

깜빡하고 못 주었다. 그리고 민달이는 오이가 떨어진 날, 대신 양상추나 당근을 놓으면 안 먹음을

그 다음날의 현장으로 확인했던 바이다.

어쨌든, 오이도 떨어지고 이래저래 한 이틀 오이를 못 주다가 아까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려

오이를 발견하고 급 민달이 밥이 떠올라 사서,  마리안느 화분에 놓아 둔 것이 아까 저녁.

좀전에 거실을 가로지르다  문득, 불을 켜고 보니...오이의 가운데가 커다랗게 뻥 뚫려 있더라..

그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나뭇잎 한 켠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민달이.

아이고..., 그동안 배가 몹시 고팠구나...미안하다. 민달아,

며칠 전 읽은, 박제영 시인의 '식구'가 떠오르는 밤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 집에 깃든 생명들과 서로의 밥을 함께 나누는 것이 식구,임을..

 

 

 

 

 

 

               달팽이

 

 

 

                집을 등에 지고 가는 그를 밟지 마시라

                살짝만 밟아도 으깨지는 그를 그대로 두시라

                그는 집을 별이라 생각하고

                별을 가볍다고 생각할 때가 있으므로

                서울역 대합실이든 지하철 통로이든

                기어가거나 걸어가거나

                누구나 가는 길의 끝은 다 눈물의 끝이므로

                봄비가 오고 진달래가 피어도 그냥 두시라

                그는 배가 고파도 배가 부를 뿐

                이미 진 꽃을 다시 지게 할 뿐

                기어간 길을 또 기어갈 뿐

                그래도 어머니는 그에게 기어가는 자유와

                가끔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용기를 주셨으니

                비록 여름에 밭을 갈고

                가을에 씨를 뿌린다 할지라도

                밟지 마시라

                봄비에 젖은 집을 등에 지고 술 취해

                비틀비틀 기어간다 할지라도    (P. 75 )

 

 

                                                 -정호승 詩集, <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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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3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6-13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06-13 03:46   좋아요 0 | URL
민달팽이 이름으로 나온 책이 꽤 있군요 @.@
저희 집 안팎에 달팽이 참 많은데
어제는 마당을 돌아다니다가
한 마리 밟았어요 ㅜㅠ
밟고서 얼마 지난 후 다시 지나가는데
개미가 바글바글 모였더군요...

파리를 잡아 마당에 던져 놓으면
개미가 바로 찾아들어
부스러기 하나 안 남기고
모두 가져간답니다..

appletreeje 2013-06-13 11:26   좋아요 0 | URL
<민달팽이 노먼>, 참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저희 집 어항엔 수중 달팽이, 자홍달팽이와 제브라 달팽이가
같이 살아요.

개미 이야기를 듣다 히힉,하다가
그렇겠지요. 개미들에게 죽은 파리는 또 밥이 될테니까요.

보슬비 2013-06-13 20:34   좋아요 0 | URL
단편소설을 읽는것 같았어요. 민달팽이외에 어항에 수중달팽이를 키우시다니.. 자홍달팽이, 제브라 달팽이는 종류인가요? 아님 이름? ^^;; 제가 달팽이에 무지합니다.

어릴적 비가 오면 달팽이들이 하나둘 화단에 나오면 구경했는데, 지금은 비가 와도 달팽이를 볼수 없어 안타까웠어요. 사실 오늘 아침에 운동하면서 살짝 달팽이 껍질같은게 보여서 혹 달팽인가?하고 가까이 봤더니 시든꽃이더라구요. -.-;; 돌돌 말려서 달팽이 집인줄 알았어요.

아. 그러고보니 나무늘보님 예전에 달팽이에 관한 책 읽고 싶다 하셨었는데, 애완달팽이를 키우셔서 더 그러셨군요.^^

전... 어릴때 달팽이에게 죄를 지어서 아직도 미안한 마음에 살고 있어요. ㅠ.ㅠ
달팽이 키우고 싶어서 잡아와서 상추 넣었주고 숨구멍도 없이 뚜겅을 닫아서......
자세한 설명은 잔인해서 못하겠어요..OTL

appletreeje 2013-06-13 23:17   좋아요 0 | URL
자홍달팽이와 제브라 달팽이는 종류예요. ^^
팽군, 팽숙, 제군이라 이름을 붙였지요.

저도...말 못할...달팽이에 대한 미안함이 있습니당...^^;;;